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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TIG 퍼스트룩] 아버지의 이름으로 풀어나가는 가족의 비밀, 더 웨이크

우티 (김재석 기자) | 2020-10-19 09:59:06

세상은 넓고 게임은 많습니다.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 15년 역사의 게임 전문지 디스이즈게임에서 어떤 게임이 맛있는지, 맛없는지 대신 찍어먹어드립니다. 밥먹고 게임만 하는 TIG 기자들이 짧고 굵고 쉽게 여러분께 전해드립니다. TIG 퍼스트룩! 


"이곳 저곳에서 깨지고 또 일어서다 / 외로운 어느 날 꺼내 본 사진 속 아빠를 닮아있네" SG워너비 김진호의 명곡 '가족사진'에는 이런 노랫말이 있습니다. 가족은 서로 닮게 된다는 것은 진리의 영역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아버지를 닮았고, 아버지는 아버지의 아버지를 닮고, 아버지의 아버지의 아버지는 또다시 당신의 아버지를 닮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가족은 어려운 이름입니다. 세상 둘도 없을 소중한 사이지만, 그렇게 소중하기란 쉬운 일이 아닙니다. 가족은 때로 짜증 나고, 벗어나고 싶고, 숨 막히는 이름입니다. 가족끼리 상처를 주고받기도 하는데, 그중에는 구성원을 아예 없는 사람 취급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일반적으로 가족과의 연을 끊는 것은 친구와 '쌩 까는 것'보다 훨씬 어려운 일입니다.

<레플리카>, <리갈 던전>의 소미의 신작 <더 웨이크>는 암호로 감춰진 아버지의 일기장을 추적하며 가족의 기억을 추적하는 게임입니다. 일기장에는 아버지가 할아버지의 장례식장에 참석했던 며칠 간의 기억이 담겨 있습니다. 오래도록 교류하지 않았던 가족과 마주치면서 일어나는 사건과 감정들이 담겨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아버지는 과거의 상처와 자신이 미처 몰랐던 진실을 마주하죠.

 


일기장은 암호로 숨겨졌기 때문에 열어보기란 쉽지 않습니다. 모든 내용이 감춰진 건 아니고 중요한 부분이 암호화된 건데, 여기에 대체로 가족의 진실이 있습니다. 거짓말을 입력하면 '거짓말의 거짓말'이 함께 작성되는 일기장인데, 거짓말의 거짓말을 쉽게 읽을 수 없습니다.

<더 웨이크>는 소설보다는 게임에 가깝습니다. 플레이어에게는 암호 해독의 과정이 필요합니다. 암호의 방식은 '단일치환 암호'입니다. 치환암호란 각 문자를 다른 문자로 바꾸는 암호화 방법인데, 하나의 문자가 다른 하나의 문자로 바뀌는 형태를 단일 치환이라고 합니다. 다만 단어들이 1대1로 연결되어 있는 것은 아니라서 예를 들어 A는 N으로 바뀌었지만 N은 A가 아닐 수도 있습니다.

 

일기장에는 거짓말과 '거짓말의 거짓말'이 함께 적혀 있다.

타자기가 적은 내용은 이런 식으로 암호화되어 있다. 퍼즐을 풀기 전까지는 '해독 불가'로 표시된다.

 

게임의 모든 암호는 이렇게 치환되어 있지만, 치환시킨 '규칙'은 각기 다릅니다. 모든 알파벳의 순서를 몇 칸 이동시키거나, 정해진 숫자와 별도로 제공된 표를 보고 맞추거나, 특정 키워드를 사용하는 등 다양하죠. 각 챕터마다 치환의 규칙을 알아내기 위한 힌트도 함께 제공됩니다. 아버지의 일기장을 훔쳐보려다 자신의 '능지'를 시험당하는 게임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시종일관 담백한 필자의 문장을 보면 마음이 아려옵니다. 잔잔하게 전해지는 가족의 이야기는 아주 특별할 것 없는 우리네 가정사입니다. 드라마틱한 사건이나 깜짝 놀랄 만한 충격 반전이 아니라 가족의 역사와 역사의 주인공인 아버지의 속마음이 담담하게 고백됩니다. 가장 사적인 공간인 일기장에는 가장 오래 봤지만 또 가장 데면데면한 아버지와 아버지의 아버지의 이야기가 담겨있습니다.

 

플레이를 하면 할수록 "나에게는 아버지의 일기장 같은 게 없구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문장이 꽤 단단해 푸는 재미에 읽는 재미까지 있습니다. 지금까지의 설명이 마음에 드셨다면 게임의 엔딩을 꼭 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개발자는 게임을 소개하면서 "한 개인의 상처에 대한 회고가 누군가에게는 작은 위로가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라고 전했습니다. 따로 묻지는 않았지만, 게임에서 재생되는 VHS와 사진은 개발자 자신의 것이 아닐까 합니다. 그렇게 그는 '가장 개인적인 것을 가장 창의적인 것'으로 승화시켰습니다. 

 

게임 속 도구인 슬라이드.
이동 암호나 키워드 암호에서 유용하다.



 

▶ 추천 포인트
1. 잘 쓴 단편소설을 플레이하는 기분
2. 분위기 배가하는 음악과 효과음
3. 5,500원, 투자할 만한 가격

▶ 비추 포인트
1. 가족 이야기에 별 관심이 없다면 굳이?
2. 독특한 암호 해독, 사람마다 힌트가 너무 빈약할 수도 

▶ 정보
장르: 인터랙티브 노블
개발: 소미
가격: 5,500원
한국어 지원: O
플랫폼: 스팀

▶ 한 줄 평
모든 퍼즐이 완성되는 순간, 아버지가 태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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