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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플레이어 욕심은 끝없고 같은 실수를... '커스 오브 더 데드 갓'

체리폭탄 (박성현 기자) | 2021-03-02 18: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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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대 더, 한 턴 더, 한 개 더"

 

탐욕이 참 무섭다. 현실에서도 게임에서도 ‘한 번 더’가 문제다. "한 대 더" 때리려다가 죽고, "한 턴 더" 하려다 밤을 새고, "한 개 더" 뽑으려다 잔고가 사라진다. 이처럼 게이머의 애간장을 태우는 단어도 없다.

 

‘한 번 더’를 뼈저리게 느끼는 게임이 나왔다. <커스 오브 더 데드 갓>. 게임은 아즈텍 사원에 갇힌 주인공이 불사의 저주를 풀기 위한 내용을 담고 있다. 아즈텍 사원과 모험가 그리고 저주, 이 세 가지가 엮이면 언제나 탐욕에 대한 내용이 등장하기 마련이다.

 

이 게임도 그렇다. 핵심 키워드는 탐욕이다. 그리고 다른 어떤 게임보다 탐욕이 얼마나 무서운지 잘 담아냈다. 한 대 더 치려다 빈사가 되고, 한 판 더 하려다 밤을 새우고, 한 개 더 먹으려다 게임이 터진다. 탐욕에 대한 경각심을 이렇게 극단적으로까지 담아냈으니 당연히 조심스레 게임을 하기 마련… 이면 좋겠으나, 플레이어는 어리석고 또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 "엥? 이거 흔한 ARPG 아닌가?"

 

<커스 오브 더 데드 갓>​의 골조는 작년 게임상을 휩쓴 <하데스>다. 두 게임은 ▲로그라이크 시스템으로 매번 새롭게 형성되는 필드 ​탐험에서 획득한 아이템으로 강화 ▲다수의 적을 상대로 한 전투 ​등 공통점이 많다. 최신 ARPG 장르가 다 비슷비슷한 만큼, ARPG 장르에 '한 획을 그은' <하데스>와 유사한 점이 많은 건 어쩔 수 없다. 

 

대신 <커스 오브 더 데드 갓>은 다른 방식으로 개성을 추구한다. 게임의 핵심 시스템은 '변형'에 있다. 다른 ARPG와 비슷한 요소들을 비틀어 냈다. 게임은 이를 통해 자신만이 지닌 독특한 게임 플레이를 만든다.

 

 

 

변형이란 무엇인가? 여러 패키지 게임에서 '고인물'을 위해 제공되는 콘텐츠다. 변형은 게임 기본 규칙에 여러 변화를 가한다. 가령 FPS라면 수동 재장전이 불가능하지만 탄창 용량이 200% 증가, 발소리가 사라지지만 이동 속도 50% 감소 같은 방식이다. 이런 변화는 기존과 다른 방식으로 게임을 플레이하게 유도한다. <디아블로>의 속성이나 <스타크래프트 2> 협동전의 돌연변이 같은 것들이 이에 해당한다. 

 

<커스 오브 더 데드 갓>에서 변형은 선택 콘텐츠가 아니다. 게임에 있어 가장 중요하고 우선적으로 이해해야 할 요소다. 이 게임에는 '타락' 수치가 존재한다. 해당 수치가 일정량을 쌓일 때마다 새로운 변형 요소가 발생한다. 타락은 ▲새로운 방을 탐험할 때 ▲특정 적에게 공격받을 때 ▲타락을 대가로 아이템을 획득할 때 쌓인다.

 

이러한 변형은 게임에서 '저주'라는 방식으로 구현된다. 저주에는 다양한 종류가 존재한다. 그 예시로 ▲받는 피해가 줄어들지만 피해량만큼 금화가 제거 ▲보물상자의 보상이 늘어나지만 플레이어에게 공격을 가함 ▲플레이어가 근처에 없어도 함정이 작동 등이 있다. 저주로 인해 안심했던 공간이 위험한 공간으로 바뀐다. 쉽게 피할 수 있던 함정도 복잡한 함정으로 변한다. 플레이어가 상식으로 여겨온 것들이 한순간에 바뀌는 셈이다.

 

 

 

플레이어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한 요소는 아니다. 어디까지나 게임 기본 시스템에 변화가 올 뿐이다. 플레이를 불가능하게 만들지는 않는다. 저주는 플레이어에게 불편함을 주는 만큼 활용할 수 있는 여지도 충분히 남겨뒀다. 

 

문제는 저주가 여럿 쌓였을 때다. 저주는 최대 5개까지 쌓인다. ​저주가 한두 개일 때는 적당히 신경 쓰면 그만이다. 그러나 신경 쓸 요소가 많아질수록 게임은 급격히 어려워진다. 서로 상충하는 효과를 지닌 저주로 인해 페널티만 발생한다거나, 변형된 효과끼리 나쁜 방향으로 시너지를 일으키기도 한다. 

 

 

# 탐욕이 최대의 적

 

<커스 오브 더 데드 갓>의 핵심 공략법은 변형 요소의 통제다. 게임이 타 ARPG와 비슷한 만큼, 변형요소만 없다면 타 ARPG의 플레이 방법과도 크게 차이 나지 않기 때문. 그러나 저주 관리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첫 번째 이유는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저주 때문이다. 저주 발생에 필요한 타락은 100이다. 플레이어는​ 새로운 방을 탐험할 때마다 20의 타락을 받는다. 방을 다섯 개만 탐험해도 저주가 발생한다. 게임 중반부터는 최소 하나 이상의 마이너스 요소와 함께한다. 탐험 중 타락을 감소시키는 방법이 여럿 존재하지만, 방을 탐험하며 쌓이는 타락의 양이 더 많다. 저주받는 시점을 조금 늦추거나 조절할 뿐이다. 플레이 방식이 바뀌는 시점은 플레이어 의지와 관계없이 필연적으로 찾아온다.

 

​두 번째 이유는 플레이어의 탐욕 때문이다. 로그라이크 ARPG 게임이 그러하듯, <커스 오브 더 데드 갓>도 탐험이 계속될수록 강력한 아이템 혹은 아이템 간 시너지가 요구된다. 이들 없이는 게임을 플레이하며 불편함을 느끼거나, 사소한 실수가 생길 일이 많아진다. 그렇기에 플레이어의 최우선 목표는 탐험을 편하게 하기 위한 아이템 마련이다. 그리고 아이템을 맞추는 과정에서 타락이 쌓이곤 한다.

 

 

 

게임은 <슬레이 더 스파이어>처럼 경로를 선택해 탐험을 진행한다. 게임 속 방은 금화, 무기, 업그레이드, 유물 등 각 방의 특징마다 제공 아이템과 구성 환경이 다르다. 플레이어는 자신이 원하는 목적에 맞게 ​탐험 경로 선택이 가능하다. 게임 초반은 강력한 버프를 주는 유물이나 다양한 활동에 쓰이는 금화를 위주로, 후반부터는 업그레이드를 위주로 경로를 구성한다.

 

그런데 원하는 바를 모두 얻을 수 있는 일이 드물다. 금화를 노리고자 하면 아이템과 업그레이드를 챙기기 어렵다. 아이템과 업그레이드를 챙기자니 이에 사용할 금화가 모자라다.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는 완벽한 경로가 나타날 확률은 매우 드물다. 

 

금화를 바치는 대신 타락을 대가로 아이템 및 업그레이드 구매 등이 가능하다. 이렇게 바쳐지는 타락은 40~70 정도로 적은 양이 아니다. 하지만 타락을 대가로 필요한 아이템과 업그레이드를 구할 수 있어 매력적이다. 반드시 나쁜 조건을 지닌 저주가 나오리란 보장도 없다. 저주로 인한 스트레스가 아이템 부재로 겪을 스트레스에 비하면 더 나을지도 모른다. 

 

이렇게 플레이어의 타락 수치는 '가랑비에 옷 젖듯' 하나둘 쌓여간다. 정신 차릴 때쯤에는 이미 3~4개의 저주가 쌓여 있고, 제아무리 좋은 장비를 지녔더라도 저주로 인해 정상적인 게임 플레이가 불가능하다. 

 

 

 

# "피지컬만 좋으면 되는 거 아니야?"

 

이 게임이 더 가증스러운 또 다른 이유가 있다. 게임은 전투마저도 탐욕스럽게 하도록 유도한다. 

 

스태미나를 계산해 행동을 취하고 적의 동작에 맞춰 행동을 이어간다. 공격 모션이 보이면 굴러서 회피하거나, 쳐내서 방어하고 빈틈을 노려 공격을 이어가는 방식이다. 그래서 게임의 전투 방식은 <다크 소울>과 비슷하게 느껴진다. 

 

<다크소울>을 비롯한 대다수 소울류 게임은 회피 판정과 모션을 널널하게 제공한다. 반면 <커스 오브 더 데드 갓>은 회피의 선 딜레이가 무척 길며 회피 판정도 짧다. 적들의 공격 유도 성능 및 공격 반경도 우수하다. 피격 이후 주어지는 무적 판정도 없다. 생각 없이 굴렀다가 한 대 맞을 걸 두 대 맞는 일도 빈번하다.

 

 

 

넉넉하지 못한 회피 판정 때문에 몸을 사려가며 전투를 하는 게 상책이다. 실제로는 저돌적이고 탐욕스러운 전투를 하게 된다. 플레이어는 기회가 주어지면 가진 모든 방법을 통해 공격을 이어가야 한다. 적이 공격을 해오더라도 내가 먼저 죽일 수 있으면 행동을 멈추지 않아야 한다.

 

이는 <커스 오브 더 데드 갓>만의 스태미나 시스템 때문이다. 스태미나는 ▲​연속공격 ▲특수공격 ▲​보조공격 ▲​양손공격 ▲​회피 ▲​쳐내기 등에 사용된다. 이동과 아이템 획득 등을 제하면 거의 모든 행동에 스태미나가 쓰이는 셈이다. 그렇다 보니 주어진 스태미나 동안 플레이어는 최대한의 이득을 봐야 한다.

 

전투를 저돌적으로 만드는 또 다른 요소는 적들의 '애매한' 체력이다. 적 대부분은 2~3차례의 연속공격 및 양손공격으로 마무리된다. 그런데 플레이어에게 주어진 스태미나는 5칸이 전부인데 처치해야 할 적은 여럿이다. 스태미나 5칸으로는 잘해도 적 두 명 정도 제거하는 게 끝이다. 

 

적을 쌓아둘수록 공격받을 위험이 증가한다. 위험을 줄이기 위해선 적을 최대한 빠르게 처치해야 한다. 하지만 스태미나는 한정됐고 회피 판정은 널널하지 못하다. 적과의 1대1 전투는 쉽다. 그렇지만 스테미너가 없는 상황에서 전투를 이어가기가 여간 쉽지 않다. 치고 빠질 때를 잘 계산하거나, 1대1 전투로 적을 확실히 끝낼 기회를 잡는 게 중요한 이유다.

 

 

 

정리하자면 이 게임에서 전투를 잘하는 방법은 두 가지다. 피지컬을 살려 최대한 아슬하게 플레이하거나, 플레이어가 지닌 무기와 적의 유형을 철저히 계산하는 방법이다. 

 

그러나 후자를 실현하기가 어렵다. 플레이어가 전투를 냉정할 수 없게 만드는 시스템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 게임은 적을 연달아 죽일수록 콤보가 쌓이며 획득하는 금화가 증가한다. 적을 연달아 2명 죽이면 획득 금화가 100%, 10명이면 500% 증가한다. 금화가 부족할 일이 많아 플레이어는 이 시스템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게 된다.

 

문제는 전투 상황에서 이러한 스테이터스를 유지하기 어렵다. 콤보가 활성화된 시간도 짧은데, 활성화된 동안 어떤 데미지도 입어선 안 된다. 콤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선 필드 상의 적을 '몹몰이'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적이 많이 모인 만큼 위험은 배가 된다. 둘러싸인 적들에게 치명타를 입고 허무하게 게임이 끝나는 일도 적지 않다.

 

 

# 입으로는 뭐든지 쉬워요

 

말이 길었다. 이 게임을 요약하면 '입으로 플레이하는 건 쉽지만 실제로는 어렵다'로 정리된다. 욕심을 버리고 '무소유' 정신으로 플레이하면 되지 않나 싶지만 어디 그게 쉬운 일인가?

 

<커스 오브 더 데드 갓>을 하다 보면 별 쓸모없는 이유로 욕망이 생긴다. 황당한 이유로 게임 오버 화면을 보고 나면 갑작스런 '현타'가 찾아온다. 몇 분 전의 내가 왜 그랬는지 스스로도 이해할 수 없다. 다음의 나는 다를 거라 다짐하고 탐험에 나선다. 그리고 후회한다. 

 

뭔가를 배워가는 것 같지만 늘어나는 것은 없다. 결국 이 게임이 지닌 핵심 재미는 '플레이어 자신의 탐욕과 어리석음'에 맞서 싸우는 것이다. "안 되는 줄 알면서 왜 그랬을까~"라고 불러봐야 그때는 이미 늦은 일. 하지만 마음 한쪽에는 "이번에는 달라"라는 생각이 자리 잡는다. 결국 스스로의 선택이 옳았음을 증명할 때까지 게임을 반복한다. 

 

기자의 피지컬과 판단력은 게임을 시작할 때와 전혀 늘어나지 않았다. 오히려 아집만이 늘어났다. 하지만 후회는 없다. 나의 플레이가 옳았다는 걸 증명했으니 그만이다. 비록 그걸 위해 수십 번이나 죽었지만 말이다.

 

저주 좀 받으면 어떤가? 게임만 깨면 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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