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2주 만에 200만 장? 발하임이 '떡상'하는 5가지 이유

체리폭탄 (박성현) | 2021-02-18 19: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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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팀에 '바이킹 붐'​이 불고 있다.

 

스웨덴의 인디 개발사가 만든 바이킹 생존게임 <발하임>(<Valheim>)​이 스팀 인기 판매 1위를 달성했다. 2월 2일 발매해 첫 주 만에 100만 장 판매, 둘째 주에는 200만 장을 판매했다. 설날 할인 대목을 톡톡히 누린 <발하임>은 쟁쟁한 경쟁작들을 제치고 현재 인기 1위 게임에 올랐다.

그런데 이 게임, 직접 해보기 전까진 '떡상'의 이유를 찾기 어렵다. 그래픽이 좋은 것도, 파티 게임인 것도, 가격이 매우 저렴한 것도 아니다. 이유가 뭘까? 출시 2주 만에 200만 장을 판매할 수 있던 원동력, 그 5가지를 뽑아봤다.

 


 

 

# 1. 성공적인 벤치마킹

 

<발하임>의 첫 1시간은 '흔하디흔한 생존게임'이다. 얼핏 보면 <러스트>에 바이킹 콘셉트를 섞은 게임으로만 보인다.

 

첫 1시간은 <마인크래프트> 이전부터 존재하던 생존게임의 공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시작 지점 주변의 돌멩이와 나뭇가지를 주워 장비와 모닥불을 만든다. 장비가 갖춰질 때마다 새로운 재료를 구할 수 있고, 얻은 재료로 더 좋은 장비를 갖춰간다. 자원이 넘쳐나기 시작하면 작업대를 만들고, 집이라고 부를 만한 장소를 지어간다.

 

이것만으로는 <발하임>의 개성이라 부르기 어렵다. <러스트>와 <세븐 데이즈 투 다이> 등의 생존게임을 해온 유저에게 너무나 친숙한 일들이다. 하지만 콘셉트가 다르다. 앞서 말한 게임에서 집은 생존을 위한 건축물로 타 플레이어나 몬스터, 자연환경 등의 위협에서 보호하기 위한 요새다. <발하임>에서 집은 플레이어 취향이 반영되는 장소다. 대부분 생존게임은 좀비나 포스트 아포칼립스를 소재로 삼는데, 바이킹을 소재로 잡은 <발하임>이 주목을 끄는 이유다.

 

게다가 <발하임>에는 "어, 이게 왜 안돼?"하는 점이 드물다. 여러 생존게임을 훌륭히 벤치마킹해, 생존게임 경험자가 불편함을 느끼기 어렵다. 얼리 억세스로 막 나온 생존게임은 보통 유저 편의성이 떨어진다. 건축 '스냅' 기능이나 지형 조절 등에서 불편함을 많이 느낀다. 그런데 <발하임>은 최근에 나왔음에도 유저 편의성을 제대로 갖췄다. 익숙함이 주는 편안함은 무시할 수 없다. 생존게임 '고인물'들이 <발하임>에 실망감을 느끼지 않는 이유다.

 

이렇게만 봐서는 <러스트>와 다를 게 크게 없어 보이는데...

 

# 2. 단순하지만 몰입력 강한 콘텐츠 확장 방식

 

2시간가량 지나면 <발하임>​이 숨겨둔 참 재미가 시작된다. '흔하디흔한 생존게임'이란 첫인상을 벗어내는 시점이다. 이 시점부터 게임 속 첫 번째 보스와 전투가 가능하다. 동시에 창고에 넣어둔 자원이 넘쳐나, 아이템 수집에 더 이상 흥미를 못 느끼는 시점이기도 하다. 

 

첫 번째 보스는 강력하지 않다. 하지만 해당 시점의 소유 장비만으로는 마냥 쉽지 않다. 수월한 전투를 위해서 적절한 조작과 전략이 요구된다. 생존 게임에 보스전을 도입하고, 조작과 전략을 통해 재미를 배가한 것.

 

이러한 RPG적 성장 감각은 플레이어에게 더 좋은 아이템과 육성을 원하게 만드는 동기가 된다. 이 시점부터 플레이어의 주요 목표는 전투와 성장이 된다.

 

<발하임>은 게임 콘텐츠를 단계별로 나눴다. 새로운 장비를 얻기 위해선 보스를 격파해야 한다. 가령, 첫 보스를 쓰러트리기 전까지는 돌로 만든 도구만 쓸 수 있지만, 그 이후로는 철제 도구를 사용 가능하다. 플레이어는 보스를 잡을 때마다 더 강해지고 게임 콘텐츠가 확장되는 것을 확연히 체감 가능하다. 이러한 성장 구조는 플레이어가 계속해서 다음 보스에 도전하게 유도한다. 

 

또한, 게임은 처음부터 많은 콘텐츠를 쥐여주지 않는다. 처음에는 간단하고 단순한 콘텐츠만 제공된다. 게임의 첫 한 시간이 '흔하디흔한 생존게임'과 다를 바 없는 이유다. 하지만 게임에 익숙해진 순간부터 <발하임>만이 지닌 복잡하고 어려운 콘텐츠가 제공된다. 희귀한 광물을 캐러 원정을 나가거나, 미로 같은 던전을 탐험하고, 배를 만들어 머나먼 항해를 떠나는 콘텐츠 말이다. 우선 친숙한 콘텐츠로 게임에 익숙하게 만든 뒤, 점차 독특한 콘텐츠를 선보이는 셈이다.

 

첫 보스라고 얕봤다가 큰 코 다친다

던전을 탐험해 새로운 아이템을 파밍하기도

 

# 3 플레이어가 능동적으로 챙기는 요소가 많다

 

<발하임>은 플레이어를 능동적으로 만든다.


대부분 생존게임은 게임이 갖춘 시스템을 따를 것을 강요한다. 날 음식을 먹거나, 오랫동안 젖어 있다거나, 잠을 제때 자지 않으면 페널티를 주는 식으로 말이다. ​그런데 플레이어에게 주어지는 페널티가 약하면 생존 관련 시스템을 신경 쓸 필요가 적어진다. 자연스레 생존 요소를 느끼기 어려워진다. 반대로 페널티가 강하면 플러이어가 게임에 끌려다닌다. 생존게임의 시스템이 극단적인 이유 중 하나다. <프로젝트 좀보이드>처럼 식품 유통기한마저 철저히 계산해야 되는 게임이 존재하는 이유다.

 

<발하임>은 생존요소가 플레이어에게 버프를 주게 했다. 생존요소를 따르지 않은 상태를 기본 상태로 설정했다. 일종의 조삼모사다. 대신 플레이어가 생존요소를 수행할 때마다 강력한 버프를 제공한다. 음식을 먹거나 휴식을 취하면 스테미나와 체력이 증가한다. 생존요소의 관리도 쉽다. 플레이어의 실수로 페널티가 생기기 어렵도록 구성했다. 어떤 행동을 취할 때 페널티가 생기는지, 어떻게 이를 해결하는지 친절히 설명한다.

 

생존요소의 중요함은 전투에서 가장 와닿는다. <발하임>의 전투 설계는 <스카이림>과 <다크소울>을 합친 모양새다. 적의 공격을 파악하고 이를 막아내거나 피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효과적인 전투를 위해선 스테미나가 가장 중요하다. 그런데 게임에서 스테미나를 채울 유용한 수단은 생존요소를 통한 버프 수급이다.

 

이런 특징들이 모여 <발하임>의 생존은 불편하기보다 편리하다. 플레이어가 최대한 이용하고 싶은 시스템이다. 보스와 전투 혹은 던전 탐험 같이 중요한 전투 전에는 휴식 버프를 최대한 챙긴다거나, 머나먼 원정에는 중간 중간 거점을 설치해 수면 보너스를 챙기는 방식 등 상황에 따라 어떤 생존 시스템을 활용해야 좋을지 플레이어 스스로 생각하게 된다. 게임 속 시스템을 계속 활용할수록 몰입도가 올라간다.

 

 

 

 

# 4. PvP로 인한 피로가 적다

 

<발하임>은 생존게임치고 PvP 콘텐츠의 비중도 크지 않다. 타 생존게임들과 차이점이다. 대부분 생존게임에서 가장 주된 위협은 타 플레이어며, 핵심 콘텐츠 역시 타 플레이어 '사냥'이다.

 

타 생존게임들이 PvP를 강조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러스트> 같은 생존 게임에서 RvR은 콘텐츠의 꽃이다. RvR은 일군의 플레이어들이 얼마나 좋은 장비를 갖췄고 단합력은 얼마나 되는지 겨뤄보는 핵심 콘텐츠다. 플레이어들은 우위를 붙잡기 위해 게임에 더 많은 시간을 쏟게 된다. RvR 자체가 하나의 동기부여다. 

 

경쟁 콘텐츠가 지닌 단점도 명확하다. 플레이어를 지치게 한다. 밑도 끝도 없는 자원 확보와 플레이 시간이 요구된다. 게임에서 3교대 근무를 선다거나, 타 클랜과 전투를 앞두고 몇 주간 자원만 수집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게다가 막상 타 플레이어와 전투를 펼치지 않으면 자원을 확보한 의미가 사라진다. 그렇다고 이를 준비하지 않으면 언제 침략받을지 알 수 없는 불안감이 엄습한다. PvP 콘텐츠는 강력한 동기부여면서도 플레이어를 쉽게 지치게 만드는 콘텐츠인 셈이다. 많은 <러스트> 유저가 게임을 장기간 붙잡지 않고, 단기간 열심히 한 뒤 오랜기간 휴식을 갖는 이유다. 

 

반면, <발하임>에서 PvP는 곁다리에 불과하다. 플레이어는 PvP 설정을 언제든 켜고 끌 수 있다. 자신만의 서버를 생성해 혼자만의 재미를 느낄 수도, 아니면 타 유저의 서버에 들어가 협업의 재미를 느끼는 것도 가능하다. 패배의 스트레스는 축적되지 않고, 랜덤 생성되는 새 맵에서 극복할 수 있다.

 

대신 PvP보다 탐험과 RPG에 더 힘을 줬다. PvP는 '플레이어 수준에 맞는 적'을 찾기 어렵다. 그러나 필드 위에서는 플레이어 수준에 맞는 몬스터를 찾기 매우 수월하다. 더 강한 적을 만났다면 격차만큼의 자원만 확보하면 된다. PvP가 주는 피로감에 비하면 이는 비교하기 민망할 정도로 편하다. 플레이어의 성장 역시 쉽게 확인 가능해 좋은 아이템을 갈구하는 동기가 된다.


멀티플레이와 PvP는 부가적 요소로 남겨두었다

 

# 5. 누구나 할 수 있다


<발하임>의 흥행에는 게임 외적 요소도 있을 것이다.

 

일반적인 설명대로, 코로나19로 게임을 즐기는 사람을 대폭 늘었다. 그러나 여러 사정으로 하고 싶은 게임을 맘껏 즐기지 못하는 상황이다. 아무리 재밌는 게임이라도 100만 원을 호가하는 그래픽카드나 구하기 어려운 PS5를 요구하면 섣불리 즐길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누구나 할 수 있는 게임'은 언제나 환영받기 마련이다.

 

<발하임>이 바로 그렇다. 게임의 용량은 약 1.07GB에 불과하다. 2020년 최신 게임의 용량과 비교하면 말도 안 되게 적다. 사양도 낮다. 필요 최소 그래픽카드가 GTX 500​ 시리즈다. 레이트레이싱이나 4K 텍스쳐도 없는 <발하임>이 최신 게임들과 경쟁에서 싸울 수 있는 무기는 범용성이다. <러스트>의 최소 사양은 GTX 670 2GB​이지만 최적화 문제로 실제로 더 높은 사양을 더 요구하는 점과 비교된다. 

 

세부적인 그래픽이 뛰어나다곤 할 수 없지만, 전체적인 아트워크도 훌륭하다. 건축 생존게임을 원하지만 <마인크래프트>같은 블록 위주 그래픽이 취향이 아닌 사람에게 적극 권장할 만하다.

 

반짝 인기로 끝내지 않기 위해 제작진은 로드맵을 발표했다. 2021년에 예정된 업데이트만 4개다. ▲새로운 건축 ▲겨울철 생존 ▲선박과 바다 ▲새로운 지형이 추가 예정이다. 앞으로 추가될 콘텐츠가 모두 담긴다면 생존게임의 메이저 타이틀 자리를 굳히는 것도 어렵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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