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모바일 게임 개발을 하고 있습니다.
특히나 요즘 "그게 그거", "표절", "맨날 뻔한"류의 게임이 쏟아진다는 글을 자주 보는데,
그 부분에 대한 제 생각을 올려봅니다.
편의상 경어를 생략했으며 양해 부탁 드립니다. (_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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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부터 먼저 말하자면 결국 카카오톡이라는 독과점 플랫폼 + 대형 메이저 퍼블리셔의 숟가락 + 개발사의 욕심
+돈을 대주는 벤쳐 투자자의 현실의 합작이 현재 대한민국 모바일 시장의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1. 카카오톡 독과점 플랫폼
-. 아무리 탈카카오톡 어쩌고 떠들어 대도 결국 구글 매출 Top10은 카카오톡 게임
-. 욕하는 유저가 있긴 하지만 그냥 하는 유저는 백배 더 많다.(애니팡2가 캔디크러시 사가 모작이라 떠들어도 할 사람
은 한다.)
-. 결국 그 풀을 무시 못하고 구글/애플에 떼어준 30% 매출과 남은 70%의 30% 즉 총 매출 기준 21%를 또 떼어줘야 한다.
-. 21%나 떼어주는데 당연히 카카오 플랫폼을 최대한 활용하는 쪽으로 개발하는 건 당연지사.
-. 친구 초대, 하트/클로버/열쇠는 기본, 총 51%나 되는 매출을 떼어줘야 하니 당연히 고 ARPU를 노리는 상점 정책을
쓸 수 밖에 없고, 그런류의 게임만 나올 수 밖에 없다.
-. 당연히 정액/유료 게임은 내지 않는다. 카카오톡 기반인데?
2. 대형 메이저 퍼블리셔
-. 계약금이나 MG(Minimum guarantee) 등을 빌미로 영세 개발사들을 끌어들인다.
-. CS(고객 대응), 마케팅을 할 수 없는 개발사 입장에선 영향력 있는 퍼블리셔가 필요하다.
-. 구글/애플 30%, 카카오톡 21%를 떼어준 49%에서 다시 개발사와 5:5 혹은 퍼블리셔가 6을 먹는 6:4 계약을 맺는다.
-. 이로써 개발사의 매출은 끽해야 전체 매출의 최대 24.5%
-. 쉽게 말해 천만원 벌어 봤자 245만원 가져가는 구조. 살인적인 수준의 수수료라 할 수 있다.
-. 여기에 더해 해외 판권까지 퍼블리셔가 몽땅 확보. 결국 퍼블리셔에 절대적인 지배를 받을 수 밖에 없다.
3. 개발사의 욕심
-. 대충 잘되는 게임 적당히 짜집기 해서 빠르게 쳐서 한탕하자 주의 팽배.
-. 로또를 하듯이 "하나만 걸려라" 심리.
-. 자금의 압박에서 헤어나올 수 없기에 대부분의 개발사는 게임의 깊이 보다는 자극적이고 보여지는 것에 치중
-. 그러다보니 대부분의 모바일 게임은 컨텐츠 부족에 허덕이고, 초반에 반짝 하다가도 와르르 떨어지는 구조.
-. 또 이걸 다들 알다보니 깊이 있는 게임은 더더욱 손대지 않고 퍼즐, 러닝, 보드, TCG 위주의 컨텐츠 소모
속도를 상대적으로 걱정 안해도 되는 류의 게임에 메달릴 수 밖에 없다.
-. 대형 게임사 내의 조직은 더더욱 심각, 잘되는 게임이 하나 나오면 적당히 저거 베끼라 주위 팽배
-. 아무리 기발한 아이디어를 가지고 팀이 세팅되었다 해도, "이거 돈 됨?" 한마디에 접히는 경우가 부지기수
-. 메이저 게임사에서 온라인으로 꿀빨던 경험이 모바일에서 구글/애플 30%, 카카오 21% 떼준 49% 수준을 보면
암담, 그런만큼 더욱 돈이 되는 게임을 기대. 기획? 참신? 그런거 없음 인건비 뽑으려면 그래도 초반에 돈이
나와야 하고, 돈 벌만한 게임이 최고, 요즘 TCG 보면 답 나옴. 그덕에 일러스트 외주 비용이 천정부지로 뛰었다.
4. 벤쳐 투자자
-. 벤쳐가 벤쳐(모험)를 하지 않는다.
-. 안정적인 수익 창출이 기본 명제(이건 나쁜건 아니다) 그만큼 투자를 원하는 영세 개발사는 벤쳐 투자자의
입맛에 맞는 게임을 보여줘야 한다. 투자 못받으면? 애초에 게임을 못만드니까...
-. 결국 그들의 입맛에 맞는 게임은 이미 검증된 게임류...
-. 몬스터 길들이기가 떴다 싶으면 그거 살짝 바꿔서 만든 게임이 그럴싸 하게 보이고 그들에게 투자를 한다.
-. 새로운 장르, 신개념, 참신 이런건 "모험이 너무 크다" 내지는 "검증이 안되서 판단하기 힘들다" 라는 식으로
투자를 미룬다.
-. 사실 벤쳐 투자의 심사역(투자를 결정하거나 심사하는 역할)도 쩐주(펀드에 돈을 넣은 주체)를 설득해야 하는데,
쩐주가 게임을 아는 경우가 드물다. 그들에게 참신, 새로움 떠들어 봤자 리스크만 떠 안을뿐..
그냥 "요즘 이 게임이 대박 쳤고 매출이 얼마였습니다. 그런데 xxx회사에서 이 게임과 유사하지만 더 재밌어
보이는 게임을 개발 중에 있습니다." 라고하면 쉽게 설득이 가능하고, 설사 그 회사가 망해도 책임에서
살짝 벗어나는 여지가 있다.
5. 결론
-. 상황이 이래서 만드는 사람들이 어쩔 수 없다 따위를 쓰고 싶은게 아님.
-. 결국 현재 대한민국의 모바일게임은 단순히 어느 하나의 문제가 아닌 시장환경, 투자환경, 유저플랫폼 등이
맞물린 괴물이 되어버림.
-. 물론 환경이 좀 거지 같아도, 결국 묵묵히 참신한 게임을 만드는 사람들은 있음. 다만 그사람들이 버틸 수 있는
여지가 점차 줄어드는 상황
-. 인디 게임이 아닌이상 게임을 만들기 위해선 돈이 들고 그 돈이 어디서 나오는지를 알면 쉽게 이해 가능.
-. 투자자, 대형 메이저 게임사를 설득해야만 돈이 나오는데, 그들을 설득하기 위해선 그들이 원하는 게임 내지는
설득할 수 있는 게임을 만들어야 한다.(즉 유저가 원하는 게임을 만들기가 어렵다는 것)
-. 그리고 그 게임을 지금 여러분들이 보고 있는거겠고..
-. "재미있는 게임"을 만들기 보다는 "돈이 되는 게임" 혹은 "투자를 받을 수 있는 게임" 혹은 "카카오톡에 최적화된 게임"을
만들어야만 하는 것이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