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리뷰] 데스티니 빛의 저편: 절반의 실패, 절반의 성공

사랑해요4 (김승주) | 2020-12-01 10: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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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티니> 시리즈의 일부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 애증의 그 이름 '데스티니'

<데스티니> 시리즈는 올해로 6살이 된 대표적인 장수 게임 프랜차이즈 중 하나다. 인지도가 적은 국내에서는 크게 와 닿지 않는 말이겠지만, <데스티니>  시리즈는 첫 작품부터 많은 관심을 끌어 모으며 당당히 번지 소프트웨어의 대표작이 된 게임이다.
 
특히, 1인칭 슈팅과 RPG가 혼합된 게임을 통칭하는 '루트 슈터' 장르에서는 경쟁자가 없는 절대적인 입지를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유비소프트의 <더 디비전>이나 바이오웨어의 <앤썸>이 <데스티니> 에 도전장을 내밀었으나, <데스티니>를 밀어내진 못했다.

이번 확장팩인 <데스티니: 빛의 저편>은 출시 전부터 많은 기대를 모았다. 첫 작품인 <데스티니>는 2014년에 발매되었고, 후속작인 <데스티니 2>는 2017년에 출시된 만큼 많은 팬은 새 콘솔 기기에 맞춰 후속작이 나오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예상과는 다르게 번지는 후속 넘버링 작품을 만드는 대신 2022년까지 <데스티니 2>를 서비스하겠다고 밝혔다. 2020년에는 <빛의 저펀>, 2021년에는 <마녀 여왕>, 2022년에는 <빛의 몰락>으로 <데스티니>  프랜차이즈를 마무리하겠다는 계획이었다.

 

앞으로 1년 주기로 출시될 대형 확장팩들 (출처 : 번지)

번지의 이런 결정이 크게 이상한 것은 아니었다. 현 작품인 <데스티니 2>가 전작에서 바뀐 점이 없다는 비판을 받았다는 점을 고려해 보면, 차라리 후속작 개발에 매진하는 것보단 <데스티니 2>를 조금 더 갈고 닦는 것이 나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한 <데스티니 2>가 새로운 캠페인 개발에만 집중하느라 '루트 슈팅'에 걸맞은 내용을 제공하지 못해 1년에 가까운 기간 동안 콘텐츠 부족으로 만성적인 몸살을 앓았다. 그러니 지금의 마스터플랜이 오히려 합리적인 결정이라고도 할 여지도 충분했다.

 

새로운 작품을 개발하는 대신 발매한 확장팩인 만큼, 시리즈의 팬들은 <빛의 저편>은 거의 후속작이라 불러도 손색의 없을 정도의 콘텐츠를 기대했다. 게다가 <빛의 저편>은 본래 9월에 출시할 예정이었는데, 코로나 이슈로 출시 날짜가 2달 가까이 밀렸다. 연기 끝에 출시된 만큼 과연 <빛의 저편>은 팬들에게 만족할 만한 콘텐츠를 선보였을까? 지금부터 하나하나 파헤쳐 보자.

 

 

# 얼음 행성 '유로파'로 떠나요


<빛의 저편>의 주 무대는 얼음에 뒤덮인 소행성 '유로파'다. 인류가 아직 번성하던 황금기 시절에는 '매드 사이언티스트'의 표본이라 할 수 있는 '클로비스 브레이'가 여러 잔인한 실험을 벌이던 장소였고, 인류 몰락 이후로는 다른 행성계에서 찾아온 '몰락자'가 자리잡은 행성이다.

대규모 확장팩의 주 무대인 만큼 번지는 유로파 맵 디자인에 꽤 신경 쓴 모양새다. 먼저, '얼음 행성'이라는 모토에 충실하다. 눈으로 뒤덮인 유로파의 광활한 풍경을 보면 번지의 맵 디자인 역량은 아직 녹슬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특히, 얼음 아래 묻혀 있는 과학 시설 '브레이 엑소과학'은 황금기 시절 인류의 기술력을 증명하듯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멋지게 만들어졌다. 많은 사람이 손꼽는 번지의 장기는 아트 디렉팅이라고 하는데, 이번에도 그 말을 확실히 증명한 모습이다.

 

유로파의 풍경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답다

여러 비밀이 잠들어 있는
브레이 엑소과학

유로파에 처음으로 도입된 '날씨 효과'도 눈에 띈다. 유로파에선 이따금 눈보라가 몰아친다. 강한 눈보라가 몰아치면 시야는 한 치 앞도 볼 수 없을 정도로 흐려치고, 참새가 제대로 움직이지 못할 정도로 바람이 분다. 

이렇게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환경 덕분에 플레이어는 미지의 행성을 탐사한다는 느낌을 제대로 받을 수 있다. 눈보라 속에서 플레이어를 노리는 거대 로봇의 눈이 반짝이고,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환경 속에서 한 걸음 씩 나아가는 게임 플레이는 분명 시리즈 내내 느끼지 못했던 새로운 경험을 선사해 준다.

게다가 유로파 안에는 인류의 흔적만이 있는 것이 아니다. 인류가 유로파에서 떠난 이후로 유로파엔 몇몇 몰락자들이 정착해 도시를 건설했는데, 퀘스트 진행에 따라 플레이어는 이들이 만든 도시 속으로 진입하기도 한다. 새롭게 구현된 몰락자들의 도시도 꽤 즐거운 볼거리다. 유로파는 보이는 것보다 넓고, 탐사할 거리도 넘쳐난다.

 

눈보라가 몰아치면 한 치 앞도 보기 힘들어진다

새롭게 추가된 적들도 눈에 들어온다. 가령 몰락자 진영의 신규 유닛인 '브리그'는 '과거의 고통' 레이드에 등장했던 '폭동 프라임'을 소형화한 모습이다. 벡스 진영에는 '와이번'이라는 신규 몬스터가 추가되었는데, 원거리에서 공격을 가해 오다가 플레이어가 접근하면 강력한 몸통 박치기로 플레이어를 공격한다.

아쉽게도, 아름다운 맵 디자인에도 불구하고 유로파 탐사가 무조건 즐겁지만은 않다. 꽤 심혈을 기울여 만든 장소인 만큼 번지는 유저들이 계속해서 유로파 곳곳을 탐색하도록 만들고 싶어 하는 모양새인데, 그 덕분에 넓은 맵임에도 불구하고 빠른 이동을 할 수 있는 착륙 지점이 두 개밖에 없다. 

게다가 두 지점 모두 맵 하단에 위치해 있어 유저들은 퀘스트를 수행할 때마다 기나긴 길을 올라가야만 한다. 덕분에 일각에서는 강제로 이동 동선을 늘려 강제로 유로파를 탐사하게 만든다는 불만이 제기되고 있기도 하다. 유로파는 분명 아름답지만, 빠른 이동 지점을 할당하지 않아 이동이 불편하다.

 

새롭게 추가된 두 몬스터

유로파 맵 중 일부를 촬영한 사진. 퀘스트는 위쪽 지역에 몰려 있는데, 항상 카론의 건널목부터 시작해 올라가야 하니 동선이 지나치게 길어진다.

<빛의 저편>의 메인 퀘스트도 용두사미 같다. 플레이어는 어둠의 힘을 사용하는 몰락자 '에라미스'를 상대해야 하는데, 에라미스의 부하를 하나하나 제거하고 마지막에 그녀와 최후의 결전을 펼친다는 스토리는 <포세이큰>의 메인 플롯과 상당히 유사하다. <포세이큰>이 많은 호평을 받았던 만큼, 번지가 검증된 캠페인 진행 방식을 선택했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에라미스는 <포세이큰>에 등장한 '경멸자'보단 임팩트가 떨어진다. 경멸자들은 인기 NPC 케이드를 죽인 범인이란 점에서 플레이어가 스토리에 몰입할 여지가 컸고, 보스전마다 특별한 기믹을 덧붙임으로써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그렇지만 에라미스의 부하들은 시공 능력을 사용하는 것 말고는 별 특징이 없다. 

플레이어같은 강한 전사와 싸우는 게 즐겁다거나, 플레이어를 처치하고 고스트를 장식으로 삼을 것이라는 대사도 상투적이라 크게 와닿진 않는다. 매력적으로 묘사할 수 있었던 세력임에도 불구하고 허무하게 캐릭터를 소모해 버렸다는 점은 꽤 아쉽다.

 

에라미스는 흔한 악역 캐릭터와 다를 바가 없다. 매력적으로 소화해 낼 수 있는 캐릭터를 허무하게 소모한 것은 좀 아쉽다.

 

 

어둠의 힘 '시공'


'어둠'은 <데스티니> 시리즈의 주요 악역이다. 거대한 구체인 '여행자'가 준 지식으로 번영하고 있던 인류를 단숨에 몰락시킨 주범이기 때문. 여행자가 모든 힘을 쥐어짜 태양계 바깥으로 어둠을 몰아내긴 했지만, 어둠이 언젠가 태양계로 되돌아올 것이라는 이야기는 1편부터 반복되던 주요한 '떡밥'이었다. 

<데스티니: 쉐도우킵>에서 또다시 태양계에 모습을 드러낸 어둠은 <빛의 저편>에 이르러 태양계 침략을 가속화하며, 오히려 자신들은 인류를 구원하기 위해 왔다고 주장한다.

플레이어는 메인 스토리에서 어둠의 힘을 이용하는 몰락자 '에라미스'에게 대항하기 위해, 어둠을 몰아내기 위해서는 어둠을 이용할 줄 알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엑소 스트레인저'의 도움을 받아 어둠을 받아들이고 새로운 힘인 '시공'을 개방한다.

 


새롭게 추가된 특성인 시공은 적을 얼리고 파괴하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 플레이어는 수류탄을 던져 얼음 방벽을 만들어 벽에 달라붙은 모든 생명체를 얼어붙게 만들고, 생성한 얼음벽을 파괴해 강력한 데미지를 가할 수도 있다. 시공 궁극기도 적들을 얼리는 것에 특화되어 있다.

시공을 사용해 강력한 적들을 얼리고, 파괴하는 것은 꽤 쏠쏠한 재미가 있다. 꼭 공격 수단이 아니더라도 위급한 순간에 얼음벽을 만들어 상대방의 공격을 차단하도록 활용할 수도 있으며, 벽에도 얼음벽을 생성할 수 있다는 점을 이용해 고지대로 손쉽게 올라갈 수 있는 발판으로 만들 수도 있기도 하다. 시공 능력은 활용할 여지가 꽤 많다.

 

시공 능력은 다양한 활용이 가능하다.

하지만, 시공은 PvE라면 몰라도 PvP에서는 지나치게 강력한 모양새다. 큰 제약 없이 상대방에게 CC기를 건다는 것은 FPS 게임에선 오버 밸런스다. 

예를 들어 <오버워치>의 메이를 생각해 보자. 메이가 상대방을 얼리기 위해선 상대에게 가까이 붙어 일정 시간 동안 냉각수를 맞춰야 한다. 물론 상대방도 순순히 메이에게 당해 주진 않는다. 메이가 다가오기 전에 원거리에서 공격해 접근을 방지하거나, 자신이 가진 스킬을 사용해 얼어붙기 전에 메이의 공격 범위에서 벗어날 수 있다.

이처럼 상대방의 움직임을 제한할 수 있는 군중 제어 기술을 경쟁 FPS에 추가한다면 그만큼의 디메리트나 대항 수단을 줘야 하는데, <데스티니>에서 시공 능력은 적중하기만 하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상대방을 얼려 버린다. 그나마 수류탄은 피할 수라도 있지만, 시공 궁극기는 회피하기가 매우 힘들다. 

특히, 워록이 가진 시공 궁극기의 유도 성능이 너무나 좋다는 의견이 많다. 당하는 입장에선 이런 능력에 대항할 수단도 마땅치 않고, 설사 운 좋게 얼어붙는 상태에서 살아남더라도 거의 사망에 가까운 피해를 입으니 스트레스가 된다. 

<데스티니>가 '오시리스의 시련' 등 PvP 콘텐츠도 중요하게 여기고 있는 만큼, PvP에서 지나치게 강력한 모습을 보이는 몇몇 시공 능력은 조정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실제로 몇몇 능력은 긴급 패치를 통해 너프되었다.

 

얼면 무조건 죽는다고 생각하면 좋다.

 

 

# 논란의 중심, '데스티니 콘텐츠 금고'

 

또한, 빛의 저편에서 이뤄진 가장 큰 변화로는 '데스티니 콘텐츠 금고(DCV)'를 손꼽을 수 있다.

 

콘텐츠 금고란, 타이탄, 이오, 수성, 화성 등 1년 차부터 존재했던 행성을 게임에서 제외하고, 차기 확장팩의 스토리 흐름에 따라 금고에 들어간 콘텐츠들을 다시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행성을 게임에서 제외하는 만큼, 특정 행성을 무대로 한 공격전이나 레이드, 시련의 장 맵들도 게임에서 전부 제외된다.

 

콘텐츠 금고 도입 전(좌), 콘텐츠 금고 도입 이후(우). 많은 행성들이 용량 확보라는 미명 하에 사라졌다.

번지가 이런 과감한 결단을 내린 이유는 다음과 같다. <데스티니 2>는 올해로 3년 차에 접어든 게임이다. 그만큼 3년 동안 누적된 콘텐츠의 양은 어마어마하다. 이를 전부 합하면 용량만 100기가가 넘을 정도였다. 그만큼 로딩도 길었고, 갈 일도 없는데 쓸데없이 용량만 차지하는 지역이 많았다. 콘텐츠 금고의 핵심은 이제 사용하지 않는 콘텐츠와 지역을 제거해 용량을 확보하고, 로딩 시간을 단축한다는 것이다.

콘텐츠 금고 자체는 <데스티니 2>의 존속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지였을 것이다. 콘솔 용량을 생각해 보면 간단하다. 보통 콘솔은 500기가 정도의 용량을 가지고 있는데, 데스티니 혼자 100기가를 넘는 용량을 차지하고 있다면 당연히 부담이 된다. 

대부분 국내 유저들은 PC를 통해 <데스티니> 시리즈를 즐기고 있지만, 해외에서는 콘솔로 즐기는 유저가 더 많기에 콘텐츠 삭제는 번지 측에서도 어쩔 수 없이 내려야 하는 결단이었을 것이다. 

확실히 콘텐츠 삭제 이후로 <데스티니>의 용량은 50기가 전후로 줄어들었고, 기나긴 로딩 시간도 단축되었다. 스토리상으로도 어둠의 침공 이후 몇몇 행성에 진입이 불가능 해졌다는 그럴듯한 명분을 내세웠다.

하지만 아무리 1년, 2년에 가까운 시간이 지났더라도 삭제된 콘텐츠들은 분명 '유저들이 제 돈을 내고 샀던' 것이다. 아무리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 하더라도 유저들이 돈을 주고 구입했던 콘텐츠들을 일방적으로 삭제한다는 것은 많은 논란을 낳았다.

특히 콘텐츠 금고 덕분에 신입 유저들에 대한 진입 장벽이 더욱 올라갔다는 점이 문제다. <빛의 저편>의 스토리는 <데스티니> 세계관에 대한 이해가 없다면 공감하기 힘든 이야기다. '붉은 전쟁' 캠페인부터 '쉐도우킵'까지 이어지는 일련의 스토리를 이해해야 메인 스토리에 몰입할 수 있다. 

<데스티니> 자체가 나이를 꽤 먹은 게임인 만큼, 등장인물들도 수많고 그 뒤에 있는 설정들도 복잡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신규 유저들은 간단한 튜토리얼을 마친 후, 별 준비 없이 유로파에 투입된다. 새롭게 유입된 유저가 '바릭스'가 누구인지, 왜 몰락자는 어둠의 힘에 집착할 정도로 분노했는지 알 턱이 없다.

오리지널 캠페인인 '붉은 전쟁'은 이제 다시 플레이할 수 없다.

차라리 추가 다운로드 콘텐츠를 제공해 신입 유저들이 이전까지의 스토리 캠페인을 클리어할 수 있도록 만들고, 이에 따른 보상을 받은 후 싱글 콘텐츠를 삭제할 수 있었다면 보다 합리적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용량 확보라는 명목으로 이전에 존재했던 캠페인을 대부분 삭제해 버렸으니 신입 유저들은 세계관에 빠져들기가 힘들어졌다. 이전까지의 스토리 진행을 알고 싶다면 요약된 글을 찾아보거나, 유튜브 등지에 남아 있는 플레이 동영상을 다시 보는 수밖에 없다.

전작인 <데스티니>에 등장했던 '발사 기지' 맵을 추가하고, 신입 유저들을 지도해 주는 NPC인 '쇼 한'을 발사 기지에 배치한 것을 보면 번지도 신규 유저층을 아예 무시한 것 같지는 않다. 하지만, 이렇게 대책 없이 캠페인 콘텐츠를 삭제하고, 신입 유저가 튜토리얼 후 바로 <빚의 저편> 캠페인을 플레이하게 만든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 

이전 글에서 <쉐도우킵> 시즌 때 신규 유저층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 한 바가 있었는데, 오히려 <빚의 저편>에서는 장벽이 더더욱 올라갔으니 당혹스러울 따름이다. 용량 확보라는 명분은 확실했던 만큼, 차라리 <콜 오브 듀티: 모던 워페어>처럼 콘텐츠는 삭제하되 싱글 캠페인은 따로 설치해 즐길 수 있도록 만들어주면 어땠을까?

 

새롭게 추가된 NPC 쇼 한. 신입 수호자들을 지도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 개편된 시스템과 무기 유통기한

대규모 확장팩인 만큼 게임 시스템 부분에서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먼저, 방어구 개조 부품에 변화가 있었다. <쉐도우킵> 시즌부터는 강화 방어구 개조 부품을 얻기 위해 파밍했지만, 이제 방어구 개조 부품은 '빛 개조 부품'을 제외하면 일괄적으로 지급된다. 강화 개조 부품도 사라졌다. 덕분에 신입 유저라도 방어구 세팅을 하기가 이전보다 쉬워졌다.

플레이어의 동반자인 고스트도 방어구처럼 재화를 사용해 강화할 수 있도록 바뀌었다. 고스트 개조 부품을 장착하면 얻는 경험치를 늘리거나 활동을 할 때마다 랜덤으로 고급 아이템을 얻을 수 있어 꽤 유용하다.

 

강화 장전기가 사라진 대신, 기본 장전기의 성능이 올라갔다.

이제 고스트도 강화할 수 있다.

가장 큰 변화는 무기 유통기한 시스템일 것이다. 일각에서는 '무통기한(무기+유통기한)'이라는 말로 불리는데, 이제 등장한 지 1년이 넘은 아이템들은 전투력을 올릴 수 없다. '시련의 장'이나 '갬빗'같은 전투력이 중요하지 않는 콘텐츠라면 괜찮겠지만, 높은 전투력이 필요한 다른 콘텐츠에서는 더 이상 사용할 수 없어졌다고 보면 된다.

번지가 무기 유통기한 시스템을 집어넣은 이유는 다음과 같다. 기존에는 특정 무기군이 너무나 강력했다. 가령 물리 유탄 발사기인 '산꼭대기'나 에너지 기관단총 '은둔자'의 성능이 너무나 좋아 다른 무기군을 전부 밀어낼 정도였다. 새로운 시즌이 시작할 때마다 번지는 새로운 파밍 콘텐츠와 새로운 무기를 내놓았지만, 기존에 사용하던 무기들을 대체하지는 못했다.

새로운 무기가 등장하더라도 기존 무기군을 밀어내지 못하니 자연스럽게 유저들도 새로운 무기를 파밍할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못했다. 파밍이 주요 콘텐츠인 루트 슈팅 장르에서 유저들이 새로운 무기를 얻는 것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면 꽤 큰일이다. 따라서 번지는 무기 유통기한을 통해 유저들이 새로운 무기를 파밍하고, 활용해볼 수 있도록 만들었다.

 

유통기한이 지난 무기들. 그래도 시련의 장 같은 무대에선 활용할 여지가 남은 만큼 재화를 모아 구입할 수는 있다.

그러나 애써 파밍해 놓았던 무기를 강제로 사용하지 못하게 한다는 것에 대한 반발도 컸다. 유통기한이 끝난 무기들을 대체할 신규 무기들을 충분히 제공해야 했는데, 시즌 초창기에는 이를 만족시키지 못했다. <빛의 저편> 발매 초창기에 유저들의 평가가 매우 낮았던 이유기도 하다.

다행히 '비밀석탑 미끼', '제국 사냥', '딥스톤 레이드' 등 <빛의 저편> 신규 콘텐츠가 속속들이 등장하고, 새로운 무기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지면서 여론은 가라앉은 모양새다. 

 

지난 시즌 추가된 파워 무기인 '떨어지는 단두대'를 능가하는 경이 무기 '한탄'이 등장해 새로운 필수 무기가 되었으며, 지난 시즌을 플레이하지 못한 유저들은 이전에 등장했던 무기를 아예 얻을 수 없다는 불만이 제기되자 재빨리 랜덤 드롭 테이블에 이를 추가하기도 했다. 특히 레이드에 추가된 무기들이 많은 호평을 받았다.

 

사냥을 통해 무기와 방어구를 파밍할 수 있는 비밀석탑 미끼

최근 패치로 시련의 장 토큰이나 랜덤 엔그램에서 지난 시즌 무기들이 나오도록 바뀌었다.

무기 밸런스에도 변화가 있었다. 특히 핸드 캐논 무기군들이 재조정을 받아 꽤 쓸만해 졌다.

 

 

# 딥스톤 레이드로 평가를 뒤집다

딥스톤 무덤 레이드 (출처 : 번지)

 

 

MMORPG의 꽃은 레이드라고 볼 수 있다. 다수의 유저가 협력해 강력한 보스를 처치하는 것은 많은 MMORPG가 지향하는 최종 콘텐츠. 


당연히 MMORPG의 특성을 띄고 있는 <데스티니> 시리즈에서도 전통적으로 레이드가 존재했고, 레이드가 출시될 때마다 누가 레이드를 최초로 클리어하는지 경쟁하는 '월드 퍼스트 레이드' 이벤트는 많은 관심을 받아왔다. 특히, 이번에 추가된 '딥스톤 무덤' 레이드는 근 1년 만에 추가되는 신규 레이드인 만큼 많은 관심을 끌었다.

 

특히 이번 레이드 경쟁은 30만이 넘는 시청자가 실시간으로 정도였다. (출처 : 트위치)

확실히, '딥스톤 무덤' 레이드는 잘 만들어졌다. 번지는 딥스톤 무덤 레이드를 통해 자신들의 레이드 디자인 능력이 아직 사라지지 않았음을 당당히 증명했다. 

이번 레이드에서 유저들은 '조작', '스캐너', '억압자'의 세 가지 역할을 맡아 협력해야 하는데, 누구 하나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면 보스 공략에 실패한다. 유저들은 유기적으로 소통하며 자신들이 맡은 역할을 충실히 해내야 한다. 

이번 레이드는 유저들이 계속해서 협동하며 난관을 극복할 수 있도록 적절하게 디자인되었다. 그만큼 성취감도 높다.

 

이번 레이드는 특히나 협동이 중요하다.

연출 측면에서도 상당히 발전했다. 두 번째 보스전부터 유저들은 궤도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상과 우주를 오가며 보스를 공략해야 하는데, 두 장소를 오가며 보스를 상대한다는 콘셉트는 꽤 신선하다. 두 번째 보스를 클리어하면 유저들은 최종 보스를 상대하기 위해 우주 정거장의 외부로 이동하는데, 마지막 보스를 향해 이동하며 광활하게 펼쳐진 우주의 풍경을 보면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최종 보스인 '타닉스'와는 두 번에 걸친 혈전을 벌여야 한다. 추락하는 우주 정거장 속에서 최종 보스의 계획을 저지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연출도 멋들어지게 나왔다.

새롭게 추가된 레이드 장비들도 호평 일색이다. 디자인부터 '미래적'인 느낌이 잘 드러나며, 성능도 뛰어나다. 이런 '루트 슈터' 장르에서 유저들의 플레이 동기를 촉발하는 가장 주요한 요인은 강력한 무기인데, 매력적으로 만들어진 레이드 장비들은 유저들의 파밍 욕구를 끌어올리기 충분하다.

 

우주 풍경이 꽤나 예쁘다.

레이드 무기의 디자인이 꽤 빼어나다. 성능도 좋다.

 

또한, <데스티니> 시리즈에서의 레이드는 세계관에 큰 영향을 미친다. 딥스톤 무덤이 클리어되자 레이드의 결과에 따라 우주 정거장은 유로파 지역으로 추락했고, 이에 따라 새로운 퀘스트가 추가되었다. 새로운 퀘스트를 통해 얻을 수 있는 무기도 꽤 파밍 가치가 높다. 특히 레이드 클리어 이후로 얻을 수 있게 된 경이 무기 '한탄'은 성능이나 콘셉트 면에서 많은 호평을 받고 있다.

 

 

# 절반의 실패, 절반의 성공

시즌이 어느 정도 진행된 현 상황에서 평가를 정리하자면 <빛의 저편>은 절반의 실패, 절반의 성공이라고 할 수 있다.

'데스티니 콘텐츠 금고'를 통한 이전 콘텐츠의 대규모 삭제에도 불구하고 새롭고 매력 있는 콘텐츠를 제공하지 못했다는 점이나, 나온 지 1년이 넘은 무기들은 전부 사용 불가능하게 만들어 놓고 시즌 초창기에는 파밍 컨텐츠를 제공하지 않았다는 점에선 비판의 여지가 있다. 결국 전투력을 올리기 위해 '레이드', '시련의 장', '갬빗'을 1주일마다 반복하며 현상금을 완료하는 플레이 방식도 벗어나지 못했단 점도 크다.

 

결국 현상금(바운티) 클리어를 반복하며 전투력을 높인다는 플레이 방식엔 변화가 없다. 오죽하면 해외에서는 바운티니(바운티 + 데스티니)라는 별칭도 있을 정도.

하지만, 새롭게 등장한 '시공' 능력, 아름답게 빚어진 행성 '유로파', 새롭게 개편된 시스템, 본격적으로 진행되는 스토리, 그리고 번지의 역량이 아직 녹슬지 않았음을 증명한 레이드 '딥스톤 무덤'을 보면 <빛의 저편>을 단순한 졸작이라고 평가절하하긴 힘들다. 

오히려 이런 요소들을 아울러 보면 차기에 진행될 시즌 업데이트를 통해 <데스티니 2>에 다시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증명했다고 볼 수도 있다. 실제로 딥스톤 무덤 이후로 유저층의 평가는 점점 나아지고 있다.

 

1편에서 설명할 시간도 없다는 말을 달고 살던 엑소 스트레인저는, 이번엔 '투 머치 토커'가 되어 돌아왔다. 그만큼 스토리 진행에 열성이다.

발매 후 이뤄지는 지속적인 패치를 보면 번지도 이번 시즌이 <데스티니 프랜차이즈>의 존속에 있어 매우 중요함을 알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치명적인 버그가 발생하면 재빨리 핫픽스에 들어가거나, 파밍할 수 있는 무기군이 부족하단 의견이 거지세자 재빨리 루팅 테이블에 지난 시즌 무기들을 추가하는 모습이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다. 밸런스를 해칠 수 있는 버그가 발생했는데도 불구하고 "패치는 1주일 뒤에 할 것이니, 그동안 버그를 즐겨라"라고 여유를 부리던 이전의 모습과는 확연히 다르다.

<쉐도우킵>의 실패 이후로 팬층은 <빛의 저편>만을 손꼽아 기다려 왔다. 유저들은 이번에는 다를 것이라고, 이번 확장팩에선 번지가 <포세이큰>이나 <굴복자 왕>만큼의 콘텐츠를 제공하리라 기대했다. 하지만 번지는 업데이트는 차근차근 이루어질 테니 조금만 더 기다려 달라고, 아직은 곤란하다고 말하는 모양새다. 확실히 삭제된 콘텐츠의 빈 자리를 채워 넣기 위해선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해 보인다.

과연 번지는 지속적인 업데이트를 통해 유저들에게 후속작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는 콘텐츠를 유저에게 제공해 줄 수 있을까? 또다시 인내심이 필요한 때가 왔고, '미워도 다시 한번'이라는 마음으로 유저들은 기다리겠노라 답했다. 번지는 반드시 추후 시즌에서 이루어질 업데이트를 통해 유저들의 기다림에 응답해야만 한다. 프랜차이즈의 존속은 거기에 달렸다. /편집= 디스이즈게임 김재석 기자

 

 

"그 밖에 더 많은 게 있습니다!" 이 말 꼭 지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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