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부처님 오신 날 특집] 진정한 희생의 의미를 알아보는 게임 '만다곤'

민초 (이소현) | 2020-04-30 00:36:11

이 기사는 아래 플랫폼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오늘은 음력 4월 8일, 석가모니의 탄생을 기념하는 '부처님 오신 날'입니다. 특히 올해는 근로자의 날, 주말, 그리고 어린이날이 이어지기 때문에 짧지 않은 연휴를 보내시는 분들도 많을 텐데요. 


미뤄두었던 게임에 집안일, 푹 쉬는 것까지 할 일이 많은 만큼, 이번 기사에서는 가볍게 할 수 있는 게임 하나를 소개하려고 합니다. 티베트 불교 사상에 기반을 둔 게임으로, 화면을 통해 부처님 오신 날을 만끽할 수 있습니다. 고즈넉한 분위기와 불교의 철학을 곱씹어보고 싶은 게이머라면 해보시길 바랍니다. 


게임은 자비롭게도 스팀과 안드로이드에서 무료로 플레이할 수 있습니다. 게임은 공짜라는 가격과 좋은 그래픽에 힘입어 5,000개가 넘는 리뷰와 '매우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습니다.


플랫폼 게임 <만다곤(Mandagon)> 입니다.​

 




# '죽음을 알아야 삶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다'는 사자의 서

  


 

<만다곤>은 티베트 불교를 그려낸 게임입니다. 지도자인 달라이 라마는 뉴스를 통해 몇 번 들어보셨겠지만 종교 자체는 꽤 낯설게 다가오죠? 


티베트 불교는 티베트의 국왕이 인도에서 들여온 불교가 토착 종교와 섞이면서 만들어졌습니다.​ 이름은 생소해도 업보, 윤회, 무아와 같은 기본적인 불교적 가르침은 대부분 동일합니다. 게임 속 만다라가 그려진 깃발, 티베트 불교의 총본산인 '포탈라궁'과 닮은 건물, 마니차에서 티베트 불교의 색채를 느낄 수 있습니다.

 

참고로 마니차는 표면에 글이 새겨진 통을 말합니다. 글의 내용은 불교의 경전으로, 글을 읽지 못하는 사람들도 이 통을 돌리면 수양을 쌓을 수 있다고 합니다티베트 불교 지역에서는 사원을 돌며 벽면의 마니차를 돌리는 승려와 신도들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게임 곳곳에 만다라와 석탑이 있다
맵에 들어서자마자 거대한 마니차가 보인다

 

<만다곤>은 티베트 불교에서 '제 2의 부처'라고 불리는 파드마삼바바​가 쓴 경전 '사자의 서'를 소재로 삼았습니다. 사자의 서는 사람이 죽어서 환생할 때까지 49일간 머무른다는 세계 '바르도'와 사후 세계에 대한 안내서입니다. 죽음 후에 바르도에 들어서면 무서운 얼굴을 한 부처를 만나게 되는데, 이 부처가 자신의 마음이 만들어 낸 환영이라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사후 세계만 다루는 것이 아니라, '죽음을 이해하면 삶을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 책의 내용입니다. 20세기 초에 서양으로 전해지면서 심리학자 카를 융에게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도 유명합니다.

 

게임의 개발자인 톰 키친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만다곤>은 희생과 환생에 관한 이야기"라고 말하며 스팀 페이지에 "삶과 죽음에 초점을 맞추고 진정한 희생의 의미가 무엇인지 발견하라"고 적었습니다.



# 희생하기 위해 달려가는 게임, <만다곤>

 

게임은 조금 불친절합니다. 플레이어는 아무 정보도 없는 채로 게임을 시작하게 됩니다. 여기가 어딘지, 캐릭터의 배경이나 상황이 어떻게 되는지, 이 게임의 목적이 무엇인지 모두 알 수 없습니다. 플레이어는 그저 이동과 점프라는 플랫폼 게임의 단순한 법칙을 떠올리며 전진할 뿐입니다.


첫 장소를 빠져나오면 도트로 그려진 아름답고 고요한 세계가 펼쳐져 있습니다. 맵을 탐험하던 플레이어는 곳곳에 놓인 토템과 상호작용하며 주인공의 상태와 가족 구성, 이 장소에 도달한 이유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한글 미지원이라 영어를 해석해야 하지만, 토템의 말이 짧아 이해가 어렵지는 않습니다.


토템을 통해 듣는 이야기는 평화로운 배경과 달리 암울합니다. 주인공은 폐병으로 죽어가는 딸아이를 살리기 위해 '바르도'에 왔습니다. 그러니까 이 곳은 '사자의 서'에서 설명했던 삶과 죽음이 교차하는 세계, 사후 세계입니다. 주인공은 바르도를 탐험하며 딸을 소생시킬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게임의 첫 장면. 알 수 없는 장소에 서 있는 주인공
맵에는 토템이 놓여져 있어서 대략적인 스토리를 들을 수 있다

 

게임은 구체적인 방법을 알려주지 않습니다. 다만, 맵에 흩어져있는 조각들과 비석, 맵의 중앙에 놓인 거대한 문을 보면 짐작할 수 있습니다. 조각을 모아 저 문을 넘어야 한다는 것을요. 조각을 모양에 맞는 비석에 밀어 넣으면 문의 불이 하나씩 켜집니다. 


또한 비석에서 게임의 전체 맵을 볼 수 있습니다. 다른 비석이 어디 있는지, 어느 비석에 조각을 끼웠는지도 다 볼 수 있습니다. 한 번이라도 상호작용한 비석이라면 빠르게 이동할 수도 있고요. 그러나 맵을 비석에서만 볼 수 있다는 게 조금 불편합니다.


맵의 낡은 집에 들어가면 비석에 끼우는 조각이 있다
비석에서 전체 지도를 볼 수 있다


맵의 위쪽은 공중 사원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여기에 놓인 새 조각상을 이용하면 일정 범위를 날 수 있어서 멀리 떨어진 발판 사이도 쉽게 이동이 가능합니다.


공중 사원까지 다 탐험해서 총 6개의 비석에 조각을 꽂아 넣고 대문 근처 불상에도 불을 밝히면, 문이 열리고 화려한 사원으로 들어섭니다. 그곳에서 주인공은 독특한 모습을 한 존재를 만나게 됩니다. 불법을 수호한다는 귀신 야차 같기도 하고, 힌두교의 칼리 여신 같기도 합니다. 존재는 주인공의 딸이 '다시 살아났다'라고 말합니다.


기쁜 소식입니다. 하지만 주인공은요? 주인공은 이 조각들을 모으고 딸의 생명을 살리면서 구체적으로 어떤 희생을 한 걸까요? 어떤 과정으로 딸이 살아난 거죠? 게임의 엔딩 후에 주인공은 어떻게 될까요? 게임은 구체적으로 이 모든 과정을 설명하지 않습니다. 주인공의 희생에 가격을 매기지 않습니다. 단지 그 희생으로 얻어 낸 아름다운 결과를 알 수 있을 뿐입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이 아무것도 알 수 없는 희생, 딸의 생명을 위한 가격이 무엇이든 지불하겠다는 그 정신이 개발자가 말한 '진정한 희생'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 해석이 틀릴 수도 있겠지만, '삼라만상 모든 것은 결국 자신이 어떻게 보는가에 달렸다'는 말을 생각하면 이 게임에서 얻을 수 있는 저 나름의 깨달음일지도 모릅니다.


맵 위쪽에 자리한 공중 사원
조각을 모아 비석에 끼우고 이 대문을 열어야 한다

 

 

게임의 분량은 짧은 편입니다. 엔딩과 스팀 도전과제까지 모두 달성한다 해도 길어야 1시간이면 끝납니다. 그리고 전투나 죽음도 없어 전반적으로 잔잔한 분위기가 계속됩니다. 


하지만 게임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그리 가볍지 않습니다. 불교의 가르침 중에 "눈에 보이는 것에 휘둘리지 말고 본질을 들여다보라"는 말이 있죠. 이 게임이 잠시나마 삶과 죽음 그리고 자기 자신을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가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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