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TIG 퍼스트룩] 나와 부모님의 시간도, 그렇게 흘러가버렸다

텐더 (이형철) | 2020-09-28 09:29:51

세상은 넓고 게임은 많습니다.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 15년 역사의 게임 전문지 디스이즈게임에서 어떤 게임이 맛있는지, 맛없는지 대신 찍어먹어드립니다. 밥먹고 게임만 하는 TIG 기자들이 짧고 굵고 쉽게 여러분께 전해드립니다. TIG 퍼스트룩!   

 

안녕하세요! 오늘 TIG 퍼스트룩은 조금 '감성적인' 게임으로 준비해봤습니다.

사실 이 타이틀은 '게임'이라고 부르긴 다소 심심한 편입니다. 손가락 하나로도 엔딩을 볼 수 있을만큼 난이도가 어렵지 않고, 유저들의 머리를 아프게할 복잡한 퍼즐도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죠. 대신, 이 게임은 유저들에게 아주 '담담한' 방법으로 '묵직한'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여러분은 '짱구는못말려' 극장판 애니메이션, 어른 제국의 역습에 나왔던 '짱구 아빠의 회상씬'을 알고 계신가요? 3분 길이에 감성적인 음악이 깔린 이 짧은 영상은, 아버지의 인생을 담담하게 그려내며 많은 이의 눈시울을 적셨죠. 오늘 여러분께 소개할 게임 또한, 이처럼 부모님의 이야기를 담백하고 잔잔하게 그려낸 타이틀입니다.

담담하지만, 결코 심심하지 않은 게임. <롱 져니 오브 라이프>입니다.

 


게임은 아주 간단합니다. 그저 화면에 손가락을 꾹 눌러, 조그마한 조각배를 목적지까지 데려가는 게 전부인데요. 그 여정에는 흔한 '타임 어택'이나 '미로'도, 플레이어를 괴롭히는 '적'도 없습니다. 말 그대로 '손가락' 하나면 아무 문제 없이 엔딩을 볼 수 있는 타이틀입니다.

<롱 져니 오브 라이프>는 출생부터 사망에 이르는 사람의 인생을 조각배의 항해에 비유하고 있습니다. 처음 세상에 나온 '조각배'는 고래의 도움을 통해, 어떠한 장애물이나 어려움 없이 망망대해를 헤쳐나갑니다. 마치 부모님의 보호 아래 무럭무럭 성장하는 아기들처럼 말이죠.

하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바다의 상황은 '편안함'과는 조금씩 거리가 멀어집니다. 십 대에 들어서는 맑기만 했던 하늘이 뿌옇게 흐려지고 처음 보는 생물들이 바다에 등장하는가 하면, 청년 부분에서는 항해를 방해하는 '장애물'을 만나 곤란을 겪기도 합니다. 

 

 

그렇게 항해를 거듭한 조각배는 성인이 되어, 또 다른 조각배를 만나 '사랑'을 하고 아이를 가지며 가족을 꾸립니다. 이후 아기 조각배가 성장해 플레이어의 품을 떠나고 나면 게임은 '휴가'라는 제목의 최종장으로 여러분을 인도하죠.

 

앞서 말씀드렸듯 게임의 모든 과정은 손가락 하나로도 큰 어려움없이 진행할 수 있습니다. 연로한 부모님의 손을 꼭 잡고 함께 플레이하더라도 전혀 어렵지 않을 정도로 말이죠. 그래서 기자에게 <롱 져니 오브 라이프>는 일반적인 게임이라기보다, 한 편의 동화책을 읽는 느낌에 가까운 타이틀이었습니다.

 

물론 <롱 져니 오브 라이프>에 게임적 요소가 조금 더 있었으면 하는 생각도 듭니다.

 

이를테면 환경이나 시간의 변화에 따라 세심하게 조각배를 컨트롤한다거나, 눈을 즐겁게 만들어줄 화려한 색감이 있었다면 더 괜찮은 '게임'이 됐을지도 모르죠. 하지만 개발자는 그저 덤덤하게, 어쩌면 우리가 그동안 알면서도 모르는 척 해왔던 부모님의 삶을 흐린 색감과 덤덤한 분위기로 그려내고 싶었을지도 모릅니다. 최대한 다른 장치 없이 조각배에 집중할 수 있게끔 게임을 설계한 이유입니다. 

 


<롱 져니 오브 라이프>는 게임과 유저가 상호작용할 수 있다는 특징을 활용, '짱구 아빠의 회상'과 비슷한 구도를 게임 속에 녹여냈습니다. 이 게임이 아주 다이나믹하고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조각배' 하나에 나 또는 부모님을 온전히 투영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들이 살아온 인생을 짧은 시간에 간접적으로 느껴볼 수 있다는 점은 <롱 져니 오브 라이프>가 가진 강점입니다.

 

유저들의 반응도 썩 괜찮은 편인데요. 물론 많은 유저는 <롱 져니 오브 라이프>가 게임으로써 갖는 매력에 대해 의문부호를 제기하고 있지만, 우리의 삶과 인생에 대한 묵직한 메시지를 느끼기엔 충분한 게임이었다고 호평하고 있습니다. 30분 남짓한 플레이 타임과 특별할 것 없는 게임 플레이 임에도 불구하고 <롱 져니 오브 라이프>가 앱스토어에서 4점대를 웃도는 높은 평점을 기록하고 있는 이유입니다.

 

코로나19가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는 요즘, 모처럼 사랑하는 부모님과 함께 <롱 져니 오브 라이프>를 플레이 해보는건 어떨까요? 꼭 잡은 두 손과 담담한 게임 화면을 통해 치열하게 살아온 부모님의 인생을 함께 돌아보며 도란도란 이야기 꽃을 피워보시길 바랍니다.

 


 

 

▶ 추천 포인트

1. 짧은 플레이 타임

2. 너무나도 쉬운 난이도

3. 담담하지만, 묵직한 메시지

 

▶ 비추 포인트

1. 게임으로써 즐길 거리 부족

2. 도입부에 등장하는 어설픈 한글 번역

 

▶ 정보

장르: 어드벤쳐

개발: Li Yang

가격: 무료

한국어 지원: O

플랫폼: iOS

 

▶ 한 줄 평

 

치열하게 살아온 부모님의 인생을
간접적으로 돌아볼 수 있는 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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