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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③ 가장 멀리 가는 RPG, 사이버펑크 2077

우티 (김재석 기자) | 2020-12-09 00:10:36

이 기사는 아래 플랫폼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이 리뷰는 CDPR에서 별도로 리뷰 코드를 제공받아 작성된 것으로, 

론칭 이후 패치가 이뤄질 정식 버전과는 차이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 리뷰 작성을 위한 최소한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관련 기사]

① 사이버펑크 2077, 40시간 해봤더니... "과자 반 질소 반" (바로가기

② 사이버펑크 2077의 '자유', GTA도 엘더스크롤도 아니었다 (바로가기)

 

디스이즈게임은 <사이버펑크 2077>을 여러 관점에서 조명하기 위해 3명의 기자와 필자가 각각 게임을 플레이했습니다.

 

리뷰어 각각의 관점을 말하자면 ①은 전체적인 플레이 경험, ②는 사람들이 기대했을 법한 오픈월드 안에서 '샌드박스'스러운 자유도, ③은 사이버펑크라는 세계관을 CDPR이 게임 속에서 어떻게 풀어냈는지와, 오픈월드에서의 'RPG'입니다.

 

2020년의 마지막을 보낼 AAA급 게임을 단순하게 한 명의 견해, 하나의 리뷰로 다루기에는 할 말이 너무나 많았습니다. 혼란스럽겠지만 TIG도 처음 시도해봤습니다. 1게임 3리뷰. - 편집장 주

 


 

 

1. 이 리뷰는 굉장히 장황합니다

 

어쩔 수 없습니다. 기자는 장황한 글을 좋아합니다. <고오쓰> 때도, <삼국지 14> 때도, <레데리 2> 때도, <셀레스트>, <바바 이즈 유>, <하데스>를 리뷰할 때도 그랬습니다. 성격상 짧고 빠르게 쓸 수 없는 것입니다. 그래도 스크롤을 끝까지 내리시면 요약이 나옵니다.

 

여러분을 하품 나는 고담준론의 세계로 끌어들일 수 없습니다. "나 정말 많이 알지?" 재롱떨려고 이렇게 긴 글을 쓰는 것 또한 아닙니다. 2013년 이래로 지금껏 갈고 닦은 CDPR의 AAA급 대작에 대한 예의로 봐주시면 좋겠습니다. 빅맥을 먹고도, 미슐랭 3스타의 저녁 만찬을 대접받고도 똑같이 "맛있네요" 한마디 하고 끝이라면, 주방장 기분이 좋지 않을 겁니다.

 

또 얼마나 아는 척하기 힘든 세상입니까? 구글에 '사이버펑크'라고 검색하면 가장 위에 걸리는 나무위키 항목에는 생각보다 사이버펑크에 관해 잘 정리되어있습니다. 그것도 한국어로 말이죠. 조금 더 수고를 들인다면 영문판 위키피디아를 갈 수도 있습니다. 영어에 능통하지 않아도 좋습니다. 파파고나 구글 번역은 또 얼마나 잘 되어있는데요? 이뿐 아니라 유튜브에는 정리 잘 해주는 채널이 무지 많습니다.

 

아래 길게 싣는 <사이버펑크 2077>(이하 사펑 2077)의 리뷰는 그저 운 좋게 코드를 얻은 기자의 후기에 불과합니다. 정답을 가르칠 뜻도, '갓겜'이나 '고티'를 언급할 마음도 없습니다. 그냥 제 리뷰입니다. 씨네21 <다크나이트> 한줄평에서도 누가 "예술의 경지"라며 만점을 줄 때 다른 누군가는 "동전 던지기는 진부해"라고 평하지 않던가요? 작품을 보는 관점은 저마다 다를 수 있습니다. IGN 같은 게임 웹진도 국가마다 필자마다 한 게임에 대한 평가가 더러 갈리곤 합니다.

 


 

2. 사이버펑크, 넌 감동이었어

 

사이버펑크는 굉장히 인기 있는 SF 장르입니다. 글을 적는 기자는 사이버펑크의 A부터 Z까지 꿰고 있는 덕후는 아니고, '관심 있는 사람 1' 정도입니다. 그렇지만 기자가 체험한 <사펑 2077>은 아주 정직하게 장르의 전통을 따라간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폐허와 발전이 공전하는 세계, 초 거대기업이 통치에 가까운 권력을 가진 사회에서, 전자기술의 발전은 그 끝을 헤아릴 수 없습니다. 도시는 곳곳마다 휘황찬란한 빛으로 그 모습을 뽐내지만, 구석구석 하층민의 삶은 여전합니다. 구식 로봇 발로 힘겹게 걷는 참전용사, 더러운 현실에서 벗어나 가상현실에 푹 빠지고만 중독자들... 그렇게 어찌 보면 오늘날과 크게 다르지 않은 가난한 풍경 사이로 어둠이 깔립니다.

 

비 내리는 사이버펑크의 저녁, 이내 우리는 자신의 존재를 고민하며 방황하는 강력하고도 나약한 개인을 마주합니다. "난 누군가, 또 여긴 어딘가?" <블레이드 러너>의 데커드, <공각기동대>의 쿠사나기, <데이억스 엑스>의 덴튼이 바로 그 주인공입니다. 그 뒤를 잇는 것이 바로 <사이버펑크 2077>의 V라 하겠습니다.

 

사이버펑크는 이 속에서 수많은 코드들과 접점을 가집니다. 여러 언어의 글자가 혼란스럽게 뒤섞인 전광판, '펑크' 정신으로 저항하는 락앤롤, 악의 축 일본계 거대 기업 등등... 우리의 주인공을 따라서 사이버펑크의 터널을 빠져나오면 결말입니다.  그렇게 사이버펑크 SF의 주인공은 초월적 존재가 되기도 하고, 실패한 개인으로 남기도 합니다. 이야기마다 다르죠. 여담으로 기자는 <블레이드 러너>의 우울을 가장 좋아합니다.

 

 

유명, 인기 장르의 뒤를 잇는 <사펑 2077>은 멀티엔딩을 갖춘 게임입니다.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에서처럼 하나의 게임을 다양하게 소화할 수 있는 것입니다. <사펑 2077>의 다양한 결말을 보기 위해서는 특정 기점에서부터 다회차 플레이가 필요합니다. 아라사카의 칩을 둘러싼 V의 이야기는 플레이어의 선택에 따라 다양한 결말을 마주합니다.

 

이쯤에서 우려하시는 분들을 위해 첨언하자면, 이 게임은 그간 장르가 쌓아온 명성에 먹칠을 하지 않을 정도로 잘 만들었습니다. 오히려 장르의 명맥을 이었다는 평가가 맞겠네요. 인형극이라는 퀘스트에는 원격으로 한 존재의 기억과 취향을 조작하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공각기동대>(1995) 극장판의 인형'사'와 관련된 오마주라고 강력하게 주장하고 싶네요.

 

<사펑 2077>에는 우리가 그간 이 장르에서 본 결말이 대략적으로 망라되어있습니다. 아주 초월적인 결말부터, 우울한 결말까지 고루 준비됐습니다. 이미 플레이 영상이나 스크린샷에서 보신 것 같은 미래도시의 복합적인 생김새보다 저에게 더 무게감있게 다가온 것은 이겁니다. 말 그대로 생존의 기로에 선 V가 어떤 선택지를 고르는지에 따라서 나이트 시티의 역사와 플레이어의 여정은 바뀔 수 있습니다.

 

<사펑 2077>은 V의 게임입니다. 그리고 V에게 주어진 다양한 옵션은 영화나 소설과는 구별되는, 게임이라는 미디어가 수용자에게 선사하는 개성입니다. 선택과 결과라는 장치는 이렇게 독창성을 더합니다. 기자가 과거 <레드 데드 리뎀션 2>의 불필요한 인터랙션이 서부 세계로 끌어들이는 트리거라고 변호했듯이, <사펑 2077>의 디테일은 나이트 시티로의 몰입도를 끌어올리는 장치라고 생각합니다.

 

 

3. 화려한 불빛, 그러나 더 넓어진 그늘

<사펑 2077>은 굉장히 의도적입니다.


"이야, 구도 기깔나게 뽑히겠는데! 완벽한 대비잖아. 기업에 지분 하나도 없으면서 기업 문화에 열광하는 개돼지 같은 시민들."

물론 게임을 끝까지, 여러 번 즐기고도 어떤 사상이나 관점이 딱히 떠오르지 않을 수 있습니다. <매트릭스>로 철학적 사고를 하는 사람(진짜 있습니다)이 잘났고, 그저 "액션 쩐다"며 환호하는 사람은 못난 게 결코 아니듯 말이죠. 이 게임이 플레이어에게 어떤 생각을 강요·주입·​유도하지 않는다면, 그것 또한 존중할 만한 의견입니다. 생각은 자유로운 거니까요.

 

하지만 기자는 게임을 하면서 뭔가 느꼈습니다. 이 게임에 머물렀던 나이트 시티의 초특급 발전상은 현재를 돌아보는 거울이 됩니다. 기술은 발전했지만, 시민들은 행복한 삶을 누리지 못합니다. 도시가 발전한 것 이상으로 빈부의 격차는 벌어졌습니다. 예컨대 게임을 하다가 이런 공상에 빠지게 되는 것이죠 ― 오늘날 발전상을 설명하는 수많은 개념들(이를테면 4차 산업혁명 같은)이 우리에게 행복을 보장하는가?

 

<사펑 2077>의 세계에는 한탕을 노리는 사람들과, 가진 것을 뺏기지 않으려는 기득권, 무너진 공동체와 노예의 삶이 들어있습니다. 그런 모습이 즐비합니다. 그렇게 게임은 '성장이 풍요를 담보하지 않는다'는 듯 이야기합니다. <사펑 2077>의 여러 퀘스트에서 그 편린을 마주할 수 있습니다. <사펑 2077>은 어떤 생각을 하게끔 메시지를 던지는 게임이라고 주장하고 싶습니다.

 

게임 속 거대 기업 아라사카는 타도의 대상입니다. 물론 아라사카의 충직한 종이 되는 길도 열려있습니다.

 

거대 기업과 하류 인생의 대립을 이야기의 요체로 끌고 간다는 것이 사이버펑크의 일반적인 코드인데요. 유사한 구조를 갖춘 <사펑 2077> 역시 우울하고 참담한 에피소드는 물론, 웃기고도 슬픈 풍자적인 요소들이 꽤 많이 들어갑니다. 사이버펑크 장르는 현대 자본주의의 드라마틱한 성장에도 불구하고 다층적으로 존재하는 불행의 그늘이 도통 극복되지 않는다는 모순을 보여줍니다. 게임을 하다가 우리가 '빅테크' 같은 거대 기업에게 넘겨주면 안 되는 가치가 있다고 느꼈습니다.

 

약속했던 미래가 가까이 다가오고 휘황찬란한 무기를 쓰고, 마천루의 높이가 높아진다고 해도 그것은 소수의 유토피아일 뿐 절대다수에게는 디스토피아입니다. 비유하자면 '희망편' 미래상은 모두의 것이 아닙니다. 앞서 말씀드린 선택과 결과, 그리고 디테일은 그 메시지를 여러 측면에서 볼 수 있게 합니다.

 

지난 6월, CDPR의 마테우시 토마슈키에비치 디렉터를 인터뷰한 적 있습니다. 질문과 답변을 편집 없이 싣습니다. <사펑 2077>이 여러 주제를 이야기하고 있고, 소비지상주의를 비판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는 점을 보실 수 있습니다. 게임 기획 차원에서 어느 정도 의도된 점이라는 것이지요.

 

Q. ​<사이버펑크 2077>로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었나? 게임을 관통하는 주제가 있다면 말해​달라.

 

마테우시 토마슈키에비치: <사이버펑크 2077>을 통해 우리는 어두운 미래의 렌즈를 통해 여러 가지 주제를 탐험하고 싶었다. 무자비하고 공허한 세계에서 관계의 중요성과 그 가치에 관해 탐험하기를 원했다. 무엇이 삶에 의미를 부여하는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어떻게든 생존하는 것이 타인과 깊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보다 나은 일인가? 아니면 그 둘 다 성취할 수 있는가?

 

이러한 주제는 물론이고 사이버펑크 장르에서 주로 다뤄지는 ‘의식’과 ‘인격’과 같은 주제에도 깊게 빠져들고 싶었다. ‘나’는 무엇이며, 그 한계는 어디까지인가? 와 같은 질문을 하면서 말이다. 끝으로, 미래지향적인 대도시를 인간적인 모든 것에 대한 촉매로서 바라보며, 도시를 인류의 높은 잠재력과 타락이 공존하는 도가니로 그리고자 했다. 모든 것들이 증폭되거나 왜곡되는 곳으로 말이다.

 

또한, <사이버펑크 2077> 세계의 시스템과 사회가 그 안에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보여주고 싶었다. 겉보기에는 풍족하고 자유로운 사회이지만, 주민들의 생활 모든 측면으로 확산되는 무제한적인 소비지상주의가 많은 사람을 파멸로 몰고 간다. 

 

어떤 사람들은 나이트 시티를 끝이 없는 가능성을 보유한 기회의 땅으로, 계층의 꼭대기로 올려 보내줄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노마드와 같은 사람들은 다르다. 그들은 자발적으로 나이트 시티에서 벗어나 배드랜드라는 도시 근교에서 생활한다. 나이트 시티를 완벽히 대비되는 시점에서 바라본다. 하지만 결국에는 모두 거대한 기업의 톱니바퀴에 불과하거나 그들에 의해 파괴당하는 존재에 불과하다.

 

 


 

4. 문답무용: 방대한 세계를 탐험하는 재미

<사펑 2077>의 방대한 세계를 탐험하는 재미는 이루 말할 것 없습니다. 문답무용입니다. 해보세요.

 

돌아다니는 것을 좋아하는 게이머들이 분명 있습니다. <사펑 2077>은 그 돌아다니는 재미를 충족시킵니다. (단, 3D 멀미가 있는 게이머라면 각오가 필요합니다. 이 게임은 현재 공식적으로 3인칭을 지원하지 않습니다. 개인적으로 멀미가 좀 있어서 잠시 텀을 두었다가 게임을 하곤 했습니다)

 

어두운 뒷골목과 메가빌딩의 북새통, 나이트 시티의 스카이라인과 아라사카의 발전상이 얼마나 볼 만한지 글로 길게 설명하는 것은 무의미한 일일 것입니다. 스샷과 영상을 보시면 알 수 있을 겁니다. 무엇보다 이틀 뒤 직접 해보시면 그런 재미를 '느낄' 수 있습니다. 그간 사이버펑크 작품들은 먼 미래를 효과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최첨단 기술을 써왔습니다.

 

<사펑 2077>에서는 레이 트레이싱 기술이 바로 그 최첨단입니다. RTX를 씌운 나이트 시티와 씌우지 않은 나이트 시티는 다른 공간이라고 느껴질 정도로 차이가 납니다. 그래픽카드를 바꿀 생각이시라면, 한 번 진지하게 고민해보시라고 권하고 싶네요. 기자는 i5 9400F​, RAM 16GB, 지포스 2070의 스펙으로 <사펑 2077>을 체험했는데, 이 글을 읽는 편집장님이 지포스 3080을 올려주실 거라 믿습니다.

 


 

5. 버그에 관한 사족

 

리뷰 빌드의 당혹스러운 버그에 대해서 많이 들으셨을 겁니다. 저도 버그를 피할 수 없었습니다. 그야말로 '띠용'이었습니다. 그간 적잖은 리뷰 빌드를 받아서 플레이했지만, <사펑 2077>은 확실히 버그의 정도가 심했습니다. 우려스럽습니다.

 

게임이 막히는 경우도 더러 있었기에 어떨 때는 이게 완성된 게임이 맞는지 의문이 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정식 론칭 이후에 이런 버그는 사라질 거라고 CDPR이 약속했으니, 더 자세히 이야기하지는 않겠습니다. 규모가 큰 게임이니 그럴 수도 있겠죠.

 

이렇게 몰입도를 깎아 먹는 버그가 론칭 이후에도 계속 남아있다면, 몇 번의 연기를 감내한 게이머들에게는 정말 슬픈 소식일 것입니다.

 

팔 벌려 V를 환영하는 모습이 아닙니다. 그냥 버그입니다.

V의 눈앞에 나무 두 그루가 아른거리는 게 아닙니다. 버그입니다.


6. 이제 RPG를 이야기할 차례

<사펑 2077>의 전투/성장 방식은 굉장히 많은 게임에서 아이디어를 차용한 듯합니다. 그 요소들이 적당하게 맞물려 돌아가므로 <사펑 2077>은 특별히 모난 부분 없는 RPG라고 하겠습니다.

 

게임은 '나와바리' 별로 픽서(Fixer)에게서 의뢰를 받아 수행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GTA>처럼 이 동네에서는 누구 미션, 이 동네에서는 누구 미션을 받아서 깨는 방식이라고 생각하시면 편합니다. 오픈월드라고 해서 처음부터 전부 열리지는 않습니다. 플레이가 누적될수록 여러 미션을 받아서 할 수 있죠. 예상하셨겠지만, 이 미션의 대부분은 남이랑 치고 박고 싸우는 겁니다.

 

미래 게임이니까 해킹 이야기부터 하죠. 해킹-잠입액션의 요소는 살짝 어설펐습니다. 내가 열심히 숨어도, 받아주는 AI가 눈에 불을 켜고 찾아줘야 손에 땀을 쥐게 하는데, 그 정도는 아녔기 때문이었습니다. 침투 프로토콜은 말 그대로 미니 게임인데, 미니하지 않은 전투 상황에서 선택하기엔 다소 루즈했습니다. 이미 <와치독>의 해킹 시스템이 앞서기에, 새로운 느낌이 들지도 않았습니다. 

 

그래도 해킹+잠입+암살의 시퀀스를 하나로 묶어서 전장 상황에서 활용하게 한 기획은 좋았습니다. ​향후 추가될 멀티플레이에서 역할 분담, 롤플레이의 재미를 부여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도 해봅니다. "넌 해킹해, 나는 암살할게, 친구는 뒤에서 엄호해 줘!" 이런 식으로 말이죠. 

 

두뇌 풀 가동!

 

<사펑 2077>에서는 다양한 액션 방법이 있습니다. 해킹도 하나의 옵션으로 존재합니다. <사펑 2077>에는 사격, 은신, 근접전투 등 다양한 파훼법이 주어집니다. NPC를 처치함에 따라서 아이템을 루팅해서 분해 조립할 수도 있습니다. 캐릭터의 성장 상황이 전장 조건에 맞게 딱딱 적용되는 모양새입니다.

 

<사펑 2077>의 루팅 시스템은 <데스티니>와 <보더랜드>가 생각날 정도로 잘 빠졌습니다. 분해하고, 조립하고, 다시 고급 템을 찾아다니는 게임을 좋아한다면, <사펑 2077>의 무기 파밍+사격 시스템이 잘 맞으실 겁니다. 물론 기자가 체험해본 결과 똘똘한 '신화 아이템'을 하나 잘 먹어서 쓰는 게 훨씬 낫긴 합니다.

 

 


V를 이 넓은 오픈월드에 풀어놓고도 선형적으로 게임의 다양한 기능을 실험하고, 또 사용하게 만든 것은 칭찬할 부분입니다. 게임의 퀘스트를 수행하다 보면 잠입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장면, 해킹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장면, "이 순간을 위해 내가 비싼 돈 들여 사이버웨어를 맞췄지" 싶은 장면들이 적재적소에 배치되었습니다. 그러면서 "아 내가 닥돌만 키우면 안 되겠구나" 깨닫죠.

 

그럴 것도 없이 게임 퀘스트라인을 잘 타고 가면, 부분마다 성장이 자연스럽게 따라붙어 줍니다. <위쳐 3>에서 보여준 레벨 디자인의 요소를 잘 계승했다고 평가합니다. 이야기를 보여주면서, 준비된 전투 기능들을 하나 둘 꺼내 쓰게 만들고, 그 과정에서 플레이어의 능동적인 선택지를 닫아놓지 않는 <사펑 2077>의 '오픈월드&RPG' 설계는 제법입니다. 그러니 플레이어는 V를 조작하면서 이 콘셉트, 저 콘셉트 실험해볼 수 있습니다.

 

게임의 다양한 전투 롤(Role)은 적재적소에 잘 배열된 모양새입니다. 속된 말로 '아다리'가 맞습니다. 본좌 루트 하나만 깨서 단검 하나 들고 닌자 플레이만 하도록 강요하지 않는 게 <사펑 2077>입니다. 넉넉잡아서 30시간 정도 소요되는 게임의 스토리 엔딩 지점까지 가다 보면, 준비된 재료를 모두 적정 수준 이상을 맛볼 수 있을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GTA 5>의 운전이 지나치게 익숙했는지, <사펑 2077>의 그것은 너무 미끄러웠습니다. 운전하는 차마다 조금 차이를 줬다는 점은 직관적으로 와 닿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으로 조금만 방향을 돌려도 그 이상으로 차체가 움직인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사격 체감도 그렇게 세밀하다는 인상을 받지는 못했습니다. 조준-격발-반동의 메커니즘이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만, 숨을 죽이게 하는 만큼은 아니었습니다. 쏘는 맛보다는 칼로 '써는 맛'이 더 나았습니다. 

 

기자라고 해서 다 아는 건 절대 아니므로, 운전과 사격 조작감 부분은 플레이어 여러분의 리뷰를 기다려봅니다. 만약 정말로 여러분이 느끼기에도 사격이 밋밋하다면 FPS의 매력은 그리 높지 않다고 평가해볼 수 있겠습니다.

 


액션의 만족도가 200%는 아니었습니다. <사펑 2077>만의 독보적인 전투 기능이나 '타격감', 액션 요소는 없다는 인상입니다. 독창적인 성취를 하지는 않았지만, 오픈월드에 선형적인 퀘스트를 적절하게 소비하도록 신경 썼습니다. 물론 '토끼공주'가 되어감에 따라서 전투가 반복적으로 다가오긴 합니다. 전술했던 예측 가능한 AI가 크게 한몫하지 않나 평가합니다.

 

과거 <고오쓰> 리뷰를 할 때, <어쌔신 크리드>부터 시작해 다양한 게임들의 조각이 짬뽕됐다고 말씀드렸는데, 이 게임에도 못지않게 여러 게임의 오마주가 포착됩니다. 장르적으로도 게임적으로도 그간 나온 요소를 잘 큐레이션한 게임이라고 평가합니다.

 

그러므로 <사펑 2077>는 주어진 요소를 적절히 선용해서 완성된 RPG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고오쓰> 짬뽕이 더 맛난지, <사펑 2077> 짬뽕이 더 맛난지는 여러분의 선택에 맡기겠습니다. 취향이니까, 존중합시다.

 

 


 

7. 즐거운 디테일, 더빙은 "오케이, 땡큐"

 

<사펑 2077>은 즐거운 디테일을 자랑합니다. 도시 곳곳을 돌아다니며 깨알 같은 이야기를 접하는 재미가 굉장히 많이 있습니다. 그리고 V 꾸미기 요소, 도시 묘사에 대해서는 여러 채널을 통해서 충분히 접하셨을 겁니다.

 

가장 흥미롭게 다가왔던 주변 요소는 바로 게임의 조연들입니다. 조니 실버핸드와 재키 웰스, 주디 알바레즈까지 저마다의 사연을 품고 있는 개성 있는 인물들은 그 공간을 무대로 삶의 다양한 장면들을 보여주죠. 의리, 로맨스, 배신, 가족애 같은 감정은 언제나처럼 살아 숨 쉽니다. 마치 "로봇 손으로 밥을 먹는다고 하더라도, 우리는 휴머니즘적이다"라고 이야기하는 듯합니다.

 

목스 갱의 멤버로 V를 브레인댄스에 접속시켜주는 주디 알바레즈는 아주 매력적이었습니다. <매트릭스>의 네오와 트리니티의 로맨스 같은 요소가 <사펑 2077>에 담길지, 직접 확인해보시길 바랍니다. 제 V는 주디와의 로맨스에 실패했다는 점만 밝혀둡니다.

 

주디는 V에게 문자로 "안뇽"이라고 인사한다.

이미 화제가 되고 있는 '두한버거'뿐 아니라 곳곳에 깨알 요소가 녹아있습니다. 키아누 리브스뿐 아니라 다른 까메오가 등장합니다. 힌트를 드리자면 다른 게임의 등장인물이 나옵니다. "니가 왜 여기서 나와?" 싶을 정도로 말이죠. 자세하게 말씀드리고 싶지만 그랬다가는 폴란드 바르샤바로부터 '비밀 유지 계약 위반의 건'으로 행운의 편지를 받게 될지도 모릅니다. 양해 바랍니다.

 

플레이 내내 한국어 더빙은 정말 고마웠습니다. 덕분에 게임에 집중도가 확 올라갔습니다. 정신없이 정보가 쏟아지고, 네온 사인 때문에 눈도 좀 아픈 거 같은데, 스토리 자막까지 다 읽어야 했다면 퍽 지쳤을 거 같네요. 국내 최정상급 성우들이 목소리를 연기했습니다. 들어보세요. 좋습니다. 욕 진짜 많이 나옵니다.

 

 

도저히 그냥 못 지나칠 두한이네 버거샵. 저도 찍어봤습니다.

<사펑>에는 가만히 서서 별자리를 읽는 재미도 있습니다

 

정리: 여러모로 가장 멀리 가는 오픈월드 RPG, 버그는 좀...

 


정리합니다. 이렇게 긴 글을 읽으며 정보를 파악하는 시간도 끝나갑니다. 이 '막타'가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셨으면 합니다. 백문이불여일견이라지 않습니까? 이제 <사펑 2077>을 직접 하는 일만 남았습니다.

 

Good


- 여러모로 가장 멀리 가는 오픈월드 RPG

- 원인과 결과, 비선형과 선형 사이 고민한 흔적 역력

- 놀라운 디테일, 꿈처럼 빠져드는 나이트 시티

- 훌륭한 주인공과 매력적인 조력자들... 그리고 엔딩의 '맛'


Bad (Not Bad?)


- 심각한 버그, 정식판도 이 정도라면 난리 난다. (고쳐준다고 했으니 믿어보자.)

- <위쳐 3>보다는 짧게 느껴지는 볼륨. (그 부분에 대한 기대는 낮추고 가야...)

- 뒤로 갈수록 뭔가 반복적으로 느껴지는 전투. (모든 게임이 어느 정도는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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