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TIG 퍼스트룩] 무난함 속 빛나는 예리함, 데스 도어

톤톤 (방승언) | 2022-03-14 09:52:52

세상은 넓고 게임은 많습니다.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 15년 역사의 게임 전문지 디스이즈게임에서

어떤 게임이 맛있는지, 맛없는지 대신 찍어먹어드립니다. 밥먹고 게임만 하는 TIG 기자들이 짧고 굵고 쉽게 여러분께 전해드립니다. TIG 퍼스트룩!

 

한 해 PC 플랫폼에만 10,000여 개 게임이 쏟아지는 시대입니다. 그중 비슷해 보이는 타이틀만 해도 수십 수백 개에 이를 정도가 되었기 때문에, 특정 게임이 돋보이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 됐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많은 게임이 저마다 독특한 ‘무기’를 하나씩 장착한 채 세상에 나오고는 합니다. 그 무기란 지독하게 어려운 난이도일 수도 있고, 전에 본 적 없는 독창적 아트 스타일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가끔은 그저 무난해 보이는 게임이 대박을 냅니다. 확 두드러지는 점이 없는데도 그만큼 인기를 끈다는 것은, 거꾸로 말해 입소문을 탈 만한 매력이 숨어 있다는 얘기겠죠. 오늘 알아볼 <데스 도어> 또한 어느 한 군데 두드러지는 매력보다는 전반적인 완성도로 사랑 받은 게임입니다. 길지는 않은 플레이 동안에도 강하게 느껴진 <데스 도어>의 매력을 하나씩 이야기해보겠습니다.

 



# 귀엽고 멋있고 다 해

‘영혼수확위원회’ 소속의 주인공은 저승으로 미처 넘어오지 못한 영혼들을 거둬들이는 ‘신입 사신’이며, 까마귀입니다. 유저들은 아이소메트릭 시점으로 주인공을 조작하면서 '문' 너머의 다양한 적과 보스를 무찌르게 됩니다. 지역별로 특색을 갖춘 환경을 누비며 주어진 퍼즐을 돌파해나가는 것 또한 게임의 중요한 한 축입니다.

독특한 점 중 하나는 주인공의 외형인데, ‘의인화’가 최대한 자제되어 있고 동물 특유의 귀여움을 살린 모습입니다. 두 날개를 팔처럼 사용해 무기를 사용하기는 하지만 이를 제외하면 외형적으로 사람보다는 훨씬 새에 가깝습니다.

체형과 자세, 그리고 움직임에서 조류의 특징이 많이 드러난다는 얘깁니다. 심지어 가만히 내버려두면 새들 특유의 툭툭 끊어지는 고갯짓으로 주변을 둘러보기도 합니다. 대부분의 주요 NPC들보다 몸집이 심하게 작아 함께 있을 때면 ‘새 다움’이 더 두드러집니다.

 

날개를 팔처럼 쓸 뿐 영락없는 새의 모습

이렇게 하찮고(?) 귀여운 주인공 외관과 달리 액션의 비주얼과 속도감은 완성도가 상당히 높습니다. 주 무기에 공통으로 밝은 형광을 사용해 무기의 효과범위가 확연히 눈에 들어옵니다. 화려한 공격 이펙트는 피격 판정을 분명히 전달하는 역할을 하지만, 상황 판단을 가로막지 않을 정도로 톤을 조절해 쾌적한 전투를 돕습니다.

전형적인 듯하면서도 저마다의 특징을 자랑하는 몬스터 외형 디자인은 전투의 지루함을 줄여줄 뿐만 아니라, 적 특성을 간파하는 찰나적 추리의 재미도 더해줍니다. 달리 말하면 적 외형과 공격 패턴 사이에 직관적 연결이 잘 되어 있다는 뜻입니다. 이를테면 두꺼비형 적은 예상대로 잘 뜁니다. 앞이 아니라 뒤로 뛰어 거리를 벌릴 줄은 예상하지 못했을 뿐입니다.

 

주인공이 많이 작은 편

# 한 방 한 방이 중요

이렇듯 귀엽고 정감있는 비주얼과 달리 <데스 도어>의 유저 평가에서 가장 자주 눈에 띄는 평가는 ‘꽤 어렵다’는 것인데요, 제한된 체력, 다양한 적 유형, 그리고 수적 열세 등 요소가 난도 상승 원인으로 보입니다.

<데스 도어>는 주인공 기본 체력이 적습니다. 4칸으로 시작해 업그레이드로 6칸까지 확장할 수 있지만, 한 번만 피격되어도 한 칸이 소모됩니다. 즉, 게임 종반에 가더라도 매 전투에서 적 공격을 받아낼 수 있는 횟수가 최대 6번으로 제한됩니다. 체력 보급 포인트 간의 사이가 멀다면 6의 체력으로 두 번 이상의 전투를 치러야 할 수도 있습니다.

이렇듯 피격당할 여력이 별로 없는 반면, 적의 유형은 다양하고, 그만큼 패턴도 여러 가지입니다. 초반에만 해도 알 수 있는 사실인데, 느린 속도의 추적 발사체를 날리는 타입, 피격 시 경직을 무시한 채 짧게 전진하며 타격하는 유형, 주변을 휩쓸며 천천히 다가오는 유형 등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이들 하나하나를 따로 상대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회피(구르기)의 무적 판정이 무척 너그러우면서 재사용 대기시간이 짧은 덕분입니다. 그러나 레벨 디자인 상으로는 종종 가혹해지는데, 까다로운 적 유형이 뒤섞여 한 번에 등장하면 도망 다니며 잠깐의 공격 기회를 노리기에 바쁩니다. 구르기의 회피 성능이 강하게 설정된 이유를 깨달을 수 있습니다.

 

둘 이상의 적 유형이 섞이면 집중이 필요해진다

 

 

# ‘정통’에 가까운 액션 어드벤처, 그러나 지루하지 않다

 

<데스 도어>의 전체적인 설계는 정통 액션 어드벤처에 가깝습니다. 무기 획득이나 능력치 업그레이드 등으로 진척도를 쌓으며, 월드를 탐방하며 비밀을 찾고, 하나의 이야기를 선형으로 따라가며 확인하는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이런 ‘전통적’ 액션 어드벤처의 단점으로 근래 많이 언급되는 것은, 바로 지루함을 느끼는 유저가 많아졌다는 사실인데요, <데스 도어>는 이런 단점 완화를 위해 크게 두 가지 방법을 썼습니다. 첫째는 효율적인 이야기 전달, 둘째는 전투/탐험의 호흡 조절입니다.

 

먼저 집약적이고 단순한 스토리텔링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주인공은 처음부터 ‘실무’에 투입되어서 핵심 사건에 맞닥뜨린 뒤, 상대해야 할 주요 적들에 대해 브리핑을 받고, 바로 본 여정을 시작합니다. 무슨 일을, 어떻게, 왜 해야 하는지 처음 30여 분 이내에 모두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전체 그림을 이해하느라 진이 빠지는 경험은 하지 않아도 됩니다.

 

둘째로 전투와 퍼즐 패턴의 빠른 전환으로 지루함을 줄이고 있습니다. 전투와 길 찾기(퍼즐) 콘텐츠를 번갈아 배치하는 구조는 액션 어드벤처 장르에서 흔한 것이죠. 다만 <데스 도어>의 경우 적 종류와 탐험 환경을 되도록 짧은 주기로 변주하고 전환하면서 유저가 익숙한 것을 반복하기보다는 새로운 것에 적응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안배하고 있습니다. 

 


 

# 정리

 

<데스 도어>는 이미 명성이 자자한 인디 타이틀입니다. 그러나 전투의 쾌적한 조작감과 알맞은 속도감, 주인공의 여정에 관심을 기울이게 하는 사소한 연출 디테일 등은 직접 플레이를 즐겨보기 전에는 쉽게 알아채기 힘든 것들입니다. 매력적 캐릭터, 박진감 있는 전투, 눈과 귀를 사로잡는 미려한 그래픽·음향 등 액션 어드벤처 게임의 ‘기본기’를 중시하는 유저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 추천 포인트

1. 속도감 있고 흥미로운 전투

2. 다양한 적과 보스

3. 매력적 NPC

4. 정갈한 그래픽과 음향

 

▶ 비추 포인트

1. 다소 전형적인 게임 메카닉

2. 가끔 너무 쉬운 퍼즐

 

▶ 정보

장르: 액션 어드벤처

개발: Acid Nerve

가격: 22,000 원

한국어 지원: O

플랫폼: PC, Xbox One, Xbox 시리즈 S/X, PS4, PS5, 닌텐도 스위치

 

▶ 한 줄 평

사실 까마귀가 귀여워서 했습니다

 

전체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