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전작의 부담 탓? 긍정과 부정 사이에 놓인 바이오하자드 빌리지

홀리스 (정혁진) | 2021-05-10 18:4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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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2월 선보인 전작 <바이오하자드7>은 '호러' 장르의 기본으로 돌아감과 동시에 RE엔진을 통해 장르와 시리즈 최초 1인칭 시점을 도입하며 게임 경험을 극대화하는데 성공했다. 더불어 시리즈가 추구하는 호러를 재정의했다.

 

전작이 성공한 뒤, 후속작에 대한 기대감은 높아졌다. 캡콤은 본편 외 리메이크 타이틀과 <바이오하자드 빌리지>(이하 바하8)를 준비하며 적지 않은 부담을 가졌을 것 같다. 약 4년 만에 출시한 <바하8>을 하며 그런 점을 느낄 수 있었다.

 

게임은 출시 전부터 인상을 각인시켰다. 음산하며 괴기스러운 분위기의 마을은 대단했으며 8척 귀신 드미트레스쿠 성주는 전작의 잭 베이커가 세대교체된 듯 시리즈의 분위기를 내내 압도했다.

 

플레이 초반까지 이러한 느낌은 유지됐다. 하지만 게임을 진행할수록 첫인상과 다르게 많은 생각이 들었다. 전체적인 느낌은 괜찮은데 뭔가 강렬한 한 방을 노리기에는 부족하달까. <바하8>을 체험한 소감을 정리했다. / 디스이즈게임 정혁진 기자

 

 ※ 내용에 따라 스포일러 또는 잔인한 이미지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참고 바랍니다.

 


 

# 4편과 7편의 장점 녹여 새로운 호러를 선보이다

 

<바하8>은 RE엔진의 사실적인 연출, 그리고 1인칭 시점을 비롯한 전작의 여러 요소를 담았다. 현실에 있을 법한 느낌의 호러를 보여주며(종반에서 생체병기의 향연이 됐지만) 오싹함을 배가시킨 전작과는 다른 느낌이지만, 오컬트나 어두운 판타지 요소를 강조하며 비현실적인 모습에 좀 더 무게를 두었다.

 

이러한 비현실적인 요소는 마치 <바이오하자드4>와 닮았다. 마을이나 오컬트 요소, 장비 상인 및 기타 시스템을 보면 자연스럽게 4편을 떠올리게 해, 7편과 함께 두 개의 특장점을 적절히 녹인 듯한 느낌도 든다.

 


 

 

특히, 과거 4편부터 6편까지 호러와 액션을 혼합한 경향이 강했듯 <바하8>도 곳곳에 액션을 강조한 듯한 지점이 보였다. 상인 듀크는 장비를 수급하거나 무기 커스터마이징을 할 수도 있다. 호러 본연에 초점을 맞춘 전작과는 결이 다른 부분이다. 

 

전작과 설정이 이어져 있지만, 시리즈의 근원을 파악할 수 있는 설정도 등장한다. 이를 통해 시리즈의 재앙이 어떻게 생겨났는지 어렴풋이나마 알 수 있고 이블린이나 크리스 같은 전작(혹은 시리즈) 주요 인물도 등장한다. 세대교체 포인트도 있어 나름의 맺고 끊음의 적절함도 보여준다.

 

에단의 친절한 동반자, 듀크.
총기 커스터마이징부터 장비 수급까지 다양한 것을 할 수 있다.


전작 보다 비중이 높아진 크리스. 왜 미아를 죽인 것일까?

 

 

# 생각보다 넓고, 다양한 스테이지 구성. 하지만 비중은 아쉽다

 

제목에도 나와 있듯 게임 주요 무대는 '마을'이라는 한정된 지역지만 규모는 상당히 큰 느낌이다. 오픈월드 개념은 아니나 제법 넓은 지역을 탐험한다는 느낌도 받는다.

 

극 초반, 그리고 마더 미란다를 상대하는 종반 역시 강렬하지만 가장 많은 플레이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4개 가문 파트다. 가문 별 플레이는 순차적으로 진행된다. 시리즈 특징인 퍼즐 요소가 곳곳에 등장하나 복잡한 수준은 아니다. 

 

메인 보스. 그리고 4대 천왕(?).

 

유저들에게 깊은 인상을 준 드미트레스쿠 성주는 강렬한 시작을 맡았다. 그녀를 포함해 베네비엔토, 모로, 하이젠베르크의 성주(가문)도 저마다 특색 있는 구성을 가지고 있어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다. 

 

각 가문 별 스테이지는 테마부터 구성이 모두 제각각이다. 드미트레스쿠, 하이젠베르크 가문 파트는 가주의 존재감 탓에 적지 않은 호기심이 부여돼 플레이를 하면서도 나름 몰입을 하며 플레이를 할 수 있었다. 체감상 구성도 풍부하다는 느낌도 들었다.

 

드미트레스쿠의 존재감은 굉장했다.

음... 모던 워페어인가? 했던 하이젠베르크 파트. 나름 신선했다.

 

반면 베네비엔토 가문, 모로 가문의 비중은 상대적으로 적다는 느낌이 들었다. 모로 가문 파트는 의미가 덜 부여되서 그런지 체감이 더했다. 그래도 베네비엔토 가문 파트는 전체적으로 게임의 컨셉이 가장 잘 강조돼 짧지만 강렬한 느낌을 줬다. 모든 무기가 사라진 한정된 자원, 공간 속 탈출은 매우 짜릿했다.

 

드미트리스쿠는 신장 만큼이나 강한 존재감을 뽐내며 전작의 잭 베이커 같은 분위기를 선사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얻기도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기대감을 제대로 부응하지는 못한 것 같다. 의외의 지점에서 등장해 에단을 주시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기는 하지만 이는 일부에 불과하다. <바하8>에서 추격자는 없다.

 

베네비엔토 가문 파트는 긴장감 조성은 괜찮았는데, 조금 길었으면 하는 아쉬움도 들었다.

4개 가문 중 가장 약해서일까. 뭔가 짠한 느낌도 든 모로 가문 파트.

 

# 드미트리스쿠, 존재감은 좋았는데...

 

<바하> 시리즈의 매력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한정된 자원 속에서 벌이는 생존과 추격자 요소가 많은 인기를 얻었다고 생각한다. 특히, 후자는 끊임 없이 유저를 몰아 넣고 스토리상 제대로 만나기 전까지 절대 죽지 않는 불사의 존재로 긴장감 조성에 크게 기여했다.

 

이는 유저를 계속 긴장하게 만들며 재정비 구간도 늘어지지 않도록 만든다. 전작에서 잭 베이커는 3편의 네메시스처럼 시종일관 등장하지는 않지만, 광기어린 모습을 보여주며 초반부터 유저를 계속 뒤쫓는다. 추격자까지는 아니지만 최종 보스인 이블린 역시 이 몫을 톡톡히 했다.

 

네메시스는 존재감 만큼이나 끈질긴 추격자로 플레이 내내 긴장감을 조성했다.

 

<바하8>에서 이러한 점이 없다는 것은 자칫 긴장감을 꾸준히 유지하기 어렵다는 우려를 낳을 수도 있다. 물론 각 가문 파트 별 가주가 보스로 등장해 분위기와 각종 기믹으로 호러 분위기를 조성하지만 쫓긴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그나마 앞서 얘기한 드미트리스쿠, 그리고 세 명의 딸이 존재감도 그렇고 유저를 추격하기는 하나 이는 특정 지점에서만 작용한다. 드미트리스쿠를 상대하기 앞서 세 딸을 상대하기는 하나 패턴도 제법 단순하고 1회성 이벤트 요소여서 존재감이 적다. 드미트리스쿠도 추격 보다 이동경로에 맞춰 기다렸다가 놀래킨다는 느낌에 가깝다.

 

쫓다가 마는 느낌도 들고... 존재감은 확실했는데, 뭔가 아쉽다.

추위에 약한 세 자매. 공략 포인트도 그렇고 아쉬움이 가득.

 

물론 4개 가문 성주 중 하나라는 개념이기는 하나, 타이틀 전체를 관통하는 하나의 긴장감 조성 요소가 없어서인지 드미트리스쿠는 존재감에 비해 분량이 너무 아쉽다는 생각이 든다. 초반 라이칸 무리의 추격 부터 쌓아올린 호러 분위기는 각 가문 파트의 특징만 강조한 탓에 유지되지 못했다.

 

이 때까지만 해도 꽤 쫄깃했다.

 

# 일부 캐릭터 서사는 긍정적, 다음 편에서 이끌 스토리 전개가 기대된다

 

일부 요소의 비중, 스토리 설정에 대한 아쉬움은 있지만 에단의 캐릭터 서사는 나쁘지 않다. 이해가 가지 않는 캐릭터 설정이나 연출이 간혹 보이기는 하나, 이는 게임을 진행하며 납득될만한 설정이 부여되므로 용납될 수 있다고 본다.

 

스토리 설정상 다시 등장할 가능성은 매우 낮아 보이지만, 시스템 엔지니어라는 단순한 캐릭터 설정은 반전 요소를 통해 에단을 <바하8>에서 대미를 장식하기에 충분한 캐릭터의 모습으로 올려놓는다. 에단은 종반에 다다를수록 강렬한 인상과 함께 피날레를 맞는다.

 

끝내 그의 얼굴은 볼 수 없는 것일까?

 

그렇다 보니, 에단 이외 캐릭터들의 활약도 기대된다. 크리스가 다음 목표지로 향한 이유는 무엇인지, 로즈마리에게 남겨진 설정도 밝혀지지 않은 부분이 많다.

 

이블린을 시작으로 하는 변종사상균이 일부 사라졌지만 여전히 불안요소는 남아있다. 남겨진 이들이 이어서 스토리를 이끌 가능성은 제법 높아보인다. <바하8>에서 전작과 4편의 흔적을 볼 수 있듯, 다음 편이 어떤 컨셉을 따를지도 관심사다.

 

다음 편에서 크리스는 어떤 활약을 하게 될까?

 

# 긍정과 부정 사이 어딘가, 다음 편에서는 꼭 호러의 본연을 다시 찾길

 

<바하8>은 전작의 기대와 흥행 속에서 선보였다. 일부 전작들의 인기 요소를 기반으로 새로운 시도는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미흡한 구성은 결국 호러의 긴장감을 감소시키고 말았다.

 

그러나 캐릭터 서사부터 곳곳의 호러 포인트나 적절한 액션, 그리고 4개의 파트를 나눠 색다른 플레이 경험을 제공했다는 점 등을 보면 실패작으로 보기에는 긍정적으로 볼 부분도 제법 많다. 긍정과 부정 사이 어딘가에 있는 느낌이다.

 

긍정적인 것은 캡콤이 매 시리즈마다 쇄신에 가까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이를 긍정적인 반응으로 끌어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이다. 피드백을 발판으로 다음 편에서는 여러 마리의 토끼를 제대로 잡아 호러 본연을 다시 찾는 모습을 보여주기 바란다.

 

그런데... 노파는 어떻게 됐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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