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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솔은 죽지 않는다. KNDM 03-19 조회 28,247 공감 3 59

안녕하세요. 또 글 씁니다.

이하 존칭 생략하겠습니다.

 

얼마 전에 XL게임즈의 송재경 대표께서 하신 말씀이 화제가 됐다.

"콘솔게임은 죽었다."이게 요약인데, 아무래도 이것으로 그를 까는 분위기는 쉽게 사그러들 것 같지 않다.

 

개인적으로는 콘솔 망할 일 절대 없다고 본다.

왜? 거기에는 다음과 같은 근거가 있다.

 

 

1. 터치 기반 인터페이스의 모바일 기기에서는 죽어도 주기 힘든 것.

인류의 10대 발명품을 뽑으라면 나는 주저없이 게임 컨트롤러를 뽑겠다. 이 신묘한 물건은 어찌된 것인지 쥐어주기만 해도 게임 안에서 일어나는 대부분의 일들을 수행할 수가 있다.

 

게다가 볼록하게 솟아오른 십자키와 버튼을 어루만지고 있노라면 어느새 컨트롤러와 내가 한 몸이 된 듯, 게임 속 세상과 내가 물리적인 레이어를 가지고 있다는 걸 망각한 지경에까지 이른

다.

과거 피쳐폰에 제공되던 액션 알피지 게임들은 키패드로 조작을 수행했다. 버튼이 꾹꾹 눌리는 그 맛도 참 잊기가 힘든 것 중에 하나다.

 

그런데 요즘 그런 액션 알피지위 스마트폰 컨버젼 판을 해보고 있노라면 어지간히 병맛이 돋는 게 아니다.

 

화면에 가상 십자키을 띄워 놓기는 했지만 조금만 몰입하려 들면 내 손가락은 십자키의 범위를 벗어나기 일쑤요, 다시 자리를 잡는다 해도 금새 이탈해버린다.

 

뒤집어서 말하자면 요즘의 모바일 게임들에는 조작성 측면에서 매우 큰 약점이 있다. 다양한 조작을 수행할 수도 없도, 수행한다고 쳐도 물리적인 컨트롤러에 한참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생각해보자. 인피니티 블레이드가 왜 그런 인터페이스를 채택했는지. 걔네들이 설마 가상 십자키 하나 못 만들어서 게임을 그렇게 만들었을까?)

 

그렇다보니 게임이 조금만 복잡해 지면 터치 기반의 모바일 인터페이스로는 도저히 감당이 안 된다. 특히나 빠른 움직임을 요하는 액션 등의 장르에서는 작은 조작미스가 성패를 가르는데 그런 측면에서 터치 기반 인터페이스의 단점은 아주 치명적이다.

 

그렇다보니 스피드와 마이크로 컨트롤을 동시에 요구하는 장르의 게임들의 컨트롤이 점점 단순해 질 수 밖에 없다.(나쁘다는 건 아니고.) 결과적으로는 무미건조하게 화면이나 탭탭하면서 놀아야 한다는 소리다. 이게 정말 우리가 생각하는 '게임'이 맞나?

 

 

2. 모바일 게임의 진짜 라이벌은 누굴까.

 

나날이 발전하고 있는 스마트폰의 하드웨어 스펙, 그리고 기술적인 측면에 있어서 콘솔 싸다구를 싸감아 갈길 수 있는 수준까지 올라온 모바일 게임의 진짜 라이벌은 누굴까? 콘솔 게임? 아니다. 이러한 게임들의 라이벌은 휴대용 게임기.

 

콕 찝어서 얘기하자면 닌텐도 계열이다.

 

PSP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이 기계를 통해 출시되는 게임들의 특징을 알고 있을 것이다. PSP로 발매되는 게임들은 사실상 과거 플스1이나 새턴으로 발매되던 게임들과 볼륨 상으로 큰 차이가 없다. 특히나 플레이스테이션 시리즈의 조작계를 답습하고 있다보니, 플스1이나 플스2에서 돌아가던 게임들은 키 조작 몇 개만 손보면 별 문제없이 이식할 수가 있다.

 

그런데 NDSL은 사정이 좀 다르다. NDSL이 왜 그렇게 떠버렸는지 아는 사람들은 다 알 것이다. 뇌 단련 시리즈 야기는 집어치우고 하드웨어만 가지고 얘기해보자. 떠오르는 게 있을 거다. 그렇다. 바로 터치팬을 이용한 직관적 인터페이스를 졸라 빠르게 도입했다는 거다.

 

단일 화면 해상도는 PSP 반토막 정도밖에 안 되는 놈이 어떻게 여러모로 PSP에게 쌍싸다구를 날렸을까 생각해보면 답은 그것밖에 안 나온다.

 

터치 인터페이스가 장착되고 나서 얻은 수확 중 하나라면 게이머의 저변을 확대했다는 것이다. 터치펜만 휘두르면 게임을 할 수 있게 되다보니 애고 어른이고 할 것 없이 아주 빠르게 게임에 적응해갔다. 그리고 그건 명확하게 기기 판매량이라는 팩트로 PSP의 복부에다 저승길 급행 열차표를 꽂아줬던 것이다.

 

근데 한가지, 얘네가 간과한 게 있다.

 

주구장창 펜으로 긋고 찍고 그리던 애들이 그 행동 자체에 질렸을 때 어디로 갈 것인가.
답은 뻔하다.

 

그 단계에서 점점 게임에 대한 흥미가 식어가든가(애초에 코어 게이머가 아니었던 사람들), 아니면 좀 더 나은(뇌를 자극할 정도로 약간 더 복잡한)게임을 찾아서 여행을 떠날 것이다. 그런데 NDS의 소프트 라인업은 그런 게임들과는 거리가 매우 멀다.

 

그리고 게임을 조금 더 할 생각이 들었다고 해도 다시 찾는 것은 NDS가 아니라 스마트폰일 뿐이다. 물론 전통적으로 패키지 게임을 제작해 온 NDS 서드 파티들이 만든 게임보다 깊이가 약간 더 얕다고 해도, 어차피 코어 게이머가 아니었던 사람들에게는 그것이 호재로 작용할 뿐 불안요소가 되지 않는다.

 

오히려 패키지 하나에 몇 만원을 호가하는 NDS보다, 아무리 비싸봐야 보통 5 달러를 넘지 않는 모바일 게임이 더 메리트가 있음은 말할 필요도 없다.

 

게다가 NDS는 감히 넘보지도 못할 '네트워크' 기능까지 겸비한 이 새로운 기기는 NDS보다 더 직관적인 인터페이스를 앞세우고 필요없는 부분은 과감히 날려버린 쿨한 게임성으로 라이트 게이머를 공략할 것이다.

 

그러나 PSP(및 PS VITA)의 경우는 약간 얘기가 다르다. 이건 '전통적인 개념의 게임'을 하기 위해 만들어진 기기이고, 다소 고집이 세기는 하지만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을 배제한다는 측면에서 라이트 게이머에서 코어 게이머로 진화하기를 원하는 유저들에게 알맞은 기기가 될 것이다.

 

 

3. 온라인 게임과 콘솔 게임은 서로 나와바리가 달라도 너무 다르다.

 

온라인 게임은 그 가치를 뭘로 포장하든 간에 사람들끼리 부대끼는 데에 그 재미가 있다.
나는 커뮤니케이션 말고 다른 가치를 찾는다고? 그럼 온라인 게임에는 안 맞는 사람이니 콘솔 게임이나 알아 보시라.

(여기서 말하는 커뮤니케이션은 단순한 수다를 의미하는 것이 아님. 어떤 방식으로든 불특정 다수와 관계를 맺고 그 안에서 내 위치가 정해지는, 그런 일련의 과정을 말함)

 

콘솔에는 콘솔의 맛이 있고, 온라인에는 온라인의 맛이 있을지니, 이 둘은 절대로 상대방이 가진 핵심 재미를 전달할 수가 없다.(콜옵 싱글의 연출을 멀티 플레이어에서 줄 수 없듯.)

 

콘솔 게임의 경우 플레이어를 중심으로 하나의 이야기가 전개되어 플레이어의 마음 속이나 게임 안에서 모든 이야기가 하나의 결론으로 귀결되는 반면, 온라인 게임에서는 내가 아무리 결론을 짓고 싶어도 그렇게 할 수가 없다. 오로지 플레이어에게 허락된 결론은 '이 게임을 계속하느냐, 접느냐.'정도의 선택지일 뿐이다.

 

WOW의 흥행 이래, 수많은 콘솔 팬들이 온라인 게임에 뭔가 '콘솔스러운' 장대한 서사시를 요구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기억을 되새겨보라. WOW의 모든 퀘스트를 다 수행하는 것이 WOW의 엔드 컨텐츠 이던가?

 

아니다. WOW의 엔드 컨텐츠는 40명의 공격대가 함께 즐기는 겁나 빡센 레이드다.(이렇듯 WOW도 온라인 게임이라는 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결국 WOW가 전달할 수 있는 가장 자극적이고 명료한 가치는 퀘스트의 완성도에 있는 것이 아니다. 결과적으로는 '누군가와 함께' 무언가를 해결하기를 가장 힘있게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얘기를 돌려서. 이번에는 콘솔게임의 예를 들어보자. 콘솔 게임의 템포는 온라인 게임보다 훨~씬 느리다.(독자들이 학교 친구와 누가 빨리 깨는지 내기만 하지 않았다면.) 그렇다보니 내가 하고 싶을 때, 원하는 시간만큼만 이야기 속의 영웅이 될 수 있다.

 

콘솔 게임에는 레이드 참가하라고 문자를 보내는 공대장 형도 없을 뿐더러, 골드를 달라고 보채는 학교 친구도 없다. 그 자체가 플레이어를 위한 완벽하고 조용하고 참을성 있는 세계인 것이다. 그리고 플레이어는 그런 흐름에 따라 조금씩 야금야금 게임의 참 재미를 음미하며 게임을 플레이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모든 이야기가 자신의 안에서 한 갈래로 합쳐지고 그 흐름에 대해 이해했을 때야말로 진짜 '클리어'하게 되는 것이다. 마치 명상을 하듯이!(물론 명상을 하듯 게임을 한 적은 필자에게도 없다.)

 

그런데 이런 고즈넉한 세계를 대신할 수 있는 게 있다고? 글쎄, 하려면 한가지만 잘 하라고 하지 않았는가. 아마도 그런 시도를 하는 게임은 죽도 밥도 안 될 듯 싶다.

 

결국 WOW도 레이드를 택했듯이, 플랫폼의 차이가 가져오는 본질적인 밑간을 무시하고서는 제대로 된 음식이 나오기 어려울 것이다...(WOW 빠른 렙업을 위해 퀘스트 동선도 수 차례 손봤다.)

 

결론

1. 콘솔 게임 안 죽는다. 근데 닌텐도는 좀 걱정ㅋ

2. 온라인과 콘솔 게임은 줄 수 있는 가치가 천지차이다. 그래픽 퀄리티가 비슷하다고 그 감동이 나오는 건 아니라니까.

3. 즉, 온라인이나 소셜, 스마트폰 게임 때문에 콘솔이 죽을 것이라는 것은 쥐가 고양이 생각해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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