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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한 유저들의 몇가지 오해 나르메 08-30 조회 19,097 73

저는 올해 서른 중반, 게임은 중2 때부터 즐겼으니까 20년정도 즐긴 셈이네요.

 

제가 했던 게임은 주로 일본 PC 게임이였구요.

 

대작게임이라고 해봤자 대항해시대 , 은하영웅전설, 삼국지 시리즈 정도였던 시절이였죠.

 

그때는 그냥 게임 나오면 친구들한테 밥사고 책가방 들어주면서 무조건 얻어서 했었습니다.

 

지금처럼 하도 게임이 많이 나와서 시간은 한정되어있는데 할 게임은 많아서 골라서 효율적으로 즐겨야 할 입장은 아니였죠.

 

그렇지만 정작 할만한 게임은 없다 하면 할말은 없지만 제가 한참 게임을 즐길때에 비하면

사치라는거죠^^

 

요즘에는 게임에 대한 인식도 나름 좋아지고 콘솔게임기 하나 못사줄정도로 귀한 하드웨어가 아니라서 게임 좀 좋아한다 하면 집에서 한대씩 있거나 아니면 최소한 컴퓨터 한대씩은 있어서 게임을 많이 즐기지 않나 싶네요.

 

그래서 예전에 비해서 게임을 하는 유저들이 게임 비평하는 수준은 꽤 높아졌다고 생각 합니다.

 

캐릭터 간의 밸런스 문제 뿐만 아니라 스토리의 부재나 컨텐츠의 부재도 많이 지적하고 특히나 국산 온라인 게임은 국내에서 나오지도 않은 해외 게임이나 패키지에 비교하기도 하고 게다가 경제 시스템 불만 뿐만 아니라 개선 방안도 제시하거나 스킬의 히트 판정을 프레임 단위로 재어 공유하기도 하며 버그 한번 나기라도 하면 금새 퍼져나가 긴급 대응하지 않으면 게임자체가 무너질 정도이기도 합니다.

 

심지어는 과하다 싶을때는 평가와 비평에서 비난과 불만으로 옮겨가기도 하고요.

요즘 게임 유저들은 장르 구분하지 않고 포지티브(긍정적) 반응보다 네거티브(부정적) 반응으로 평가가 많더군요.

(특히나 국내 온라인게임에서는 더욱 냉정하게 평가히지 않나라고 생각듭니다.)

 

제가 만든 게임이 아니지만 개발자인 저의 입장으로써는 '이건 이게 아닌데...' 라고 말해주고 싶은 부분도 많았습니다.

 

그래서 게임유저들이 가장 많이 쏟아내는 불만 몇가지에게는 오해가 있는 부분이 있어 이 자리를 빌어 조금만 변명해 보고자 합니다.

 

첫번째. 국내 온라인 게임은 신선하지 않고 다 평범하다?

 

이건 어느 게임회사고 프로젝트 시작하면서 서버가 문 닫을때까지 기획자들이 아이큐가 50이하가 아닌이상 분명히 고민하는 부분이라고 확실히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그런데도 왜 다 그 게임이 그 게임이냐고 물으신다면 저는 이렇게 대답하겠습니다.

 

'익숙한 것 만큼 매력적인 것도 없다'라고요.

 

MMORPG하면 무엇이 생각 나시나요?

레벨시스템, 일정한 공간의 사냥터, 장비와 스킬, 보스 레이드, 펫, 파티, PVP는 이미 공식화 되었고 기본적으로 떠올리는 시스템으로써 해당 유저층을 끌어들일 수단으로써 포기할 수 없는 부분입니다.

레벨을 없애고 장비를 없애고 스킬을 없애고 다른 시스템으로 대체 하면 그 게임은 무작정 신선한 게임이라 생각하고 유저들이 몰려들까요?

반대로 명품게임임에도 불구하고 방식이 익숙하지 않아서 사람들이 안하는 게임이 은근히 많다 라고하면 억지는 아닐듯 합니다.

 

크로스 퓨전은 할 수 있을지언정 요즘같이 완성도 높은 게임들이 많이 나오는 시대에 엄청 새롭고 신성한 시도는 오히려 독이라 생각됩니다.

그렇다고 copy&paste 패턴의 게임은 만들자는 것은 아닙니다.

 

유저 스스로도 익숙하지 않음에서 오는 신선함과 익숙함에서 오는 편안함 사이에서 어느것에 분명한 기준을 두고 선택하지 못하는데 하물며 제작하는 입장에서는 볼 때는 조금 더 보장되고 안정적인 시스템으로 갈 수 밖에 없는 상황을 얘기하고 싶을 뿐입니다.

 

두번째. 국내 온라인 게임은 버그 수정따위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

 

일단 이 질문에 저는 게임 개발사 모두의 입장을 얘기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제가 몸담았던 게임회사들, 제 주위에 아는 개발자의 게임회사들을 모두 싸잡아서 듣고 본바로 얘기하자면 '절대 아닙니다'

 

요즘에는 기술이 좋아지고 피드백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어서 생각보다 버그 리포팅이 빨리 개발자에게 도착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쉽게 안고쳐지는 이유는 많겠지만 대표적으로는 알아도 재현이 불가능한 경우이거나 또는 보기에는 사소해 보여도 구조적으로 잘못된 빌딩에 의해 고치기 힘든 경우가 있겠죠.

 

또는 상위 1%의 컨텍유저들의 버그나 요청 사항일 경우 나머지 99%를 위한 일정에 밀릴 수도 있겠구요.

 

하여튼 중요한건 절대 버그에 대해서 경시하는 개발팀은 없다는 겁니다.

게임개발자(특히 프로그램팀)로써 어딜 가던 일정의 1순위는 버그수정입니다.

왜냐면 회사에서도 프로그래머의 평가는 버그가 얼마나 조금 발생했냐로 판단 되기 때문입니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프로그램팀의 일정은 50%는 개발, 35%는 버그 수정, 15%는 여유분일 정도니까요.

하지만 그 여유분 15%도 전에 개발했던 컨텐츠의 버그 수정으로 소모할때가 대부분입니다.

 

별도의 얘기지만 사실 개발자들은 자기 게임의 자유게시판 많이 들어가서 훑어봅니다.

 

셋째. 개발자들은 유저보다 더 많이 알고 있고 알아야 한다?

 

게임유저의 상위10%(하드코어 유저)는 이미 개발한 개발자보다 많이 알지는 못해도 분명히 깊이 알고 있습니다.

플레이 타임이 적어도 하루에 7,8 시간씩 투자한다면 회사내에서 가장 플레이을 많이 해본다는 QA파트원들 보다 훨씬 많이 플레이 해봤다는 것이고 그 시간차에 따른 경험 차이는 분명 게임 유저들이 높습니다.

 

이건 어쩔 수 없는 겁니다.

 

정말 지능적 차이가 없는 같은 사람이라면 4,5시간 공부 한사람보다 7,8시간 공부 한사람이 더 성적이 좋을 확률이 높으니까요.

 

그래서 유저들의 피드백은 매우 소중합니다.

개발자들은 왜 우리보다 모르냐라고 소리지르진 말아주세요.

고래고래 유저분께서 상위 10%라면 그게 당연한 거니까요.

 

넷째. 게임만 재미있다면 돈은 충분히 버니까 게임성만 보장해라?

 

반은 맞은 말이지만 반은 틀리다 생각됩니다.

동접과 순위는 나쁘지 않은 편인데 돈벌이는 잘 되진 않는 경우 실제 꽤 있습니다.

그와 반면에 마x마x라는 게임은 동접이 그리 높은 편도 아닌데 꽤 수입이 좋기로 유명하죠.

하지만 게임이 재미없는데 지를 욕심이 불끈불끈 생기는 유저도 없다고 생각하므로 반반이라 결론 낼 수 있겠네요.

 

제 불행했던 과거중에는 제가 만든 게임이 결국 돈이 안되서 어쩔 수 없이 퍼블리셔의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었고 게임의 재미를 위한 컨텐츠를 뒤로 미루고 돈이 되는 그런 컨텐츠를 한동안 개발해야하는 그런 시절도 있었습니다.

솔직히 퍼블리셔에게 미안하니까요.

우리의 가능성을 알아주고 투자 했는데 결국 원금의 반의 반도 회수도 안되니 그런거라도 군말 없이 해주는게 도리라고 생각했죠.

(그래도 도움은 안되겠지만...)

 

어째튼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일 수도 있겠지만 결국은 닭도 달걀도 소중하다라는 겁니다.

 

제가 결국 하고 싶은 말은 이겁니다.

 

한국 온라인 게임 산업이 이렇게 성장하는 배경에는 하드코어하게 즐겨주는 한국 유저들이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어느 시점에는 그런 성향때문에 유저들은 게임을 즐기는 도구가 아닌 평점을 주고 비난해야만 하는 문화로써의 게임이 되지 않길 바란다는 겁니다.

 

'게임은 그저 즐겁게 하는 것으로만 그 가치가 있으니까요.'

 

제가 드린 말 몇마디로 오해가 확 풀리고 즐겁게 게임하지는 않겠지만 조금이라도, 아주 조금이라도 좀 더 마음 편하게 게임을 즐길 수 있게 되길 바랄뿐입니다.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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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일이 답변 달아 드리고 싶지만 블소에 관한 글은 답변 달아드릴수 없습니다.

저는 제가 경험한 것 주위에 주워들은 얘기 위주로 얘기하고 싶은데 저 뿐만 아니라 제 주위에는 NC 다니는 사람이 없거든요.

 

그리고 제 글 변명 글 맞습니다.

변명 글이긴 하나 '최선을 다하지만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다'라는 얘기인데 떳떳하게 얘기하면 안될 이유가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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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르메 | Lv.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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