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아오! 답답해서 내가 감독한다 '팀파이트 매니저'

체리폭탄 (박성현) | 2021-03-11 18: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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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해도 저거보다 잘하겠다."

스포츠 경기를 보며 종종 하는 생각입니다. 물론 말만 그렇습니다. 실제로 불가능하다는 건 본인 몸이 가장 잘 알고 있으니 말이죠. 하지만 그 답답함이 선수 한 명으로 끝나지 않는 분들도 있습니다. 직접 경기를 뛰는 건 무리일지 몰라도, 경기 전략을 짜고 구단을 운영하는 것 '쯤'은 내가 해도 더 잘할 수 있어 보이니 말이죠.
 
답답함은 매니저 게임 몰입에 큰 도움이 됩니다. 현실의 롯데 자이언츠에 아쉬움을 느낄수록, 게임에서 키워낸 롯데 자이언츠에 뿌듯함을 더 느끼니 말이죠.

그런데 기자는 최근 다른 답답함을 느낍니다. 스트리머의 게임 실력에 종종 소화제를 찾습니다. 여러분도 스트리머가 답답해 게임을 사신 적 한 번쯤 있지요? 기자가 최근 <팀파이트 매니저>를 시작하게 된 이유입니다. 근데 이게 웬걸, 내가 해도 저 사람들보다 못할 줄은 몰랐는데?

  



# 목표는 황부리그!

<팀파이트 매니저>는 e스포츠 매니저 게임입니다. 플레이어는 2부 리그에도 못 끼는 아마추어팀 감독이 됩니다. 목표는 이 팀을 국제 대회에서 우승시키는 거죠.

업계 최초 ​e스포츠 매니저 게임은 아닙니다. 과거 <스타크래프트>가 e스포츠 주류인 시절, <마이 스타크래프트>, <GamerZ>같은 매니저 게임이 나온 바 있습니다. 이뿐 아니라, <LOL>을 다룬 e스포츠 게임도 꽤 많이 나왔죠.

옛날 게임들과 차별점이 없다는 말이 아닙니다. 지난 10년간 e스포츠 대표 게임은 <스타크래프트>에서 <LOL>로 바뀌었고, 그에 따라 e스포츠 환경도 상당히 바뀌었습니다. 선수 간의 1대1 기량 경쟁에서 5대5 협업 경쟁으로, 맵에 따른 종족 상성보다 수시로 적용되는 패치 파악이, 선수 선발 순서보다는 어떤 캐릭터를 뽑고 금지할지가 중요해졌죠.

게임 속 게임, 팀파이트 아레나

감독은 어떻게든 이기는 게 중요하다

<팀파이트 매니저>에도 이런 흐름이 반영됐습니다. 게임에는 <LOL>을 모티브로 한 '팀파이트 아레나'라는 가상 게임이 등장합니다. 게임은 <LOL>처럼 메타에 따라 대세 챔피언이 달라지기도 하며, 선수 기량과 챔피언 조합에 따라 승부가 결정 나기도 하죠.

<LOL>을 그대로 담아내진 않았습니다. 개발 난이도는 둘째치고 현실적 어려움이 많습니다. 그래서 '팀파이트 아레나'는 <LOL>을 최대한 단순화했습니다. 라인전, 레벨과 아이템, 오브젝트 요소가 없고 승패 규칙도 단순합니다. 60초 동안 따낸 킬 수에 따라 승패가 나뉩니다. <LOL>의 챔피언 밴픽과 한타 싸움 정도만 담긴 셈이죠. 게다가 밴픽 싸움의 복잡함을 줄이기 위해 플레이어 수도 5대5에서 4대4로 줄였습니다. 


# 밴픽 좀 대충하지 마요 감독님!

<LOL>에서 많은 요소가 빠졌습니다. 그러나 밴픽 시스템은 <LOL>과 동일합니다. 달리 말하면 개발진은 현대 e스포츠의 특징을 밴픽 시스템에 있다고 보는 셈입니다. 밴픽 중요성을 극대화하기 위해서일까요? 밴픽을 제외하곤 게임에 간섭이 불가능합니다. 

<LOL>을 극도로 단순화 시킨 탓에 ▲스플릿 운영 날개 운영 오브젝트 컨트롤 등 운영적 요소도 없습니다.​ <풋볼 매니저>처럼 전술이나 플레이 성향을 짜두는 것도 없죠. 선수들은 캐릭터 역할에 맞는 플레이를 할 뿐입니다. 선수들은 플레이어가 주어준 밴픽만으로 플레이하게 되고, 그 밴픽에 따라 승부가 결정됩니다.

<LOL>의 밴픽 시스템과 동일하다

캐릭터 상성도 극단적입니다. 세계 정상급 선수가 원딜을 잡아도 아마추어 선수의 암살자를 이기지 못합니다. 선수간 실력차가 압도적이어도 더 유리한 챔피언을 잡은 쪽이 유리합니다.​ 
밴픽 중요성이 높은 만큼, OP 발굴과 조합 연구를 꾸준히 해야 합니다. 강력한 챔피언을 어떻게 가져올 수 있는지, 조합을 맞출 다양한 방법은 무엇인지 계속해서 생각하고 실험해봐야 하죠. 하다 보면 왜 '노잼톤 또바나'을 고집하는지 어느정도 이해됩니다. 

감독 입장에서는 지루하지만 확실한 승리가 위태롭지만 짜릿한 승리보다 기쁘거든요.


# '팀파이트 아레나'에 영고라인은 없습니다

밴픽 시스템의 화룡점정은 신규 패치에 있습니다.

세상에 완벽한 게임 밸런스는 없습니다. 어느 게임이나 밸런스에 결함이 있기 마련이죠. 아쉽게도 <팀파이트 매니저> 역시 게임 속 밸런스가 좋은 편은 아닙니다. '게임 속 게임'의 밸런스를 잡아야하니 어려울 수밖에 없겠지요.

개발진은 밸런스 문제를 '재밌게' 해결했습니다. 게임을 진행하다 보면 '팀파이트 아레나'에 새로운 패치가 진행됩니다. 신규 캐릭터가 추가되는가 하면, 기존에 높은 승률을 기록한 캐릭터에 너프가 가해지기도 하죠. 이에 따라 새로운 조합이 나오기도 하고, '영고라인'에 속한 챔피언이 떡상하기도 하는 등 패치로 인한 메타 변화가 충실히 재현됐습니다.

물론 현실이 그러하듯, 패치 방향이 항상 정확하진 않습니다. 거듭된 너프에도 강세를 보이기도 하고, 캐릭터와 상관없는 방향으로 버프가 이뤄지기도 하죠. 신규 캐릭터가 쓸만한지 검증하는 데에도 시간이 필요합니다. 언제나 승리 하나하나가 중요한 만큼 패치마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한 가 하면, 때로는 과감한 선택도 중요합니다.

그러나 이 패치 시스템에는 문제가 있습니다. 플레이어들은 <팀파이트 매니저> 플레이 경험이 아무리 쌓여도, '팀파이트 아레나' 플레이 경험은 쌓이지 않습니다. 특정 캐릭터가 얼마나 너프 됐는지 쉽게 체감하기 어려운 이유입니다. <LOL>은 플레이 경험이 쌓인 만큼, ​패치의 방향성과 그 변화 정도를 체감하기 쉽습니다. <팀파이트 매니저>에 패치 방향성을 좀 더 직관적으로 알 수 있으면 어떨까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 '폭탄 목걸이'라도 채우고 싶은데...

이 게임의 모든 재미요소는 밴픽에 있습니다. 그 대가로 경영 콘텐츠가 지극히 단순합니다. 매니저 게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연봉 협상, 선수 용병 계약, 선수와 감독 알력싸움 등 요소는 없습니다. 단순한 수준의 인재 발굴, 훈련, 시설 확충 정도가 전부죠.

육성도 간단합니다. 선수에게 영향을 끼치는 주 된 요소는 5개(공격력, 방어력, 특징, 숙련도, 기분)입니다. 이 중 플레이어가 훈련할 수 있는 스탯은 공격력, 방어력, 숙련도 정도죠. 그런데 캐릭터간 상성차가 극단적​이라 이 스탯들이 경기력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잘 체감되지 않습니다. 특정 챔피언 사용시 공방 보너스를 주는 숙련도도 메타와 캐릭터 유불리를 뛰어넘을 정도는 아닙니다.

그렇다보니 육성에서 플레이어가 할 일이 거의 없습니다. 훈련을 통한 효율도 낮아 원년 멤버를 끝까지 유지하기도 어렵습니다. 스탯 시스템이 간단해 인재 발굴은 캐릭터 가챠 정도에 불과합니다. 유망주를 발굴해 키우는 육성의 재미가 부족합니다. '어느 스탯을 키운다'는 단순한 훈련 시스템이 아닌, 다양한 훈련 방식과 그에 따른 이벤트가 추가됐으면 합니다.




# 기획은 성공, 남은건 완성도 

 

밴픽의 재미는 확실합니다. 그러나 그 외의 재미가 부족합니다. 밴픽은 공들인 만큼 확실한 결과를 보여주지만 높은 집중을 요합니다. 플레이어가 밴픽 외에도 재미를 느끼고 집중할 수 있는 다른 콘텐츠들의 추가가 시급합니다. 매력적인 게임인 건 확실하나 완성을 위해 가야 할 길이 많습니다.

 

그렇지만 "답답함"을 이 정도로 잘 짚어낸 게임은 없습니다. 감독 코치가 어째서 어려운 직업인지 '생생하게' 담아낸 게임도 <팀파이트 매니저>가 유일합니다. LCK 부진과 부활에 울고 웃은 분이라면 ​<팀파이트 매니저>를 한번 권하고 싶습니다. 물론 밴픽이 쉽지는 않으니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해두시길 바랍니다.

 

 

팀 TIG엔 이런 영광도 있었으나..

 

TIG 팀 전원은 '몬타니카호'를 타고 귀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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