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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악당이 되어 세계를 혼쭐내주자! '이블 지니어스 2'

체리폭탄 (박성현 기자) | 2021-04-01 16:3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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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당의 비밀기지는 언제나 영화 주인공에게 파괴당해야만 하는걸까요?

 

그런 고정관념이 싫은 여러분을 위한 게임이 있습니다. 악당이 되어 비밀기지를 건설하고, 세계 정복에 나서는 게임이죠. 2021년 3월 30일 리벨리온에서 제작한 <이블 지니어스 2>가 그 주인공입니다. 물론 악당이 되는 만큼 방해 세력도 등장합니다. 각국 정부가 보내는 비밀요원들을 막아내기 위해 경비와 함정 배치도 깐깐히 배치해야 합니다. 

 

  

 

# 악당이 진다는 고정관념? 멈춰! 

  

게임에는 총 4명의 악당이 등장합니다. 영화 <007>에 나올 법한 황금만능주의 대머리 캐릭터가 있는가 하면, 슈퍼히어로 영화에 나올법한 소련 군인 느낌을 물씬 풍기는 캐릭터도 있죠. 악당마다 개성이 확실한 만큼, 어떤 캐릭터를 선택했는지에 따라 세계 정복 방법도 달라집니다.

 

카지노와 휴양시설로 잘 꾸며진 섬, 하지만 산과 동굴 안에는 비밀기지가 숨겨져 있습니다. 출시 버전에는 3개의 섬 중 하나를 선택 가능합니다. 섬마다 ▲지형지물 ▲헬리콥터 착륙장 ▲정부 기관의 주목도 등이 다릅니다. 그러나 어느 섬을 골랐다 하더라도 플레이에는 큰 차이가 없습니다. 

 

 

 

섬을 고른 뒤에는 부하들을 위한 시설을 지어야 합니다. 카지노로 관광객들의 돈을 뺏고, 세계 정복을 위한 무기를 연구하는 사사로운 일들을 '보스'가 할 순 없잖아요. 그런데 지어야 할 게 참 많습니다. 부하들이 쉴 병영과 식당을 지어 복지(?)에도 신경 써야 합니다. 비밀기지답게 포로를 심문할 구금실, 해괴망측한 것들을 만들어내는 연구실 등은 당연히 설치해야죠. 

 

건축물 배치도 신경 써야 합니다. 금고 및 발전실은처럼 기지 운영에 필수적인 시설은 안전한 곳에 지어놔야 하죠.​ 중요 시설을 지키기 위해 함정도 고려해야 합니다. 만화영화에 나올 법한 우스꽝스러운 함정이 대거 등장합니다. 펀치 글로브가 튀어나온다거나, 자석으로 벽에 끌어 당긴다거나, 산 채로 얼려버린다거나 등 말이죠. 각 함정을 입구와 주요 시설 곳곳에 잘 설치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동선 관리도 중요합니다​. 부하들은 ▲생명 ▲지능 ▲사기 수치가 있습니다. 특정 수치가 떨어지면 욕구를 채우기 위해 다른 장소를 찾아 나섭니다. 병영에 잠을 자러 가거나, 식당에 식사하러 가기도, 휴게실에서 TV를 보기도 하죠. 그렇기에 근무지와 휴식공간 사이 동선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짤 필요가 있습니다. 이동에 쓰이는 짜투리 시간을 줄이기 위해서죠.

 

 

 

 

# 단조로운 게임 구성

 

나만의 비밀기지를 꾸밀 수 있는 건 매력적입니다. 그런데 게임 콘텐츠가 한정적입니다.

 

​이 게임의 재미요소는 기지 방어에 있습니다. 계획한 대로 방어가 잘 작동하는지, 위기 대처능력은 어떤지 파악할 수 있는 순간이죠. 그래서일까요? 게임에 직접 개입할 요소가 적은 편입니다. '계획한 대로' 방어가 잘 작동하는지 확인하는 과정이 게임의 재미요소기 때문입니다. 이런 부분에서는 디펜스류 게임과 일맥상통합니다. 

 

그런데 게임 진행에 따른 난도 상승이 쉽게 체감되지 않습니다. 새로운 함정을 배치하고 경비를 확충할 필요성이 크게 와닿지 않습니다. 위기가 덜하니 긴장감과 몰입도 떨어집니다. 기존의 방어 계획을 수정할 필요도 덜합니다.

 

이런 이유로 특정 시점부터 게임이 루즈하게 느껴집니다. 연구가 끝나면 오래된 장비를 교체하고, 자금이 쌓이면 효율적인 동선을 위해 리모델링을 단행하는 정도가 전부입니다. 이 과정들은 재미와 무관할뿐더러 번거롭기만 합니다. 이처럼 특정 시점부터 플레이어의 행동 양상이 변하지 않는 단점이 있습니다.

 

 

더 아쉬운 점은 이를 해결할 방안이 없는 것도 아닙니다. <이블 지니어스 2>는 비밀 기지 모드 / 세계 책략 모드가 존재합니다. 세계 책략 모드에서는 세게 각지에 지부를 설치할 수 있습니다. 각 지부에서는 은행 강도, 뇌물 수수, 과학자 납치 등 기지 운영에 유용한 도움을 주죠.

 

범죄마다 다른 조건을 요하고, 보상 역시 다릅니다. 그런데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유저가 차이점을 느끼지 못합니다. 범죄에 따라 컷신이 나오거나, 특정 이벤트가 나오거나, 유저가 개입할 요소가 있는 것도 아닙니다. 범죄를 실행하고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보상만 제공될 뿐입니다. 소셜 게임의 자원 수집, 코레류 게임의 원정 시스템과 큰 차이가 없습니다.​ 이러니 분명 범죄를 하는데 범죄를 하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습니다. 

 

세계 책략 모드 화면

 

 

# 유머는 제발 1절만!

 

범죄가 범죄로 느껴지지 않다 보니, 주인공 일당도 악당으로 느껴지지 않습니다. 세계 정복을 나서겠다고는 하지만, 아무리 봐도 '사원 복지는 확실한 사악한 기업가'가 맞습니다. 

 

물론 사악한 악당의 분위기가 필요하진 않습니다. 애당초 <이블 지니어스 2>​는 '악당 비밀기지는 항상 파괴된다'는 고정관념을 깨기 위한 게임입니다. 클리셰를 비틀고 패러디를 점철하기 위한 게임이죠. 그런데 아무리 재밌는 유머라도 두세 번 들으면 질리기 마련입니다. 

 

호러 및 전쟁 영화에서 장르에 어울리지 않는 장면을 넣는 '환기'가 중요한 이유입니다. 관객이 자극에 익숙해지며 역치가 올라가는 걸 막기 위해서죠. 반면, <이블 지니어스 2>에서는 환기를 노리는 연출이 없습니다. 게임 처음부터 끝까지 풍자와 코메디 뿐이죠. B급 감성을 노리고 나온 게임이라고는 하지만, 식상한 순간이 너무 빨리 찾아옵니다.

 

 

 

# 옛날을 그대로 간직한 시대착오적 작품

 

단점이 적지 않습니다. 하지만 기지 건설 장르 인기가 옛날만 하지 못합니다. 마니아에겐 거절하기 힘든 매력적인 게임입니다. 아쉬움이 많을 뿐, 완성도나 그래픽에 있어서 부족함은 없습니다.

 

뜬금없지만, 전작 <이블 지니어스>가 나왔던 2004년으로 돌아가 봅시다. <007> 시리즈 뒤를 이어 <미션 임파서블>이 첩보물 간판이 되었고, <스파이더맨>과 <액스맨>을 비롯한 히어로 영화가 인기를 끌었습니다. <이블 지니어스>가 패러디한 영화들은 이 시대의 히트작들입니다. 그러니 <007>을 비롯한 영화 패러디를 남발해도 플레이어 모두가 받아들이는 데 문제가 없었습니다.

 

17년이 지난 지금을 돌이켜 봅시다. 마블 영화를 비롯해 히어로 영화가 흥행하고 있습니다. 유행의 변화에 따라 악당에 대한 이미지도 자연스레 바꼈습니다. 이제 악당이라고 하면 초능력을 쓰거나 외계인을 떠오르곤 하죠.

 

17년이란 세월이 지났지만, <이블 지니어스 2>의 패러디는 전작과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유행에 뒤처졌다는 느낌이 적지 않습니다. 마치 90년대 발간된 '깔깔 유모아집'을 지금 써먹는 꼴입니다. 그러나 이런 고집이 나쁘지만은 않습니다. 달리 말하면, 그 시대의 감성을 잘 간직하고 있는 게임이니 말이죠. 그 감성을 기억하고 계신 분이라면 게임의 패러디를 실컷 즐길 수 있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17년이란 시간 동안 변함없는 것도 있습니다. 영화 속 악당을 응원하는 사람들은 그때나 지금이나 적지 않게 존재합니다. 그런 수요야말로 <이블 지니어스 2>가 17년 만에 다시금 나올 수 있던 이유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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