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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리뷰] 하데스는 어렵다, 재밌다, 깔 게 없다

우티 (김재석 기자) | 2020-10-06 17: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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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갑자기 그리스 신화 이야기로 리뷰 시작해버리기

 

오늘날 기준으로 보면 그리스 신화의 족보는 '개족보'다. 오르페우스 신화에서 세계관 최고의 난봉꾼 제우스는 뱀으로 변신해 자신의 어머니 레아와 관계를 맺는다. 그렇게 태어난 딸은 봄의 여신이면서 지하세계의 왕비라는 독특한 지위를 가진 페르세포네.

 

제우스의 번개 같은 욕망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우리의 제우스는 페르세포네에게 반해버리고, 그녀가 지상으로 올라온 틈을 타 그녀마저 범한다. 전해지는 판본에 따라서 레아의 자리에 데메테르가 들어가지만, 하나 확실한 건 세계관 최강자 제우스의 폭주로 그리스 신화의 인물이 여럿 탄생했다. 

 

페르세포네는 그렇게 자신을 낳아준 사람의 아들인 자그레우스를 낳는다. 비극 작가 아이스킬로스는 시시포스 신화를 전승하면서 자그레우스를 하데스의 아들로 묘사한다. (제우스의 만행 등으로 너무나 많은 등장인물들이 나오기에) 그간 자그레우스는 그리스 신화에서 상대적으로 주목도가 떨어졌다.

 

페르세포네는 하데스에게 납치되어 지하세계의 왕비가 된다. 삼촌이 조카를 강제로 저승으로 데려가는 장면은 단골 소재로 쓰였다. (사진은 로렌초 베르니니의 바로크 조각 '페르세포네의 납치', 보르게세 미술관)

 

# 자그레우스를 중심으로 재탄생시킨 그리스 신화의 지하세계

 

<하데스>는 <베스천>, <트랜지스터>, <파이어>로 ARPG 외길을 걸어온 슈퍼자이언트 게임즈의 신작이다. 구체적으로는 로그라이트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는데, 키보드와 마우스를 고루 사용해야 하며 활이나 마법을 사용할 때는 에임 조정이 일부 들어간다. 어려운 공간으로 갈수록 당연히 컨트롤도 까다로워진다.

 

게임은 잘 알려지지 않은 자그레우스를 주인공으로 한다. 주인공이 아닌 세계관의 보스를 게임 이름으로 썼다는 점이 특이한데, <하데스>에는 '부친 살해' 모티프가 강하게 녹아있다.

 

하데스의 세계에서 하데스를 무찔러야 하는 <하데스>의 주인공 자그레우스

부친 살해란 무언가를 얻어내기 위해 운명적으로 자신을 그 자리에 있게 만든 아버지(의 세계)를 무너뜨려야 한다는 아이러니를 뜻한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즐겨 쓰이는 클리셰인데, 그리스 신화에서 제우스는 그의 동생 하데스와 함께 아버지 크로노스를 무찔렀고, <갓 오브 워 3>에서도 복수로 가득 찬 크레토스가 아버지 제우스를 죽여버린다.

 

<하데스>에서 자그레우스는 모종의 사건을 통해 출생의 비밀에 대한 단서를 알게 된다. 이에 진실을 찾기 위해 아버지가 지배하는 지하 세계를 탈출하려 한다. 무수한 죽음과 부활을 극복한 뒤에 나오는 진실의 문 앞에는 하데스가 지키고 있다. 난이도적으로나 서사적으로나 게임의 클라이맥스이자 하이라이트다.

 

신화 전승에 따라 제우스의 아들이기도 하며 하데스의 아들이기도 한 자그레우스는 매력적인 캐릭터다. 왜 그간 조명되지 않았나 의문이 들 정도. 2차 창작의 근거로 쓸 기록이 미미한 탓으로 보이는데, 슈퍼자이언트는 슬기롭게 주인공 자그레우스를 만들어냈다. 

 

불타는 월계관을 썼고 어깨에는 케르베로스 장식을 단 <하데스>의 자그레우스는 호감 가는 주인공이다. 게임 내내 플레이어와 대화하듯 독백하면서 지하세계를 안내하는데, 중간중간 플레이를 끊지 않을 정도로 유머러스한 말을 던지기도 한다.

 

죽고 살아나면 웃긴 멘트가 종종 나온다
케르베로스 쓰다듬기는 <하데스>만의 재미

 

개발사 슈퍼자이언트는 친숙한 그리스 신화에서 생소한 캐릭터인 자그레우스를 주인공으로 등장시키며 신화 세계 자체를 재탄생시켰다. 인물의 독백, 궁전에서의 대화, 조력자로 등장하는 올림푸스 신들과의 대화, 오르페우스의 노래까지. <하데스>의 텍스트 양은 로그라이트치고는 풍부한 편이다.​ 신화 세계에 관심이 있다면 놓치기 힘들 만큼 흥미로운 그리스 신화의 단면은 물론 등장인물에 대한 제작진의 해석까지 녹아있다.

 

<하데스>는 심미적으로도 훌륭하다. 작년 가마수트라 보도에 따르면, <하데스>​는 20명도 안 되는 인원이 개발했다. 그런데 게임의 맵 디자인, 일러스트, 배경음악은 믿기 어려울 정도로 정교하다. 하데스의 궁전부터 타르타로스, 엘리시온, 스틱스 신전까지 게임의 공간은 저마다 개성이 뚜렷하며 신들의 일러스트​는 알퐁스 무하의 아르누보 포스터가 떠오른다. 바드의 모험담 같은 노래와 긴장감이 느껴지는 음악까지 고루 담긴 30개의 사운드 트랙은 게임을 하지 않더라도 꼭 만나보라고 하고 싶다.

  

아프로디테와 포세이돈


 

게임의 성공 요인에 앞서 먼저 말하고 싶었던 것은 슈퍼자이언트가 이토록 독창적이고 열정적으로 옛이야기를 창조해냈다는 점이다. 슈퍼자이언트의 성과는 앞서 언급한 <갓 오브 워>에 비견된다고 생각한다. <하데스>는 그리스 신화를 가장 풍부하게 재해석한 게임의 반열에 올라도 손색이 없다.

 

 

# <하데스>가 죽음을 승화시킨 방법

무작위로 적이 만들어지고, 인카운터 공간에서 핵앤슬래시 방식의 전투가 펼쳐지며, 죽으면 처음부터 도전해야 한다. 또 게임의 속도는 굉장히 빠른 편이다. 일단 던전에 들어서면 ​키보드와 마우스를 정신없이 조작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이렇게 <하데스>는 로그라이트 장르 문법에 충실하다.

 

키보드+마우스 조작 방식으로 패드가 좋은 선택지일 수 있다

 

죽지 않으려면 열심히 돌아다녀야 한다

 

그런데 <하데스>는 로그라이트가 가지고 있는 문제점을 성공적으로 극복해냈다. 

 

'죽으면 끝'이라는 명제는 도전을 즐기는 게이머들에게 강하게 어필하는 요소다. 하지만 사람에 따라 그간의 이력이 산산조각나면서 '여기서 이 패턴이던가?'와 같은 불확실한 플레이 경험만 남아서 기피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하데스>도 죽으면 저승의 가장 아래층부터 다시 올라가야 하지만, 다양한 색깔을 입혀 피로감을 줄이려는 시도를 보인다.

 

<하데스>의 죽음은 영원한 초기화가 아니다. 스탯에 해당하는 '밤의 거울'이 있어 어둠을 사용해 저항력을 높이거나 반사신경을 올릴 수 있는데, 죽어도 계속 남는다. ​스토리도 조금씩 진행되며, 캐릭터들과의 호감도와 각종 기념품​도 사라지지 않는다. 하데스의 궁전 꾸미기와 같은 소소한 요소도 들어있다. 일회성 아이템과 은혜 같은 요소는 여느 로그라이트와 마찬가지로 죽음과 함께 휘발된다. 

 

플레이어는 인카운터에 들어가기 전에(하데스의 궁전을 탈출하기 전에) 대검, 창, 방패, 활, 총, '쌍둥이 철권' 등 다양한 무기를 고를 수 있다. 이들 무기는 저마다의 특징이 있어 골라 쓰는 재미가 있다. 방패는 방어에 특화됐으며 넛백과 차징이 들어가있고, 창은 긴 리치로 중거리 타격에 특화돼있다는 식. 

 

하나의 무기라고 하더라도 강화에 따라 여러 사용법을 선택할 수 있기에 다채로운 플레이가 가능하다​. 어떤 은혜를 입느냐에 따라서, 망치 업그레이드에서 어떤 선택지를 고르느냐에 따라서 다른 무기가 된다. 이렇게 <하데스>는 무작위로 등장하는 적을 공략하는 환경에서 일정 부분 전략성을 확보했다. 

 

은혜는 죽은 뒤 초기화되지만 한 판 한 판 특별한 버프를 준다
랜덤으로 올림푸스의 신이 아닌 카오스를 만난다

 

무기가 많아서 그만큼 다양한 재미를 준다
어떤 무기를 고르느냐에 따라 파훼법도 달라진다

 

랜덤과 전략의 조화를 통해 리젠부터 죽음까지 <하데스>의 한 판 한 판은 각기 다른 판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컨트롤이 따라주는 게이머라면 전략이나 조합은 적당히 참고만 하면서 미친 듯이 자르고 베는 핵앤슬래쉬 스타일의 전투도 전개할 수 있다. 물론 지상으로 가면 갈수록 게임이 어려워지기 때문에 전략을 아예 무시하고는 게임을 할 수 없다.

 

스토리 보고 싶다는 욕구 역시 강하게 작동한다. 죽고 살아날 때마다 다짜고짜 "여기가 로도스니까 다 죽여버리세요" 하지 않고 "출생의 비밀에 대해 이만큼 알아냈으니, 더 알고 싶으면 다 죽여버리세요" 하는 것이다. 게임에 선택 분기에 따른 멀티 엔딩은 없지만, 차금차금 진행되는 이야기와 인물의 반응, 대사를 관찰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하데스>는 하드코어 옵션과 순한 옵션을 동시에 집어넣어서 폭넓은 유저층을 매료시켰다. 극도로 매운맛을 즐기는 고난이도 모드 '징벌의 규약', 적당히 이야기와 대사를 넘겨 보면서 게임을 둘러보고픈 이들을 위한 '신 모드'가 있다. 신 모드를 선택하면 죽을 때마다 저항력 상승 같은 버프를 지속적으로 준다. 

 

2회차 플레이부터는 확실히 1회차보다 힘들어진 지옥을 경험할 수 있다. 정식 출시 버전의 <하데스>에는 최종 보스와의 일전 이후에도 다양한 콘텐츠가 담겨있다.

 

과거 회상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게임 중간중간 영상이 삽입된다

 

신 모드를 켜면 쉬워진다
'탈출은 없다'는데 탈출을 해야 한다

 

# 더 늦기 전에 지옥으로 가버려!

누적 판매 100만 장, 오픈크리틱 93점, 메타크리틱 92점, 스팀에서 3만 6천 건의 '압도적으로 긍정적', IGN 9/10, 게임스팟 9/10, 유로게이머 9/10, PC게이머 9/10... <하데스>는 올해의 게임(GOTY) 페이스를 달리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적어도 연말 시상식의 여러 부문에 이름을 올릴 것으로 예상해본다. 

 

외신과 유저들의 극찬이 증명하듯 <하데스>는 해볼 가치가 있는 수작이다. 게다가 <하데스>는 한국어 UI를 지원한다. 폰트와 자간이 살짝 거슬리긴 하지만 플레이와 스토리 확인에 영향을 미치는 수준은 아니다. 임의 정가는 26,000원, 장담하건대 아깝지 않은 비용이다. 게임은 얼마 전 얼리억세스를 마치고 정식 출시됐다.

 

<하데스>에 대해 깊이 생각해봤지만 통 깔 게 없다. 도전 욕구를 자극할 만큼 어렵다. 지하세계에 정이 들 정도로 재밌다. 정말 잘 만든 게임이다. 그러니 더 늦기 전에 <하데스>의 지옥에 가보시라.

 

 

# 갑자기 그리스 신화 이야기로 리뷰 시작해버리기

 

오늘날 기준으로 보면 그리스 신화의 족보는 '개족보'다. 오르페우스 신화에서 세계관 최고의 난봉꾼 제우스는 뱀으로 변신해 자신의 어머니 레아와 관계를 맺는다. 그렇게 태어난 딸은 봄의 여신이면서 지하세계의 왕비라는 독특한 지위를 가진 페르세포네.

 

제우스의 번개 같은 욕망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우리의 제우스는 페르세포네에게 반해버리고, 그녀가 지상으로 올라온 틈을 타 그녀마저 범한다. 전해지는 판본에 따라서 레아의 자리에 데메테르가 들어가지만, 하나 확실한 건 세계관 최강자 제우스의 폭주로 그리스 신화의 인물이 여럿 탄생했다. 

 

페르세포네는 그렇게 자신을 낳아준 사람의 아들인 자그레우스를 낳는다. 비극 작가 아이스킬로스는 시시포스 신화를 전승하면서 자그레우스를 하데스의 아들로 묘사한다. (제우스의 만행 등으로 너무나 많은 등장인물들이 나오기에) 그간 자그레우스는 그리스 신화에서 상대적으로 주목도가 떨어졌다.

 

페르세포네는 하데스에게 납치되어 지하세계의 왕비가 된다. 삼촌이 조카를 강제로 저승으로 데려가는 장면은 단골 소재로 쓰였다. (사진은 로렌초 베르니니의 바로크 조각 '페르세포네의 납치', 보르게세 미술관)

 

# 자그레우스를 중심으로 재탄생시킨 그리스 신화의 지하세계

 

<하데스>는 <베스천>, <트랜지스터>, <파이어>로 ARPG 외길을 걸어온 슈퍼자이언트 게임즈의 신작이다. 구체적으로는 로그라이트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는데, 키보드와 마우스를 고루 사용해야 하며 활이나 마법을 사용할 때는 에임 조정이 일부 들어간다. 어려운 공간으로 갈수록 당연히 컨트롤도 까다로워진다.

 

게임은 잘 알려지지 않은 자그레우스를 주인공으로 한다. 주인공이 아닌 세계관의 보스를 게임 이름으로 썼다는 점이 특이한데, <하데스>에는 '부친 살해' 모티프가 강하게 녹아있다.

 

하데스의 세계에서 하데스를 무찔러야 하는 <하데스>의 주인공 자그레우스

부친 살해란 무언가를 얻어내기 위해 운명적으로 자신을 그 자리에 있게 만든 아버지(의 세계)를 무너뜨려야 한다는 아이러니를 뜻한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즐겨 쓰이는 클리셰인데, 그리스 신화에서 제우스는 그의 동생 하데스와 함께 아버지 크로노스를 무찔렀고, <갓 오브 워 3>에서도 복수로 가득 찬 크레토스가 아버지 제우스를 죽여버린다.

 

<하데스>에서 자그레우스는 모종의 사건을 통해 출생의 비밀에 대한 단서를 알게 된다. 이에 진실을 찾기 위해 아버지가 지배하는 지하 세계를 탈출하려 한다. 무수한 죽음과 부활을 극복한 뒤에 나오는 진실의 문 앞에는 하데스가 지키고 있다. 난이도적으로나 서사적으로나 게임의 클라이맥스이자 하이라이트다.

 

신화 전승에 따라 제우스의 아들이기도 하며 하데스의 아들이기도 한 자그레우스는 매력적인 캐릭터다. 왜 그간 조명되지 않았나 의문이 들 정도. 2차 창작의 근거로 쓸 기록이 미미한 탓으로 보이는데, 슈퍼자이언트는 슬기롭게 주인공 자그레우스를 만들어냈다. 

 

불타는 월계관을 썼고 어깨에는 케르베로스 장식을 단 <하데스>의 자그레우스는 호감 가는 주인공이다. 게임 내내 플레이어와 대화하듯 독백하면서 지하세계를 안내하는데, 중간중간 플레이를 끊지 않을 정도로 유머러스한 말을 던지기도 한다.

 

죽고 살아나면 웃긴 멘트가 종종 나온다
케르베로스 쓰다듬기는 <하데스>만의 재미

 

개발사 슈퍼자이언트는 친숙한 그리스 신화에서 생소한 캐릭터인 자그레우스를 주인공으로 등장시키며 신화 세계 자체를 재탄생시켰다. 인물의 독백, 궁전에서의 대화, 조력자로 등장하는 올림푸스 신들과의 대화, 오르페우스의 노래까지. <하데스>의 텍스트 양은 로그라이트치고는 풍부한 편이다.​ 신화 세계에 관심이 있다면 놓치기 힘들 만큼 흥미로운 그리스 신화의 단면은 물론 등장인물에 대한 제작진의 해석까지 녹아있다.

 

<하데스>는 심미적으로도 훌륭하다. 작년 가마수트라 보도에 따르면, <하데스>​는 20명도 안 되는 인원이 개발했다. 그런데 게임의 맵 디자인, 일러스트, 배경음악은 믿기 어려울 정도로 정교하다. 하데스의 궁전부터 타르타로스, 엘리시온, 스틱스 신전까지 게임의 공간은 저마다 개성이 뚜렷하며 신들의 일러스트​는 알퐁스 무하의 아르누보 포스터가 떠오른다. 바드의 모험담 같은 노래와 긴장감이 느껴지는 음악까지 고루 담긴 30개의 사운드 트랙은 게임을 하지 않더라도 꼭 만나보라고 하고 싶다.

  

아프로디테와 포세이돈


 

게임의 성공 요인에 앞서 먼저 말하고 싶었던 것은 슈퍼자이언트가 이토록 독창적이고 열정적으로 옛이야기를 창조해냈다는 점이다. 슈퍼자이언트의 성과는 앞서 언급한 <갓 오브 워>에 비견된다고 생각한다. <하데스>는 그리스 신화를 가장 풍부하게 재해석한 게임의 반열에 올라도 손색이 없다.

 

 

# <하데스>가 죽음을 승화시킨 방법

무작위로 적이 만들어지고, 인카운터 공간에서 핵앤슬래시 방식의 전투가 펼쳐지며, 죽으면 처음부터 도전해야 한다. 또 게임의 속도는 굉장히 빠른 편이다. 일단 던전에 들어서면 ​키보드와 마우스를 정신없이 조작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이렇게 <하데스>는 로그라이트 장르 문법에 충실하다.

 

키보드+마우스 조작 방식으로 패드가 좋은 선택지일 수 있다

 

죽지 않으려면 열심히 돌아다녀야 한다

 

그런데 <하데스>는 로그라이트가 가지고 있는 문제점을 성공적으로 극복해냈다. 

 

'죽으면 끝'이라는 명제는 도전을 즐기는 게이머들에게 강하게 어필하는 요소다. 하지만 사람에 따라 그간의 이력이 산산조각나면서 '여기서 이 패턴이던가?'와 같은 불확실한 플레이 경험만 남아서 기피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하데스>도 죽으면 저승의 가장 아래층부터 다시 올라가야 하지만, 다양한 색깔을 입혀 피로감을 줄이려는 시도를 보인다.

 

<하데스>의 죽음은 영원한 초기화가 아니다. 스탯에 해당하는 '밤의 거울'이 있어 어둠을 사용해 저항력을 높이거나 반사신경을 올릴 수 있는데, 죽어도 계속 남는다. ​스토리도 조금씩 진행되며, 캐릭터들과의 호감도와 각종 기념품​도 사라지지 않는다. 하데스의 궁전 꾸미기와 같은 소소한 요소도 들어있다. 일회성 아이템과 은혜 같은 요소는 여느 로그라이트와 마찬가지로 죽음과 함께 휘발된다. 

 

플레이어는 인카운터에 들어가기 전에(하데스의 궁전을 탈출하기 전에) 대검, 창, 방패, 활, 총, '쌍둥이 철권' 등 다양한 무기를 고를 수 있다. 이들 무기는 저마다의 특징이 있어 골라 쓰는 재미가 있다. 방패는 방어에 특화됐으며 넛백과 차징이 들어가있고, 창은 긴 리치로 중거리 타격에 특화돼있다는 식. 

 

하나의 무기라고 하더라도 강화에 따라 여러 사용법을 선택할 수 있기에 다채로운 플레이가 가능하다​. 어떤 은혜를 입느냐에 따라서, 망치 업그레이드에서 어떤 선택지를 고르느냐에 따라서 다른 무기가 된다. 이렇게 <하데스>는 무작위로 등장하는 적을 공략하는 환경에서 일정 부분 전략성을 확보했다. 

 

은혜는 죽은 뒤 초기화되지만 한 판 한 판 특별한 버프를 준다
랜덤으로 올림푸스의 신이 아닌 카오스를 만난다

 

무기가 많아서 그만큼 다양한 재미를 준다
어떤 무기를 고르느냐에 따라 파훼법도 달라진다

 

랜덤과 전략의 조화를 통해 리젠부터 죽음까지 <하데스>의 한 판 한 판은 각기 다른 판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컨트롤이 따라주는 게이머라면 전략이나 조합은 적당히 참고만 하면서 미친 듯이 자르고 베는 핵앤슬래쉬 스타일의 전투도 전개할 수 있다. 물론 지상으로 가면 갈수록 게임이 어려워지기 때문에 전략을 아예 무시하고는 게임을 할 수 없다.

 

스토리 보고 싶다는 욕구 역시 강하게 작동한다. 죽고 살아날 때마다 다짜고짜 "여기가 로도스니까 다 죽여버리세요" 하지 않고 "출생의 비밀에 대해 이만큼 알아냈으니, 더 알고 싶으면 다 죽여버리세요" 하는 것이다. 게임에 선택 분기에 따른 멀티 엔딩은 없지만, 차금차금 진행되는 이야기와 인물의 반응, 대사를 관찰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하데스>는 하드코어 옵션과 순한 옵션을 동시에 집어넣어서 폭넓은 유저층을 매료시켰다. 극도로 매운맛을 즐기는 고난이도 모드 '징벌의 규약', 적당히 이야기와 대사를 넘겨 보면서 게임을 둘러보고픈 이들을 위한 '신 모드'가 있다. 신 모드를 선택하면 죽을 때마다 저항력 상승 같은 버프를 지속적으로 준다. 

 

2회차 플레이부터는 확실히 1회차보다 힘들어진 지옥을 경험할 수 있다. 정식 출시 버전의 <하데스>에는 최종 보스와의 일전 이후에도 다양한 콘텐츠가 담겨있다.

 

과거 회상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게임 중간중간 영상이 삽입된다

 

신 모드를 켜면 쉬워진다
'탈출은 없다'는데 탈출을 해야 한다

 

# 더 늦기 전에 지옥으로 가버려!

누적 판매 100만 장, 오픈크리틱 93점, 메타크리틱 92점, 스팀에서 3만 6천 건의 '압도적으로 긍정적', IGN 9/10, 게임스팟 9/10, 유로게이머 9/10, PC게이머 9/10... <하데스>는 올해의 게임(GOTY) 페이스를 달리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적어도 연말 시상식의 여러 부문에 이름을 올릴 것으로 예상해본다. 

 

외신과 유저들의 극찬이 증명하듯 <하데스>는 해볼 가치가 있는 수작이다. 게다가 <하데스>는 한국어 UI를 지원한다. 폰트와 자간이 살짝 거슬리긴 하지만 플레이와 스토리 확인에 영향을 미치는 수준은 아니다. 임의 정가는 26,000원, 장담하건대 아깝지 않은 비용이다. 게임은 얼마 전 얼리억세스를 마치고 정식 출시됐다.

 

<하데스>에 대해 깊이 생각해봤지만 통 깔 게 없다. 도전 욕구를 자극할 만큼 어렵다. 지하세계에 정이 들 정도로 재밌다. 정말 잘 만든 게임이다. 그러니 더 늦기 전에 <하데스>의 지옥에 가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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