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입니다. 논쟁이 엉뚱한 방향으로 흐르는거 같아서 용어에 대한 정의를 명확히 해야겠네요. 여기서 말하는 '소비자' 란 '부분유료화과금정책을 채택하고 있는 컨텐츠을 이용하면서 유료아이템을 구매하고자 의사를 결정하는 사람'으로 제한합니다. 왜냐하면 소비는 그 행태에 따라 하위수준이 존재하는데 소비자를 단순히 물자를 소비하는 사람이라는 광의(廣意)로 보게 되면 수준의 구별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이하의 토론활동이 전혀 무가치해집니다. 이 부분을 정의하지 않은 제 실수를 너그러이 용서하시길......
이 또한 예를 드리자면, 한정된 시간에 저녁을 먹을지 영화를 볼지 선택하는 수준이 가장 상위수준(제1수준). 저녁을 먹을것인데 식당에 갈지 요리를 해먹을지(제2수준), 요리를 할것인데 카레를 할지 미역국을 끓일지(제3수준), 카레를 할 것인데 당근만 넣을지 감자도 넣을지(제4수준), 감자를 살것인데 마트에서 살지 시장에서 살지 결정하는 것이 지금 논의하는 제5수준입니다.
따라서, 감자의 효용가치를 알 수 없으므로(5수준) 카레를 먹지 않겠다.(제3수준) 와 같은 논의는 무의미한 것임을 미리 말씀드리고자, '안사면 그만 = 게임 안하면 그만' 이라는 발언은 자제해달라는 당부를 드렸습니다. 이와는 별도로 게임내에서 유료아이템을 반드시 사야할 만큼 효용가치가 있는것이냐(감자 경우에 제4수준에 해당됩니다.) 또한 별도의 주제로 논의되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이 글은 단순히 구매를 결정한 소비자가 게임 내 유료아이템을 구매하는 행위는 결정과정상 불합리하므로 kino2film님이 말씀하시는 소비자의 문제제기는 합리적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과정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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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닉네임이 직접 거론될 kino2film님 미리 죄송하다고 말씀을 드립니다.
라그2 론칭 소식에 정보나 보고자 들어왔다가 우연찮게 게이머 발언대를 찾게 되어 지난 논쟁을 쭈욱 둘러보던 중에 눈에띄는 토론이 몇개 있더군요. 특히 kino2film님이 작년에 적은 글들 중 '소비자입장에서의 부분유료화 정책은 불합리하다' 라는 내용의 글을 보고 신선한 충격을 얻었습니다. 여태껏 합리적 소비생활을 하고 있다고 나름 자부하고 살았지만, 부분유료화아이템에 대한 경제학적 고찰은 해본적이 없었거든요. 그것에 대해서 첨언을 좀 하려다가 너무 지난 논쟁이고 뉴비주제에 다시 불을 붙이는 것이 큰 실례가 될 것 같아서 눈팅만 하고 있었습니다만, 최근 부분유료화를 두고 또 다른 논쟁이 발생하는듯 해서 저도 입을 좀 열어보려고 합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아이템 부분유료화정책이 합리적이냐 비합리적이냐는 애초에 논쟁거리도 못된다는 생각입니다. 왜냐하면 kino2film님이 지적하셨다시피 아이템 자체가 게임에 종속되어있기 때문입니다. 이 말이 별 것 아닌듯 하지만 굉장히 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게임을 떠나서 쉽게 예를 들자면 한 소비자가 저녁 카레요리에 필요한 감자를 한 개 구입할 때, 이를 동네앞 편의점에서 살것인지, 시장에서 구입할것인지, 마트에서 구입할것인지 아니면 산지에서 택배를 받아서 구입할 것인지 선택하게 됩니다. 산출근거는 소비자 마다 조금씩 다르겠지만, 적어도 사안의 시급성, 구매과정에 소요되는 비용 및 시간, 편리성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감자의 개당 단가가 산출되고 소비자는 자신이 합리적이라고 생각되는 방법을 통해 감자를 구입할 것입니다.
이를 마케팅론에서는 구매의사결정과정이라고 하며 5단계로 나누어 구분함으로써 소비자의 합리적 소비수단을 분석하고 있습니다. 위에서 카레용 감자를 사는 것을 예로 들자면
1. 카레에 감자가 필요해 - 문제인식 과정(Problem Recognition)
2. 감자의 판매처는? -정보탐색(Information Search)
3. 어디서 사는게 효율적일까? -대안의평가(Evaluation of Alternatives)
4. 저녁때 요리할것이니 시장으로 가야겠다. -구매의사결정(Purchase Decision)
5. 역시 시장에서 사길 잘했어 - 구매후행동(Post-Purchase Behavior)
의 5단계로 나누어지고 대부분의 합리적인 소비자는 각 단계의 예시에 따라 결정과정을 거치며 최종 구매를 선택하게 됩니다.
반면 게임내 유료 아이템의 경우 구매의사결정과정의 3단계가 없습니다. 즉, 대안의평가에 있어서 평가를 할 대안이 존재하지 않으므로 결론적으로 이것이 적절한 가격인지 부적절한 가격인지 산출을 해 낼 수가 없고, 2단계를 거쳐 3단계를 생략하고 바로 4단계의 구매의사 결정과정으로 넘어가는 것입니다. 따라서 '가장 높은 가치와 가장 낮은 기회비용인 상품을 선택'하는것을 합리적소비로 정의하고 있는 현 경제학에서는 당연히 유료 아이템의 구입 행위는 위의 결정과정이 무시되는 불합리한 소비가 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불합리한 체계(3단계를 생략)를 거쳐 구매하도록 강요(?)하고 있는 현 과금체계는 소비자 입장에서 당연히 불만사항이 되어야 하는 것이 맞고, kino2film님은 이를 제대로 지적하고 계신것입니다. 물론 개발자 입장에서야 못마땅할수도 있겠지만, kino2film님의 주장이 틀렸다고 반박하려면 무료게임 내 유료아이템의 구매의사결정과정이 합리적이라는 증거를 제시하시면 됩니다. 제발 '안사면 그만'과 같은 엉뚱한 말들은 좀 자제해주시구요.
그렇다면, 소비자입장에서 위의 아이템 구매행위가 효율적인지 판단하도록 만드는 방법이 있을까요? 제반 조건이 충족될 경우 산출은 가능합니다. 게임 내 아이템 또는 아이템과 유사한 가치를 지닌 다른 아이템이 게임 화폐로 얼마에 거래되는 지, 그리고 게임 화폐가 단위금액당 실제화폐로 얼마의 가치를 지니는지 알면 간접적으로 가격을 매길 수 있습니다. 예컨데 500원짜리 M-16이 있고, 비슷한 성능을 가진 AK47이 게임 내에서 1,000 게임머니에 거래되며, 1게임머니당 1원의 가격으로 현금거래가 되고 있다면 M-16의 실제 가치는 1,000원정도의 효용가치를 지니므로 소비자는 합리적으로 구매를 하게 될 것입니다. 다만 앞서 말한 제반조건이라는 것이 걸리는데요, 제반조건을 나열하자면 1. 최소한 2개이상의 동일효용성을 지닌 재화가 존재해야하고, 2. 그것이 실제 거래되어야 하며, 3. 게임내 화폐는 반드시 실제화폐와 대치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 말뜻은 부분유료화과금정책을 통해 아이템을 판매하는 행위를 찬성하면서 게임내 아이템 및 화폐를 현금거래하는 것은 반대하는 사람들의 말은 결국 모순이라는 의미입니다. 즉, 소비자는 무의식간에 합리적 소비를 위한 의사결정을 하기 위해 현금거래라는 대체수단을 찾고 있는 것이고, 이런 소비자의 욕구를 이용하기 위해 나온 정책이 부분과금 정책입니다. 따라서 소비자로서 주장하건데, 부분과금정책의 정당성을 설파하려면 게임내 아이템의 현금거래 또한 당연히 허가 되어야 하는 것이 마땅하구요. 현금거래가 부당하다면 부분과금정책 또한 불합리하다는 것을 인정하셔야 하는 겁니다. 따라서 kino2film의 주장에 반대하시는 개발자(?)분들은 이 부분에 대한 논리부터 정립을 하셔야 할 것으로 생각되네요.
결론적으로 kino2film의 주장은 소비자로서 응당 제기할 수 있는 지극히 합리적인 문제이고, 그 해결과정에 대해 논의가 되었으면 되었지, 주장자체가 비판받거나 무시당하는것은 부당하다고 생각하구요. 특히 부분과금정책을 찬성하면서 아이템 현금거래를 반대하시는 분들께서는 한번쯤 자신의 의견을 다시 생각해 보시기 바라는 의미에서 이렇게 장문의 글을 남깁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