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반대항 축구 대회가 열려서 축구를 하는 것과 비슷하네요.
반대항 축구 대회는 축구를 가장 잘하는 반이 어디일까를 꼽는게 명목이고 실질적으론 반 학우들과의 친목 도모 혹은 학년 전체의 건전한 경쟁이 목표입니다.
하지만 학년 내에 열댓반의 팀 중에 그 대회에서 조기에 탈락해버리고 싶은 팀은 한 팀도 없을겁니다. 왜냐면 일단은 축구 대회이고 거기에서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영광인 승리 혹은 우승을 쟁취하고 싶어하니 말이죠. 그래서 보통은 팀 내에서 포지션을 설정한 다음 각자 자신이 잘하는 분야를 맡고 그 포지션에서 뜁니다.
그런데 만약 축구 자체의 즐거움, 즉 볼을 다루는 즐거움이 승리의 가치보다 더욱 우선시 하는 학우가 선발 명단에 포함되어 수비수임에도 불구하고 최전방에서 활동한다면 어떨까요?
기본적으로 경쟁에선 승리가 목표입니다. 그것이 인생의 일이든, 컴퓨터 속에 게임이든 말이죠. 이건 두말할 것도 없어요. 효율주의가 팽배하게 된 이유도 이때문이라고 봅니다. 가장 최단 시간 안에 최고의 효율을 이끌어내서 목표를 쟁취합니다. 하지만 그 반대의 경우도 볼 수 있지요. 단순히 게임 플레이가 즐거워 플레이 하는 유저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유저의 경우 자의적으로 승리를 배척한다기 보다 승리가 안중에 없습니다. 한마디로 자신의 플레이, 즉 과정을 즐기는 유저이지요. 승리는 거기에 따라오는 결과일 뿐입니다. 물론 패배도 마찬가지지요.
이 둘은 충돌이 잦을 수밖에 없습니다. 서로의 목표 의식이 상이하기 때문이죠. 하지만 서로에게 지켜주어야 할 것이 있습니다. 그 중 하나가 위에서 말한 포지션입니다. 리그오브레전드로 빗대어 설명을 해도 마찬가지입니다. 서로의 포지션을 지키고 암묵적으로 포지션에 요구하는 최소한의 롤 ( 축구로 말하자면 공격수는 공격, 수비수는 수비 ) 를 지켜줘야 하죠.
예를 들자면 현 최고의 브루져 중 하나인 트란디미어를 픽한다면 나머지 팀원은 ‘날카롭게 진입한다음 상대방의 AP 누커를 썰어버리겠군!‘ 이라고 생각하고 거기에 맞는 나머지 포지션에 해당하는 챔피언을 픽합니다.
그런데 웬걸? 트란디미어가 자신에게 맞는 AD 아이템을 가지 않고 워모그나 선파이어같은 아이템을 구매하면 팀원들의 생각이 어떨까요? 물론 트란디미어가 AP템을 가는 것보단 효율적이기에 이를 트롤링이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 ( 개인적으로 가장 비효율적인 플레이를 트롤링으로 생각합니다 ) 하지만 이는 분명 트란디미어에게 요구하는 롤과는 사뭇 다르죠. 따라서 팀원은 당연히 블레임을 하기 마련입니다.
이건 모두가 마찬가지입니다.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PVP게임, 그것도 팀 게임에서는 팀원이 합이 맞아서 적을 이기는 것을 선호하지, 팀원 한명이 아군을 유린하는 것을 원하지 않습니다. 유린하는 쪽이 자의든 아니든 말이죠. 만약 자신이 유린하는 쪽인 것 같다 라고 생각되시면 그러한 빌미를 만들지 않으면 됩니다.
사실 모로 가도 서울로 가면 된다고 이기기만 하면 블레임하는 일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이기면 일단 경쟁의 목표를 성립하기 때문이죠. 하지만 저런 상황에서 패배하게 된다면 자신이 못해서 패배했다고 생각하기보다 이상하게 플레이를 한 사람 때문에 패배했다고 생각하기 마련이거든요.
물론 최소한의 롤을 지키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거기에는 댓가가 따르죠. 리그오브레전드의 경우 블레임, 심하면 레포트와 같군요. 저는 이것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경쟁이 주, 경쟁하라고 만들어 놓은 게임에서 효율성이란 것은 불가분의 관계입니다.
트란디미어로 데미지를 높여주는 아이템을 갔으나 자신의 미숙한 컨트롤ㅡ좋지 않은 진입 타이밍과 타겟팅ㅡ로 인해 한타 싸움을 져서 게임에서 졌다, 하면 그것은 심한 블레임 감이 아닙니다. 그저 못했기 때문이죠. 이것에 관해서는 옹호를 합니다. 하지만 트란디미어로 체력을 높여주는 아이템을 갔으나 탱킹도 하지 않고 딜링을 하여서 모자란 딜링으로 인해 한타 싸움을 져서 게임에서 졌다, 하면 이것은 블레임 감입니다. 최소한의 롤 조차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지요.
이것까지 옹호하시는 분을 보면 정말 할 말이 없습니다. 아주 최소한의 것 조차도 알아보려는 노력을 안한 것이거나 자신이 하고 싶은 것만 하려는 매우 이기적인 행동이거든요. 마치 축구에서 자기편 골대에 공을 넣고는 너 왜 그러냐 라고 비난받으면 공놀이 하는데 어디에 넣든 그게 무슨 상관이야 라고 말하는 것과 비슷한 뉘앙스입니다. 어떤 것이든 경쟁한다면 최소는 지켜줘야죠.
마지막으로 그래도 모르겠다 하시는 분들이 리그오브레전드를 하시게 된다면 AI의 적과 싸우는 코옵 모드와 노말 게임만 하시는 것을 권합니다. 게임을 하는데 있어 최소한의 롤을 지키는 것은, 손발이 붙어있는 것이 아니라 자기가 어떤 것을 플레이하고 있는가를 알며 그것에 맞게 플레이 하는 것입니다. 컨트롤이 미숙하거나 흐린 상황 판단은 그 이후의 문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