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리뷰]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 4, 아는 맛이 더 무섭다!

우티 (김재석) | 2021-11-03 17:3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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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29일, 역사 RTS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 4>가 출시됐습니다.

무려 16년 만의 정식 넘버링 신작인데요.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는 잉글랜드, 프랑스, 신성로마제국 등 여러 문명 중 한 곳을 골라 그 특징을 잘 살려 전쟁에서 승리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게임입니다. 자원을 모으고, 여러 유리한 기술을 연구하고, 암흑, 봉건, 성주, 제국 시대, 창병-기병-궁병 상성 조건 등을 고려해 가며 싸우면 됩니다.

16년 만의 복귀에 RTS 팬들은 환호하고 있습니다. 게임의 메타스코어는 82점, 스팀에서는 '매우 긍정적' 평가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지금도(3일) 스팀에서 7만 명 가까운 유저들이 게임을 즐기고 있는데요. 이만하면 까다로운 RTS 유저를 적당히 만족시켰다고 봐도 될 듯합니다. 개인적으로도 오랜만에 꽤 준수한 RTS 신작이 나온 듯해 기분이 좋습니다.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 (이하 AOE) 시리즈의 지휘봉을 잡은 렐릭(Relic)은 시리즈의 명성을 잇는 데 성공했습니다.

 


 


 

# 이게 게임이야, 다큐멘터리야?

 

기자가 <AOE 4>에서 제일 맘에 들었던 부분은 싱글플레이 캠페인을 깰 때마다 나오는 다큐멘터리 영상이었습니다. 유저들 사이에서는 "다큐를 보기 위해서 캠페인을 깬다"라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인데요. 이번에 렐릭은 시나리오가 진행되는 시대의 역사상을 설명함은 물론, 당대에 관한 이해도가 높은 전문가를 섭외해 설명하며 미니 다큐멘터리를 삽입했습니다. 

'역덕'을 만족시키기에 충분한 설정입니다. 이러한 다큐멘터리 삽입이 없었더라면, 몰입도는 상당히 떨어졌을 겁니다. <AOE 3>까지 한 인물이나 가문을 쭉 따라가며 스토리텔링을 하는 모습을 보여줬는데, 이번에는 한 발짝 뒤로 물러나 현대 실사에 과거 CG를 덧입히면서 큰 그림을 보여줍니다. 이 연출은 기자에게도 '다음 다큐멘터리는 무엇이 나올까?'라는 기대감을 주었습니다. 

렐릭은 다큐멘터리의 삽입으로 자신들의 근본력을 보여주는 데 성공했습니다. 전통 무기를 만드는 법, 말 위에서 활 쏘는 방법 같은 것들을 게임을 통해 볼 수 있다니요. <AOE 4>는 훌륭한 역사 교육 게임입니다. 그런데 뒤에 설명드릴 것처럼 시리즈 전통의 재미까지 구현됐으니 실로 성공적인 '게이미피케이션'이라고 칭할 수 있습니다.

 

다큐멘터리를 보기 위해서라도 캠페인을 깨야 합니다

이게 게임인지 다큐인지...

효시의 중요성을 설명하는 다큐멘터리


# 우리는 알고 있다, 아는 맛이 더 무섭다는 사실을...

 

지금으로부터 멀지 않은 옛날, 오리 애호가로 알려진 <스타크래프트>의 몽상가 강민은 한 예능에 출연해 오리고기를 먹으며 "맛은 굉장히 안정적"이라며 칭찬합니다. 바로 그런 안정감이 <AOE 4>에 있습니다. (농담이니까 너무 진지하게 읽지 않으셔도 됩니다)​


개그맨 유민상은 "아는 맛이 제일 무섭다"라는 명언을 남겼는데요. 진짜 그렇습니다. 캠페인과 스커미시(Skirmish, 멀티 게임)를 두루 즐겨본 결과, <AOE 4>는 시리즈의 축을 바꾸는 대단한 발전 없이 역대 전통을 계승하는 데 충실했습니다. 그중에서도 시리즈 최고 성공작으로 꼽히는 2편의 향기가 많이 묻어납니다.

그리고 이러한 '아는 맛'은 꽤 안정적인 즐거움을 줬습니다. 숲에서 은신하는 기능, 어택땅(여태까지 리마스터 버전에서만 어택땅 기능을 제공했죠. 본판에 어택땅이 추가됐다는 점은 시리즈 차원에서 '발전적 요소'입니다) 등 몇 가지 기능들만 추가된 인상입니다. <AOE 4>는 혁신보다는 안정적인 재미를 추구하고 있습니다.

 

즐거운 본진 털이

  

문명 별로 독특한 유닛과 건물을 테스트하는 요소는 전통적인 흥미를 주었고, 주어진 자원을 활용하며 도시를 발전시키는 요소도 잘 들어있었습니다. 대단하다 싶을 정도로 새로운 것은 없었습니다. 성벽 쌓기와 그 파훼법인 공성병기의 개발까지 게임이 흘러가는데요. 스커미시는 사실상 공성전의 게임이라고 불러도 무방할 정도로 그 중요성이 높습니다. 


스커미시에서 기병 요격전이나 석궁+창병 조합으로 승부를 보지 못하면, 물량 대 물량으로 승부를 보는 공성과 수성을 준비해야 했습니다. 기존에는 진영 외곽에 성벽을 지을 수 있는 정도에 그쳤지만, 이제는 성벽 위에 병사를 배치해 수성할 수 있습니다. 수풀 매복이 추가됐기 때문에 길목에서 유격전을 펼치는 메타도 즐겨볼 수 있었습니다. 초반, 중반, 종반의 판세가 격렬하게 뒤바뀌기 때문에 머리 싸움하는 재미가 상당했습니다. 

후반부를 생각한다면 성을 쌓는 게 좋습니다


문명 간 특성을 잘 이해하는 게 중요합니다


체험하면서 가장 흥미로웠던 문명은 몽골과 프랑스였습니다.

 

몽골은 유목민족으로 건물을 분해해 수레에 싣고 새로운 정착지에 터를 내리는 능력이 있습니다. 이를 통해서 자원이 고갈되면 지역을 떠나 방비와 자원 수급 모두 뛰어난 곳에 새로 마을을 꾸릴 수 있죠. 인구수 조절을 위해 사용되는 집 개념도 없습니다. 초반부터 기병을 생산할 수 있고, 경기병을 자살시켜서 공성 무기를 무력화시키는 콘셉트도 구현됐습니다. 실제 중세 역사에서 그러했듯이, <AOE 4>의 게임 체인저는 몽골입니다. 


프랑스 문명은 강력한 경제 인센티브 (업그레이드 비용 -30%)를 바탕으로 튼실한 성장과 함께 포병과 기사 조합으로 묵직한 전투를 즐길 수도 있습니다. 해상전에서도 돋보이는 활약을 보이는데 모든 전투선에 대포가 탑재되어있어 해전에서 가장 유리한 문명으로 보입니다. <AOE 4>는 시대가 발전할수록 특수 버프를 주는 '랜드마크'를 건설한다는 기믹을 가지고 있는데, 프랑스는 특별히 시간이 지날수록 더 강해지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맵 자동 생성 결과물은 상당히 만족스럽습니다
멀티 게임은 꽤 잘 잡히는 편

 



# AI와 그래픽까지 그때 그 시절?

 

<AOE 4>가 정확히 아는 맛이라고 느낀 부분은 바로 똑똑하지 못한 AI였습니다. 

정찰병들은 16년 전이나 지금이나 수풀을 헤매고 있어서 직접 만져줘야 하고 대병력을 지휘할 때 군사들은 신병 교육대에 갓 들어간 장정마냥 버벅거립니다. 홀로 '컴까기'를 할 때 적군 AI 역시 대열이 흐트러지는 '비벼짐' 현상이 발생해 답답함을 자아냅니다. 캠페인에서 맛봤던 멋진 연출의 전투를 홀로 즐기기는 어려웠습니다만, 모종의 향수가 자극되어 좋았습니다. 비벼짐과 버벅거림을 극복하고 최선을 조정을 해내는 게 <AOE> 컨트롤의 묘미가 아닐까요?

오브젝트에 겹치기 현상이 일어나서 컨트롤이 어려운 모습

메모리 16GB RAM을 권장하는 2021년 작품치고는 그래픽이 상당히 뒤떨어집니다. '품질이나 성능이 다른 것에 비해 뒤떨어지다'라는 뜻을 가진 표준어 '후지다'를 표현으로 싶을 정도로요. 건물이 무너질 때 아예 사라지지 않고, 맵에 그 잔해가 남는 연출은 보기 좋았는데, ​우당탕탕 무너지는 시원스러운 이펙트나 뻥뻥 터지는 화력전의 보는 재미는 모자란 편입니다. 

RTS 명가로 손꼽히는 렐릭이 무려 MS의 지원을 받아 만든 게임이니 개발력이나 자본이 부족해서 일어난 사고가 아니라 의도적인 설계로 보입니다. 팬들에게 '아는 맛'을 제대로 전달하려고 그랬던 것일까요? 아니면 수년 뒤 발전된 그래픽의 '완전판'을 판매하려고 그런 걸까요? 어느 방향이든 <AOE 4> 그래픽은 아쉽습니다. 유닛의 움직임은 자연스럽지 못했고, 건물 텍스처나 맵 모델링의 디테일도 썩 만족스럽지 못했습니다.

 

다큐는 이렇게나 멋진데

다소 아쉬운 그래픽

 

# 한국어 자막에 더빙까지? 칭찬합니다... 구매는 게임패스가 저렴

 

<AOE 4>는 한국어 내레이션과 자막을 제공합니다. 시리즈 전통대로 유닛들은 해당 국가의 언어로 반응하고, 앞서 말씀드린 다큐멘터리 파트에 더빙이 들어갔습니다. 유닛들은 시대가 발전하면서 사용하는 언어도 달라지는데요. 나중에 한국 DLC가 추가되면 중세 한국어를 사용할지 궁금해지네요. (중세 영어에 비해서 자료가 상당히 부족한 편이라 쉽지 않을 듯합니다)

아무쪼록 한국어로 지금 플레이어가 깨야 하는 미션에 관한 역사적 배경을 설명해주니 역사 캠페인을 즐길 맛이 납니다. 현지화는 <GTA 5> 번역으로 이름난 무사이 스튜디오에서 맡았는데, 외산 게임을 즐기면 질리게 보이는 '돋움 계열의 어색한 한국어 폰트'가 적어서 깔끔한 느낌을 줍니다. <AOE 4>의 한국 현지화는 칭찬하고 싶습니다.

폰트가 예뻐서 맘에 듭니다

작년 <AOE 3: 결정판>을 리뷰하면서 2만 원의 행복이라고 전해드렸는데요. <AOE 4>의 스팀 정가는 59,900원으로 꽤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꼭 스팀에서 게임을 즐길 필요가 있을까요? 

 

마이크로소프트의 엑스박스 게임패스를 구독하면 월 11,900원에 무한으로 즐길 수 있습니다. 왠만하면 스팀에서 사지 말고 우리 구독 서비스 이용하라고 권하는 것이죠. <AOE 4>뿐 아니라 <백 4 블러드>, <헤일로> 등의 라인업이 갖춰졌는데, 지금 가입하면 3개월 동안 1,000원에 이용할 수 있습니다.

 




# 안정감 있는 스타트, 진짜는 내년 초!

 

<AOE 4>는 안정감 있는 초기 스타트를 끊었습니다. RTS 장르이니 만큼, 렐릭이 얼마나 사후 유지 보수를 잘 하느냐에 롱런의 성패가 달렸다고 봅니다. 

분명히 향후 DLC 등을 통해 추가 문명을 내놓을 텐데, 이들이 어떤 조화를 이뤄낼 것인지도 주목됩니다. 이미 <AOE 4> 유저들은 향후 '사기 문명'이 나와서 게임이 재미가 없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현재 <AOE 4>에는 나만의 맵을 만들어서 노는 에디터 기능이 빠졌는데요. 렐릭은 내년 초 이러한 커스터마이징 도구를 제공할 것이라고 약속했습니다. 얼마나 다양한 모딩을 열어주는지를 지켜봐야겠습니다. 또 게임패스로 <AOE 4>를 이용하는 유저들이 스팀 창작마당 모드를 사용할 수 있을지도 관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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