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쓰기에 앞서.
가장 먼저, 이 글은 철저하게 "개인적인" 견해로만 쓰여졌습니다. 결코 저 외의 다른 교육계 종사자나, 어떠한 집단의 의견이 아님을 명시해둡니다.
또한 이 글은 어떠한 객관적 자료도 포함하고 있지 않으며, 논쟁이나 논란의 근거로서 사용될수 없습니다. 문자 그대로 "이렇게 생각하는사람도 이 땅 어디엔가 있다." 정도의 글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 글을 쓰는 목적은 교육계를 비판하고자, 혹은 게임계에 경각심이나 자긍심을 불러일으킬 그런 거창한것이 아닙니다.
이 글의 가장 큰 목적은, 지금 이 문장을 읽고 계신 여러분, 그 여러분들에게 자신의 생각을 구체화할 시간을 드리기 위해서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게임의 문제, 그리고 교육의 문제에 대해 고민하고 있고, 또 느끼고 있으실거라 확신합니다. 하지만 이것을 정확한 말로 표현해내는 것은 아주 힘든 일입니다.
다만 저는, 교육업계의 여러가지 모습에 익숙하고, 한명의 게이머, 그리고 한명의 개발자로서 게임업계의 여러가지 모습에 역시 익숙하다는 장점 아닌 장점을 지니고 있기에 이곳에 아직 글을 적지 않으신 다른 분들보다 먼저 이 글을 적게 된것 같습니다. 그럼 지금부터, 제 글을 눈으로 훑어 내리시면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신다면,
전 정말 기쁠겁니다.
1. 교육이 가르쳐야할 것.
이런 사범대학 1학년생 중간고사 레포트 같은 주제로 1장을 시작하게 된것이, 몹시 부끄럽기 그지 없습니다.
교육이 가르쳐야할 것들은 사실 각 학과목별로 상이한데다가 원론적인 문제이니 만큼 정답들이 많이 주어져 있다는것, 그리고 우리나라는 1개의 정답 외에는 나머지는 대충 오답처리하는 관행이 있기 때문에 다들 그 정답을 벗어나기 힘들다는 점 등을 들어, 잘 언급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굳이 말을 꺼내는 이유는, 게임과 교육이라는 주제에 반드시 필요한 논의였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이곳에서 명확하게 정의를 내려야만합니다. 우선 "교육" 부터 시작합시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지금 "교육" 이라는 단어를 "초/중등 교육"이라고 받아들이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즉 초,중,고등학교 교육을 말하는 것입니다. 사실 최근의 "교육"이라는 단어는 미국식 교육 만능주의에 힘입어 직업 교육 및 평생 교육을 포괄하고 있습니다만, 좁은 의미로 "초, 중, 고등학교 교육" 그것도 "특성화가 아닌 일반 인문계" 교육만을 아주 좁게 잡겠습니다.
그럼 이 교육이 가르쳐야할 것은 무엇이겠습니까? 범위가 줄어든만큼 대답은 더 간단해집니다.
원론적으로는, "스스로 공부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하는" 것, 그리고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능력을 함양" 하는 것이 그 시절 교육의 목표입니다.
이런 대답은 누구든지 할 수 있고, 그럴듯하고 멋지다는 장점과 함께 쟁쟁한 외국 이름 선배님의 후광을 잔뜩 받아서 삐까 뻔쩍하게 빛낼 수 있다는 장점까지 있습니다. 이 대답은 여러모로 최고지만, 우리는 아쉽게도 더 점수가 높은 정답을 알고 있습니다.
정해진 룰안에서 경쟁하는 법, 그리고 그 경쟁에서 이기고 지는 법을 가르치는것. 이 바로 우리 교육의 목표가 아니었던가 싶습니다.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이것이 옳은 목표였는지, 그른 목표였는지를 가리는것은 별로 중요치가 않습니다. 사실은 늘 그렇듯 그냥 그 자리에 있을뿐이니까요. 이걸 움직이는 것은 또다른 문제입니다. 다만 저런 사실이 있다면, 우리는 일단 저게 있다는걸 인식하고 넘어가는게 중요합니다. 제가 교육 바닥에서 굴러먹으며 본것은, 저것이 다인데, 다른 분들은 어떨지 모르겠네요.
동의하시는 분은, 더 읽으시면 됩니다. 동의 못하신다면 3으로 그냥 넘어가주세요.
2. 교육이 가르치는 것들에 방해되는 것들.
위에서 언급한것을 그대로 끌고와서 "정해진 룰안에서 경쟁하고, 이기고 지는 법" 을 가르치는 교육은 처참하리만큼 야생적이지만 그런 만큼 원색적입니다. 더 해서 더욱 확고한 그 보상, 즉 이긴자에게 모든 권리를 몰아주고 그 권리에 어떠한 의문도 갖지 않는 것. 그것까지 포함하면 교육이 가르치는 것들에 방해되는 것들을 쉽게 정의 할 수 있습니다.
모든 것입니다.
정말 모든 것입니다. 다만, 그 모든 것들에는 순위가 메겨집니다. 예를 들면 밥먹는 시간은 확실히 싸움에서 뒤쳐지게 만들고, 패배의 요인이 됩니다. 하지만 그 시간은 필수적이고, 또 모든 사람이 다한다고 보기에 좀 덜 나쁜게 됩니다.
하지만 덜 필수적인것, 혹은 심지어 "나쁜 영향을 끼치" 거나 "공부 안하는 애들" 집단의 행동과 유사한 행동으로 분류된것은.... 아주 방해되는 것들로 분류되는거죠.
그럼 이 논의의 중심이 되고 있는 '게임' 은 어떤가 살펴보겠습니다.
1) 게임은 학습에 필수적인가?
정답은, 아닙니다. 게임은 학습에 도움이 될수 있습니다.
제가 세미나를 자주 참석하는 편인데, 핀란드 헬싱키에 있는 어떤 교장선생님께서는 자랑스럽게 아이들이 수업시간에 컴퓨터 게임을 하는 모습을 보여주시면서, 저들은 지금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라고 하시더군요. 교보제로 사용될 수 있을 정도로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반증이 아닐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