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회사도 파티사냥을 한다(?) December 04-23 조회 9,308 공감 6 10

 

 

요즘 게임 업계에 투신(?)한 젊은 후배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본의 아니게 조직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게 된다.

 

재미있는 현상이다. 내가 '조직'을 논하다니, 어찌됐건 나이를 먹고 사회 생활을 많이 하게 된 이력 때문에 생기는 기현상인가보다.

 

아니, 어쩌면 아직 이 나이 먹도록(30을 훌쩍~ ^^) 게임 업계에서 돌아다니는 것을 보니 너나 나나 거기서 거긴데, '왜 넌 아직도 그렇게 낙천적으로 일할 수 있느냐?'라는 보이지 않는 궁금증이 만들어 내는 질문에 답하는 게 아닌가 생각 들기도 하다.

 

게임업계는 어떤 곳일까?

 

내 꿈과 로망이 마음껏 펼쳐질 수 있는 낙원일까? 아니면, 금광을 찾아 헤매다가 제대로 하나만 건지면 그 순간 억만장자가 될 수 있는 기회의 땅일까? 그것도 아니면, 이곳도 PVP(Player VS Player)가 활성화 되어 있는 살육전쟁의 전투공간일까?

 

사실 정답은 자기 자신이 어떤 해답을 얻어서 그 길을 헤쳐나가느냐가 맞지만 게임 업계의 이 소수 경험자들에게 있어서는, 특히 신출내기에겐 찾기 힘든 대답이다.

 

요즘 인기를 끌고 있는 MBC TV 드라마 ‘신입사원’에서 강호라는 인물이 LK라는 대기업 면접을 보는 장면을 우연찮게 본적이 있다.

 

아주… 말도 안 되는 황당한 면접으로 주인공이 떡 하니 수석 합격을 하는 것을 보면서 필자는 박장대소를 하며 아주 좋아할 수 밖에 없었다.

 

왜냐? 사실이 80%이상이고 허구가 20%도 안 되는 반은 진실이기 때문이었다. 솔직히 삼성 같은 초일류 회사는 어떤지 잘 모르겠다만…… - -;;

 

기쁘게도 첫 편에 썼던, 열정이 사람 잡는 그런 모습을 그 드라마에서도 보여줬기 때문에 내 말이 틀리지 않다는 것을 보여줘서 이기도 하고 그리고 실제로 테헤란로의 게임사들은 아직까지도 강호 같은 인물이 더 필요한 곳이기 때문에 느끼는 공감이었다.

 

그런 친구들이 게임사에 들어오면 가장 큰 딜레마에 빠지는 것이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회사가 나를 알아주지 않는다는 것이다.(대기업 들어간 여러 친구들도 같이 느끼는 것이라고 한다)

 

내 실력, 내 경험과 경력이 지금 이런 일을 하고 있어서는 안 되는 것인데 회사는 나에게 소소한 이런 일이나 시키고 있으니 사람 볼 줄 모르는 곳이요. 참으로 인재를 두고도 엉뚱한 곳에 썩히는 쓸모 없는 회사로구나 라고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 보니, 어느 순간엔가 일에 대한 열정은 타성으로 변해가고 내가 원했던 삶은 컨펌을 위해 목숨을 걸어야 하는 순간의 애드립으로 변하고, '사법고시를 봤더라면 내가 이런 고민을 가지지 않을 텐데'라는 회의론까지 치닫는 경우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어느 사람이든 실력이 없을까?

 

어느 윗사람이든 안목이 탁월하지 못해서 허드렛일이나 시키는 것일까?

 

앞서 이야기 했던 조직에 관한 이야기를 빗대어 얘기하자면, 게임 회사도 조직이다. 그래서 이런 문제를 계속 만들어가는 것이다. 후배들의 가장 많은 성토가 나를 몰라주거나 나에게 다른 프로젝트를 주면 더 많은 것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을 얘기하는 것이라면, 조금 더 깊이 들어가서 얘기하건대 자기 자신을 우선적으로 보지 말라는 것이다.

 

사회 생활은 개인적인 역량이 얼마나 좌우하는가에 따라 움직이는 천재들의 바둑판이 아니라는 것을 우리는 알아야 한다.

 

그리고 사실은 온라인게임처럼 파티에 의해 움직여야 하는 팀워크의 승리가 곧 내 능력의 평가지표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내가 천재라 해도 팀과 조직이 함께 움직여야 하는 그 상황에서 삐그덕 거린다면 그 친구는 파티에 전혀 도움이 안 된다는 뜻이다.

 

오랜 유수의 기업처럼 신입을 어떻게 하면 빨리 파티원으로서, 팀원으로서 잘 활용할지 아는 회사라면야 이런 천재들을 쉽게 포용해줄 수 있겠다.

 

그러나 실제로 사업체의 역사가 짧은 게임사들의 경우엔 조직 세팅이 얼마 되지 않은 상태(사업 경험이 그다지 많지 않은 상황)에서 대부분 인력 충원을 해가기 때문에 파티원인 신입사원을 제대로 가르치기란 무척 어렵다.

 

너무나 빠르게 움직이는 이쪽 업계의 특성상, 오히려 가르치기보다는 톱니가 딱 맞는 다른 사람을 대처하는 게 더 빠른 방법이라 생각할 수 있을 정도로 말이다.

 

그래서 게임업계는 어찌 보면 다른 기업들과는 달리 신입들의 특출한 다른 능력들이 성공의 잣대가 되기도 한다. 팀원들을 잘 이끌거나 보좌하고, 팀장의 의중을 빨리 파악해서 필요한 자료를 빨리 준비하고, 팀 전체가 시너지 효과를 잘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는 노력을 보여줌으로 회사에 인정 받는 사람이 되기도 한다.

 

인간은 한 조직단체에 소속되면서 열정을 잃어가는 대신 타성에 조금씩 젖어가게 되어 있다. 소속감이 가지는 조금은 좋지 않은 버릇이다. 하지만 조직 속에서 어떤 프로젝트를 함께 해나가는 이상에 이 제작물이 내 것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을 빨리 깨달아야 한다.

 

내 것이 아닌 우리 팀, 우리 회사의 것이라는 것을 염두에 두고 일해야 한다는 것이다. 인간이 가지는 약간의 이기인, 내가 조금이라도 참여했으니 내가 만든 것이요. 나를 배제한 회사의 영광은 불평등에 폭리라고 생각하는 인간의 마음은 결국 회사가 나를 몰라주네라는 섭섭함을 남기게 되는 것이다.

 

언젠가 리니지2’ 가 오픈 베타테스트를 시작하고 난 후, '리니지'의 개발자 송재경씨가 리니지2에 대해 평가를 한 것이 기사에 난 것을 본 적이 있다.

 

송재경씨는 몇 년간의 기간 동안 수십 명의 인원을 이끌어가면서 그 정도의 게임을 만들 수 있었던 능력을 높이 평가한다라고 말 한 것을 기사에서 본적이 있다.

 

핵심 개발자들이 몇 명있었다면 그 핵심 개발자들 아래 계속 새롭게 추가되는 인력들이 늘어나면서 만들어내는 여러 가지 문제를 팀워크이라는 이름으로 무마하며 잘 만들어냈다는 것이 대단하다는 의미로 느껴졌다.

 

조직은 한 개인을 위해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다. 팀 워크를 만들어낼 수 있는 능력! 그 능력이 곧 성공의 잣대가 되어 당신을 판가름 하게 될 테니까…

 

이미 우리는 수 많은 역사와 도서, 그리고 교육을 통해서 이 내용이 왜 필요한지 알고 있다. 하지만 실천하지 못하고 있다. 이쪽 업계의 역사가 짧은 것도, 그리고 이 업계를 움직이는 여러 인력의 평균 연령대가 낮은 것도 하나의 문제다.

 

게임 업계는 아직 젊기에 그래서 지극히 보수적인 문제를 안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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