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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② 사이버펑크 2077의 '자유', GTA도 엘더스크롤도 아니었다

텐더 (이형철 기자) | 2020-12-08 02: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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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펑크 2077>은 기자 이전에 한 명의 게이머 입장에서 오매불망 기다려온 게임입니다. 2013년 <사이버펑크 2077> 시네마틱 트레일러가 처음 공개됐을 때 느낀 설렘이 아직도 눈에 선할 정도인데요. 당시 기자는 엄청난 대작이 나올 거라고 확신했습니다. 유저들 역시 <사이버펑크 2077>에 대한 기대를 숨기지 못했습니다. 다소 '과하다' 싶을 정도로 말이죠.

 

시간이 흘러 <사이버펑크 2077> 정식 출시가 눈앞에 다가온 지금, CDPR의 협조를 통해서 미리 게임을 접할 기회가 생겼습니다. 그런데 직접 체험해본 <사이버펑크 2077>은 생각보다 밋밋했습니다. 

 

퀘스트 진행에 있어 다양한 선택지를 고르고, 그것이 게임에 큰 영향을 미치는 '방대한 자유도'를 보여줄 거라고 기대했습니다. 하지만 그것보다는 게임의 구조가 다소 평범했습니다. 약 27시간 동안 플레이한 <사이버펑크> 속 '자유도'에 대한 생각을 가감 없이 정리했습니다. / 디스이즈게임 이형철 기자

  

이 리뷰는 CDPR에서 별도로 리뷰 코드를 제공받아 작성된 것으로, 

론칭 이후 패치가 이뤄질 정식 버전과는 차이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 리뷰 작성을 위한 최소한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관련 기사]


① 사이버펑크 2077, 40시간 해봤더니... "과자 반 질소 반" (바로가기

③ 가장 멀리 가는 RPG, 사이버펑크 2077 (바로가기)

 

디스이즈게임은 <사이버펑크 2077>을 여러 관점에서 조명하기 위해 3명의 기자와 필자가 각각 게임을 플레이했습니다.

 

리뷰어 각각의 관점을 말하자면 ①은 전체적인 플레이 경험, ②는 사람들이 기대했을 법한 오픈월드 안에서 '샌드박스'스러운 자유도, ③은 사이버펑크라는 세계관을 CDPR이 게임 속에서 어떻게 풀어냈는지와, 오픈월드에서의 'RPG'입니다.

 

2020년의 마지막을 보낼 AAA급 게임을 단순하게 한 명의 견해, 하나의 리뷰로 다루기에는 할 말이 너무나 많았습니다. 혼란스럽겠지만 TIG도 처음 시도해봤습니다. 1게임 3리뷰. - 편집장 주

 

 

# 아쉬움 남는 사이버펑크 2077의 '자유도'

  

빙빙 돌릴 필요 없이 바로 본론으로 들어갑시다. 기자가 직접 체험한 <사이버펑크 2077>의 자유도는 썩 만족스럽지 않았습니다. 아니, 기대치에 한참 못 미쳤다고 보는 게 정확한 표현일 것 같은데요.

 

<사이버펑크 2077>은 메인 퀘스트와 중량감 있는 서브 퀘스트, 자잘한 기타 퀘스트로 나뉩니다. 메인 퀘스트는 당연히 스토리의 큰 줄기를 담당하며 서브 퀘스트는 주·조연급 NPC의 이야기를 풀어내죠. 기타 퀘스트는 스토리와 큰 관련 없는 지명수배, 구출, 아이템 등 자잘한 내용을 다룹니다.

 

여기서 유저들은 메인, 서브 퀘스트 중 계속해서 선택의 기로에 놓입니다.

 

대화를 예로 들어봅시다. 유저는 퀘스트를 수행함에 있어 인물들과 계속해서 대화를 나누고, 그 과정에서 다양한 선택지를 통해 자신의 의견을 어필할 수 있습니다. 이를테면 차량을 훔쳐달라는 NPC의 요구에 '내가 할 수 있을지 모르겠네'라고 답할 수 있지만 '이걸로 빚을 퉁치자는 거야'로 넘어갈 수도 있죠. 또한, 캐릭터의 출신 지역을 정하는 '라이프 패스'에 따라 대화 옵션이 늘어나기도 합니다.

 

퀘스트 수행도 마찬가지인데요. 특정 지역을 탈출하는 미션의 경우 은신 또는 잠입을 통해 조용히 탈출할 수도 있지만, 모든 적을 무참히 쓸어 담고 여유롭게 빠져나올 수도 있습니다. 또한, 타겟을 죽임에 있어 평범하게 총으로 죽이는 것 외에 해킹 능력을 활용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특정 인물을 찾아 이야기를 나눠보라는 퀘스트에서 망설임 없이 해당 인물을 살해할 수도 있고요.

 

하지만 이러한 '선택'이 게임에 아주 큰 영향을 미치는 건 아닙니다. 설령 제시된 대화 옵션 중 독특한 걸 고른다 하더라도 그것이 직접적으로 퀘스트의 결과를 송두리째 바꾼다는 인상을 받진 않습니다. 물론, 흐름에 큰 영향을 미치는 선택지가 있긴 하지만, 빈도수도 적을뿐더러 핵심 선택지는 게임 종반부에나 등장합니다. 과정에 대한 자유는 어느 정도 보장되지만, 결과에 대한 자유는 희미하게 느껴진 이유입니다.

 

라이프 패스에 따라 옵션이 늘어나긴 하지만, 크게 달라지는 건 없다

  

하늘색 선택지는 말 그대로 옵션에 가깝다

 

<사이버펑크 2077>의 퀘스트는 다른 오픈월드 게임과 비교해도 크게 다를 것 없는 구조입니다.

 

수없이 많은 오픈월드 게임을 만든 유비소프트의 <와치독스 2>를 예로 들어봅시다. <사이버펑크 2077>과 마찬가지로 <와치독스 2>에도 특정 지역을 탈출하라는 퀘스트가 등장하는데요. <와치독스 2> 역시 아무도 죽이지 않고 해당 퀘스트를 끝낼 수 있지만, 드론 또는 백병전으로 상대를 모두 제압하고 상황을 돌파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앞서 말씀드린 <사이버펑크 2077>과 크게 다르지 않은 형태죠.

 

그렇다고 해서 각각의 퀘스트 내용이 신선하거나 독특한가 하면 그것도 아닙니다. 

 

스포일러 방지를 위해 구체적으로 말씀드리긴 어렵지만, <사이버펑크 2077>의 퀘스트 대부분은 '특정 지역에 잠입해서 A라는 인물을 구하거나 죽여라'와 같은 단순한 구조의 반복입니다. 중간중간 알파벳과 숫자를 배열해야 하는 해킹 미션이 등장하긴 하지만, 이 역시 새롭다고 느껴지지는 않았으며 자주 시도할 만큼 매력적인지도 의문이 들었습니다. 

 

이러한 구조는 미니맵을 가득 메운 퀘스트와 엉켜 더욱 단조로운 느낌을 줍니다. <사이버펑크 2077> 속 미니맵에서 눈에 들어오는 건 몇몇 메인 퀘스트와 빽빽이 들어찬 서브, 기타 퀘스트가 전부기 때문입니다. 수많은 퀘스트가 나이트 시티의 이야기를 흥미롭게 풀어낼 장치라기보다 앞으로 해결해야 할 수많은 과제로 느껴진 이유입니다.

 

물론 서브 퀘스트 하나하나의 구성은 나쁘지 않습니다. 어떤 퀘스트에서는 정치인들의 알력 다툼이나 예상치 못한 러브라인이 형성되기도 합니다. 몇몇 스토리는 분명 몰입감 넘칩니다. 게다가, 마치 실제로 나이트 시티 속에 있는 것 마냥 예상치 못한 타이밍에 서브 퀘스트가 진행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만나는 미션들은 앞서 말씀드렸듯 특별할 것 없는 내용입니다. <GTA 5>나 <레드 데드 리뎀션> 등 풍부한 자유도와 독특한 전개를 선보인 게임에 비하면 기대에 못 미친 부분입니다.

 

다른 오픈월드 게임과 크게 다를 것 없는 미니맵 구조

 

간혹 매력적인 서브 퀘스트가 펼쳐지기도 하지만

  

결국 목적지로 이동, 탈출하거나 특정 인물을 제압하는 미션이 등장할 때가 대부분이다

 

# 성기 크기까지 바꾸며 실험했지만...

 

말이 나온 김에 도입부에 등장하는 '라이프 패스'와 '커스터마이징'에 대한 이야기도 해봅시다. 

 

먼저 라이프 패스는 본격적인 게임이 시작되기 전 캐릭터의 출신과 시점을 고를 수 있는 선택지로 노마드, 부랑아, 기업 등이 이에 해당하는데요. 선택지에 따라 게임이 시작되는 배경이나 초반부에 풀어내는 이야기는 '확실히' 다릅니다.

 

하지만 그것이 게임의 전반적인 구조와 흐름까지 흔드는 건 아닙니다. 어떤 배경을 고르더라도 초반에 보여주는 이야기만 아주 조금 다를 뿐, 프롤로그의 핵심 파트너 '재키 웰즈'와 미션을 수행하는 퀘스트로 이어지기 때문이죠. 어떤 곳에서 출발하건 결국 하나의 이야기로 수렴하는 셈입니다.

  

도입부 이야기만 조금 다를 뿐, 결국 하나의 이야기로 연결된다

  

커스터마이징 역시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사이버펑크 2077>이 출시되기 전, 커스터마이징 부분에서 가장 많은 시선을 끌었던 건 단연 '성기' 부분일 텐데요. 실제로 <사이버펑크 2077>은 CDPR이 호언장담했던 대로 단순히 남성, 여성으로 설정하는 것 대신 남성형 또는 여성형 신체를 조합할 수 있으며 성기의 모양이나 크기 등 디테일한 부분까지 커스터마이징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역시 게임 진행에 큰 영향을 미치진 않습니다. 물론 성별에 따라 특정 NPC와의 관계가 달라지긴 하지만 개인적으론 게임 초반 유저의 눈길을 사로잡는 '미끼 상품' 같은 느낌 마저 들었습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성기 크기와 모양을 다르게 설정하고 보조 NPC와 '관계'를 맺어봤지만 다를 건 없었습니다. 그저 녹화된 영상이 반복적으로 재생될 뿐이었죠.

  

일종의 '미끼 상품'에 가까웠던 성기 커스터마이징

 

그 외에도 게임 내에서 유저가 할 수 있는 일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기자는 27시간 가까이 <사이버펑크 2077>을 플레이했지만, <GTA 5>에 등장하는 '알트루이즘'처럼 독특한 미션이나 기업 투자를 통한 수익 창출에 관한 콘텐츠는 발견할 수 없었습니다. 

 

물론 중간중간 눈에 띄는 부분이 있긴 합니다. 유저들은 주인공의 신체를 강화할 수 있는 파츠를 자유롭게 탈부착할 수 있으며, 제작 및 강화를 통해 무기를 업그레이드하거나 입맛에 맞는 스킬을 골라 자신만의 전투를 펼칠 수도 있습니다. 

 

또한, 나이트 시티를 활보하는 일반 NPC 대부분과 가벼운 잡담을 나누는 것도 가능하죠. 심지어 몇몇 NPC 간의 대화는 말풍선으로 표기돼서 가까이 가면 그들이 어떤 대화를 하는지도 엿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거듭 강조했듯, 이런 부분들은 게임의 핵심과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지 않습니다. 눈길을 끄는 '미끼 상품'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기 어려운 부분이죠. <사이버펑크 2077>의 자유도에 대한 기대를 '이런 것도 있네' 정도로 낮추고 넘어가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마저 드는 이유입니다.

  

비중 없는 NPC와의 대화에서도 선택지가 뜨기도 하며

  

말풍선을 통해 다른 NPC의 대화를 엿들을 수도 있다

 

사실 CDPR은 그간 여러 경로를 통해 <사이버펑크 2077>의 자유도에 대한 입장을 명백히 밝혀왔습니다. 특히 지난 3일 공개된 '나이트 시티 와이어 코리아'에서는 건물 출입, 연애 등 자유도를 묻는 질문에 대해 세모로 답하기도 했죠. 사실상 <사이버펑크 2077>이 어마어마한 자유도가 존재하는 게임은 아니라는 걸 어느 정도는 공언한 셈입니다.

 

하지만 유저들의 기대치는 이미 하늘로 치솟아 있습니다. 너무 오랫동안 <사이버펑크 2077>을 기다린 데다, 2020년 출시된 다른 출시작의 부진함에 따라 유저들의 기대감과 시선이 모두 <사이버펑크 2077>로 몰렸기 때문이죠. 이에 더해, CDPR 역시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유저들을 달구었습니다.

 

물론 직접 게임을 접해보면 기자와 다른 생각을 가진 분들이 등장할 수도 있습니다. 

 

'이 정도면 충분하다'라던가, '생각보다 할 수 있는 게 적지 않다'와 같은 긍정적인 평가가 따라올 수도 있겠죠. 하지만 오랜 기다림과 CDPR, 그리고 <사이버펑크 2077>에 대한 기대치를 감안하면 다소 아쉬운 결과물이라는 건 쉽게 부정할 수 없을 듯하네요. 

 

  

 

# 마치며: 오픈월드와 자유도의 복잡하면서도 단순한 관계에 대하여


오픈월드 게임에 있어 '자유도'는 분명한 명과 암이 존재하는 요소입니다. 

 

게임 속에서 얼마만큼 다양한 선택의 자유를 제공하느냐를 두고 '자유도'라는 표현을 쓰는데요. 물론 자유도라는 건 주관적인 개념입니다. A 게임에 자유도를 느끼는 이가 있는 반면, B 게임을 두고 자유롭지 못하다고 꺼리는 사람도 존재하죠. 자유도는 개발사가 어떻게 게임에 녹여내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표현되곤 합니다.

 

일례로 <쉔무>는 '너무 많은 것을 하려다 오히려 자유도를 잃었다'라는 지적을 받은 반면, 이 선을 잘 지킨 <GTA 5>나 <레드 데드 리뎀션 2>는 역대급 걸작이라는 호평을 받았습니다. 특히 <레드 데드 리뎀션 2>는 메인 스토리의 자유도에 제한을 두되, 필드에 수많은 랜덤 인카운터 요소를 뿌려둠으로써 유저로 하여금 마치 게임 속 세상과 '상호작용'하는 듯한 착각을 심어주기도 했습니다.

 

자유도를 구체적으로 정의할 순 없지만, 그것이 오픈월드 게임을 정의하는 중요한 특성이라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샌드박스 게임은 특정한 목표가 존재하지 않거나 목표가 있더라도 유저로 하여금 마음대로 플레이할 수 있게 하는, '자유도의 완성'을 보여준 장르로 꼽히곤 하죠.

  


하지만 한편으로 오픈월드 게임에 있어 자유도가 결코 주인공이 될 수 없다는 생각도 해봅니다. 아무리 개발사가 현실에 가까운 자유도를 게임에 녹여낸다 한들, 그것이 플레이 중 잠시 눈길을 끄는 '미끼' 이상은 될 수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죠. 결국 부가적인 요소에 불과할 수밖에 없는 셈입니다. 숲 속 캠프에서 애마의 털을 빗겨주고 머리에 포마드를 바르기 위해 아서 모건이 되는 게이머는 없으니까요.

 

아울러 '사이버펑크' 세계관이 주는 어색함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사이버펑크 2077>는 <GTA>처럼 현대물, 내지는 가까운 옛날을 배경으로 하는 과거물도 아니고, 게이머라면 질리게 봤을 중세 판타지물도 아닙니다. 이미 여러 시리즈가 나온  <엘더스크롤>이나 <위쳐>에서 별의별 설정이 나와도 이제 그러려니 하지만, <사이버펑크 2077>은 그렇지 않습니다. (적어도 기자는 원작 TRPG의 존재를 잘 모르고, 영어로 된 책을 펼쳐본 적도 없습니다.)

 

이것도 그렇고, 저것도 그렇고 새로운 것 투성이인데, 휘황찬란한 네온 사인 아래 퀘스트가 쉴 새 없이 밀려드니 복잡하다는 인상입니다. <사이버펑크 2077>의 세계는 좋은 뜻으로든 나쁜 뜻으로든 경험한 적 없는 성격의 오픈월드입니다. 물론 근미래를 배경으로 한 훌륭한 게임이 많지만, <사이버펑크 2077>의 규모는 그것들을 훨씬 능가합니다.

 

 

# 아직은 찍먹, 계속 먹어봐야 맛을 알겠죠?

<사이버펑크 2077>을 바라보면,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정도의 내밀한 플레이 설계는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나쁜 게임은 아닙니다. 특히 자유도에서 진한 아쉬움을 느끼긴 했지만 스토리와 연출은 기가 막혔고 성우들의 열연은 한 편의 영화를 보는 것 같은 높은 퀄리티를 자랑했거든요. 그저 기자의 기대치가 너무 높았을지도 모를 일이죠.

 

이제 며칠 뒤면 <사이버펑크 2077>이 정식 출시됩니다. 본 기사는 <사이버펑크 2077>의 자유도에 대한 짧은 첫인상을 다룬 것입니다. 기자에게 주어진 시간으로는 게임의 모든 것을 파악할 수 없었습니다. 남은 부분은 게이머 여러분께서 직접 확인하시면 좋겠습니다. 기자도 계속 <사이버펑크 2077>을 플레이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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