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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리뷰] 라그나로크 오리진, 녹진한 집게발 사골

우티 (김재석 기자) | 2020-07-16 16:2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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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그나로크 오리진>, 인정할 건 인정하자, 사골은 사골이다

 

2020년 <라그나로크>라는 이름 뒤에 신선함을 붙이긴 어렵다. 그 이름을 달고 나온 게임만 30가지를 넘는다. 시장에는 이미 <라그나로크M>이라는 모바일 MMORPG도 있다. 그래서 <라그나로크 오리진>을 바라보는 시선이 그렇게 긍정적이진 않았다. 어쨌든 유저들의 말대로 <라그나로크 오리진>은 부정할 수 없는 사골이다. 

 

사골이 사골인 데엔 이유가 있는 법. 여전히 <라그나로크>는 아시아 MMORPG 게이머에게 소구력이 있는 IP다. (지금도 <라그나로크 오리진>에 접속하면 영어나 태국어를 종종 볼 수 있다) 이미 널리 유포된 흔한 비유를 한 번 더 하자면, 이 사골이 맹탕인지 진국인지 맛을 오래 봤는데 진국에 가까웠다. 

 

요컨대 <라그나로크 오리진>은 대충 만든 게임이 아니었다. <라그나로크 M>의 존재에 실례가 될 만큼 못 만들지 않았다는 것이다. 사골은 사골인데, 게 집게발 찜처럼, <라그나로크>만의 아이덴티티가 잘 묻어났다. 그런데 이 가게, 오픈 초기인데 벌써부터 국물에 프림을 타는 건 아닌지 걱정이다.

 

게 집게발을 약초랑 찌면 무슨 맛이 날까, 먹을 건 있을까?

 

# 제대로 녹아든 <라그나로크>의 귀여움

 

먼저 게임은 여성향 MMORPG라는 타이틀에 걸맞는 룩앤필을 제대로 계승했다. <라그나로크 오리진>은 <라그나로크>를 하면서 받는 감각적 만족을 그대로 제공한다.

 

아직도 <라그나로크>를 즐기는 유저들이 "내 새끼 보는 맛에 한다"라는 이야기를 하는 것을 보면, <라그나로크 오리진>이 얼마나 귀엽냐는 중요를 넘어 핵심의 영역에 있다. '내 새끼'라는 단어 안에는 그동안 캐릭터를 성장하는 데 쓴 자신의 노력이 담겨있지만 그럼에도 게임 세계가 그만큼 잘 구축되지 않았더라면 그렇게 오랜 세월 힘을 가지기 어려웠을 것이다.

 

배경, 컷씬, 음악, 더빙 등등 게임을 하면서 감각적으로 보이고 느껴지는 요소는 하나같이 만족스럽다. 프론테라는 프론테라고, 소그라트 사막은 소그라트 사막이다. 그 안에서 돌아다니는 PC나 NPC도 마찬가지. 캐주얼하면서도 밝은 영락 없는 <라그나로크>, 모바일 디바이스에 맞게 축소된 감은 있지만 위화감은 없다.

 

컷씬도 풍성하고
튜토리얼 그림도 귀엽다

시청각적으로는 합격점.

 

아기자기함, 귀여움 등은 어디까지나 주관적이지만, 적어도 3D 그래픽과 일러스트는 원작의 감각이 그대로 묻어난다. 옷장에서 캐릭터를 꾸미고, 그렇게 차려입고 춤을 출 수 있다. 꾸밀 수 있는 요소는 원작처럼 무궁무진하다. 게임을 진행하면서 그런 아이템들을 어렵지 않게 얻을 수 있다.

 

필드의 NPC, 몬스터, 꽃밭이나 사다리 같은 오브젝트 등등 어느 하나 대충 만든 것 없이 공들인 느낌이 난다. 기자는 개인적으로 <라그나로크>에 대한 기억이 많이 없는데, 그럼에도 눈이 가는 UI/UX였다. <라그나로크>에 대한 기억이 전혀 없는 사람이라도 <라그나로크 오리진>은 둘러보기에 좋은 게임이라고 생각한다.

 

꾸미는 것을 좋아하는 게이머에게는 확실히 어필할 듯

 

훌륭한 일러스트. 용병은 솔로잉에 필수적이다.

 


# <라그나로크>에 대한 기억 "그냥 채팅하고 노는 게임", 모바일에서는...

 

앞서 <라그나로크>에 대한 기억이 많이 없다고 썼다. 실제로 게임에 대한 기자의 기억은 노란 모자를 쓰고 맵 이곳 저곳에 앉아서 얼굴도 모르는 사람이랑 몇 시간씩 채팅하고 논 것밖에 없다.

 

그런데 이런 커뮤니티 요소야말로 <라그나로크>를 이해하는 키워드다. 필드 아무데나 앉아서 채팅방을 열고 "오늘 뭐 먹었냐" 하던 게 많은 사람들이 아는 <라그나로크>다. 기자에게 캐릭터는 버디버디 아바타에 가까웠다. 그렇게 커뮤니티 요소가 강한데도 게임적 요소가 곧잘 들어있으니까 많은 사람들이 <라그나로크>의 세계에 남아있었던 게 아닐까 추론해본다.

 

옛날 <라그나로크>는 가입자의 주민등록번호 뒷자리로 캐릭터의 성별을 강제했다. 때문에 게임 안에서 다양한 '만남'들이 이뤄졌다는데, 기자는 가족의 개인정보를 넘기지 않고는 들어가볼 도리가 없었던 성인 서버 사라에서는 조금 더 수위가 높다는 소문을 들은 기억이 있다.

 

이런 라앤(라그나로크 애인)도 그렇고, "고구마 장사가 힘들어요..."(고구마는 체력을 채우기 좋은 수단이었기에 노점에서는 너도 나도 고구마를 팔았다)도 그렇고, 길드 채팅방도 그렇고, <라그나로크>는 소통이 굉장히 강조된 MMORPG다.

 

<라그나로크 오리진>의 채팅은 다소 사무적이다. 그래도 없는 것보다는 100배 낫다.

그런데 이같은 부분은 <라그나로크 오리진>에서는 구현하기 쉽지 않다. 모바일 MMORPG의 소통은 제한적이다.​ 이미 우리에겐 카카오톡과 페이스북이 있고, 모바일 MMORPG에서 몇 시간씩 떠들기는 쉽지 않다. 아이폰 X와 갤럭시 A6로 <라그나로크 오리진>을 돌려봤는데, 겨울에 실외에서 틀어놓고 싶을 정도로 발열이 심했다. <라그나로크> 시절 급으로 떠들면서 노는 건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또 PC MMORPG에서 소통이 일어나는 기본 요소는 '도움!'이라고 할 수 있다. 노란 모자 우티가 "이거 어떻게 해요?"라고 물어보면 잘알 선생님들이 친히 리액션을 해주고, 귀찮게 계속 물어보면 직접 내가 있는 곳까지 와서 쩔까지 해주지 않나? (우리의 우티가 엄마 주민등록번호로 만든 여캐라면 친구 신청 걸면서 포션도 슬쩍 주고)

 

<라그나로크 오리진>에서 그런 종류의 커뮤니티 요소는 공식카페나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서 소화되고 있다. 카프라 NPC가 거의 모든 장소에 포탈을 제공하기 때문에 복사, 법사 유저들에게 포탈을 열어달라고 채팅을 걸 필요도 없다. <라그나로크 오리진>은 분명 귀여운 세상이지만, 그곳에서 돗자리를 펴고 수 시간씩 한담을 나누면서 시간을 보낼 만큼은 아니다. 

 

길드는 있지만 소통은 오픈카톡방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

 

# 부족한 점 슬기롭게 극복한 스토리 라인과 레이드, 피로도는 왜?

 

<라그나로크 오리진>은 감성 이상의 무기를 충분히 준비했다.  

 

원작의 성장 트리가 전부 구현되어있지는 않지만, 6개 클래스와 2차 전직까지 중요한 것들은 전부 들어있다. 스킬도 원작과 크게 비슷하다. 특히 플레이어에게 균형 있는 성장을 ​권장하는 베이스 레벨과 잡 레벨로 구분된 레벨 체계와 스탯, 스킬 포인트 배분 시스템, 카드 장착도 충실하게 구현된 모양새다. 성장 시스템의 설계에 한해서는 <라그나로크 M>과 크게 구별되지 않는다.

 

다만 하루 딱 2시간 동안만 경험치를 얻을 수 있게 자동사냥에 피로도 개념을 도입한 것은 호불호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피로도로 인한 공백을 메울 수 있도록 낚시, 댄스를 비롯한 각종 의뢰, 모험, 도감 콘텐츠 등이 마련됐다. 하지만 '닥사'와 '득템'을 원하는 유저층에게는 마이너스 요소로 작용할 것이다. 기자는 사냥 정도는 맘놓고 할 수 있게 풀어주는 게 더 좋았을 거란 생각이 든다. 피로도는 굳이 지금 보고 싶지 않은 옛날 물건이다.

 

피로도를 꽉 채우면
사냥에서 경험치를 얻을 수 없다

 

오픈 초기부터 할 거리는 정말 많다.
 

개인적으로 MMORPG의 스토리에 연연하는 편이 아니기 때문에 메인 퀘스트를 밀 때 쏟아지는 활자들은 빠르게 터치하며 넘겼다. 원작에 해를 끼치지 않는 선에서 메인/서브 스토리를 설계했다는 게 유저들의 중론. 퀘스트 특별 던전에 들어간다거나 다른 유저와의 협동 플레이가 필요하다거나 별도 영상 컷씬이 들어가는 등 각별히 신경 썼다는 느낌도 준다.

 

모바일 MMORPG이기에 많은 기능은 자동으로 즐길 수 있다. 어떤 스킬을 쓸 건지, 물약은 언제 먹을 건지, 얼마나 오랫동안 사냥을 할 건지 같은 개괄을 설정하고 나머지는 알아서 한다. 리뷰를 쓰고 있는 지금도 기자의 캐릭터는 오크를 잡고 있다. 2명의 용병 역시 알아서 사냥을 돕고 있다. 이 용병 덕에 솔로잉이 외롭지 않다. 다른 플레이어와 파티 사냥을 해도 교류가 딱히 없는 건 마찬가지다.  자동 이동과 포탈도 무한정 지원하지만 탈것을 넣었는데, 이건 원작에 대한 존중이 아닐까?

 

<라그나로크 오리진>은 원작의 시스템에 자동을 집어넣으면서 오는 공백을 촘촘하게 채웠다.​ 각종 레이드는 자동사냥으로 돌 수는 있지만, 지하수로에서 보스몹 모굴을 잡을 때는 장판이나 쇼크 웨이브를 수동으로 피하면서 요리조리 딜을 집어넣야 한다. 이렇게 상위 콘텐츠는 최대한 직접 조작해야만 한다. 길드 파티에서는 다른 플레이어들과 <오버쿡드>를 강하게 오마주한 듯한 요리 제작을 직접 할 수 있고, 일부 던전에서는 자동사냥을 아예 막아놨다. 

 

게임에는 미니게임이 많이 들어있다
누가 봐도 <오버쿡드> 오마주다

 

기자는 2차 전직까지 무과금, 자동사냥으로 쉽게 올 수 있었다. 게임의 과금 유도는 심하지 않다. 현재까지 느낀 바로는 거의 없다. 유료 몰인 RO샵에는 외형을 바꿔주는 각종 복장, 경험치와 추가 휴식 보너스를 지급하는 월 구독형 '카프라 회원권'을 판매하는 정도다.​ 

 

<라그나로크 오리진>에선 아이텝 드랍율을 올려주는 프레이의 행운은 360분씩 무상으로 제공된다. 론칭 초기인데 유료 재화 냥다래를 하루에 100씩 그냥 지급하고 있다. 2시간의 피로도는 모두에게 공평한데, 돈을 낸다고 해서 3시간, 4시간 늘어나지는 않는다. 

 

고래가 아니더라도 이렇게 저렇게 놀 거리가 많다보니 지금까지 <라그나로크 오리진>은 꼬접을 하기보다는, 하루에 한 번은 들어가서 이거 저거 해놓고 싶은 게임이다. 

 

카프라 회원권. 다른 모바일 MMORPG의 월구독 티켓과 비교하면 그렇게 맵지 않다.

 

과금하지 않아도 즐길 거리가 많다. 각종 의뢰가 오래도록 리텐션을 유지할 만큼 매력적인지는 장기적으로 지켜봐야할 듯.

 

# 그럼에도 운영에서 지워지지 않는 물음표

 

그런데 불안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먼저, 사전예약자를 150만 명이나 모았는데 론칭 첫날 서버를 3개만 만들었다는 점에서 고개를 갸우뚱하게 된다. 옛날이야 대기열이 영광일 수 있지만, 클라우드 서버가 상용화된지 오래다. 노이즈 마케팅이라고 하더라도, 사전예약자를 이만큼 모았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한 이후에 긴 대기열이 생긴 것은 수요 예측에 성공하지 못했다는 결론으로 받아들여진다.

 

얌전하게 솔로잉하다가 롤백 맞고 대기 중.jpg

 

게임은 초기 수 차례 롤백되었으며, '중복 터치'라는 로그인 병목 현상까지 발생했다. 기자도 세 번이나 롤백을 당했다. 기자의 길드원 중에는 자신의 캐릭터가 몇 시간째 인던에 갇힌 상태를 경험한 사람도 있었다. 그라비티는 서버를 추가 오픈하고 플레이 데이터를 잃은 유저들에게 보상을 지급했지만, 분명 석연치 않은 시작이었다. 그라비티는 "<라그나로크 오리진>은 다르다"라고 소개했지만, 운영에 한정했을 때 크게 달라진 것은 없었다.

 

게임에서는 0.5%라고 나온 확률이 공식 홈페이지에서는 0.05%로 표기되는가 하면, 카드 자판기에 파란색 등급 '이상'을 뽑을 수 있다는 아이템을 판매했지만, 보라색 같은 파란색 '이상'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라비티는 파란색도 '이상'이기에 문제 없다는 수사로 문제를 갈음하려다 유저들의 날선 비판을 마주해야 했고, 결국 15일 전액 환불을 결정했다.

 

이렇게 <라그나로크 오리진> 출시 이후 그라비티의 행보는 불안하다. 유저들의 "게임이 제대로 굴러가지 않는 것마저 <라그나로크>다"라는 말에는 날카로운 뼈가 들어있다.​ 게임을 100% 그라비티가 만든 것이 아니라면 (중국의 환러후위와 공동 개발했다), 적어도 자기 고객층과 IP는 300% 이해하고 있다는 모습을 보고 싶다.

 

 

# <라그나로크 오리진>, 인정할 건 인정하자, 사골은 사골이다

 

2020년 <라그나로크>라는 이름 뒤에 신선함을 붙이긴 어렵다. 그 이름을 달고 나온 게임만 30가지를 넘는다. 시장에는 이미 <라그나로크M>이라는 모바일 MMORPG도 있다. 그래서 <라그나로크 오리진>을 바라보는 시선이 그렇게 긍정적이진 않았다. 어쨌든 유저들의 말대로 <라그나로크 오리진>은 부정할 수 없는 사골이다. 

 

사골이 사골인 데엔 이유가 있는 법. 여전히 <라그나로크>는 아시아 MMORPG 게이머에게 소구력이 있는 IP다. (지금도 <라그나로크 오리진>에 접속하면 영어나 태국어를 종종 볼 수 있다) 이미 널리 유포된 흔한 비유를 한 번 더 하자면, 이 사골이 맹탕인지 진국인지 맛을 오래 봤는데 진국에 가까웠다. 

 

요컨대 <라그나로크 오리진>은 대충 만든 게임이 아니었다. <라그나로크 M>의 존재에 실례가 될 만큼 못 만들지 않았다는 것이다. 사골은 사골인데, 게 집게발 찜처럼, <라그나로크>만의 아이덴티티가 잘 묻어났다. 그런데 이 가게, 오픈 초기인데 벌써부터 국물에 프림을 타는 건 아닌지 걱정이다.

 

게 집게발을 약초랑 찌면 무슨 맛이 날까, 먹을 건 있을까?

 

# 제대로 녹아든 <라그나로크>의 귀여움

 

먼저 게임은 여성향 MMORPG라는 타이틀에 걸맞는 룩앤필을 제대로 계승했다. <라그나로크 오리진>은 <라그나로크>를 하면서 받는 감각적 만족을 그대로 제공한다.

 

아직도 <라그나로크>를 즐기는 유저들이 "내 새끼 보는 맛에 한다"라는 이야기를 하는 것을 보면, <라그나로크 오리진>이 얼마나 귀엽냐는 중요를 넘어 핵심의 영역에 있다. '내 새끼'라는 단어 안에는 그동안 캐릭터를 성장하는 데 쓴 자신의 노력이 담겨있지만 그럼에도 게임 세계가 그만큼 잘 구축되지 않았더라면 그렇게 오랜 세월 힘을 가지기 어려웠을 것이다.

 

배경, 컷씬, 음악, 더빙 등등 게임을 하면서 감각적으로 보이고 느껴지는 요소는 하나같이 만족스럽다. 프론테라는 프론테라고, 소그라트 사막은 소그라트 사막이다. 그 안에서 돌아다니는 PC나 NPC도 마찬가지. 캐주얼하면서도 밝은 영락 없는 <라그나로크>, 모바일 디바이스에 맞게 축소된 감은 있지만 위화감은 없다.

 

컷씬도 풍성하고
튜토리얼 그림도 귀엽다

시청각적으로는 합격점.

 

아기자기함, 귀여움 등은 어디까지나 주관적이지만, 적어도 3D 그래픽과 일러스트는 원작의 감각이 그대로 묻어난다. 옷장에서 캐릭터를 꾸미고, 그렇게 차려입고 춤을 출 수 있다. 꾸밀 수 있는 요소는 원작처럼 무궁무진하다. 게임을 진행하면서 그런 아이템들을 어렵지 않게 얻을 수 있다.

 

필드의 NPC, 몬스터, 꽃밭이나 사다리 같은 오브젝트 등등 어느 하나 대충 만든 것 없이 공들인 느낌이 난다. 기자는 개인적으로 <라그나로크>에 대한 기억이 많이 없는데, 그럼에도 눈이 가는 UI/UX였다. <라그나로크>에 대한 기억이 전혀 없는 사람이라도 <라그나로크 오리진>은 둘러보기에 좋은 게임이라고 생각한다.

 

꾸미는 것을 좋아하는 게이머에게는 확실히 어필할 듯

 

훌륭한 일러스트. 용병은 솔로잉에 필수적이다.

 


# <라그나로크>에 대한 기억 "그냥 채팅하고 노는 게임", 모바일에서는...

 

앞서 <라그나로크>에 대한 기억이 많이 없다고 썼다. 실제로 게임에 대한 기자의 기억은 노란 모자를 쓰고 맵 이곳 저곳에 앉아서 얼굴도 모르는 사람이랑 몇 시간씩 채팅하고 논 것밖에 없다.

 

그런데 이런 커뮤니티 요소야말로 <라그나로크>를 이해하는 키워드다. 필드 아무데나 앉아서 채팅방을 열고 "오늘 뭐 먹었냐" 하던 게 많은 사람들이 아는 <라그나로크>다. 기자에게 캐릭터는 버디버디 아바타에 가까웠다. 그렇게 커뮤니티 요소가 강한데도 게임적 요소가 곧잘 들어있으니까 많은 사람들이 <라그나로크>의 세계에 남아있었던 게 아닐까 추론해본다.

 

옛날 <라그나로크>는 가입자의 주민등록번호 뒷자리로 캐릭터의 성별을 강제했다. 때문에 게임 안에서 다양한 '만남'들이 이뤄졌다는데, 기자는 가족의 개인정보를 넘기지 않고는 들어가볼 도리가 없었던 성인 서버 사라에서는 조금 더 수위가 높다는 소문을 들은 기억이 있다.

 

이런 라앤(라그나로크 애인)도 그렇고, "고구마 장사가 힘들어요..."(고구마는 체력을 채우기 좋은 수단이었기에 노점에서는 너도 나도 고구마를 팔았다)도 그렇고, 길드 채팅방도 그렇고, <라그나로크>는 소통이 굉장히 강조된 MMORPG다.

 

<라그나로크 오리진>의 채팅은 다소 사무적이다. 그래도 없는 것보다는 100배 낫다.

그런데 이같은 부분은 <라그나로크 오리진>에서는 구현하기 쉽지 않다. 모바일 MMORPG의 소통은 제한적이다.​ 이미 우리에겐 카카오톡과 페이스북이 있고, 모바일 MMORPG에서 몇 시간씩 떠들기는 쉽지 않다. 아이폰 X와 갤럭시 A6로 <라그나로크 오리진>을 돌려봤는데, 겨울에 실외에서 틀어놓고 싶을 정도로 발열이 심했다. <라그나로크> 시절 급으로 떠들면서 노는 건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또 PC MMORPG에서 소통이 일어나는 기본 요소는 '도움!'이라고 할 수 있다. 노란 모자 우티가 "이거 어떻게 해요?"라고 물어보면 잘알 선생님들이 친히 리액션을 해주고, 귀찮게 계속 물어보면 직접 내가 있는 곳까지 와서 쩔까지 해주지 않나? (우리의 우티가 엄마 주민등록번호로 만든 여캐라면 친구 신청 걸면서 포션도 슬쩍 주고)

 

<라그나로크 오리진>에서 그런 종류의 커뮤니티 요소는 공식카페나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서 소화되고 있다. 카프라 NPC가 거의 모든 장소에 포탈을 제공하기 때문에 복사, 법사 유저들에게 포탈을 열어달라고 채팅을 걸 필요도 없다. <라그나로크 오리진>은 분명 귀여운 세상이지만, 그곳에서 돗자리를 펴고 수 시간씩 한담을 나누면서 시간을 보낼 만큼은 아니다. 

 

길드는 있지만 소통은 오픈카톡방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

 

# 부족한 점 슬기롭게 극복한 스토리 라인과 레이드, 피로도는 왜?

 

<라그나로크 오리진>은 감성 이상의 무기를 충분히 준비했다.  

 

원작의 성장 트리가 전부 구현되어있지는 않지만, 6개 클래스와 2차 전직까지 중요한 것들은 전부 들어있다. 스킬도 원작과 크게 비슷하다. 특히 플레이어에게 균형 있는 성장을 ​권장하는 베이스 레벨과 잡 레벨로 구분된 레벨 체계와 스탯, 스킬 포인트 배분 시스템, 카드 장착도 충실하게 구현된 모양새다. 성장 시스템의 설계에 한해서는 <라그나로크 M>과 크게 구별되지 않는다.

 

다만 하루 딱 2시간 동안만 경험치를 얻을 수 있게 자동사냥에 피로도 개념을 도입한 것은 호불호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피로도로 인한 공백을 메울 수 있도록 낚시, 댄스를 비롯한 각종 의뢰, 모험, 도감 콘텐츠 등이 마련됐다. 하지만 '닥사'와 '득템'을 원하는 유저층에게는 마이너스 요소로 작용할 것이다. 기자는 사냥 정도는 맘놓고 할 수 있게 풀어주는 게 더 좋았을 거란 생각이 든다. 피로도는 굳이 지금 보고 싶지 않은 옛날 물건이다.

 

피로도를 꽉 채우면
사냥에서 경험치를 얻을 수 없다

 

오픈 초기부터 할 거리는 정말 많다.
 

개인적으로 MMORPG의 스토리에 연연하는 편이 아니기 때문에 메인 퀘스트를 밀 때 쏟아지는 활자들은 빠르게 터치하며 넘겼다. 원작에 해를 끼치지 않는 선에서 메인/서브 스토리를 설계했다는 게 유저들의 중론. 퀘스트 특별 던전에 들어간다거나 다른 유저와의 협동 플레이가 필요하다거나 별도 영상 컷씬이 들어가는 등 각별히 신경 썼다는 느낌도 준다.

 

모바일 MMORPG이기에 많은 기능은 자동으로 즐길 수 있다. 어떤 스킬을 쓸 건지, 물약은 언제 먹을 건지, 얼마나 오랫동안 사냥을 할 건지 같은 개괄을 설정하고 나머지는 알아서 한다. 리뷰를 쓰고 있는 지금도 기자의 캐릭터는 오크를 잡고 있다. 2명의 용병 역시 알아서 사냥을 돕고 있다. 이 용병 덕에 솔로잉이 외롭지 않다. 다른 플레이어와 파티 사냥을 해도 교류가 딱히 없는 건 마찬가지다.  자동 이동과 포탈도 무한정 지원하지만 탈것을 넣었는데, 이건 원작에 대한 존중이 아닐까?

 

<라그나로크 오리진>은 원작의 시스템에 자동을 집어넣으면서 오는 공백을 촘촘하게 채웠다.​ 각종 레이드는 자동사냥으로 돌 수는 있지만, 지하수로에서 보스몹 모굴을 잡을 때는 장판이나 쇼크 웨이브를 수동으로 피하면서 요리조리 딜을 집어넣야 한다. 이렇게 상위 콘텐츠는 최대한 직접 조작해야만 한다. 길드 파티에서는 다른 플레이어들과 <오버쿡드>를 강하게 오마주한 듯한 요리 제작을 직접 할 수 있고, 일부 던전에서는 자동사냥을 아예 막아놨다. 

 

게임에는 미니게임이 많이 들어있다
누가 봐도 <오버쿡드> 오마주다

 

기자는 2차 전직까지 무과금, 자동사냥으로 쉽게 올 수 있었다. 게임의 과금 유도는 심하지 않다. 현재까지 느낀 바로는 거의 없다. 유료 몰인 RO샵에는 외형을 바꿔주는 각종 복장, 경험치와 추가 휴식 보너스를 지급하는 월 구독형 '카프라 회원권'을 판매하는 정도다.​ 

 

<라그나로크 오리진>에선 아이텝 드랍율을 올려주는 프레이의 행운은 360분씩 무상으로 제공된다. 론칭 초기인데 유료 재화 냥다래를 하루에 100씩 그냥 지급하고 있다. 2시간의 피로도는 모두에게 공평한데, 돈을 낸다고 해서 3시간, 4시간 늘어나지는 않는다. 

 

고래가 아니더라도 이렇게 저렇게 놀 거리가 많다보니 지금까지 <라그나로크 오리진>은 꼬접을 하기보다는, 하루에 한 번은 들어가서 이거 저거 해놓고 싶은 게임이다. 

 

카프라 회원권. 다른 모바일 MMORPG의 월구독 티켓과 비교하면 그렇게 맵지 않다.

 

과금하지 않아도 즐길 거리가 많다. 각종 의뢰가 오래도록 리텐션을 유지할 만큼 매력적인지는 장기적으로 지켜봐야할 듯.

 

# 그럼에도 운영에서 지워지지 않는 물음표

 

그런데 불안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먼저, 사전예약자를 150만 명이나 모았는데 론칭 첫날 서버를 3개만 만들었다는 점에서 고개를 갸우뚱하게 된다. 옛날이야 대기열이 영광일 수 있지만, 클라우드 서버가 상용화된지 오래다. 노이즈 마케팅이라고 하더라도, 사전예약자를 이만큼 모았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한 이후에 긴 대기열이 생긴 것은 수요 예측에 성공하지 못했다는 결론으로 받아들여진다.

 

얌전하게 솔로잉하다가 롤백 맞고 대기 중.jpg

 

게임은 초기 수 차례 롤백되었으며, '중복 터치'라는 로그인 병목 현상까지 발생했다. 기자도 세 번이나 롤백을 당했다. 기자의 길드원 중에는 자신의 캐릭터가 몇 시간째 인던에 갇힌 상태를 경험한 사람도 있었다. 그라비티는 서버를 추가 오픈하고 플레이 데이터를 잃은 유저들에게 보상을 지급했지만, 분명 석연치 않은 시작이었다. 그라비티는 "<라그나로크 오리진>은 다르다"라고 소개했지만, 운영에 한정했을 때 크게 달라진 것은 없었다.

 

게임에서는 0.5%라고 나온 확률이 공식 홈페이지에서는 0.05%로 표기되는가 하면, 카드 자판기에 파란색 등급 '이상'을 뽑을 수 있다는 아이템을 판매했지만, 보라색 같은 파란색 '이상'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라비티는 파란색도 '이상'이기에 문제 없다는 수사로 문제를 갈음하려다 유저들의 날선 비판을 마주해야 했고, 결국 15일 전액 환불을 결정했다.

 

이렇게 <라그나로크 오리진> 출시 이후 그라비티의 행보는 불안하다. 유저들의 "게임이 제대로 굴러가지 않는 것마저 <라그나로크>다"라는 말에는 날카로운 뼈가 들어있다.​ 게임을 100% 그라비티가 만든 것이 아니라면 (중국의 환러후위와 공동 개발했다), 적어도 자기 고객층과 IP는 300% 이해하고 있다는 모습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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