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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영전 / 게임의 아이덴티티를 망가트리는 패치 Azoth 06-20 조회 27,631 공감 5 19

게이머 발언대는 사실 잘 안오는데

포풍까임에 대한 무서움을 무릅쓰고 와서 글을 쓰는건

다른게 아니라 너무 안타까워서 입니다.


저는 원래 온라인 게임은 잘 안하는 게이머입니다.

그래도 옛날에는 몇가지 하긴 했었지만요.


온라인 게임 (특히 MMORPG) 을 안하게 된 이유라면,

무한 스펙 경쟁구도, 현금결제 유도 (캐쉬 구입 강제), 게이머들의 의식 부족

운영진의 미흡한 대처 (매크로답변, 불성실한 태도) 등등... 많습니다.


전 맘편히 적당한 가격으로 패키지/콘솔게임 하나 사서 뽕뽑고 되팔고 하는게 더 낫더군요.

아무튼 이 얘기가 중요한게 아니라...


제가 말하려고 하는건 '패치' 에 대해서 입니다.


끝물 게임이라 관심 가지는 분들이 계실지 모르지만 <마영전> 을 대부분 아실거라 생각합니다.

여름에는 시즌2 대규모 패치 준비하고 있고, 최근에는 리부트 패치+점핑캐릭터 이벤트 정도네요.


문제는... 예고되었던 밸런스 패치 중 일부가 19일자로 테스트 서버에 먼저 공개 됐습니다.

패치는 대부분 납득하기 어려운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었는데, 그 중 큼직한거 몇 가지만 적어보겠습니다.


- 일부 SP스킬 사용 시, 동일한 스킬을 사용할 수 있을 때까지 재사용 대기시간이 필요하게 됩니다.


스킬 쿨타임이 생긴게 왜 납득하기 어렵냐고 할 수 있습니다.

아이온이나 WOW 같은 게임엔 당연스럽게 적용되어 있는 시스템이니까요.


문제는 <마영전> 이라는 게임은 현재까지 쿨타임이란 개념 자체가 없었습니다.

기본 전투의 틀은 완벽히 <진삼국무쌍> 류의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고,

그 외엔 SP 게이지라는 캐릭터 고유 스킬을 사용하기 위한 시스템만 존재했을 뿐이죠.

SP만 채우면 언제든 적절하게 전투에서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차라리 이렇게 제약을 둘꺼면 쿨타임을 넣고 SP게이지를 없애던가, 쿨타임 패치를 하지 말았어야 합니다.

넓게 보면 전투 시스템의 한 부분을 완전히 흔들어 놓고 있는 셈이죠.

SP스킬 의존도가 꽤 높은 일부 캐릭터도 있고 해서 세세하게 들어가면 더 심각합니다.


바다와 같이 넓은 마음으로 쿨타임까진 봐줄 수 있다고 칩시다.


- 아이템 분해 기술을 추가합니다.
: 아이템을 분해하면 정령석 제작에 필요한 아이템을 얻을 수 있습니다.

- 정령 합성으로 아이템에 능력치를 부여할 수 있습니다.

: 정령 합성을 하면 아이템 능력치 중 한 가지를 임의적으로 높여주지만, 확률적으로 낮아질 수도 있습니다.


대략 설명 드리면, '정령석' 을 이용해 아이템에 스탯을 추가하는 시스템인데

스탯 하나하나가 중요한 <마영전> 에서 말도 안되는 시스템이라 보여집니다.


현재 <마영전> 은 예전 컨트롤 게임이라는 이미지는 온데간데 없고,

그저 컨은 없이 닥돌하는 고강,방딸,고스펙 유저들의 놀이터로 변한지 오래입니다.

이 얘기까지 하자면 사흘 밤낮으로 레포트를 써도 모자랄 것 같으니 다시 돌아오자면


안그래도 고강,방딸 덕분에 공제방¹ 이 범람하여

스펙 안되는 서민들은 메인스토리를 완료 하기도 힘든 상황인데

정령석의 등장으로 인해 스펙딸, 공제방을 더더욱 부추기는 꼴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끝이 아닙니다.


티티의 랜덤박스 시스템
- 랜덤 아이템을 오픈할 수 있는 티티의 랜덤박스 시스템을 추가합니다.

링크


<마비노기> 를 해보셨다면 '키트' 를, 아니 그보다 <던파> 의 '항아리' 를 떠올리시면 됩니다.

네... 역시 명불허전 넥슨 게임이죠.


<마영전> 내 컨텐츠들이 '도박성' 이 많은게 사실입니다.


강화부터 시작해서 원래 클베 당시에는 실패하지 않았던 인챈트...

어느새 실패를 막아주는 '인챈트의 룬' 까지 생겨 있더군요.

강화는 룬 없냐구요? 당연히 있죠. 강화 실패시 막아주는 '강화의 룬' 요.


<라그나로크>의 카드첩, 오파, 오보처럼 인챈트를 랜덤하게 주는 브린의 인챈트 상자와 금뼈다귀...

고스펙의 장비 제작을 위한 키 아이템의 저조한 드랍율...


세세하게 쓰진 않았지만 정말 불법 사행성 게임이라고 신고 해도 될 정도입니다.

근데 여기에 또다시 추가 되었습니다. 도박게임이 따로 없군요.


서론과 잡다한 이야기가 많았는데, 아무튼 제가 하고 싶은 말은...

게임 개발 당시의 아이덴티티를 망가트리는 패치를 하지 않았으면 한다는 겁니다.

물론 어려운거 압니다. 게임 수익도 고려해야 하고 유저들 발목도 붙잡아야 한다는 걸요.


그런데 그 전에 한번 더 생각해보면 수익이 나려면 유저들이 있어야 합니다.

유저들은 얼토당토 않은 '사내에서 만족할만한 내용의 패치' 는 바라지 않습니다.


하지만 유저들이 커뮤니티에서 울부짖고 리포트를 보내고 커뮤니케이션 하려고 해도

콧방귀도 안뀌고 스스로 망가트리고 있는 거지요.


전 <마영전> 을 XE서버에서 즐기고 있습니다. 편하고 좋긴 한데 찝찝합니다.

이유가 뭘까 고민해보니 다른 RPG에서 느끼는 학살의 느낌을 받았다고 해야할까요?


원래 <마영전> 은 피튀기며 힘겹게 보스몬스터 잡는 재미가 쏠쏠했다고 생각합니다.

클베때 치프틴 해머에 맞아가며 가슴 졸이며 클리어 했을때가 정말 좋았죠.


지금은? 아닙니다.


레이드 보스여도 그냥 고강 무기 들고 고배율 스매시 대충 날리면 픽픽 쓰러집니다.

이 또한 과거에 있었던 아이덴티티를 무시한 패치로 만들어진 결과물이겠지요.

근시안적인 해결방법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걸 누군가는 깨달았으면 좋겠습니다.


있는 유저 쥐어짤 생각 하지 말고, 좀 똑똑하게 떠난 유저들 되돌아올 방법을 생각하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졸린 상태에서 써서 두서가 없네요. 그냥 접기 전 한풀이 정도로 너그럽게 봐주세요.


넥슨 게임 하지 말고, 그냥 디아3나 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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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공격력 제한 방' 의 약자. 고스펙 유저들이 모여 빠르게 클리어 하고자 생겨난 암묵적인 룰.

방제에 '13k 14k' 식으로 숫자가 붙는데, 이는 각 직업별 공격력/마법공격력을 의미함.


COOL: 5 BAD: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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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zoth | Lv.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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