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TIG 퍼스트룩] 나사 빠진 스네이크의 감옥 탈출기 '언메탈'

4랑해요 (김승주) | 2021-11-15 09:58:56

세상은 넓고 게임은 많습니다.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 16년 역사의 게임 전문지 디스이즈게임에서 어떤 게임이 맛있는지, 맛없는지 대신 찍어먹어드립니다. 밥먹고 게임만 하는 TIG 기자들이 짧고 굵고 쉽게 여러분께 전해드립니다. TIG 퍼스트룩!  

 

 

# <메탈 기어>를 비튼 게임 <언메탈>

 

1987년 발매된 <메탈 기어> 시리즈의 첫 작품 <메탈 기어>는 잠입 액션 게임의 효시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리고 2021년 9월 29일 발매된 <언메탈>은 이 <메탈 기어>에 대한 오마주를 듬뿍 담은 게임이다. <메탈 기어>와 같은 탑 뷰 형식의 게임이며, 주인공 '제시 폭스'의 복장은 '솔리드 스네이크'를 생각나게 한다. 조력자에게 연락해 조언을 받을 수 있는 <메탈 기어> 시리즈를 대표하는 시스템인 '무전'도 그대로 등장한다.

 

다만 진중함으로 가득 찬 <메탈 기어>와 스토리는 영 딴판이다. <언메탈>은 코미디 게임이다. 이는 스토리 첫 장면부터 잘 드러난다. 주인공 '제시 폭스'는 "억울한 누명"을 쓰고 감옥에 수감되는데, 어떤 누명을 쓴 거냐면... 그냥 죄명이 "억울한 누명"이다.

 

"넌 억울한 누명으로 체포되었다!"

<메탈 기어> 시리즈 팬들이라면 모를 수 없는 화면

이런 코미디 요소는 실제 게임플레이까지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언메탈>의 스토리는 제시 폭스가 심문, 혹은 여자친구와 이야기를 나누며 자신이 겪었던 일을 회고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는데, 그렇기에 제시가 기억하는 것이 곧이곧대로 게임에 적용된다. 가령 새로운 지역으로 이동하면 제시가 묘사를 하기 전까지는 아무 그래픽도 나오지 않는다.

문제는 제시가 다소 엉뚱한 성격을 가진 인물이란 것. 혹시 <쿵 퓨리>라는 스웨덴 독립영화를 본 독자가 있다면 해당 영화의 주인공과 거의 동일하다고 생각하면 된다. 억지로 낮게 깐 목소리로 시종일관 진지하게 행동하지만, 경비병을 제압하고 안대와 의안까지 "심심풀이"로 훔치거나, 게임 중반부에 트럭으로 탈출할 기회가 있었음에도 "환경 파괴"를 막기 위해 일부러 탈출하지 않았다는 등 맨정신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소리를 내뱉는다.

특히 특유의 신념 하에 게임 종반부까지 말해주지 않는 정보도 있다. 바로 제시가 처음 감옥 탈출에 사용한 '올가미'의 출처다. 정말 갑작스럽게 등장해서 탈출에 사용하기에 주변 인물이 계속해서 의문을 제기하는데도, 끝까지 "나중에 말해주겠다"며 답변을 회피한다. 올가미의 출저에 대한 설전은 스토리 막바지까지 계속해서 등장한다.

 

제시가 직접 이야기를 해 주면, 거기에 맞춰 그래픽이 등장한다

문제의 올가미. 제시는 무슨 일이 있어도 올가미의 출처에 대해선 말을 아낀다

경비병에게 얻은 안대를 쓸 수도 있는데, 이를 착용하면 게임 화면 절반이 가려진다(...)

게임 중간중간마다 등장하는 선택지를 통한 개그도 일품이다.

가령 2챕터에서는 하수도에서 거대 괴물과 맞서는 상황이 등장하는데, 이 괴물은 촉수를 가지고 있다. 괴물의 촉수는 몇 개냐는 선택지에 제시는 2, 4 ,6중 하나의 선택지를 정할 수 있다. 당연히 2를 선택하면 두 개의 촉수만 등장할 것 같지만, 제시는 "그 괴물은 두 개... 아니 두 다스(24개)의 촉수를 가지고 있었어!"라고 상황을 회고한다. 이에 맞추어 괴물의 촉수 또한 24개로 늘어난다. 참고로, 6을 선택하면 정직하게 촉수가 6개만 나온다.

심지어 게임 오버로 이끄는 함정 선택지도 있다. 보스전 후반부에 다다르면 제시는 최악의 상황이 발생했다며 화염방사기가 폭발, 혹은 고장났다는 선택지를 제시하는데 여기서 폭발을 선택하면 그대로 게임 오버다. 진짜로 화염방사기가 폭발해 제시가 즉사하기 때문.

보스전에 돌입하면 갑자기 <스트리트 파이터 2>를 생각나게 하는 연출이 나온다

괴물은 촉수에서 검은색 탄환을 발사한다. 촉수가 많으면 당연히 날아오는 탄환도 많다!


게임이라는 요소를 통한 개그도 소소하게 웃음을 자아낸다. 게임 후반부 제시가 박사를 협박할 때 "손을 들고 뒤로 천천히 돌라"고 하는 장면이 있는데, 박사는 "우리는 한 번에 90도씩만 돌 수 있는 2D 세상에 있는데, 어떻게 천천히 뒤를 도냐?"라고 반박한다. 결국 둘은 90도씩 두 번 도는 걸로 타협을 본다(...).

 

틀린 말은 아...니네

 

 

# 꽤 멋들어지게 만들어진 잠입 액션 게임

 

그렇다고 <언메탈>이 단순한 코미디 전개에만 의존해 게임플레이를 허투루 넘기는 것은 아니다. 내레이션과 스토리 전개는 헛웃음을 자아낼지라도, 게임플레이 자체는 꽤 묵직하고 진중하게 만들어졌다.

<언메탈>은 기본적으로 잠입 액션을 표방하고 있다. 들키지 않고 경비병을 몰래 제압해야 하며, 경비병에게 발각되면 즉시 알람이 발동해 수많은 적이 제시를 사살하기 위해 몰려든다. 레벨 시스템 또한 존재해 경비병을 들키지 않고 제압하면 경험치가 오르지만, 경비병에게 들킨 후 제압할 경우에는 경험치를 받을 수 없어 가능하면 은신 상태에서 게임을 진행할 필요가 있다.

게임을 진행할수록 잠입 난이도도 계속해서 상승한다. 초반에는 경비병의 뒤를 쉽게 잡을 수 있지만, 중반부터는 순찰하는 경비병을 피해 기절한 시체를 숨겨야 하는 등 '잠입 게임'으로써 응당 갖춰야 할 시스템은 전부 구현되어 있다.

스테이지마다 등장하는 다양한 기믹도 눈에 띈다. 주인공을 잡기 위해 작동한 파쇄기를 피해 이동해야 한다거나, 식인 쥐 무리와의 사투를 벌인다거나, 레이저 함정을 교묘하게 피해야 하는 등 계속해서 새로운 기믹이 등장해 플레이어를 고민하게 만든다.

 

잠입 게임으로써 필요한 시스템은 충실하게 갖추고 있다

경비병에게 발각되면 경험치를 받을 수 없다

요약하자면, <언메탈>은 코미디 게임이지만, 코미디적인 요소에만 의존해 게임플레이를 허술하게 넘기지 않았다. 코미디도 코미디지만, 게임플레이 자체로도 꽤 즐겁게 플레이할 수 있는 게임이다.

다만 단점이 아예 없다고 할 수는 없다. 개별로 대사를 넘기는 기능이 없기에 대사를 하나하나 전부 보던가, 아니면 통째로 스킵해야 한다. 덕분에 이런 서양식 '농담 따먹기'를 그리 반기지 않는 게이머라면 <언메탈>의 스토리 전개가 지루하게 받아들여질 가능성도 있다.

제목에서 유추해 낸 독자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언메탈>은 <언에픽>과 <고스트 1.0>의 개발자 '@unepic_fran'이 개발했다. 전작이라고 할 수 있는 <언에픽> 또한 <언메탈> 처럼 스토리에는 코미디 요소가 가득하되, 로그라이크 요소를 녹여낸 게임플레이는 탄탄하게 만들어져 여러 인디 게이머들에게 극찬을 받은 바 있다.

마지막으로, 첫 게임 시작부터 리뷰를 퇴고할 때까지 풀리지 않은 의문과 함께 글을 마무리한다.

 

​그래서 '올가미'는 대체 어디서 얻은 건데요?

 

그러니까 어디서 얻은 거냐고!!

  

 



 

▶ 추천 포인트
1. 코미디 게임을 좋아한다면 추천
2. 고전 잠입 게임에 향수를 가진 유저에게 추천
3. 6시간 전후의 플레이타임 보장

▶ 비추 포인트
1. 서구권 유머를 좋아하지 않는다면 지루할 수 있는 스토리
2. 대사를 개별로 스킵하는 기능이 없음

▶ 정보
장르: 잠입, 액션, 코미디
개발: @unepic_fran
가격: 22,500
한국어 지원: O
플랫폼: 스팀, PS4, PS5, Xbox One, Xbox 시리즈 X/S, 닌텐도 스위치

▶ 한 줄 평
나사 빠진 스네이크(?)의 감옥 탈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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