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게발대에서도 자주 보는 글들중 하나가 게임 제작자를 꿈꾸거나 게임 제작자들이 직접 구상하는 아이디어들입니다.
혹은 현재 게임들의 문제점이나 여러 시스템들에 대해서도 평가하죠.
그런데 게발대 글들을 유심히 보다보면 대부분이 '하드 게이머'위주라는 겁니다.
뭐 잘못된건 아니죠. 애초에 '라이트 게이머'는 TIG자체를 모릅니다!
그러다보니 자연히 어느정도 수준의 게이머들이 모여서 글을 쓰게 되고, 그러다보니 시점이 그쪽으로 편향되는점도 있습니다.
인정할건 인정합시다. 객관적으로 TIG의 대중적 인지도는 게임메카나 인벤, 루리웹보다 떨어집니다. 굳이 비교한다면 베타겜정도의 인지도랄까요?
그러다보니 하드게이머가 '왜 이렇게 못해?'라고 물으면 개발자는 '할수 있지만 위에서 막아.'라고 답하며 결국 의견일치를 보이는 하드게이머와 개발자는 '결국 윗사람이 바보 ㅋㅋ'로 합의보며 끝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문제는 그 '윗사람'이 없다보니 그 '윗사람'이 '왜 이건 이렇게 못하는가?'에 대한 해명이 없다는거죠. 기껏해야 '돈이 않되니까'인데... 그 자세한 이유를 설명해주지 않으니 '모험심이 없다.'며 까입니다.
사실 개발자는 본인 스스로가 하드 게이머이며(국내 유명 개발자들의 이력좀 살펴보면 보통 울티마 1세대(1,2,3)에서 2세대(4,5,6)쯤 됩니다. 콘솔경력도 최소가 파판4부터 시작해왔죠.) 때문에 하드 게이머들과 생각하는게 비슷합니다. 결국 현재 이슈를 뿌리는 게임들을 보더라도 '참신함'은 찾아볼수 없으며 그저 '그래픽만 좋아진' 게임이라며 비판하게 되죠.(게다가 실제로도 게임사에서 그래픽 디자이너를 프로그래머보다 더 우대한다며 불평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경영자 입장에 들어서면 달라지게 됩니다. 경영자에게 중요한건 '돈'이며, 이 '돈'을 벌기위한 오만가지 이론과 기술로 무장한게 경영자들입니다. 그리고 그들은 현 시장을 제대로 파악하며 모험을 하더라도 그 모험이 '할만한 모험'인지 '의미없는 뻘짓'인지를 제대로 파악하고 움직입니다.
사실 국내 인기작인 서든이나 아이온, 메이플, 던파, 카트등만 보더라도 하드게이머 입장에선 까고까고 또 까고 아주 가루를 아원자 단위까지 분해해서 깔정도로 허술한 게임들입니다. 참신함이나 신선함은 없으며, 지루한 노가다의 반복일뿐이죠.
그러나 시장 자체를 놓고 본다면 제대로된 시장에 제대로된 고객을 잡아 제대로된 이미지를 심어주었기에 위의 인기작들이 흥행을 유지하는겁니다.
해외로 눈을 돌리더라도, 사실 세계 굴지의 1위 온라인 게임인 와우도 하드게이머 입장에선 '에버퀘스트+다옥'의 마이너 카피에 불과합니다. 그런가 하면 패키지 1위인 심즈는 '대체 뭐하는지도 모르는 그저 확장팩 장사나 해먹는 사골국'입니다. 그런데 그들이 결국 시장의 주인이 되죠.
이런 차이가 보이는 이유는 경영자는 개발자의 시선이 아닌 마케터의 시선으로 게임을 보기 때문입니다. 그러기에 저는 마케터의 입장을 한번 정리해보고, 이에 대해 현재의 문제점들에 마케터의 시선을 너어보면 어떨까를 한번 제안해볼까 합니다.
1. 마케팅? 마케터?
마케터란 마케팅 담장자를 말합니다. 그럼 마케팅은 무엇일까요? 단순히 '광고'라고만 생각하신다면 그건 전근대시절의 마케팅일뿐입니다. 아니 마케팅을 모르고 쓰는 경우죠.
마케팅이란 시장을 뜻하는 'Market'에 현재진행형 'ing'를 붙여 '시장을 설계하고 관리한다.'는 의미로 정의된 신조어입니다.(경제학에서 볼때 마케팅은 20세기에나 등장하는 굉장히 역사가 짧은 신조어입니다.)
마케팅이라는 새로운 분야가 등장하게 된 계기는 '시장의 변화'가 이루어졌기 때문입니다. 이는 엘빈 토플러의 그 유명한 스테디셀러 '제 3의 물결'을 읽어보시면 쉽게 이해되실텐데요. 그냥 어려운책 굳이 보지 않더라도 필요한 부분만 뽑아내자면, 제 2의 물결인 '산업 혁명'이 구축한 시장이 '제 3의 물결'인 '정보화 혁명'으로 전환되면서 시장구조 자체가 바뀌게 되고, 이에 적응하기 위해 새롭게 정의한 개념이 마케팅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내용은 간단합니다. 산업시대의 시장은 생산자 중심의 시장이었습니다. 생산량은 많아졌으나 시장자체가 제한된 공간에 제한된 규모로 존재했습니다. 정보소통 역시 아직은 낮은 수준이라 결국 생산자 -> 소비자의 구조가 여전히 유지되고 있었죠.
이를 쉽게 설명하자면 생산자가 주도하는 시장이 바로 산업시대의 시장입니다.
하지만 정보화 혁명이 정보소통의 지리적 시간적 제약을 없앴으며, 어디에나 시장이 존재할수 있게 되었고,(인터넷 쇼핑몰을 생각하면 편합니다. 집에서 인터넷으로 옥션이나 지마켓에 접속한 순간 시장은 내집의 컴퓨터안에서 존재하는 셈입니다.) 이에 따라 생산자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덕택에 소비자는 '존재하는 모든 생산자'의 생산물들을 비교해가며 선택적으로 고를수 있게 되었습니다.
역시 이를 쉽게 설명하자면 정보화 시대는 소비자가 주도하는 시장으로 바뀌게 된 것이죠.
이에 따라 생산자는 단지 '값싸고 질좋은 제품'만을 만드는건 아무 도움도 되지 않게 됩니다. 가격비교가 자유로워진 이상 어디서나 값싸고 질좋은 제품은 넘쳐나게 되었고, 너무 넘치다보니 왠만한 인지도로는 소비자가 미처 고려하기도 전에 다른 더 좋은 인지도의 제품이 선택되어 버리는 비극이 이루어지게 됩니다. 네이버에서 보시면 TLT라는 웹툰이 있는데, 이 웹툰이 이런 내용을 잘 설명해주고 있으니 한번 보셔도 좋으실겁니다.
결국 마케팅이란 소비자에게 팔릴만한 제품을 만들어 팔자라는 취지하에 생겨났으며, 그러기위해 STP라는 개념을 형성하고 4P와 4C를 구축하게 되죠. 앞의 STP나 4P, 4C는 이 글에선 별로 중요한게 아니니 그냥 무시하세요. 궁금하시면 간단한 검색으로 상세한 내용을 보실수 있으실겁니다.
결론적으로 마케터에게 중요한건 '돈이 될만한 제품'이며, 이 '돈이 될만한 제품'이란 결국'팔릴만한 제품'이 되는겁니다.
2. 제작자의 시선, 마케터의 시선.
그런 이제 게임얘기로 들어와볼까요? 어느 게임회사의 제작자와 마케터가 서울 중심부의 모PC방에 가게 되었습니다. 이 둘은 자기 업무에 굉장히 충실한 이들입니다. 이들은 PC방에서 어떤명을 볼까요?
우선 제작자는 PC방에 설치된 게임을 봅니다. 새로운 게임이나 이슈가 되는 인기게임들을 플레이 하죠. 그리고 그 게임을 분석합니다. 결국 제작자는 게임을 봅니다.
하지만 마케터는 다릅니다. 마케터는 해당 PC방에서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을 봅니다. 남자인지 여자인지 대략적인 나이대는 어떤지... 그리고 그들이 하는 게임을 보죠. 게임 내용은 둘째입니다. 뭣보다 우선 보는건 '어떤 사람들이 어떤 게임을 더 많이 하는가'입니다. 왜냐하면 그걸 보아야지 그 사람들이 원하는 게임을 분석할 수가 있기 때문이죠. 그러면 자신들의 게임이 그중 어떤 계층의 유저에게 호응될지를 알수 있게 되고, 이를 토대로 마케팅전략을 수립하게 됩니다.
사실 단지 1등게임을 만드는게 마케터의 목적이 아닙니다. 마케터는 '돈이 되는 게임'을 만드는게 목적이죠. 한마디로 1등이 아닌 꼴찌를 하더라도 그게 수익을 낸다면 마케터는 성공한걸로 취급합니다. 최초? 최대? 최고? 다 필요없습니다. 중요한건 '이걸 만들어 유지하는데 얼마가 들고, 이걸 하는 유저를 얼마까지 확보 가능하며, 수익은 얼마까지 기대할수 있는가.'입니다. 단지 인기게임을 따라하는게 아니고, 설령 비인기 게임이라 할지라도 그 게임의 선호유저층이 어느정도 수익을 보장해준다면 진행할 수 있습니다. 다만 그 선호 유저층이 수익을 보장할수 없다면 그건 제아무리 인기게임이라도 망겜이죠. (100억을 들여 99억을 번다면? 당연히 실패죠. 하지만 100만원을 들여 200만원을 번다면 매우 큰 성공이라 할 수 있습니다. 마케터는 이걸 보는거죠.)
설령 아저씨들이나 좋아할 게임이라도(리니지1), 설령 꼬꼬마들이나 좋아할 게임이라도(메이플 스토리), 설령 여자애들이나 좋아할 게임이라도(오디션) 그게 시장만 충분히 된다면 얼마든지 개발할 가치가 있는 프로젝트 입니다.
하지만 시장 자체가 위험한 상황이라면 섣불리 진행하기가 힘들죠.(대표적인게 오타쿠 시장.... 호불호가 극심히 갈리며, 한국의 경우에는 특히나 불법복제 및 프리썹, 불법 개조성향이 짙은관계로 기피시장이기도 합니다.)
매니아 시장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특히 하드 게이머는 마케터 입장에선 1종 기피대상이기도 한데요(물론 대놓고 말하지는 않습니다. 지스타같은데서 '여러분 저도 여러분같은 겜폐인이예요~'하는말은 믿지 마세요.(특히 홍보담당자라면...) 겜폐인은 특정 게임의 폐인이 아닌이상(와빠나 엔빠같은) 그냥 모든게임을 아우르는 게임 폐인이라면 고려대상 밖입니다.)
이는 하드 게이머일수록 더 좋은 게임이 나오면 금세 게임을 옮교가며 눈이 높아서 웬만한 시스템이나 컨텐츠는 그냥 순식간에 소화해버리고 지겨워 합니다. 이들을 공략하기엔 투자비용대비 수익이 너무 떨어집니다.
하지만 라이트 게이머는 다르죠. 대체로 게임을 자주하지는 않지만 일단 어느정도는 플레이 하는데다가, 시스템이나 컨텐츠에 대해서도 웬만한 수준이면 불만없이 느긋하게 소진합니다. 괜치 서든이나 카트같은것에 몇년씩 매달리는게 아닙니다.
아이온의 경우는 완전한 와우 카피이지만 그안에 커스터 마이징을 굉장히 세분화 하였죠. 왜 그랬냐고요? 바로 여성유저때문입니다. 앞서도 말했듯이 패키지 1위는 심즈입니다. 그리고 이 심즈는 세계 굴지의 '여성유저 1등'게임이죠. 왜 그럴까요? 바로 심즈의 아기자기한 소꿉놀이와 인형놀이같은 게임스타일 때문입니다. 위에서 언급한 오디션도 사실 게임 자체(리듬게임이죠.)보다는 그 커스터마이징때문에 여성유저의 골수를 빨아먹는거죠.(실 사례좀 들자면 제가 아는 어떤 여성분은 매달 오디션 코스츔 구매에 월급의 1/10을 소비하십니다. 20대 후반 직장 여성의 평균 월급을 한번 생각해보세요...^^)
그렇게 여성유저를 확보하니 그 여성유저따라 남성유저가 오게 되고 ,결국 국내 한정이지만 아이온이 와우를 압도하게 된거죠.(대부분의 여자는 게임할때 스펙 않따집니다. 이뻐? 않이뻐?를 따지죠. 물론 그 이뻐 않이뻐의 기준은 주관적이기에 단지 그래픽만 좋아선 않되고, 커스터마이징의 자율성이 받쳐줘야 합니다. 제가 예전에 같이 와우즐기던 여자친구(애인 아닙니다. 친구입니다.^^)는 캐릭터 메이킹에 30분을 소비하더군요. 저요? 전 3분만에 완료....ㅋㅋ 아 그친구 나중에 아이온도 같이하게 됐는데, 여기선 무려 2시간......ㅡ.ㅡ;;)
마케터는 이런걸 봅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게 참신할까?'가 아니라 '그게 돈이 될까?'를 본다는거죠.
작업장, VPN, 현거래, 아이디어... 모든걸 따질때도 예상 비용과 예상 수익을 예측하고 비교하며 사고실험을 통해 자체 검증도 하고 실 적용후에도 모니터링을 통해 검증해가며 '수익'을 판단합니다.
뭐 아이디어와 참신함을 배재한다는게 아닙니다.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온다면 그게 어떻게 돈이 될건지. 그리고 그걸 어떻게 검증할건지를 따져본다는 겁니다. 그다음에 STP를 정하고, 4P와 4C를 맞추어서 제작에서 출시까지를 진행하는겁니다.
당연하지만 현재의 벤처 사장들은 대부분 마케팅을 중요시합니다. 현재의 정보화 시대를 잘 파악하고 있기 때문이죠. 괜히 서든이나 아이온이 이해못할 성공을 거두는게 아닙니다. 마케터의 시선으로 본다면 그것이 당연한 결과이고, 더불어 우리가 망겜이라 생각하는 중하위권의 수많은 게임들도 서비스기간이 5년이상이라면 사실 그건 망겜이 아닙니다.(돈이 되니까 서비스 유지하는거고, 돈이된다는건 초반에 계획했던 마케팅이 성공했다는 얘기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