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동작 그만, 밑장 빼기냐?"

우티 (김재석 기자) | 2022-05-10 17:5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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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의: 이 리뷰는 <카드 샤크>의 CBT 버전을 기반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정식 출시 이후에는 게임의 성격과 특징이 바뀔 수 있습니다.

 

화투를 '꽃으로 하는 싸움'이라고 한다면, 트럼프(플레잉 카드)로 하는 게임은 무엇이라고 부를까? 스팅은 <Shape Of My Heart>라는 불후의 명곡에서 노래했다. 스페이드는 병사의 칼날, 클로버는 전장의 무기, 다이아몬드는 이 판에 걸린 돈이지만, 내 꼴을 닮은 하트는 없다고. '성스러운 우연의 기하학' 속에서 '숫자들은 춤춘다'.

 

<카드 샤크>는 솜씨 좋은 타짜가 역마차를 타고 혁명의 불씨가 아른거리는 18세기 프랑스를 돌아다니며 사기도박을 하는 게임이다. 플레이어는 스승 '생 제르망 백작'과 함께 여행하며 날렵한 손기술과 기상천외한 속임수를 익힌다. 플레이어는 도박판에 함께 들어가 주인공을 조작하며 '우연'을 '필연'으로 만들어 나가는 게임에 동참한다.

 

생 제르망 백작과 주인공 두 사람은 단순히 돈을 많이 벌기 위해서 도박을 하는 게 아니다. 도박판 밑에는 계급 투쟁, 앙시앵 레짐의 모순, 출생의 비밀, 그리고 궁중 암투가 깔려있다. 

 

 


 

# 한국에 평경장과 고니가 있다면, 프랑스에는 이들이 있다!

 

서양에서 '카드 샤크'는 카드 게임에서 속임수를 쓰는 사람을 일컫는 표현이며, 우리말로는 '타짜'로 옮길 수 있다.

 

게임 <카드 샤크>는 영화 <타짜>와 유사한 플롯을 가지고 있는데, 한 번의 실수로 모든 것을 잃은 주인공이 스승에게 '손기술'을 배운 뒤 곳곳을 유랑하며 돈을 모은다. 주인공의 속임수가 더 정교해질수록, 큰 판으로 들어간다. 목숨을 건 게임도, <인스크립션>처럼 삶 넘어서의 게임도 존재한다. <카드 샤크>의 인물들이 무엇을 찾으려고 위험한 게임에 나서는지는 정식 출시 뒤에 직접 확인하시길.

 

총 28개의 트릭은 익히는 재미가 분명하다. 밑장 빼기, 가짜 '기리' 같은 손기술부터, 거울로 상대 패 보기, 표시목 만들기 같은 작업에 여장 후 부채질로 패를 일러주거나 와인을 따라주는 척하며 덱을 바꾸는 우스운 기법도 등장한다. 게임이 뒤로 가면 갈 수면 갈수록 그간 배웠던 스킬들을 조합해 상위 스킬을 써야 할 때가 있다. 

 

상대방에게 들키지 않고, 빠른 시간 안에 정교한 기술들을 유연하게 해내는 것은 꽤 어렵다. 포인트 앤 클릭이 이렇게 어려운 일이었다니. 기자는 카드 마술을 전혀 배우지 않았지만, 게임에서 카드 트릭이나 인조그, 아웃조그 같은 전문 용어들을 만나볼 수 있었다. 구글링해보니 실제로 마술사들이 즐겨 쓰는 트릭들이 게임 곳곳에 배치된 듯하다.

 

<카드 샤크>에는 타이밍을 맞추거나 복잡한 턴 계산 없이 쉽게 이야기를 볼 수 있는 것부터 게임에서 패배하면 세이브파일까지 몽땅 날려 먹을 수 있는 것까지 총 3단계의 난이도가 존재한다. <카드 샤크>의 주인공은 아사할 수도 있고, 칼에 찔려죽을 수도 있다. 상 중 하 대응 방식의 펜싱은 박진감 넘치는 연출 덕에 간단하면서도 재밌다.

 

플레이어는 대체로 미니 게임을 통과하는 방식으로 상대방을 속이게 된다. 다음 커맨드가 헷갈린다면 힌트를 열어볼 수 있으며, 게임 중 자유롭게 힌트를 껐다 킬 수 있다. 뒤로 갈수록 전에 배웠던 스킬들을 조합하여 복잡한 꼬임수를 내어야 하는데,​ 스트레스를 받는 유저들을 위해서 '세이브-로드' 신공을 열어두었다. 도박판으로 가기 전에 역마차에서 무제한에 가까운 연습을 할 수도 있다.

 

흥미로운 지점은 <카드 샤크>에서는 속임수를 쓰는 데 집중할 뿐 사람들이 모여서 플레이하는 게임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려주지 않는다. 가령 붓으로 카드 뒤에 점을 찍어 높은 패와 낮은 패를 알려주는 기술을 사용한다면, 그 기술 자체만을 구현할 뿐 전체 판이 러미인지 포커인지 원카드인지 제대로 알려주지 않는다. '정직한 게임에는 관심이 없다'라는 듯한 태도라서 흥미롭다.

 

<카드 샤크>는 '진짜 게임'을 사실상 배제하고 가면서, 상대방을 크게 속여먹었을 때의 분명한 희열을 주는 데 집중한다. 트릭 또한 구간마다 다르기 때문에 진짜로 사기를 치는 듯하다.

 





 

# 동작 그만 밑장빼기냐?

 

이 게임은 속임수와 속임수 사이의 공간에 이야기를 집어넣었다. 모종의 이유로 삶의 터전을 떠난 주인공은 백작과 함께 유랑하며 기술을 배우고, 백작이 쫓는 이야기의 진상을 함께 파헤쳐 나간다. 그 진상에는 '상상도 못 한 정체'와 '충격스러운 비밀'이 도사리고 있다. 스포일러를 최대한 조심하면서 이야기해보자면, 카드가 J, Q, K, A로 올라가듯이 ​플레이어가 상대하는 선수들의 계급도 올라간다.

 

<카드 샤크>의 주인공은 <레드 데드 리뎀션 2>에서처럼 자신의 캠프에 일정 부분 기금을 납부해야 한다. 일종의 코뮌에서 도박으로 의적 일을 하게 되는 셈이다. 주인공의 행동은 말하자면 부자들에게 도박으로 금화를 뺏어 캠프에 납부하는 '부의 재분배'다. 게임 중 대사로 주인공이 딴 돈이 고아원에 쓰인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주인공도 캠프에서 기술을 익히거나, 소정의 판돈을 지원받는 등 도움을 얻는다.

 

게임 초반, 급작스럽게 보호자를 잃은 주인공은 그 누구도 믿을 수 없는 도박판에 내던져진다. 그리고 천한 것이 귀한 분들을 상대로 밑장을 빼다가 걸리면 굉장히 난처로운 상황에 처해진다. 감옥에 갇히면 캠프원들이 보석금을 내거나 감옥 문을 강제로 따서 구출해주기도 하지만, 지나치게 자주 감옥 문을 들락날락하다가는 감옥에서 송장이 되어 나올 수 있다.

 

이처럼 <카드 샤크>에서는 진행에 따라서 죽음에 이를 수 있는데, 이때 '죽음'이라는 캐릭터와 부활을 놓고 카드게임을 펼치게 된다. 여러 곳에서 두루 호평받았던 <인스크립션>의 챕터 1이 연상되는 기믹이다. <카드 샤크>가 죽음을 다루는 자세는 기독교 빠진 근대 유럽 세계관을 보는 것만 같다. 그게 뭐냐고? 게임의 상상력 속에선 불가능한 게 어디 있나?

 





 

# 우아한 '구라'의 세계

 

<카드 샤크>는 상당한 몰입감을 준다. 시대와 국가는 다르지만​ 흡사 드라마 <브리저튼>을 보는 듯, 사교계에 들어가 우아한 카드놀이를 즐기는 느낌을 준다.​ <브리저튼>과 같은 뜨거운 사랑은 없고, 오직 '구라'가 판을 친다. 그렇다. '구라', 이보다 더 정확한 표현을 찾지 못했다.

 

대관절 누가 게임이 예술이 아니라고 그랬던가! 게임 내내 기품 넘치는 바로크 오케스트라 선율이 흘러나오고, 게임의 그래픽은 고정된 회화를 움직이는 무대로 옮겨놓은 것만 같다. <카드 샤크>의 터치는 18세기로부터 세월이 흐른 벨 에포크 시대의 툴루즈 로트렉​ 판화를 보는 듯한 느낌이 강하지만, '구라'의 세계에서 그런 것을 따져 무엇하랴?

 

플레이어는 18세기 프랑스의 유명 인사들을 속여먹을 수 있다. 위대한 계몽주의 저술가 볼테르를 상대할 수도 있고, 오페라 가수 줄리 도비니의 이름도 등장한다. 이렇게 <카드 샤크>에는 프랑스의 역사를 알고 있다면 더 재미있을 법한 장치들이 있다. 이를테면 에펠탑 사기꾼으로 유명한 빅토르 루스티그는 수백 년 전 배경의 게임에 사기꾼으로 등장한다. 게임의 코르시카에는 테오도르 왕이 살고 있는데, 실제 역사에서도 독일인 테오도르가 그 섬에 왕국을 세웠다가 1년 만에 망했다.

 

그러나 실제 역사의 조각들이 등장한다고 게임이 걸작이 되는 것은 아니다. <카드 샤크>는 아직 미완성 게임이었다. 무슨 수를 써도 상대를 이기고 다음으로 넘어갈 수 없는 버그가 두 차례 발견됐다. 카드 게임을 스킵하고 줄거리만 볼 수 있도록 난이도를 설정하는 방식으로 넘어가야만 했는데, 폴리싱 과정에서 매끄럽게 다듬어져서 출시되기를 기대한다.

 

<카드 샤크>는 중세 유럽의 왕이 되어 영토를 관리하는 콘셉트의 <레인즈> 시리즈를 만든 영국의 인디 개발사 네리얼(NERIAL)이 만들었다. 연내 PC(스팀)와 닌텐도 스위치에 출시될 예정이며, 가격은 미정이다. 현재 스팀에서 무료로 '성스럽지 않은 필연의 기하학'​,​ <카드 샤크>의 데모를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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