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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게임의 역사 : 게임속 또 다른 사회 4편 채플리스 02-09 조회 26,862 공감 16 11

 

※ 이 글은 시리즈로 기획되어 연재되고 있습니다.

1편 : /webzine/community/tboard/?n=200020&board=36




옛날이나 지금이나 셧다운제를 비롯 정부 차원의 게임산업 탄압이 이루어지고 있던 어려운 상황입니다. 게임뇌 연구라는 제목아래 게임을 하면 짐승뇌가 된다는 어처구니 없는 주장이 나올 정도로 극심한 탄압을 받고 있는 상황이고, 이제는 연 매출의 5%를 뜯어가겠다는 법안을 통과시킬려고 발악을 하고 있습니다.

때는 2012년 1월 31일 리니지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사건은 리니지 공식 홈페이지의 게시판에 글이 올라오고 나서부터 시작됩니다. 생후 40일 된 아이가 수술비가 없어 수술을 못한다며 도움을 청하는 글이었고, 이 글은 당시 게시판을 방문했던 유저들과 게시판 관리자의 눈에 띄어 큰 이슈가 됩니다. 이후 리니지를 운영하던 엔씨소프트 관계자들이 사실여부 확인을 위해 직접 이 유저를 찾아갑니다. 

아이는 구순구개열을 앓고 있었습니다. 구순구개열은 얼굴에서 나타나는 선천성 기형 증상으로 한국은 약 650~1000명당 한 명 꼴로 나타납니다. 당장 수술이 필요했으나 아이의 아버지는 방송 계통의 일용직 구직자로 사실상 실업 상태였고, 어머니는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산후조리도 제대로 받지 못한 상태에서 일을 이어나가는 형편이었습니다. 그나마도 아이를 위해 집에서 부업을 하며 수입이 더욱 줄어든 상황.

2월 13일부터 다음 아고라에 모금 서명 운동이 시작되었고, 목표 인원 500명이 하루만에 돌파하며 뜨거운 관심을 받습니다.

3월 5일 한국사회복지관 협회의 최종 심사가 이루어졌고, 다음 아고라 희망해 모금이 시작되어 1달을 예정으로한 모금이 시작한지 2시간만에 목표금액 400만원(수술비 350만원, 통원 및 검사비 50만원) 달성. 아이는 4월 18일 신촌 세브란스 병원에서 무사히 수술을 받게 됩니다.

이 일이 일어나기 2년 전에는 아이온에서 유저들의 헌혈로 산모와 아이가 생명을 구한 일도 있어, 어려웠던 게임업계에 잠깐이나마 훈훈한 미소를 지을 수 있는 소식이 되었습니다.

時は移り、所は変われど

人類の営みには何ら変わることはない

 

시간은 흐르고, 장소는 변하지만, 인류의 삶에는 무엇 하나 변할 것이 없다.

- 애니메이션 은하영웅전설 中



 

오늘의 게임 MV : 30 Seconds To Mars - Up In The Air - Gaming Tribute [50 Subs Special]

(영상 : iskadner laiavhi - //youtu.be/o_gLDQA3nrY)

 

온라인 게임의 99%는 전쟁 게임입니다.

이 속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커뮤니케이션과 사건들은 전투로 귀결되곤 합니다.

 

하지만 모든 것이 전투로 이루어지진 않습니다.

바로 오늘 다룰 사건들처럼 말이죠.

 

 

1. 마음을 나누다 : 바람의 나라 온라인게임 부부 1호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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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사진은 바람의 나라와 상관 없습니다. (마비노기 결혼식장의 모습)

출처 - //wiki.mabinogiworld.com/view/Marriage

 

현실 사회가 가장 많이 주목하는 온라인게임의 사건은 사이버 세계의 결혼이 아닐까 싶습니다.

0과 1로 이루어진 가상의 공간에서 사람들이 마음을 나누고 결혼을 한다는 것이 아이 어른을 불문하고 신기함 그 자체이기 때문이죠. 게임회사 입장에서도 유저들이 친목을 나누고 끈끈한 인간관계를 맺게 된다면 고정 유저가 늘어나는 결과를 가져오고, 고정유저가 늘어난다는 것은 게임의 수명이 늘어난다는 뜻이 되므로 인간관계의 궁극점인 '친구와 가족'은 정말 매력적인 컨텐츠가 아닐 수 없습니다.

 

요컨대 친구가 없는 A라는 게임이 있고, 나랑 같이 노는 친구들이 많은 B라는 게임있다면 사람들은 B로 가게 된다는 겁니다.

 

국가, 사회, 커뮤니티의 리더들에게 친목질은 공정한 판단력을 해치는 독이 될 수 있지만

게임 유저간의 친목질은 재미를 배가시키고 게임의 수명을 늘려준다.

 

하지만 상업적인 이유를 너머 사이버 세계의 결혼이 실제 결혼으로 발전하면 어떨까요?

1997년 바람의 나라에 한 남녀 유저가 실제로 결혼하는 일이 발생합니다.

 


※ 위 사진은 실제 사건과 관련이 없을 수 있습니다.

사진출처(2차출처) - //blog.naver.com/205smn/30045042440

 

온라인게임이란 것도 신기했던 1997년도에 게임 내 결혼 + 실제 결혼까지 나왔으니 이는 엄청난 화제가 되어 많은 사회적 관심을 받았고, 유저들의 축하와 운영자가 주는 축하아이템을 받으며 성대하게 결혼식을 마칩니다. 바람의 나라가 1996년도에 출시되어 우리나라에서는 최초의 온라인 게임인데요, 출시 1년만에 이런 경사가 생기니 대한민국 온라인게임 역사에 있어 '유저가 만든 역사 중에선 최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어쩌면 세계 최초일지도 모르겠지만 진실은 저 너머에 ^^;)

 

이 소식은 인터넷 보급이 막 시작되던 때에 나온터라 요즘 신문과 방송국 홈페이지에선 찾기 힘들고, 과거 이야기를 회상하는 몇몇 기사를 통해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지난 97년 4월, ‘바람의 나라’에서 게임 속 연인으로 만나 실제 부부의 연을 맺은 김종민 전성아 커플. 이들은 오프라인에서 만나자마자 그동안 게임 속에서 맞춰왔던 호흡을 실제로도 잘 맞출 수 있다는 것을 알아채고 결혼에 골인했다. 이후 속속 개발된 국내 온라인 머그 게임에서 만나 연인에서 부부로 발전한 커플들은 부지기수."

- [바람의 나라] 세계 5개국 동시 서비스...한국 역사 알리기 '결실' / 경향게임스

 

"지난 97년에는 바람의 나라에서 사이버 공간상의 연인으로 지내던 김종민씨와 전성아씨가 실제 결혼에 `골인, `온라인 게임 부부 1호''를 기록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 국산 온라인게임 `바람의 나라' 출시 5주년/일간스포츠

 

가상 세계의 결혼이 이처럼 성공적으로 정착하자 뒤이어 출시되는 게임들도 비슷한 사례가 나오기 시작했으며, 시스템적으로 결혼 시스템을 구축하는 게임이 늘어납니다. 영국에서도 2010년 11월 비디오 게임의 네트워크 기능을 통해 만난 커플이 실제로 결혼을 하여 영국 전역을 떠들썩하게 한 바 있습니다.

 

이런 온라인 게임의 부부를 어느 한 전문가는 "게임이 대중화 되다보니 즐기는 사람도 많아졌고 온라인 만남이 오프라인보다 부담도 적은데다, 서로의 역할이 정해져있다보니 서로의 필요성에 대해 인식하게 된다. 이러한 점들이 게임 연인을 실제 부부가 되도록 기여했다."고 분석하기도 합니다.

 

협동이 중요한 온라인게임은 자연스럽게 커뮤니티가 생깁니다. 채팅을 통해서 항상 소통이 일어나고 이를 통해 단순 아바타에 불과하던 상대가 오빠, 누나, 동생 관계로 발전합니다. 이 과정에서 온라인상의 인맥이 오프라인으로 이어지는 순간 절친이 되기도 하고 실제 결혼으로 이어지기도 한다는 것입니다.

 

그는 “게임에 대한 안 좋은 시선 때문에 이러한 만남 자체를 보는 것 같은데, 다른 동호회와 다를 게 뭔지 묻고 싶다”며, “게임 하다 젖먹이를 죽였다 등 부정적인 기사 때문에 우리 부부도 게임에 빠져 살 것이라 믿는데 게임은 우리에게 다른 취미생활과 같이 적당히 즐기는 놀이와 다름없다”고 강조했다. 

- [기획 : 게임은 보약이다⑧] 게임 덕에 우리 결혼했어요/머니투데이

 

그리곤엔터테인먼트에서 만든 씰온라인은 이 방면에서 큰 성공을 거두어 커플시스템 이용자 42,971명, 실제로 결혼한 커플 26쌍이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우기도 했고, 데브캣에서 만든 마비노기는 입양 시스템까지 넣어서 최대 6명까지 지원하는 가족 시스템을 출범시켰습니다. 비단 이런 시스템이 아니더라도 온라인 게임이라면 어딜가나 파티, 클랜 및 길드 시스템이 있어 소통과 협력의 문화가 발생하며, 시스템 지원이 없어도 만남과 소통의 문화는 다양한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게임 중독 문제가 대중화되고 있는 요즘 이러한 사이버 결혼에 대한 인식도 좋다고만은 할 수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게임이라는 공간 속에서도 소통을 하고 진실된 마음을 나눌 수 있었기 때문에 결혼이라는 선택을 하는 것입니다.

 

게임은 단지 소통의 창구이고 마음을 나누는 또 하나의 공간일 뿐 그들이 그 이상의 사랑을 나누고, 행복을 누리며 만인의 축하를 받기 위해서는 결혼을 하는 당사자들 스스로가 책임감을 갖고 노력해나가야 할 것입니다. 커플은 장난일지 모르지만 결혼은 현실이니까요. 결혼 해서도 게임이라는 소통의 창구에 지나치게 의존한다면 그 사람들은 굳이 게임이 아니더라도 불행한 생활을 보낼 것입니다.

 

참고자료

- [기획 : 게임은 보약이다⑧] 게임 덕에 우리 결혼했어요/머니투데이

- 씰 온라인 커플, 실제로 결혼식 올려/인벤

- [바람의 나라] 세계 5개국 동시 서비스...한국 역사 알리기 '결실'/경향게임스

- 국산 온라인게임 `바람의 나라' 출시 5주년/일간스포츠

- '온라인게임/결혼' 문서/리그베다 위키(구 엔하위키)

 

2. 슬픔을 나누다 :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故신마구님 추모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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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3월 4일

블리자드에서 개발하고 운영하는 월드오브워크래프트의 말퓨리온 서버 유저들 일부가 침묵에 빠집니다.

게임하느라 바빠서가 아니고, 렉걸려서 침묵한 것도 아니며, 오염된 피라는 전염병이 재발한건 더더욱 아닙니다.

 

얼마 전까지 누군가의 공대장이었고, 형 동생 하며 같이 즐겁게 게임을 하던 故 신마구님의 사망소식이 길드장을 통해 전해진 겁니다.

 

27의 젊은 나이로 남들보단 조금 늦게 시작한 월드오브워크래프트에서 고인은 낙스마라스 막공에서 우연히 만난 데나하랭님과의 인연으로 Over The Top이란 길드에 가입했고, 이후 힘든 내색 한번 없이 밝은 모습으로 길드원들과 함께 게임을 즐겨왔습니다. 레벨 80의 만랩유저로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을 만큼 좋은 아이템들을 갖고있었고, 친한 유저와 전화번호도 교환하며 누군가에게 도움을 받으면 작은거라도 하나씩 주는 참한 성격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어려운 형편을 가지고 있었을거란 생각이 전혀 들지 않을 만큼 목소리도 밝아서 동생들이 같이 게임하면서도 안좋은 생각을 해본적이 없다는군요. 그러던 어느날 고인의 게임 접속이 뜸해져 '바쁜가보다' 하던차에 전화를 해봤지만 전원이 꺼져있었고, 편지까지 보내봤지만 답장이 오지 않습니다.


"혹시 OOO님과 아는 사이신가요?"

 

결국 길드장인 데나하랭님과 길드원들은 그의 소식을 전화로 알게 되었고 그 소식은 자살이었습니다.

어렸을 때 어머니를 잃었고 아버지와 친동생마저도 이별하여 혼자 대구에서 어려운 형편으로 생활했고, 월드오브워크래프트를 시작하게 된 것은 외로움을 달래려고 시작했을거란 조심스러운 추측이 있을 뿐 '개인적인 사정으로 인해 삶을 비관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 이상의 정보는 없었습니다. 1년 전인 2008년 1월에도 안타까운 사고로 인해 故이멜렌님을 떠나보냈던 유저들은 이번에도 사랑하는 동료 유저를 떠나보내게 되어 그 슬픔이 배가 되었습니다.

 

고인의 장례식은 동창들과 친동생의 동창회에서 모은 돈으로 해결되었고, 게임 내 추모식은 Over The Top 길드 주도로 진행되어 GM(게임 운영자)들이 참석하고 게임 웹진인 인벤에서 취재를 맡아 추모식을 영상으로 만들어 헌정했습니다. 이 추모식에는 고인과 같은 게임 내 종족인 호드 세력 뿐만 아니라 적대 관계인 얼라이언스 세력의 유저들도 참석했으며, 렉으로 인해 진행이 어려울 정도로 조문객이 몰렸습니다. 뿐만아니라 똑같이 대구에 살던 한 유저는 이 소식을 듣고 슬픔에 잠겨 고인의 납골당에 찾아가 조문을 하기도 했습니다.

 

GM 주도하에 고인의 캐릭터를 환영으로 만들어 하늘로 보내는 '환영식'이란 것이 있다는데 시스템상 문제로 아쉽게 할 수 없었다네요.

 

▶◀ 다시한번 故 신마구님의 명복을 빕니다.

 

참고자료

- 말퓨리온 故 신마구님을 추모하며../인벤

 

 

 

- 5편(마지막편)에서 계속됩니다.

/webzine/community/tboard/?n=200305&board=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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