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친구 덕분에 이틀 동안 여마법사를 플레이 해 본 유저입니다. 이 글은 '스토리'부분에서의 디아블로3를 평가한 글이며, 다른 캐릭터는 플레이하지 못했기 때문에 내용이 객관적이지 못할 수 있습니다. 이 부분은 양해 부탁드립니다.
# 캐릭터는 성장해야 한다. 하지만 디아블로3 여마법사는 그러지 못했다.
* 잠깐 옛날 이야기
디아블로3를 재미있게 플레이 했습니다. 아이템 파밍 이외에 롱런 요소가 전혀 보이질 않아서 걱정이 되지만... 파밍 때문에 잘 될겁니다. (잘 되야 할텐데)
디아블로2가 잘나갔던 이유는 당시에 '그런 게임이 없었던' 이유도 있지만 '다른 사람들이 많이 하니까' 나도 했던 이유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저도 솔직히 말해서 디아블로2를 스토리 보고 한게 아니라(더 솔직히 말하자면 그냥 디아블로 나쁜놈이니까 때려잡음) 맨날 학교에 가면 이야기의 화제는 항상 디아블로2였기 때문에 한거죠. 맨날 내가 조던링을 먹었네 어쨌네 시폭을 당했네 어쨌네...
게임성이 좋든 나쁘던 간에 '사람들이 많이 하는 게임'이 되는 것은 중요합니다. PC방 가면 같이 놀아야 하니까요. 초등학생들이 왜 메이플을 시작할까요? 친구들이 하니까 그냥 나도 하는 겁니다. (반농담)
* 그리고 오늘 새벽
'노말'을 깼습니다.
이 상황에서
'님 디아블로3 재미있게 했나요?' 라고 물어본다면 저는 '네! 재미있었어요!' 라고 대답합니다. 뻥 안치고 재미 있었어요.
그런데 '계속 하실꺼에요?'라고 물어본다면 '음... 애들 하는거 보구요?'라고 대답 할래요...
* 그럼 이제 하고 싶은 말
스토리 부분만 이야기 해볼께요.
캐릭터는 성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르게 표현하자면 캐릭터의 성격은 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구체적으로 표현하자면 자신의 과거(콤플렉스)를 극복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서 겁쟁이 치히로는 돼지가 되어버린 부모님을 원래대로 되돌리기 위해서 온천알바를 하고 매트릭스의 네오는 오라클의 조언만 졸졸 쫒아다니다가 끝내는 자기 자신이 '선택'을 하게 되며, 에반게리온의 찌-질이 신지는 아빠한테 관심받기 위해 에바에 탔다가 나중에는 스스로에게 '축하해!'라는 말을 할 수가 있었죠. (만화에서는 다른 사람들이 말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내면에서 성장한 자기 자신에게 던지는 가장 큰 칭찬이죠.)
등장인물들은 당연히 실패하고 좌절해야 합니다. 극중에서 그러지 않았다면 과거에라도 그랬어야 합니다. 그리고 끊임없이 자기 자신에게 '왜?'를 갈구하며, 극중에서는 과거를 극복해 나가면서 '왜'에 대한 해답을 찾아야 합니다.
그렇지 못하면 세계가 멸망 위기여도 이야기는 밋밋해 집니다.
저에게는 여마법사 이야기가 그랬습니다.
여마법사는 '그러다가 죽으면 어떻해요!' 라는 NPC에게 '하하 예언에 따르면 오늘은 제가 죽을날이 아니에요' 하고 코웃음을 치고, 온갖 뒤통수를 치는 디아블로에게 쩔쩔매는 대천사가 '헐 님의 운명은 내게는 보이지 않음' 이라고 하자 'ㅋ 그렇다면 내가 디아블로 때려잡을 최후의 희망임' 하고 레알 '아무 문제 없었다는듯이' 때려 잡습니다.
마치 그것들 조차도 모두 자신의 운명인것처럼 말이죠.
* 이랬으면 좋았을텐데
하다못해 중간에 일이 돌아가는 꼴을 의심스러워 하는 동료에게 잠시나마 버림받고, 뒤통수 뙇 쳐맞을 때 '아... 그때 동료 말 들을껄 ㅠㅠ' 하고 후회하던지... (그때 동료가 뙇 나타나서 '내가 이럴줄 알았지!' 하고 츤츤 거리면서 주인공 도와주고)
디아블로 반피 까였을때 이뭐 갑자기 두려움을 극복해 나가는 곳에 툭 떨어져서 디아블로 그림자나 때려 잡을게 아니라, 갑자기 장면이 평화로운 세상으로 바뀐 후에 '어... 내가 뭔가 할 일이 있었던거 같은데'하고 '그냥 평화를 만끽' or '디아블로 때려잡기'에서 고민이라도 하던지...
너무 당연하다는 듯이 주인공이 움직이는 거 같아서 불만이었습니다.
* 그래서 제가 보는 디아3의 주인공은
우리 불쌍한 흑형 티리엘입니다. 하다 못해 확장팩이 나오면 티리엘을 이야기의 변수로 넣어줬으면 좋겠습니다. 흑흑... 제가 볼 땐 임페리우스가 될 것 같기도 하지만...
스토리는 확장팩을 기대중입니다. 2번에 걸쳐서 나온다던데, 부디 충격과 공포를 심어주기를...
예를들면 이런거 \ //www.inven.co.kr/board/powerbbs.php?come_idx=2742&l=130
...농담입니다.
& 별개로 스토리 관련 좋았던 점
- 걸어가면서 대화 나누는 퀘스트 목적 전달 방식
& 별개로 스토리 관련 나빳던 점
- 케인의 가방 (스토리 뒷이야기를 알 수 있어서 좋았지만 정말 뜬금 없는데 있고... 또 구석구석 잘 살펴야 찾아볼 수 있다는것도 짜증. 어디 있는지 알려나 주던지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