아래 워크래프트3와 우리나라 e-스포츠에 관련된 글을 보고 생각나는 것이 있어서 댓글 대신 이렇게 글을 올려봅니다.
(※ 극히 주관적인 생각으로 객관적 정보의 분석이나 근거가 없음을 미리 말씀드립니다)
'스타크래프트, 스타크래프트:브러드워'(이하 스타)의 인기는 IMF 사태와 PC방, 초고속망 확대 등과 그 궤를 같이 한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에 지방 상업방송사의 설립 허가와 케이블 방송의 시작까지 겹치게 되죠.
당시 복잡했던 시대 상황에서 주머니 사정이 열악했던 우리나라 게임 유저들은 스타에 빠져들었고, 그 인기에 힘입어 '스타크래프트 리그'(이하 스타리그)라는 사상 초유의 e-스포츠가 생겨나게 됩니다.
스타의 인기로 스타리그가 생겼고 스타리그의 인기로 벌써 서랍속에서 뒹굴어야 할 구식 게임인 스타가 아직도 인기가 있다고 합니다만, 스타가 이용 사이클이 짧은 PC게임 타이틀이라는 점과 같은 장르의 새로운 타이틀이 출시되는 게임의 특성을 봐서 스타와 스타리그의 시들지 않는 인기는 사뭇 이해하기 힘든 면이 있습니다.
사람들은 이게 방송사의 편향된 편성 태도와 유저들의 스타일에 그 이유가 있다고들 합니다. 그러나 전 좀 다른 관점에서 이 현상을 보고 있습니다.
바로 스타의 해상도와 아날로그-TV의 해상도와의 연관성입니다.
잘 알고 계시다시피 스타의 해상도는 640x480입니다. 이는 미국과 같이 NTSC방식을 사용하는 우리나라 아날로그-TV의 해상도인 648x486과 거의 동일하죠. 유사 RTS 장르의 3D 게임들은 최소 해상도가 800x600이며 보통 1024x768이 기본 해상도입니다.
이게 무슨 연관이 있냐고 하면, 바로 가독성에서 차이가 납니다. TV를 통해서 보여지는 스타의 플레이가 다른 3D게임의 그것들과 달리 눈에 착 달라붙는 느낌이 드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죠.
현재 PC방 점유율 1위는 스타가 아닙니다. 하지만 게임채널 인기 1위는 스타리그죠. 하는 게임으로서의 스타의 생명력은 다했지만, 보는 게임으로서의 스타리그의 생명력은 아직 유효하다는 증거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요?
개인적으로도 스타보다 더 재미있다고 생각되는 워크래프트3가 방송에서 만큼은 스타에 발끝에도 못미치고 오프라인 대회에서만 인기가 있는 이유가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아직도 우리나라 가정의 TV수상기가 대부분 아날로그-TV라는 것과 관련이 있을 수도 있다는 것이죠.
바꾸어 말하면, 북미나 유럽에서는 우리나라와 같은 케이블 채널 중심의 e-스포츠가 아직 활성화 되지 못했거나 스타리그가 없기 때문에 아주 자연스럽게 스타에서 워크래프트3로 관심이 옮겨 갔다는 겁니다.
그렇다면, 앞으로 출시될 스타크래프트2는 1과 같은 인기를 누리게 될까요?
전 가능하다고 봅니다. 왜냐하면 시간이 지날 수록 HD-TV의 보급율은 늘어날 것이고 스타2가 스타1만큼의 판매량을 기록할 즈음엔 3D RTS의 방송도 제법 볼만할 것이기 때문이죠. 그때쯤이면 스타에 편중된 우리나라 e-스포츠도 다양한 장르가 인기를 끌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상해봅니다.
※ ps. 제 생각에 공감하시는 분이 있으시면 이런 시각적 차원에서 앞으로 e-스포츠가 갖추어야할 시스템적인 면을 정리해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