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단발성 재미, 쉽게 질리는 게임성" EA의 피구 게임 '녹아웃 시티'

톤톤 (방승언) | 2021-05-25 14:4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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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각양각색 구기종목이 존재하지만, 그중에서도 피구는 독특합니다. 공을 직접 상대 몸에 맞춰야 득점한다는 룰은 독보적이죠. 다른 종목은 대부분 정반대로 상대 선수를 ‘피해서’ 골망, 코트, 글러브에 공을 꽂아 넣는 경기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정말 그렇습니다. 격투기에 가장 근접한 구기 스포츠를 하나 뽑으라면 그것은 피구 아닐까요?

 

피구의 이런 ‘격렬함’에 착안한 스포츠 액션(?) 게임이 최근 하나 선을 보였습니다. EA가 배급하는 <녹아웃 시티>입니다. 던지고, 패스하고, 피하고, 반격하는 피구 고유의 룰을 PVP 슈터 장르의 문법으로 각색해 낸 게임입니다.

 

그런데, 그럴듯한 만듦새에도 ‘과연 잘 될까?’ 하는 걱정이 앞섭니다. PVP 게임 성공의 필수조건인 ‘유저 확보’와 ‘롱 런’이라는 두 가지 항목에서 큰 과제를 안고 있기 때문입니다. 과연 <녹아웃 시티>는 어떤 게임인지, ‘우려’의 이유는 무엇인지, 차근차근 살펴보겠습니다. / 디스이즈게임 방승언 기자

 

 


 

 

# 사이버펑크 분위기 속 펼쳐지는 미래의 피구

 

<녹아웃 시티>는 카툰 풍으로 묘사된 미래 도시가 배경입니다. 묘하게 뉴욕을 닮았습니다. 스토리 모드가 따로 없어 자세한 내막은 알 수 없지만, 모 재벌이 도시 하나를 통째로 사들여 경기장으로 만들었다는 간단한 설정은 붙어 있습니다.

 

일단은 ‘스포츠 게임’이니 룰을 먼저 보겠습니다. 코트에서 진행되는 진짜 피구와 달리, 번화가, 공터 등 도심 곳곳이 경기장이 됩니다. ‘팀 KO’ 모드를 기준으로 경기 인원은 3대3이며, 두 번 타격하면 적을 기절 시켜 1점을 얻을 수 있습니다. 10점을 선취하는 팀이 라운드를 가져가고, 3라운드 중 2라운드를 먼저 이기면 승리합니다.

 

다른 모드로는 상대를 타격할 때 나오는 ‘다이아몬드’를 수집해서 승부를 가리는 ‘다이아몬드 돌진’, 다양한 기능을 가진 ‘스페셜 볼’ 만으로 전투하는 ‘파티 팀 KO’, 1대1 전투를 벌이는 ‘대결’ 모드 등이 있습니다.




# 경기가 아니라 전투입니다

 

다음으로 ‘전투’ 메카닉을 살펴보겠습니다. 인게임에서도 ‘전투 피구’라는 용어가 등장할뿐더러, 플레이하는 입장에서도 스포츠보다는 전투 게임으로 바라볼 때 시스템을 이해하기 훨씬 편해집니다.

 

‘경기장’ 또한 단차가 많고 우회로와 엄폐물이 즐비한 모습이 사실상 슈터 게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맵 구성입니다. 맵의 특정 지점에서 소환되는 공들을 집어 적에게 던지면 ‘공격’ 입니다. 공격은 타게팅 방식이어서 적에게 적당히 유도되어 날아가지만, 피하거나 잡는 것도 가능합니다. 따라서 측면, 후방, 머리 위를 노리거나, 동료와 함께 공격해 적의 ‘잡기’ 타이밍을 빼앗아야만 적중 확률이 높습니다.

 

한편 수중에 공이 없을 때도 전투는 가능한데, 적에게 ‘대시’해서 부딪히면 잠깐 경직 시켜 공을 놓게 할 수 있습니다. 다만 대시 거리나 방향을 잘못 계산해 장애물에 충돌하거나 다른 플레이어와 서로 돌진해 충돌하면 짧지 않은 시간동안 기절하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합니다.

 

맵은 고저차가 존재하고 복잡한 구성을 띤다

 

 

# 단순한 시스템과 룰... 금방 질리게 만드는 단점으로 작용

 

상술한 기본적 룰·시스템 설명에서 알 수 있듯, <녹아웃 시티>의 게임성은 꽤 단순한 편입니다. 그런데 이 ‘단순함’은 게임의 직관성과 접근성을 높여주는 긍정적 효과도 있지만, 게임을 금방 질리게 만드는 단점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작지 않아 보입니다.

 

<녹아웃 시티>는 각 캐릭터 능력이 서로 완전히 같고, 참여 인원이 적으며 맵이 비교적 좁습니다. 또한, 교전 템포가 빠르고 산발적으로 일어납니다. 이러한 특성들 때문에 호흡을 맞춘 전략 전술보다는 개개인의 순간적 판단력과 피지컬에 의지하는 전투가 훨씬 많습니다.

 

이는 언뜻 큰 문제가 아닌 것처럼 보일 수 있으나, 이와 유사한 특성을 지닌 ‘아레나 슈터’ 등 고전 슈터들이 대세에서 거의 완전히 물러난 이유를 한 번 상기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아레나 슈터: 이동 속도가 빠른 캐릭터들이 좁은 전장에서 팀 데스매치 등 단순한 룰의 대전을 벌이는 PVP FPS 장르. 90년대~2000년대 인기를 끈 <퀘이크>, <언리얼 토너먼트> 등이 여기 속한다.

 

 

# 차별화를 노렸다기엔 경쟁력이 부족한  <녹아웃 시티>

 

PVP 슈터의 트렌드는 분명 변했습니다. 

 

현세대 인기 장르는 ‘팀 슈터’와 ‘배틀로얄’ 입니다. 둘 다 다양한 ‘변수’로 플레이 경험을 다채롭게 한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팀 슈터’의 경우 캐릭터·클래스 시스템에서 나오는 수많은 ‘팀합’이 변수가 됩니다. ‘배틀로얄’은 각종 지형지물, 장비, 무기를 늘어놓고 유저 각자가 상황에 맞게 다양한 변수를 만들어나갈 ‘판’을 깔아줍니다.

 

반면 소규모 전장에서 피지컬을 주로 겨루는 '고전적' 슈터는 변수가 상대적으로 적습니다. 때문에 ‘게임 경험의 풍성함' 측면에서 경쟁력이 이제는 떨어집니다. 플레이와 관전의 재미 모두 덜하다 보니 신규 작품 수도 적어졌고, 프로 경기의 인기 역시 예전 같지 않습니다. 국내에서는 더욱더 관련 게임들의 인기가 낮습니다.

 

<녹아웃 시티>도 유사한 맹점을 안고 있습니다. 맵마다 나름대로 렉킹볼, 차량 행렬, 엘리베이터 등 특수한 지형지물을 배치해 다양한 상황 연출을 노린 듯하지만, 능동적인 활용에 한계가 있어 플레이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습니다.

 

독특한 기능을 가진 ‘스페셜 볼’들은 전투에 나름의 깊이를 더하기는 합니다. 그러나 종류가 많지 않고, 매치마다 한 종류만 소환되며, 게임 판도를 바꿀 만큼 전략적 가치가 높지는 않은 데다, 여러 개가 소환돼 ‘쟁탈전’을 유도하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몇 가지 '특수 공'이 존재한다. 사진은 여러 개의 공을 연속으로 던질 수 있는 '멀티 볼'

 

 

# 이용자 모집과 유지, 그리고 롱 런에 대한 의문

 

멀티플레이 게임 공통의 목표 중 하나는 ‘롱 런’이고, <녹아웃 시티>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이용자 모집과 유지가 모두 중요한데, <녹아웃 시티>는 두 영역 모두에서 무시할 수 없는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이용자 모집’ 차원에서 마음에 걸리는 문제는 아무래도 ‘이질적인' 비주얼·오디오 스타일입니다. 캐릭터 조형, 색감, 스테이지 디자인, 해설자의 대사, 음악 등등에서 모두 북미적인 트렌드가 강하게 느껴집니다. 물론 아트에 대한 감상은 주관의 영역이며, 여기에 환호할 유저도 많겠지요. 

 

그러나 최근의 글로벌 게임 대부분이 아트 연출에 있어 특정 문화권의 선호를 따르기보다 전 세계에 통용될 스타일을 신중히 고르고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아쉬움이 느껴집니다.

 

캐릭터 커스터마이제이션 화면

 

‘이용자 유지’ 측면에서는 앞서 언급한 플레이 경험의 반복성이 위기로 작용할 가능성이 큽니다. 게임 자체의 재미가 떨어지는 것은 아니기에 단발성으로 플레이하는 유저나 일부 마니아층의 호의를 사기는 쉽겠지만, 대체재가 없지 않은 상황에서 대동소이한 경기를 계속하며 잔류할 유저가 아주 많을지는 미지수입니다.

 

<녹아웃 시티>는 경쾌하고 박진감 높은 전투, 접근성 높은 게임플레이, 가족 친화적인 연출 등 분명한 장점이 있는 게임입니다. 버그, 서버 이슈, 넷코드와 같은 멀티플레이 게임의 흔한 초기 서비스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점도 높이 살 만합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꾸준히 재미를 주고 인기를 끄는 장수 타이틀이 되려면 장차 많은 고민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팀 데스매치 유형의 게임이 현재 메이저 게임씬에서 거의 자취를 감춘 데에는 다 나름의 이유가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되겠습니다.

 

<녹아웃 시티>는 현재 스팀 기준으로 동시접속자 최대 약 4,500명 선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30일 오후 9시까지 무료 플레이 가능하며 가격은 2만 2,000원입니다.

 

-게임명: 녹아웃 시티

-장르: 액션

-개발사: 벨란 스튜디오

-퍼블리셔: EA

-플랫폼: 스팀, MS 스토어, 에픽게임즈 스토어, EA 오리진, EA Desktop, 닌텐도 스위치, PS4, Xbox 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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