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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 디아블로 3 행방은 과연? 러프 01-13 조회 16,047 공감 3 16

 

 

'<디아블로 3>와 블리자드로 엮인 뒷이야기에 대한 단상'

 

저와 술을 100번 먹어본 친구들은 알고 있습니다. 제가 심각한 <디아블로> 빠돌이(?)라는 사실을 말이죠. 1996년 첫 작품이 나온 시절 마치 복음을 전파하는 전도사가 된 것마냥 게임을 한 다스씩 구입해서 나눠주고, 밥그릇을 입에다 물고 충혈된 눈으로 친구들에게 반강제로 마우스를 쥐어주던 10년 전 이야기를 나눌 때면 참으로 미쳤던 놈이라며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곤 합니다.

 

<디아블로> 당시로선 말그대로 '충격적인' 작품이었죠.

 

사실 <디아블로>게임을 아는 자만의 전유물이라고 할 수 있었던 RPG의 성역을 깬 풍운아라고 할 수 있었습니다. 클릭하면 움직이고, 클릭하면 공격하며, 클릭하면 상자를 여는 단순한 논리의 RPG였지만 <디아블로>가 탄생하기 전까진 그 누구도 시도하지 못했던 충격적인 의식의 변화이기도 했죠. 개중엔 신성한 RPG의 성역을 <디아블로>가 더럽혔다며 고지식하게 목청 높이던 사람도 있었던 걸로 기억합니다만 시대의 요구는 그들이 주장하는 신성한 성역의 경계를 점차 무너뜨려 가고 있었습니다.

 

어쨌든 <디아블로>의 출현은 액션RPG라는 새로운 장르를 창조하기에 이르렀고 지금도 국내외에서 제작되는 수많은 게임(특히 온라인게임)들이 <디아블로>를 바이블 삼아 저마다 다양한 방법으로 벤치마킹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게이머들에게나 개발업체들에게나 <디아블로 3>에 대한 기대도가 상상을 초월할 수밖에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더 이상 하나의 게임으로 빅뱅을 일으킬 만한 시대가 아닌 상황에서 <디아블로>의 등장만큼 현재의 온라인시장에 파급력을 가져올 게임은 없을 테니까 말이죠.

 

디아빠돌이(-_-;)라는 순전히 개인적인 취미에서 시작된 호기심은 후속작의 개발소식에 쏠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한번 정리해 보고자 합니다. 아는 건 백지상태에 가깝지만 한 때 부쳐 좀 삶아주고’, ‘카우방 좀 돌아줬던’ <디아블로> 팬들을 위해 지금껏 나온 각종 외신과 또 관계자들의 발언을 취합, <디아블로 3>의 개발관련소식을 게이머입장에서 간략하게 정리해 보았습니다.

 

 

 

<디아블로>의 환생

 

2년 전쯤 PC Gamer 영국(UK) 신간(9월호)을 무심코 살펴보다가 재밌는 글귀를 발견했습니다. 내용인즉슨 현재 <디아블로 3>가 개발되고 있으며 완성단계에 도달했다는 것이었죠. ‘무언의 목격자라는 이름의 칼럼인데, 게임업계에 도는 가십거리를 다루는 꼭지임에도 대부분 이 내용이 사실로 드러난다는 점에서 눈 여겨 봐오곤 했습니다.

 

물론 카더라~’ 통신을 통해 여기저기서 낭설이 쏟아져 나오기도 했지만 신뢰성 있는 매체의 이 보도는 전 세계 게이머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했습니다. 아쉽게도 오프라인 매체였던 탓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모르고 넘어가긴 했지만 말이죠.

 

사실 <디아블로 3> 2001 <디아블로 2>의 확장팩인 파괴의 군주가 발매된 해부터 이미 개발이 착수된 것으로 알려져 왔습니다. 당시 해외 구인공고란을 통해 3D 그래픽 관련 경력자와 프로그래머들을 블리자드 노스에서 조심스레 영입하고 있던 것으로 여러 구설수를 낳았죠. <워크래프트 3: 프로즌쓰론>을 파격적인 가격으로 사들인 국내유통사 손오공에서 <디아블로 3>의 우선협상권 제시를 조건으로 달았다는 이야기가 흘러 나오며 설득력을 얻기도 했구요.

 

어쨌든 PC Gamer의 보도 이후 <디아블로 3> 개발 정황은 곳곳에서 포착되기 시작합니다. 일단 2004 E3가 끝난 직후(5 28) 블리자드는 <디아블로 3>와 관련된 전세계 도메인을 확보하기 시작했습니다. 블리자드의 회사명이 페이지 전면에 노출된 디아블로 3 프랑스도메인명(www.diablo3.fr) 확보를 시작으로 비슷한 시기에 전 세계에 있는 각종 디아블로 차기작 관련 도메인 확보에 열을 올렸죠. 물론 블리자드가 직접 나서지는 않았습니다. 비벤디유니버셜이나 기타 대리업체를 통한 일련의 움직임이 포착된 것이죠.

 

해외의 유명 판타지일러스트 작가인 마이클 야지얀(Michael Yazijian)에 의해 그려진 디아블로 3 박스이미지. <디아블로 2> 확장팩인 '파괴의 군주'가 발매될 당시 제작된 것으로 최근 모 네티즌에 의해 공개돼 많은 화제를 낳은 바 있습니다.

 

그리고 2005 2월 블리자드는 자사의 개발자모집 공고문을 통해 블리자드 노스(<디아블로> 시리즈 개발, 전 콘도르스튜디오)의 리드 게임디자이너를 모집한다고 밝혔습니다. 자격요건은 적어도 하나 이상의 AAA(1) 타이틀에서 리드디자이너로 참여한 경력이 있어야 하며 롤플레잉게임 개발에도 경험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죠.

 

말 그대로 <디아블로 3> 프로젝트를 이끌 헤드를 모집한다는 이야기였습니다. 하지만 이를 달리 해석하면 인력누수의 결과를 드러내기 시작했다고 해석할 수도 있죠. TIG 인터뷰를 통해 알려진 블리자드의 한인개발자 강형원 씨도 이 시기에 노스로 입사했었습니다.

 

이후 20054월 체코공화국의 거주 중인 한 음악가가 <디아블로> 최대 팬사이트에 보낸 한 장의 이메일로 <디아블로 3> 개발사실은 거의 공식 확인되기에 이릅니다. 내용인즉 현재 오케스트라에서 <디아블로 3> 배경음악더빙이 완료됐다라는 것이었죠. 해외의 각종 매체에선 <디아블로 3>의 발표가 오늘내일이라며 촉각을 곤두세웠습니다.

 

하지만 <디아블로 3>의 개발은 20058월 전면 백지화상황을 맞이하고 맙니다. 왜냐구요? 이야기는 계속 이어집니다.

 

 

 

블리자드와 블리자드 노스의 미묘한 대립

 

계획대로라면 <디아블로 3> 2005 E3에서 발표됐어야 합니다. 늦어도 10월에 있을 블리즈컨에서 선보일 계획이었다는 것이 취재나 외신에 나온 여러 정황을 미루어 충분히 알 수 있는 내용입니다.

 

발단은 블리자드와 블리자드 노스의 트러블때문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사실 <디아블로> 시리즈를 개발해온 블리자드 노스는 공동체이긴 하지만 어바인에 위치한 블리자드 본사('노스'와 구별해 '블리자드 사우스'라고 불림)와 상당히 다른 성격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블리자드 노스는 당초 선소프트를 위해 <저스티스 리그 태스크포스>라는 게임의 포팅작업을 진행하던 콘도르(Condor)라는 이름의 개발사로 자금상의 문제 때문에 개발을 중단했던 <디아블로>를 블리자드와 함께 완성하며 최고의 명성을 누린 회사죠.

 

콘도르는 1996 2월 블리자드로 흡수된 이후 ‘블리자드 노스’라는 개발사로 사명을 변경, <디아블로>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현재 블리자드 게임의 인기의 근간이 되고 있는 배틀넷을 만들고 회사를 세계 최고의 개발사 중 하나로 끌어올린 회사이기도 합니다. 즉 <디아블로> 시리즈를 만든 대부분의 인원이 블리자드의 소속이 아니었다는 이야기입니다.

 

물론 처음부터 문제가 있었다고 볼 순 없지만 블리자드의 모회사가 하스브로에서 비벤디유니버셜로 넘어가면서부터 왠지 모를 이상기류가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구체적인 시기로 따지자면 약 2000~2001년 정도랄까요.

 

본사 측에선 자유분방하고 개성이 강한 개발자들의 집합체인 노스의 분위기를 달갑지 않게 여겼던 것으로 알려져 있었고, 노스 역시 자신들을 서자처럼 취급하는 본사를 그다지 좋게 보고 있지 않던 것으로 전해집니다. 본사에선 노스에서 진행되던 프로젝트의 퀄리티에 대해 계속 좋지 않은 평가를 내리고 있기도 했다는 것이 여러 정보통과 외신에서 언급한 내용입니다.

 

플래그쉽스튜디오를 차린 블리자드 노스 멤버들. <디아블로 1, 2> 편의 크레딧을 장식했던 인물들이기도 하죠.

 

이후 노스에선 많은 숫자의 개발자들이 하나 둘 떠나가기 시작합니다. 기폭제가 된 것은 아마 2004년 노스의 CEO였던 데이비드 브레빅과 부사장인 빌 로퍼 외 이른바 BIG 4로 불렸던 핵심개발자들이 빠져나와 플래그쉽스튜디오를 차렸던 일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개발자들이 빠져 나온 것 자체가 <디아블로 3>의 개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는지는 모를 일이지만 공교롭게도 블리자드에서 나온 대부분의 개발진 '노스' 출신이라는 공통점이 불화설을 직간접적으로 증명하고 있습니다.

 

<쓰론 오브 다크니스>를 만든 클릭엔터테인먼트, <길드워>를 만든 아레나넷, <헬게이트: 런던>을 개발 중인 플래그쉽스튜디오, 캐스트어웨이 스튜디오, 최근에 설립된 하이보리얼 게임즈 등이 '노스' 출신들이 만들 스튜디오들입니다. 이들은 대부분 <디아블로><디아블로 2>, 확장팩 등의 작업을 거쳐 <미공개 프로젝트>, <디아블로 3>를 개발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블리자드 본사에서 이탈, 독립 스튜디오를 차린 거의 유일한 곳은 현재 윤태원이사와 함께 <WOW> 프로듀서 출신인 마크 컨이 만든 '레드5 스튜디오'에 불과하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블리자드 노스에 있는 인원은 막강한 맨파워를 자랑하고 있었다는 것이 측근들의 이야기입니다. 노스에 남은 개발진들도 회사를 뛰쳐나간 인원들에 대해 적잖이 서운한 감정을 느끼고 있었고 지금껏 이어온 <디아블로 3>의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자 다짐하고 있던 상황이었죠.

 

과거 블리자드 노스의 스탭들. 이 중 한 명은 플래그쉽스튜디오에서 본 듯?

 

하지만 결국 블리자드 노스는 20058월 폐쇄됩니다. 노스에 남았던 개발자들에겐 거의 청천벽력과도 같은 소식이었습니다. 대부분의 직원들이 이 과정에서 공중 분해됐고 극소수만이 어바인에 위치한 본사에 합류, 여러 팀으로 분배됐습니다.

 

따라서 노스에서 진행되던 <디아블로 3> 프로젝트도 전면 백지화됩니다. 이 프로젝트에 관련된 인물들에게서도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지만 기사화될만한 내용은 아니었죠. 하지만 이 때의 정황과 거의 100% 맞아 떨어지는 한 루머가 KOTAKU라는 한 웹진을 통해 공개되며 많은 이야깃거리를 낳았습니다. ‘디아블로 3는 버려졌다(Diablo 3 Trashed)’라는 내용의 블리자드 전 개발진 이야기를 근거로 한 내용이었죠.

 

비밀유지계약을 했다 한들 그렇게나 많은 인원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는 상황에서 입단속이 제대로 이뤄지긴 힘들었죠. 물론 블리자드는 프로젝트의 실체와 직원이탈과 같은 이야기가 외부로 새어나가지 않게 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었습니다만어쨌든 이 프로젝트는 8월부터 어바인에 위치한 본사에서 다시 시작됩니다.

 

<디아블로 3> 프로젝트가 전면백지화되고 새롭게 시작된 사실은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엄청난 성공으로 고무된 모회사인 비벤디유니버셜의 압박이 상당부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물론 블리자드는 이런 압박에 전혀 개념치 않는 회사입니다만 <WOW> 이후 온라인게임에 대한 긍정적인 시각이 열렸다는 점만은 분명했고 완성도에 대한 압박도 훨씬 높아진 것도 분명했죠. 니힐리스틱스튜디오에서 개발이 거의 완료된 <스타크래프트: 고스트> 프로젝트를 개발사와 함께 날려버리고 스윙에잎스튜디오를 인수, 처음부터 게임을 다시 개발한 사례만 봐도 잘 알 수 있는 내용입니다.

 

어쨌든 블리자드에서는 내부적으로 2006 E3 <디아블로 3>를 발표하기 위해 고분분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사실 2001 ECTS에서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를 발표한 이후 신작 발표가 전무했다는 점도 압박으로 작용하고 있죠.

 

일련의 모든 과정에 대한 이야기는 순수하게 '게이머' 입장에서 수집하고 정리한 내용입니다. 추측이 틀릴 가능성도 있겠지만 적어도 올해내 <디아블로 3>의 발표가 이뤄질 것이라는건 분명하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노스의 폐쇄로 모두들 <디아블로>가 이전의 모습을 찾을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 많은 걱정들을 하지만 블리자드가 그렇게 녹록한 회사는 아니죠. 게임이란 한 사람의 힘으로 개발되는 것이 아닌, 단체의 결과물이고 블리자드의 게임은 회사 설립부터 이어져온 ‘분위기’가 퀄리티를 결정해온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죠. 그래서 더욱 기대됩니다. <디아블로 3>가 몰고 올 ‘여파’가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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