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리뷰] 좁고 얕았던 사이버펑크, 그래서 아쉬웠던 게임 '기원:변이'

4랑해요 (김승주) | 2022-03-22 17:5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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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원 : 변이>(영문명 - 아노: 뮤테이셔넴)는 중국 베이징에 위치한 인디 스튜디오 '씽킹스타즈'에서 개발된 사이버펑크 액션 게임이다. 2018년 차이나조이에서 첫 공개된 후 아트워크에 대한 입소문 하나로 이름을 알려 왔는데, 사이버펑크 배경에 수려한 픽셀 캐릭터 디자인을 덧씌워 큰 홍보 없이도 자연스레 매력을 어필했다. '사이버펑크'와 '픽셀 아트'가 일반 게이머에게 주는 인상은 꽤 크다.

 

입소문을 타고 <기원 : 변이>는 TGS, BIC 등 여러 유명 게임쇼에 계속해서 게임을 출품하며 이름을 알려 왔으며, 공개 후 4년이 지난 2022년 3월 17일 정식 발매됐다. 과연 <기원 : 변이>는 공개된 아트워크만의 게임성을 담고 있을까? /디스이즈게임 김승주 기자

 

 

 

# 3D와 픽셀 아트의 절묘한 조화

 

서두에서 언급했듯, <기원 : 변이>가 전면에 내세운 점은 픽셀 아트 비주얼이다. 

<기원 : 변이>의 모든 그래픽이 픽셀 아트로 만들어진 것은 아니다. 캐릭터의 모델과 그래픽을 정교한 픽셀 아트로 제작하고, 3D 제작된 배경을 통해 2.5D 환경을 구현해낸 식이다. 전투는 좌, 우 그리고 위로만 오갈 수 있는 2D 횡스크롤 환경에서 진행되지만, 탐색 구간에서는 마치 3D 게임처럼 동서남북으로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다.

 

2D 픽셀 아트와 3D 그래픽이 상당히 어울린다

 

게임 진행에서도 이런 시스템을 적극 활용하는 편이다

'사이버펑크'를 표방한 게임이 뭇 그렇겠지만, <기원 : 변이>도 네온사인으로 가득 찬 도시 풍경에 꽤 공을 들였다. 복잡한 던전을 탐사하며 메인 퀘스트를 진행할 때도 계속해서 횡스크롤 구간과 탐색 구간이 서로 돌아가며 등장하기 때문에 연출을 관람하는 즐거움이 있다.

또한, <기원 : 변이>는 부분적으로 오픈 월드 구조를 취하고 있다. 처음에는 갈 수 있는 구역이 제한되어 있지만, 퀘스트를 진행하며 맵을 넓히고, 구석구석 숨어 있는 서브 퀘스트를 진행하거나 수집형 아이템을 모을 수 있는 식이다. 다만, AAA급 게임이 아니기에 규모 자체는 크지 않다. 구역 하나당 하나의 복잡한 던전과 3~4개의 서브 퀘스트가 존재하는 식이다.

 

부분적으로 오픈 월드의 구조를 취하고 있다

 

"2077"이라는 이름이 들어간 게임을 해 본 게이머라면 친숙할 UI와 크래프팅 시스템도 등장한다. 오픈 월드 게임처럼 맵 곳곳에 위치한 상자나 쓰레기 더미에서 잡동사니를 획득할 수 있으며, 여기에서 얻은 재료 아이템을 분해해 강력한 무기나, 무기 개조 칩을 얻을 수 있다. 분해할 수 없는 잡동사니는 상점에 내다 팔 수 있는데, 판매 가격이 워낙 짜서 큰 의미는 없다.

편의성을 위한 빠른 이동 시스템도 존재한다. 먼저 각각의 맵은 주인공의 자동차를 타고 오갈 수 있으며, 던전 내에서는 공간 전송 기능을 가진 우물을 통해 이동할 수 있다. 다만, 빠른 이동 시스템은 다소 불편한 편이다. 가령 '42번 도로'의 하수구 던전에서 '스코프 시티'로 이동하려면, 던전 출구와 최대한 가까운 우물로 빠른 이동한 후 다시 자동차까지 걸어가 지역을 오가야 하는 식이다.

 

무언가 친숙한 UI



# '사이버펑크' 같았지만 'SCP 재단'에 대한 오마주가 더욱 강한 스토리

 

스토리는 도시에서 해결사 역할을 하며, 언니의 병을 치료할 약을 찾다 행방불명된 동생을 쫓는 '앤 플로레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시종일관 앤에게 달라붙는 자칭 천재 해커 '미즈노 아야네'도 극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는다.

 

 

스포일러가 되기에 깊게 말할 수는 없지만, <기원 : 변이>의 스토리는 확실히 빈약한 편이다. 특히 사이버펑크 콘셉트를 내세운 게임으로 보이지만, 도시 전설을 다룬 'SCP 재단'의 영향이 더욱 큰 게임이다. 게임 진행을 하며 마주치는 적들도 기계류보단 내성이 없다면 다소 징그럽다고 느낄 수 있는 벌레 몬스터가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스토리 컷씬은 냉정히 말해 스킵 버튼을 마구 누르고 싶은 마음이 뭉게뭉게 피어오를 정도다. 주인공이 정신을 잃고 내면세계를 해매는 수 년 전 게임에나 사용된 클리셰적인 연출이나 방향을 잡지 못하고 생뚱맞게 전개되는 스토리, 단순히 소모되는 조연 캐릭터들, SCP 재단에 대한 오마주 남발로 인한 쓸데없는 문서 검열, 급전개와 함께 나오는 애매한 엔딩 등. 게임을 호평하는 유저도 스토리에 대해서는 복합적인 평가를 내릴 만큼 문제가 있는 편이다.

 

한글화도 썩 만족스럽지 않다. 현지화에 드는 비용을 생각하면 번역기 수준의 어투는 용인할 수 있지만, 대사와 자막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중국에서 개발되고, 영어로 더빙되는 등의 과정에서 원문이 이중 번역되어 나온 문제가 아닌가 생각된다. 

 

고전적인 연출이 꽤 남발된다

 

게임 중반부까지는 벌레나 곤충류 몬스터가 꽤 많이 나온다

 


 

# <데메크> 스타일이 아닌, '소울라이크' 같은 전투 시스템

 

<기원 : 변이>의 전투를 비유하자면 <데빌 메이 크라이> 시리즈와 같은 화려한 콤보 액션이 핵심으로 보이지만, <다크 소울> 같은 소울라이크 게임에 가깝다.

 

먼저, 주인공이 주로 사용하는 공격 수단은 근접 무기다. 근접 무기군엔 광선검, 쌍검, 대검이 존재한다. 광선검과 쌍검은 공격 속도가 빠른 대신 공격력이 약하고, 대검은 느린 대신 공격력과 실드에 주는 대미지가 높다. 권총이나 미사일 런처와 같은 원거리 무기는 주력 공격 수단이라기보단, 근접 무기를 보조하는 수단에 가깝다. 대미지가 높지 않고 탄약에 제한이 있다.

 


적들도 체력만을 가진 것이 아니라, 별도의 실드 게이지가 존재한다. 파란색 실드 게이지가 차 있으면 받는 대미지가 경감된다. 실드를 전부 깎아 내면 그로기 상태에 빠져, 필살기를 사용해 큰 대미지를 입힐 수 있다. 외에는 적을 처치하거나 보스 몬스터를 처치하고 얻을 수 있는 별도의 포인트로 주인공의 능력을 강화시키거나 '패링' 같은 스킬을 획득할 수 있다.

 

타이밍에 맞춰 적의 공격을 막으면 반격이 발동된다

 

적의 실드를 모두 소모시키면 큰 대미지를 입힐 수 있다

 

이런 시스템을 보면, <기원 : 변이>는 화려한 콤보를 위시로 한 액션 시스템을 가지고 있으리라 예측된다. 적들을 공격할 때마다 화면 우측에 콤보 횟수까지 친절히 표시해 주니 말이다. 다양한 연계 공격을 통해 적들의 쉴드를 재빨리 깎아내고 필살기를 사용하는 식이다.

하지만, 실상은 반대다. 적들은 주인공의 공격에 맞아도 이를 무시하고 제 할 일을 한다. 별도의 경직이 없다. 덕분에 두 세대 때리고 굴러 회피하거나, 적의 공격을 패링하는 단순한 교전 수칙이 가장 효율적이다. 이런 시스템 속에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무기군은 대검인데, 공격 속도가 느리고 경직도 없으니 대검을 붕붕 휘두르다가는 적의 공격에 쉽사리 노출될 뿐이다. 사실상 버려지는 무기군이다.

 

기믹 파훼 용도가 아니라면, 대검은 쓸 일이 거의 없다

 

무기 개조 칩도 단순한 수치 변경이 대다수다.
팁이라고 한다면, 방어 무시 대미지 칩 위주로 구성하면 진행이 편하다

 

스킬 커맨드 조작 체계의 어려움도 뒤따른다. <기원 : 변이>는 콘솔 플랫폼을 메인으로 만들어졌기에 키보드보단 게임 패드를 사용하는 것이 편하다. 그러나 특수 스킬을 사용하기 위해선 커맨드를 입력해야 하는데, "↓↘→ + O" 같은 조작을 패드로 입력하기 껄끄럽다는 사실은 모두가 알 것이다. 입력의 어려움도 있지만, 스킬이 전투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도 아니기에 구르고 평타나 치는 것이 훨씬 좋다. 적들의 패턴이나 기믹도 단조로운 편이다.

<기원 : 변이>가 대형 개발사에서 만들어진 AAA 게임은 아니다. 규모가 크지 않은 인디 스튜디오에서 만들어졌기에 서브 콘텐츠의 부족함이나 오픈 월드 시스템에 대한 아쉬움은 분명 따를 수 있고, 충분히 납득할 수 있다. 하지만 상기한 이유 덕분에 전투의 재미 자체가 부족하단 사실이 플레이어를 끝내 아쉽게 한다.

 



# 다른 곳에서 만회할 수라도 있었으면 했지만...

전투가 아닌 부분에서라도 만회할 수 있었으면 했지만, 다른 부분은 더욱 빈약한 편이다.

 

먼저 서브 퀘스트인데, 가장 큰 문제점은 직관성이다. 몇몇 서브 퀘스트는 전투복의 탐색 기능을 사용해 흔적을 쫓거나 맵 구석구석을 살피며 숨은 암호를 찾아야 하는데, 힌트에 대한 가시성이 부족하다. 절묘하게 힌트가 숨겨진 게 아니라 대놓고 보여야 하는 힌트가 그래픽 문제로 잘 보이지 않기 때문. 

 

저 노란색 발자국이 안 보여서 한참을 헤맸다

 

서브 콘텐츠 분량도 만족스럽진 않다. 하나를 소개하자면 앤 플로레스는 가족을 도와 바텐더 일을 겸업하고 있기에 원한다면 미니 게임을 진행해 칵테일을 서비스할 수 있다. 작중 설명을 보면 이런 아르바이트를 통해 "짭짤한 부수입"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묘사되는데, 버그가 아니라면 보상은 난이도 당 한 번만 받을 수 있다.

 

<기원 : 변이>는 퀘스트로 주어지는 보상이 짠 편이다. 체력 회복 아이템 몇 개를 사면 금새 돈이 떨어지니, 액션에 익숙치 않은 플레이어라면 고생할 확률이 높다. 

 

탐색에 대한 보상도 소박한 편이다. 던전을 진행하며 구석구석 숨겨진 길을 통해 상자를 열 수 있는데, 분해나 조합용 아이템이 대다수다. 외에는 필드 곳곳에서 입수할 수 있는 고양이신 조각상으로 복장이나 차량 스킨 같은 치장 아이템을 교환할 수 있다. 

 

 

 

# 돌아볼수록 아쉽기만

 

<기원 : 변이>는 도트 그래픽과 3D를 배경을 절묘히 접목시켰다는 것 외에는 게이머에게 어필할 만한 매력이 적어 보인다. 무기 선택과 커맨드 입력을 통해 발동시킬 수 있는 스킬 조합도 적들의 경직도 앞에서는 무력해, 결국 구르기-평타와 패링을 반복하는 단순한 양상으로 귀결된다. 가장 효율적이니 어쩔 수가 없고, 전투가 단순하니 이내 게임이 지루해진다. 뒤죽박죽인 스토리는 말 할 것도 없다.

다소 허무하게 끝나는 <기원 : 변이>의 엔딩을 보면 확실히 후속작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 느껴진다. 모쪼록, 후속작에서는 첫 작품에서 얻어낸 성취와 시행착오를 통해 보다 멋진 게임으로 돌아오기를 바랄 뿐이다. <기원 : 변이>의 플레이타임은 10시간에서 15시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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