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모여봐요 동물의 숲' 빡빡한 현실을 벗어나 마주한 파스텔톤 현실

텐더 (이형철) | 2020-03-27 18: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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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유튜브나 트위치, 게임 매체는 물론 각종 커뮤니티를 뜨겁게 달구는 주제가 있습니다. 바로 20일 닌텐도 스위치로 출시된 <모여봐요 동물의 숲>(이하 동물의 숲) 입니다. 게임 속 바다를 보며 현실을 잊었다는 사람과, 하루 만에 모든 빚을 갚았다는 사람 그리고 명품 옷이나 스포츠팀 유니폼을 만드는 사람 등 그 내용도 가지각색입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코로나19로 <동물의 숲> 업데이트가 지연될 수도 있다는 소식에 많은 사람이 아쉽다는 반응을 남기는가 하면, 20일 용산 아이파크몰에는 닌텐도 스위치 <동물의 숲> 에디션을 구매하기 위해 수많은 사람이 몰리기도 했습니다.

 

동물의 숲은 현실에서 쉽게 하기 어려운 것들을 가능케 한다

 

<동물의 숲>에 대한 반응이 이토록 뜨거운 이유는 무엇일까요? 많은 유저들과 전문가들은 <동물의 숲>을 통해 현실에서 벗어날 수 있음을 첫 번째 요소로 꼽습니다. 결과에 대한 압박없이 자유롭게 도전하고, 치명적인 전염병이나 사건·​사고에 대한 압박감없이 현실을 벗어나 여유를 즐기고 휴양할 수 있는 등 현실에서 쉽게 할 수 없는 것들을 가능케 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게임을 플레이한 기자는 <동물의 숲>과 현실이 꽤나 비슷하다고 느꼈습니다. 

 

<동물의 숲>은 엄청난 빚더미를 떠안으며 시작됩니다. 그리고 그것을 갚기 위해 수많은 잡초와 물고기를 팔아야 하죠. 또한 현실을 사는 사람의 성향이나 방식에 따라 다른 결과가 나오는 것처럼, <동물의 숲>도 플레이하는 유저의 성향에 따라 다른 결과물이 나오곤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현실을 벗어나기 위해 <동물의 숲>을 한다"라고 하는 것에 비해 <동물의 숲과> 현실은 너무나도 비슷한 점이 많았습니다.

 

오늘 기자는 <동물의 숲>이 단순히 힐링할 수 있는 게임이라서 인기를 얻고 있다 가 아닌, 현실과 <동물의 숲>이 꽤나 비슷함에도 힐링 물로써 높은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에 대해 주목해보고자 합니다.

 

도대체 사람들은 왜 <동물의 숲>에 이토록 열광하는 것일까요? 정말 <동물의 숲>은 현실을 벗어날 수 있기 때문에 지금의 반응을 얻고 있는 걸까요?

 

현실과 크게 다르지 않은 '동물의 숲'에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출처 : 한국닌텐도 공식 홈페이지)

   


 

 

# 현실과 다르다고? 놀라울 만큼 비슷한 현실과 동물의 숲

 

사람에게 있어서 '처음'이란 제대로 할 줄 아는 것도, 할 수 있는 것도 없는 낯설고 어설픈 영역입니다. 하지만 그곳을 벗어나 어떤 삶을 어떻게 살아가느냐에 따라 그 방향과 내용은 크게 변하죠. 당장의 목표 달성을 위해 하루하루 치열하게 사는 사람도 있지만, 충분한 여유를 즐기며 살아가는 사람도 있습니다. 

 

<동물의 숲>도 유저의 성향에 따라 큰 폭으로 게임이 변합니다. 빚 갚기를 우선시하는 유저들은 당장의 여유나 휴식보다는 잡초를 뽑고 물고기를 잡아 돈을 버는 플레이에 집중합니다. 반면 휴식과 힐링을 원하는 유저들은 노을과 바다를 보며 평화로운 시간을 즐기죠. 어떤 삶을 사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현실처럼, <동물의 숲>도 유저의 성향과 플레이에 따라 게임이 변하는 셈입니다.

  

종일 낚시만 할 수도 있지만..
빚을 갚기 위해 치열하게 사는 것도 가능하다

현실을 살다 보면 반드시 해야 하는 의무는 아니지만, 마냥 무시하고 지나갈 수 없는 것들이 존재합니다. 매일 제시간에 일어나 청소하고 공부를 하거나 출근해서 사람들과 관계를 쌓는 것 등은 누군가가 정해준 '의무'는 아니지만 원활한 삶을 위해서는 무시하기 어려운 것들이죠.

<동물의 숲>도 마찬가지입니다. 매일매일 잡초를 뽑아 깔끔한 섬을 만들 수도 있고, 물고기를 잡거나 나뭇가지를 주워 돈을 벌 수도 있습니다. 또한 주민들과 대화하며 관계를 유지하거나 특이한 화석이나 벌레를 잡아 박물관에 기증할 수도 있습니다. 이는 반드시 진행해야 하는 퀘스트나 스토리는 아니지만 조금 더 다양하고 풍부한 게임을 위해서는 지나칠 수 없는 요소입니다.

동물의 숲의 하루는 현실과 동일하다

 

하루가 24시간인 것도 현실과 <동물의 숲>의 공통점입니다. 

 

매일 우리는 24시간을 부여받지만, 식사와 수면 등 필요한 부분을 빼고 나면 실제로 쓸 수 있는 시간은 얼마 되지 않습니다. 심지어 그 시간 안에 누군가는 학교에 가고 출근을 해야 합니다. 이에 더해 인간관계도 쌓아야 하고 자기관리는 물론 적절한 휴식도 취해야 합니다. 시간이 부족하다고 해서 이를 뛰어넘어 미래로 가거나 과거로 돌아갈 수도 없습니다. 그저 주어진 24시간을 살아야 하는 셈입니다.

 

<동물의 숲>의 하루도 이와 동일합니다. 한 번에 여러 개의 퀘스트를 끝내거나 원하는 만큼 스토리를 진행할 수 있는 다른 게임들과 달리, <동물의 숲>은 주어진 하루에 충실해야 합니다. 오늘 나무에 열린 과일을 다 수확하면 다시 열매가 열릴 때까지 기다려야 하고, 오늘 심은 튤립은 꽃을 피울 때까지 일정 시간을 기다려야 합니다. 마치 현실의 우리가 다음 벚꽃을 보기 위해 내년 봄을 기다려야 하는 것처럼요.

 

 

# 그럼에도 사람들이 동물의 숲에 열광하는 이유

 

그토록 벗어나고 싶었던 현실과 비슷함에도 <모여봐요 동물의 숲>이 많은 사람으로부터 큰 호응을 얻는 이유는 '현실에서 감히 꿈꾸기 어려운 것'을 할 수 있게 해주기 때문입니다. 

 

현실에서 노을과 바다를 보려면 휴가는 물론이고 적절한 비용과 시간 등 많은 것을 준비해야 합니다. 하지만 <동물의 숲>에서는 그런 것들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몇 걸음만 걸으면 바다를 즐길 수 있고 시점만 조금 돌리면 멋진 노을과 하늘을 아무런 대가 없이 마음껏 볼 수 있죠.

 

다른 사람과 경쟁할 필요도 없습니다. 높은 학점과 유학 경력 등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많은 것을 갖춰야 하는 현실 못지않게 좋은 게이머가 되기 위해서는 많은 것을 준비해야 합니다. 기본적인 구조는 물론 스킬 데미지와 정확한 상황 판단 등 시험을 공부하듯 게임을 숙지해야 하죠.

 

게임의 핵심적인 메시지는 바로 이것

하지만 <동물의 숲>에는 승리나 패배는 물론이고 다른 사람들과 경쟁할 필요도 없습니다. 종일 집에만 있어도 되고, 아무런 이유 없이 하늘만 보며 시간을 보내도 됩니다. 어떤 플레이를 하더라도 그것이 잘못되거나 틀린 플레이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또한 그것을 보며 트롤이라고 손가락질하는 사람도 없습니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도 현실에 비해 수월합니다. 인연을 만들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를 고민해야 하는 현실과는 달리 <동물의 숲>에서는 아무 걱정 없이 사람들과 교류하고 대화할 수 있습니다. 그저 시시콜콜한 수다를 떨 수도 있고, 박물관 개장을 기념해 주민 모여 잔치를 할 수도 있습니다. 또한 게임 속 유명 가수 K.K의 콘서트에 참가해 함께 음악을 들을 수도 있죠. 

 

또한 <동물의 숲>은 강제로 진행해야 하는 퀘스트나 스토리 대신 유저가 별다른 규칙없이 마음대로 놀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합니다. 이에 따라 유저가 하는 모든 플레이가 정답이 됩니다. 오랜 시간이 걸릴지라도 잡초만 뽑아 빚을 갚을 수도 있고 벌집 헌터가 되어 온종일 나무만 흔들며 섬을 돌아다닐 수도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만난 무지개와 노을을 보며 하루를 마무리할 수도 있습니다. 

 

결과물에 대한 압박이 없는 것 또한 <동물의 숲>의 특징입니다. 이는 과정을 통해 일정 수준 이상의 결과물을 요구하는 현실과는 분명 다른 부분입니다. 심은 꽃이 시들어도, 물고기를 잡다가 놓쳐도, 집을 이쁘게 만들지 못해도 그것에 대한 페널티는 전무합니다. 덕분에 유저들은 현실에 비해 더 자유롭고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습니다.

 

현실에서 쉽게 찾기 힘든 여유를 제공한다

 

  

# 파스텔톤 현실 '동물의 숲'

 

언제부턴가 즐거움을 위한 게임보다 남을 이기기 위한 게임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다른 사람들이 제 스킬과 플레이를 보며 감탄할 때는 설명하기 힘든 희열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이에 따라 어떤 게임이건 시험을 준비하는 것처럼 치열하게 공부하기 시작했습니다. 마치 토익 단어를 외우듯 스킬과 상성을 숙지하고, 커뮤니티에 들어가 요즘 트렌드는 어떤지 찾아보는 것이 일상이 됐죠.

 

그런 와중에 만난 <동물의 숲>은 정말 오랜만에 즐거움을 위한 게임이 뭔지 느끼게 해줬습니다. 남을 이기는 것과 남보다 잘하는 것이 게임의 덕목이라고 생각했던 저에게 게임이 줄 수 있는 순수한 즐거움과 휴식을 제공한 셈입니다.

 

현실에서 실패를 두려워하며 망설였던 것도 <동물의 숲>에서는 자유롭게 시도할 수 있었습니다. 맨손으로 벌집을 잡으려다 벌에 쏘여도, 가방을 가득 채운 상태로 출발해 아무것도 얻지 못하고 돌아온 여행길도 <동물의 숲>에서는 실패가 아니었습니다. 또한 NPC에게 빌린 돈을 갚지 못해도 내 물건에 가압류 딱지가 붙을 일도 없습니다. 실패라는 개념이 존재하지 않는 세상인 셈입니다.

 

오늘은 금요일이지만 퇴근하면 곧바로 집으로 향할 생각입니다. 그곳에는 실패도, 코로나19도 없는 부드러운 파스텔톤 현실 <동물의 숲>이 있으니까요.

 

그 곳엔 '파스텔톤 현실' 동물의 숲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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