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시리즈로 연재되고 있습니다.
프롤로그 - /webzine/community/tboard/?n=216061&board=36
1편 - /webzine/community/tboard/?n=216062&board=36
2편 - /webzine/community/tboard/?n=216351&board=36
온라인게임의 역사 : 선동가들
게임을 관리하는 이 시대 수많은 선동가들의 발자취
현실에는 공무원이 있다.
게임에는 운영자가 있다.
게임을 하다가 문제가 생기거나 궁금증이 생겼을 경우
우리들이 가장 먼저 찾는 것은 바로 운영자다.
회사와 개발자들을 대변하고, 유저들의 동향을 분석하기도 하며
공지사항과 상담업무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유저와 회사를 연결한다.
오늘날 유저들이 바라보는 운영자는 거짓된 선동가 괴벨스일까?
아니면 까마득히 높은 커리어를 가진 청와대 대변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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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어가기 - 메이플스토리 매드무비 #1-Remake [Maplestory Mad Movie #1-Remake]
1. 운영의 결말 : 슬픈 피에로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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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배드 엔딩을 굉장히 싫어한다.
좋지 않게 끝나면 뒷맛이 찝찝해 오래갈뿐더러 그동안 보여준 주인공들의 노력이 헛되이 끝나버린다는 생각에 작가로서 무책임한 태도가 아닐까 생각해보곤 한다. 하지만 필자가 쓰고 있는 '온라인 게임의 역사' 시리즈는 어디까지나 실제 사건을 재구성하는 관찰자적 시점이며, 온라인게임의 세상이 배드 엔딩이라면 필자도 배드 엔딩으로 끝을 내야만 한다.
난 미래를 제시하는 전략가가 아니니까.
출처 - kT LindSAy(//www.flickr.com/photos/ktlindsay/2896276418)
저작자 표시 - 비영리 2.0 일반 ( BY-NC 2.0 CC )에 따른 사용 [# 참고링크]
사회적으로 이미 온라인게임 산업을 당당한 IT, 문화컨텐츠 산업으로 바라보고 있고, 이에 따라 게임업계 종사자들의 처우나 복지도 향상됐다. 이제 개발자가 라면만 먹고 게임을 만드는 시대는 지났다. 그러나 나아진 개발환경에 비해 온라인게임 서비스 운영환경은 10년째 제자리걸음이다.
<중략>
결국 온라인게임 서비스에 있어 핵심적인 운영이 10년째 주먹구구식으로 이루어지면서 그 피해는 유저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가고 있다. 실제로 온라인게임 유저들이 게임 운영에 강한 불만을 드러낸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 온라인게임 서비스 운영자는 90%가 비정규직
현재 온라인게임 서비스 운영분야는 파견근로를 중심으로 고용이 불안한 비정규직이 90%이상이다. 결국 파견근무, 계약직 같은 불안한 고용형태가 책임운영을 가로막고 있는 것.
- [기획취재] 온라인게임 운영자, 90% 비정규직 “소외된 노동계층”- 게임메카 보도 | 입력 2006-05-26 17:26:07
게임회사에서는 게임을 설계하고 디자인하는 기획자가 있고, 프로그래머, 그래픽 디자이너 등의 다양한 역할을 맡은 직원이 있다. 이들을 통틀어 '개발팀'이라고도 하며 이들은 회사의 수익을 좌지우지하는 핵심 멤버나 다름이 없다. 게임의 재미가 이들 손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하지만 QA(Quality Assurance) 직군과 운영 쪽 직군들도 핵심 멤버냐 하면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가장 한국적인 마인드로 보면 이렇게 된다.
기획자와 프로그래머는 1세대 개발팀만 보더라도 카이스트 출신이니 어디니 하는 명문 대학 출신들이었고, 디자이너야 그림 잘 그리는 것부터가 눈에 보이며 이와 관련하여 홍대를 비롯한 명문대도 많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게임업계가 학벌을 중요시한다는 소리는 절대로 아니다. 하지만 기획서 만들고, 어려운 프로그래밍하고, 화려한 그림을 그리는 '눈에 보이는 기술'이 없었다는 게 차별의 시작일 지도 모른다.
▲ 옆 동네 게임QA 직군도 사정은 매한가지
출처 - /webzine/news/nboard/4/?n=49718
게임이 공개된 시점부터 이미 평가를 내리기 시작하는 유저들 속에서 그만큼 개발사 내부 테스트와 검증 작업이 중요해졌다. 그 역할을 담당하는 것이 게임 QA(품질관리)다. 남들이 보기에는 딱히 코딩이나 디자인 등 직접적으로 개발하는 것도 아니고, 서비스를 하는 것도 아니라서 게임을 할 줄만 알면 누구나 가능하다고 인식되는 직군이기도 하다.
- [KGC] 게임 QA로 살아남으려면? “공부에 미쳐라” - 디스이즈게임 보도 | 2013-09-25 23:52:04
물론 QA와 게임 운영은 완전히 다른 분야다. 하지만 품질관리를 담당하는 QA부터가 '게임을 할 줄만 알면 누구나 가능한'라는 세간의 평가를 받고 있고, 게임 운영자 또한 이런 억울한 인식으로부터 자유로울 수가 없다. 한번 더 한국적인 마인드로 요약하자면. 월급적은 비정규직이 바로 게임 운영자와 게임 QA라는 소리다.
출처 - //www.hani.co.kr/arti/science/game/132993.html
웃음은 얼마가지 않았다. 하루 10시간 이상 일하면서 100만원도 안되는 돈을 받아서는 생활이 되지 않았다. 밤을 꼬박 새는 야근도 한달에 10일 이상 해야 했다. 파견직 근로자가 얼마나 처량한 신세인지 깨닫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는 ㅅ인력파견업체의 직원으로 정규직이 받는 휴일근무, 야간근무 수당을 전혀 받지 못했다. 200만~300만원 되는 정규직 월급의 절반 안되는 수준이었다. 더욱 힘든 것은 불투명한 장래였다. 시간이 갈수록 재계약하는 동료가 줄어들고 본사로 가는 이는 찾기 힘들었다. 결국 2년 계약이 끝나면 직장을 그만둘 수밖에 없다는 것을 깨닫고 올해 초 회사를 나왔다.
- 화려한 게임의 그늘밑 울고있는 ‘영자’야 - 한겨레 보도 | 2006.06.16 13:19
사실 굉장히 다루기 민감하고 조심스러운 주제다.
정보의 반은 회사 내부정보에 해당되는 사항이라 공개되지 않고 있고, 회사마다 사정이 달라 파견직을 쓸 수도, 정규직을 채용하여 쓸 수도 있다. 때문에 100% 언론 보도만 믿고 평가를 내리기는 어렵다. 회사에 따라선 정직원들처럼 동등한 대우를 받으며 일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지금까지 필자는 대부분 2006 ~ 2009년 당시의 기사를 바탕으로 작성했는데
가장 최근에 작성된 기사는 2013년 디스이즈게임의 취재자료뿐이다.
때문에 현재는 개선되었을지도 모르고 관계자가 그렇게 주장을 한다면 반박할 근거가 없다.
하지만 한가지 확실한 건 저러한 비정규직 운영자의 역사는 분명히 존재했을 거라는 점이다. 만약 현재는 개선되었다고 한다면 '그래 그때는 그랬지' 하며 웃어넘길 수도 있을지 모른다. 그러한 역사적인 기록 속에서 그동안의 게임 운영이 어떤 결과를 보여줬나는 지금부터 판단해볼 문제다. (물론 지금도 그렇다면 그건 그거 나름대로 생각해볼 문제가 된다.)
게임 운영의 역사는 현재진행형이다.
그것이 해피엔딩으로 가는 시련의 일부일지
배드 엔딩으로 가는 몰락의 과정일지는
앞으로의 게임 역사 그리고 당신의 판단에 맡겨본다.
2. 마무리 : 어느 게임의 못다 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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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게임의 역사' 시리즈를 처음 연재하기 시작했을 때 제일 먼저 올린 사진이 이것이다.
세 명의 GM과 한 명의 유저가 다정하게 게임을 하고 있는 이 장면은 스파이크걸즈라는 미소녀 온라인 족구게임에서 촬영된 것으로, 서비스 중단 직전의 모습으로 흔히들 알려져 있으나 사실은 그렇지 않다.
사진 속 주인공인 Anymore 님은 인터넷 회선 문제로 인해 혼자 다른 서버를 써야 했던 불우한 유저였는데, 그 서버는 사람이 드물었던 서버라 혼자서 AI 들과 외롭게 게임을 해야만 했다. 어느 날 이것을 안타깝게 본 GM들이 직접 나서서 같이 멀티플레이를 즐긴 것이 사진의 진실이며 실제 서비스 종료는 한참 뒤에 이루어진다.
지금까지 총 다섯 편의 '선동가들' 이야기를 보며 우리는 그들을 어떻게 평가하게 될까?
- 재미없고 더러운 현질 게임을 옹호하는 '거짓된 선동가'
- 모든 유저들이 선망하는 게임 속 '슈퍼스타'
-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며 유저를 탄압하는 '독재자'
- 유저와 게임사를 연결해주는 '유쾌한 중재자'
- 게임이라는 화려한 무대 속 보잘 것 없는 '피에로'
천의 얼굴을 지녔고 사람마다 보는 평가가 다르겠지만 필자는 이렇게 생각한다.
출처 - Kenny Louie (//www.flickr.com/photos/kwl/4472994717)
저작자 표시 2.0 일반 ( 2.0 BY CC )에 따른 사용 [# 참고링크]
- 그들은 또 하나의 '유저'였고 즐거움을 연기하는 '피에로'였다.
: 얼마 전까지는 한 명의 유저였고
: 게임회사라는 정글의 세계 속에서 가장 유저같이 일하는 사람들
: 그러나 그들의 현실은 기쁨을 연기하는 슬픈 피에로만큼이나 우울하다.
: 가끔은 사고를 치기도 하지만
: 먹는 욕만큼 누구보다도 유저의 고충을 잘 이해하는 것 또한 그들.
그들은 괴벨스도, 히틀러도, 청와대 대변인도 아니었다.
대한민국 온라인게임의 가장 어둡고 깊은 곳에서 빛을 밝히는 그들은 피에로였다고 조용히 평가해본다.
- 지금까지 '온라인게임의 역사 : 선동가들'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참고자료>
- [기획취재] 온라인게임 운영자, 90% 비정규직 “소외된 노동계층” / 게임메카 보도
- [KGC] 게임 QA로 살아남으려면? “공부에 미쳐라” / 디스이즈게임 보도
- 무조건 무노조! 게임업계에 노조가 없는 이유는? / 게임메카 보도
- 화려한 게임의 그늘밑 울고있는 ‘영자’야 / 한겨레 보도
- 스파이크걸즈 종료, 훈훈한 GM 뒤늦게 알려져 화제 / 게임포커스 보도
- 브금]스파이크걸즈 종료 마지막 모습. / 인벤 '우유주시지'님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