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스퀘어는 왜, 니어 레플리칸트를 '버전업'이라고 불렀을까?

홀리스 (정혁진) | 2021-04-23 10: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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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어> 시리즈는 평범하지 않은 세계관, 그리고 스토리 전개로 많은 팬층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드래그 온 드라군>의 신주쿠 엔딩(E엔딩)으로부터 이어지는, 시리즈의 첫 타이틀 <니어 레플리칸트>는 지금까지 여러 플랫폼, 시리즈로 선보였죠.

 

PC 스팀 포함, PS4 및 Xbox One로 출시돼 완벽한 현세대기라고 볼 수는 없겠지만, 스퀘어에닉스의 <니어 레플리칸트>는 정확히 10년 만에(PS3 버전은 2010년 4월 22일 출시), 새로운 기기에서 새 단장을 해 2021년 4월 22일, 다시 나타났습니다.

 

10년 만에 만난 게임의 모습은 어떻게 달라져 있었을까요? 디스이즈게임은 PC/콘솔로 다시 선보인 <니어 레플리칸트>를 체험한 소감을 정리합니다. 전체적인 흐름은 달라지지 않았기에, 일부 변경점에 대한 소감 위주로 남겼습니다. / 디스이즈게임 정혁진 기자

 


 

# 플레이를 할 수록 마주하게 되는 진실, '니어' 시리즈 시작

 

우리는 스스로의 신념에 따라, 그것을 '옳다'고 믿으며 행동하곤 합니다. 하지만 간혹 그것이 누군가에게는 의도하지 않게 이기적, 혹은 부정적으로 다가갈 수도 있죠. 상대적인 개념으로 작용할 수 있거든요.

 

자세히 설명하면 스포일러가 될 수 있기에 간략하게 얘기하면, <니어 레플리칸트>는 표면적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게임은 스토리에 대한 것을 간접적으로 다루거나 각 요소를 파편화시켜 유저에게 제공합니다. 이는 여러 갈래의 엔딩으로 연결되죠.

 

겉으로 보기에는 동생을 치료하기 위한 마법을 찾는 여행 정도로 보이지만, 이야기를 풀어가다 보면 이들의 대화나, 주변에 처해진 상황이 생각보다 암울하고, 심상치 않다는 것을 짐작하게 됩니다.

 

동생 요나(왼쪽)와 주인공 니어(오른쪽). 게임을 진행할수록 이들은 인류의 진실과 점점 마주하게 됩니다

 

다회차 플레이를 하면서 주인공 니어는 '인류의 진실'에 다가가게 됩니다. 정의감 넘치게 마물을 상대했다고 믿던 여정은 대반전을 맞이하게 되죠. 모든 것이 진행되고 나서야 '사실은 이랬다~'는 느낌처럼요. 이미 경험한 유저라면 평범한 게임이 아니라는 것에 고개를 끄덕일 것 같습니다.

 

독특해서 화제가 됐던, 세이브 파일을 제거하는 엔딩(D엔딩)이 등장하는 게임이 바로 <니어 레플리칸트> 입니다. 물론 단순한 개발진의 장난이 아니라, 충분히 그럴법한 설정(?)이라고 생각해볼 수도 있고요. '어째서인지' 납득이 갑니다.

 

PS3 <니어 레플리칸트>의 엔딩 D. (출처: Chaos Shadow 유저 유튜브)

 

서두에서 게임이 <드래그 온 드라군>의 여러 엔딩 중 하나와 연결되어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프롤로그 부분 외에는 거의 접점이 없어 완전히 다른 개념의 게임이 되었지만 요코오 타로 디렉터가 <드래그 온 드라군>을 개발하며 밝힌 개발 방향은 본 게임에도 동일하게 녹아들어간 것 같습니다. 이후에 나오는 여러 후속작에도요.

 

<니어 레플리칸트>와 세계관이 연결되는 <드래그 온 드라군>의 마지막 보스전, 그리고 엔딩E.

 

 

# 리마스터도, 리메이크도 아닌 '버전업'이라고 표현한 이유

 

이러한 스토리가 녹아들어간 과거의 게임을 요즘 환경에서 새롭게 즐겨볼 수 있다는 것은 참 재밌는 것 같습니다. 아마 시리즈 인기 상승에 기여한 후속작 <니어 오토마타>도 이번 출시에 한몫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보통 게임에서 '리마스터(Remaster)'라는 단어는 그래픽이나 음악의 품질 향상을 했다는 의미를 가집니다만, <니어 레플리칸트>는 퀄리티를 올리기 위해 캐릭터 모델링과 배경을 새로 만들고, 음악도 다시 작업했습니다. 동일한 것은 전작의 컨셉이죠.

 


 

 

여기에 전투 및 각종 이동을 위한 체계도 새롭게 만드는가 하면 일부 편의성도 추가해 좀 더 쾌적한 액션, 게임 플레이가 가능하게 됐습니다. DLC나 설정집에 있던 콘텐츠도 편입해 볼륨적으로나 스토리적으로나 한 층 완성도를 추구했다는 점도 특징입니다.

 

그렇다 보니 <니어 레플리칸트>는 단순 리마스터라고 부르기에는 그 이상의 것이 된 느낌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파이널 판타지7 리메이크> 처럼 원작에 없던 설정이나 전개 방식을 다수 넣으며 '다시 만들었다'는 느낌까지는 아니고요. 게임의 스토리나 틀이 바뀐 것은 아니니까요.

 

그러다 보니 리마스터와 리메이크 사이 어딘가의 느낌? 스퀘어 에닉스가 얘기한 '버전업' 이라는 표현도 어느 정도는 납득되기도 합니다. 어찌 됐든 현세대기로 발전된 경험을 제공한다는 취지에서 콘텐츠적인 부분에서도 발전을 시도했다고 받아들이면 될 것 같습니다. 

 

왜 '버전업'이라는 표현을 썼는지, 게임을 해보면 납득이 갑니다

 

# 새로운 환경에서 더 나은 경험을, PC/콘솔 <니어 레플리칸트>

 

PC와 콘솔로 새롭게 선보인 <니어 레플리칸트>의 느낌은 매우 좋습니다. 시각적인 부분이나, 기능적인 부분 모두 현존 동 세대 게임들과 비교해도 크게 뒤떨어지지 않습니다.

 

물론 최대한 원작의 특징을 살리며 재작업했기에 극적인 변화를 겪은 수준까지는 아니지만, 꽤 괜찮다고 느껴집니다. 다만 니어나 카이네, 에밀 등 <니어 레플리칸트>의 주요 등장인물의 CG는 예외로 많이 발전한 모습입니다. 컷신에서 차이를 확연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PS3 버전에서 짧고 단순하게 여겨진 음악은 모두 편곡돼 빈틈이 없도록 짜여졌습니다. 필드나 마을, 컷신 대화 등 각 씬에서 구현된 감정선도 잘 유지된 느낌이고요. 개인적으로 <니어 오토마타>에 준하지 않을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재작업된 배경 역시 깔끔해진 모습입니다

 

 

가장 달라진 점을 꼽으라면 전투 부분이 아닐까 싶습니다. PS3 버전은 스토리는 훌륭했지만 전투에 편의성이 부족해 흐름이 끊기는 경우가 많았다고 생각됐는데요, 버전업이 되면서 이러한 점은 모두 긍정적으로 바뀌었습니다. 전반적으로 <니어 오토마타>를 경험한 유저를 의식한 듯하기도 합니다.

 

전투는 PS3 버전과 비교했을때 매우 경쾌합니다

 

개인적으로는 다수의 적을 상대할 때 원하는 적을 타깃으로 싸울 수 있는 점, 그리고 마법을 이동하거나 일반 공격을 하면서 차지, 공격할 수 있는 점을 높게 평가하고 싶습니다. 좀 더 빠르게, 다채롭게 공격을 벌일 수 있게 됐거든요.

 

여기에 적의 공격을 받아치는 패링이나, 일반 공격 후 적의 뒤로 빠르게 돌아가는 순간 회피는 타이밍이나 조건이 완화돼 각각 L2, R2 버튼으로 편하게 사용할 수 있게 됐습니다. 거대 보스나 강력한 붕괴체들과 상대 시 순간 회피를 좀 더 자주 사용하게 되는 느낌이었지만, 패링도 기능에 걸맞게 쾌감도 상당합니다.

 

원하는 적을 타깃하거나, 이동하며 마법을 쓸 수 있는. 과거에는 구현되지 않은 기능이 추가돼 전투가 한결 편해졌습니다
적을 마주보고 R2를 눌러 발동하는 순간 회피는 전투를 보다 역동적으로 만들었습니다


 

비극적 상황을 맞이하고 수년 후 다시 시작되는 청년기에서는 좀 더 본격적으로 전투에 임하게 되죠. 그 중 하나가 다양한 무기를 좀 더 자유자재로 사용하도록 개선됐다는 점입니다.

 

컨트롤러의 십자 패드 좌/우/하 방향이 각각 보유한 양손검/창/한손검을 빠르게 교체할 수 있도록 추가됐습니다. 전투 도중 교체하며 빠르게 공격을 이어가는 것도 가능해 상황에 맞는 빠른 전투가 가능해진 느낌입니다.

 

덕분에, 아날로드 컨트롤러와 십자패드를 바쁘게 움직이게 됐습니다

 

전투의 템포나 환경 구성이 크게 개선된 탓에 PS3 버전보다 전투 난이도가 약간은 낮아진 느낌도 듭니다. 과거에는 원하는 적을 조준하고, 마법을 사용하거나 공격과 회피를 하려면 타이밍을 잘 재야 했지만 조작이 개선되며 적을 상대하기 수월해졌기 때문이죠. 조작만 조금 익히면 굳이 쉬움 난이도를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았습니다.

 


 

# 그래서, 추천하냐고요? 물론요, 충분히 즐길 만 합니다.

 

최근 여러 회사에서 과거 인기 IP를 선보이는 추세를 보면 확실히 퀄리티의 기준이 올라간 느낌입니다. 구현 수준을 떠나 더 나은 환경에서 발전된 경험을 제공한다는 취지는 반기지 않을 수 없는 일이죠.

 

그러한 점에서 볼 때, 앞서 소개한 여러 요소의 발전으로 <니어 레플리칸트>는 <니어>시리즈의 초석을 좀 더 제대로 경험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했다고 평가하고 싶습니다.

 

보통 난이도도 수월하지만, 오토 배틀을 해놓으면 좀 더 쉬운 전투를 벌일 수 있습니다

 

물론 10년 전 출시한 게임을 기반으로 하고 있기에 기능적인 부분이 대부분 과거의 것이 많이 보였습니다. 워프 같이 특정 위치에 빠르게 이동할 수 있는 편의 기능이 여전히 없다는 아쉬움은 있지만, 맵 구성이나 반복 이동의 범위가 넓지는 않아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됩니다.

 

<니어 레플리칸트>의 출시부터 최근 모바일로 출시한 후속작 <니어 리인카네이션> 등 <니어> 시리즈가 여럿 선보이고 있습니다. 저마나 콜라보도 하고 있고요. 팬들 입장에서는 환호할만한 소식입니다. 이번 기회에 시리즈가 어떻게 시작됐는지 경험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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