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 래토피아 개발일지 #33 - 인트로 영상 CasselWolF 12-01 조회 165 0



안녕하세요 <래토피아>를 개발 중인 카셀입니다.

이번 11월에는 주술사 테마와 관련된 작업들을 진행했는데요.

현재 2개의 종교 중 1개인 암흑교의 프로토타입 수준까지만 개발이 이루어졌기 때문에,

주술사와 관련된 내용은 좀 더 개발이 진전된 후에 다루는 게 좋겠다고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이번 개발일지에서는 어떤 주제를 다뤄야 할지 고민했는데요.

문득 2~3개월 전에 작업했던 새 인트로 영상에 대한 내용은 공개한 적이 없었어서,

이번 기회에 어떤 과정으로 인트로 영상이 제작되어 왔는지 제작 과정을 공유해보려고 합니다.


참고: 저는 전문 각본 교육을 받은 사람이 아닙니다!

따라서 저의 인트로 영상 제작 과정은 다소 비전문적일 수 있다는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2021년 10월: 인트로 기획


<래토피아>의 인트로 기획은 2021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전작 <래트로폴리스>처럼 게임 시작 전 인트로 영상을 통해 스토리와 시스템을 간략히 소개하여,

플레이어의 흥미, 몰입감 그리고 열의를 끌어내 보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어떤 인트로 시나리오가 이 같은 효과를 낼 수 있을지 고민이 깊었는데요.

다른 도시건설 게임들의 오프닝들과 2D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된 게임 인트로 영상들을 조사하고,

스크랩한 영상들을 반복해서 돌려보면서 영감을 얻고자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한 가지 아이디어가 떠올랐는데요.

쥐들의 여러 도시들이 어떻게 번영하고 멸망했는지를 보여주는 내용이라면,

게임의 콘텐츠와 위기를 자연스럽게 암시하면서.

플레이어가 어떤 도시를 만들고 위기에는 어떻게 대비할지 각오를 다지게 만들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이는 여러 엔딩을 가진 <래토피아>에게 어울리는 인트로 영상이라고 생각하였죠.



먼저 대략적인 흐름을 머릿속에서 정리한 후, 이를 구체화하기 위해 스토리보드 작성에 들어갔습니다.

우선, 총 몇 컷이 필요할지, 각 컷에서 어떤 분위기와 느낌을 전달할지를 고민하며 참고할 사진들을 모았습니다.

여기에 어떤 요소와 연출을 사용할지, 어떤 대사가 출력될지도 하나씩 적어내려갔죠.


참고 이미지로는 인상 깊었던 영화의 여러 장면들이 가장 먼저 떠올랐습니다


스토리보드를 작성하면서 <래토피아>의 세계관과 스토리도 자연스럽게 구체화되었습니다.

이후에는 생각한 바를 좀 더 시각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부족한 그림 실력이지만 직접 스케치를 시도해보기도 하였죠.


언젠가 개발일지에 올릴 생각에 싱글벙글 카메라로 찍어두었던 손그림 스케치



인트로의 마지막 부분은 특히 많은 신경을 기울였습니다.

전작 <래트로폴리스>처럼, 인트로가 자연스럽게 타이틀 화면과 이어지도록 구성하고 싶었기 때문이었죠.

이러한 구성 방식은 제가 과거에 그러한 연출을 가진 게임들을 시작할 때,

깔끔한 맺음새로 인해 게임에 대한 기대감이 크게 상승됐던 개인적인 경험의 영향이 컸습니다.


그러나 당시 <래토피아>는 아직 타이틀 화면조차 없는 프로토타입 단계였기에,

인트로의 마지막에 맞춰 타이틀 화면의 구상도 동시에 고민해야 했습니다.

인트로와 타이틀 화면을 연결하는 작업은 난이도가 있지만,

완성되었을 때의 시너지를 생각하면 충분히 시도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느꼈죠.


그렇게 인트로 기획은 타이틀 화면 기획(개발일지 #11)까지 이어지게 되었는데요.

인트로와 타이틀 화면까지 정리를 일단락한 이후로는 다시 게임 개발을 진행하기로 하였습니다.

인트로의 경우는 출시 직전에나 추가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지요.



아마 먼 미래에 추가될 영상 기획을 이렇게 일찍 시작한 이유가 궁금하신 분들도 있을 것 같습니다.

이는 저희처럼 소규모 개발팀이 자주 겪는 개발 환경의 특수성 때문인데요.

저희는 그래픽 작업보다 게임의 기술적 구현과 연구에 더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지요.

따라서 자칫하면 아트 팀원이 일정 기간 동안 할 일이 없어지는 작업 공백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을 방지하려면, 개발 진행도와 상관없이 작업할 수 있는 일감을 미리 준비해 두는 것이 중요했는데요.

인트로는 바로 이런 점에서 적합한 작업물이었고,

미리 기획안을 작성해 두면 필요할 때 요긴하게 활용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다행히도 2021년에는 이 기획안이 활용될 일이 없었죠.




2022년 2월: 시안 제작


그러나 평화롭던 개발 라이프도 잠시…

얼마 지나지 않아 인트로 작업이 본격적으로 개발될 위기(?)가 찾아왔습니다.

이번에는 단순한 기획 단계를 넘어 시안 제작에 도전하게 되었는데요.

제작에 앞서 카메라 이동, 장면 별 시간, 필요한 연출, 효과음 등을 더욱 구체적으로 정리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일부 연출은 글만으로는 의도를 제대로 전달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었고,

기술력의 한계로 인해 특정 장면의 경우 연출이 가능할지도 검증이 필요했습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간단한 애니메이션을 제작하며 연출 의도를 시각화하기도 하였죠.


카메라 이동의 예시를 설명하기 위한 애니메이션


도움이 되었을지는 모르겠으나 이렇게 정리된 스토리보드와 참고자료를 바탕으로 아트 팀원이 직접 시안 작업을 시작했는데요.

시안 제작의 핵심은 속도와 효율성이었기 때문에, 빠르고 간결하게 완성하는 데 초점을 맞췄습니다.

이 과정에서 <래토피아>와 <래트로폴리스>의 리소스들이 적극 활용되었죠.



아트 팀원의 손을 거치니 새로운 결과물이 나온다



그러나 그렇게 완성된 시안을 검토하면서 추가적인 고민들이 떠올랐습니다.


- 각 도시의 멸망 과정 때문에 ‘어떠한 도시를 만들 것인가?’ 에 대한 메세지가 왜곡되지는 않을지?

- 게임 내에 사용되는 리소스에 스티커 느낌을 더하여 작업해도 자연스러운 연출이 가능할지?

- 인트로에서 게임의 핵심 요소들인 세금, 임금 등 경제 요소를 더욱 강조해줄 필요는 없는지?

- 인트로 속 대사 스크립트를 사람의 목소리로 들려주어도 괜찮을지?

- 인트로 대신 시나리오 모드를 추가하여 각 시나리오별 오프닝 영상을 준비하는 것은 어떨지?

- 인트로에서 다른 지도자의 이름들을 지칭해도 괜찮을지?

- 타이틀 화면에 비해 인트로의 전반적인 분위기가 너무 어둡지는 않은지?


내 자식이라 부족한 부분만 눈에 들어온 것이었을까요?

종합적으로 인트로에서 스토리를 강조하려다 보니, 게임 플레이와 연관성이 떨어진 느낌이 들었습니다.

<래토피아>만의 특징을 충분히 살리지 못한 오프닝이 되어버린 것 같았죠.

그러나 당시에는 이를 확실하게 개선할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고,

때마침 작업할 작업물들도 새로 생겼기 때문에 인트로 작업은 잠정 중단하기로 결정을 내렸습니다.

향후에 다른 시나리오들을 좀 더 기획해 재작업하는 것이 더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을 것 같다고 판단했지요.




2024년 8월: 영상 제작


그러나 무려 2년 6개월이 지나는 동안에도 이를 대체할만한 시나리오는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그동안 개발할 작업들이 너무 많아 신규 인트로 시나리오 기획 작업은 자연스럽게 우선순위에서 밀려났던 것이죠.

그러다 보니 어느덧 정식 출시를 슬슬 준비해야 할 시기가 도달했고,

어떻게든 시간을 내어 신규 시나리오들을 추가로 기획해 보기로 했습니다.


이번에는 각각 다른 특징을 부각시키는 방식으로 3종류의 시나리오를 작업해보았는데요.

첫 번째는 게임의 핵심 요소를 중점적으로 보여주며 게임 특징을 부각하는 버전,

두 번째는 귀엽거나 멋진 장면들을 나열하며 게임 분위기를 부각하는 버전,

세 번째는 주인공이 왜 도시를 건설하는지 과거 이야기를 풀어내며 스토리를 부각하는 버전이었습니다.


그러나 여러 시나리오들을 모두 모아서 검토했을 때, 초안이 가장 괜찮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습니다.

다시 돌아보니, 초안이 각 특징들을 조금씩 잘 갖추고 있었고, 이 요소들을 잘 살려보는 것이 최선일 것 같았죠.

초안의 경우 이미 작업했던 시안들이 있었기 때문에 어떤 작업을 해야 할지 빠르게 정리할 수 있었으나,

정해진 틀 속에서 어떻게 더 매력적으로 연출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은 쉽지 않았습니다.


어떻게 연출할지 고민했었던 유물 같은 기록들


높은 품질을 위해 다시 만든 스토리보드


연출 췌크~!



스토리보드 작업을 마친 후에는 이를 실제 크기로 확대하여 본격적인 작업에 들어갔는데요.

하지만 예상치 못한 다양한 문제점들이 발생하면서, 작업에는 약 2개월이라는 시간이 소요되었습니다.

먼저 긴 기간 동안 작업을 하다 보니 영상의 앞부분과 뒷부분의 스타일이 조금 달라져 수정을 해야했고,

자막의 출력 위치, 나레이션 사이의 간격, 타이틀 화면으로의 전환될 때의 연출도 사전에 고려하지 못했어서 말썽이었지요.

이미 어느정도 작업이 진행된 영상을 다시 수정하는 작업은 부담이 큰 작업이었습니다.


또한 사운드 부분도 신경을 써야 할 요소가 많았습니다.

가장 큰 고민은 인트로 속 쥐들의 목소리에서 사람의 목소리를 사용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었습니다.

게임 내에서 쥐들이 사람의 목소리를 내지 않기 때문에, 사람의 목소리를 인트로에 사용하는 것은 어색할 것 같았고,

그렇다고 사람 목소리를 아예 빼버리거나, 이상한 소리로 녹음하기에는 전달력이 크게 떨어질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여러 가지 샘플 효과음들을 적용해보면서 최종 결정을 내리기로 하였고,

그 결과 오프닝에서 쥐들의 대사는 게임 내 쥐들의 목소리를 들려주는 형태로 대체하고,

내레이터를 통해 제 3자가 설명해주는 느낌으로 변경하였습니다.

대부분이 주인공의 목소리라고 생각하실 것 같긴 하지만 말이죠.


현재 성우분을 통해 내레이션 녹음은 완료 되었지만, 배경음과 효과음은 아직 제작 중에 있습니다.

배경음은 <래토피아>의 모든 곡을 작곡해 주신 작곡가(Remi)님이 다시 한번 작업을 맡아 주시기로 하였죠.

사운드 작업이 모두 완료되는 대로, 게임 시작 시 인트로가 출력되게 업데이트 할 예정인데요.

인트로 영상을 통해 신규 유저분들에게 좋은 첫인상을 남길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완성된 인트로의 마지막 부분, <래토피아>에서 영웅이 되어보세요.



첫인상보다 중요한 것이 끝인상이라는 말처럼, 인트로만큼이나 게임의 내용도 완성도 있게 계속해서 개선해 나갈 계획인데요.

개발 여건 상 비록 업데이트 순서가 때로는 느리고 엉망일 수도 있지만,

매번 기다려주시고 응원해주셔서 항상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겠습니다.

그럼 다음 개발일지에서는 주술사 테마에 관한 진행사항을 소개드릴 수 있기를 바라며 이만 마치겠습니다.

모두 올 한 해 고생 많으셨으며, 즐거운 연말 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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