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핸즈온] 파고들어야 보이는 매력, ‘레드 솔스티스 2’

톤톤 (방승언) | 2021-06-22 14: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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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게임이 처음부터 ‘프로’의 손에 태어나는 것은 아닙니다. <도타>, <레드 오케스트라>, <인서전시>, <배틀그라운드> 등 많은 게임이 ‘유저 모드’에서 유래했고, 이 중 글로벌한 성공을 거둔 게임도 많습니다.

 

505게임즈의 신작 <레드 솔스티스 2> 역시 유저 모드에서 출발한 게임입니다. 1편은 <워크래프트 3>의 인기 ‘유즈맵’이었던 <나이트 오브 더 데드>(<NOTD>)의 제작진이 참여해 2015년 출시됐고 나쁘지 않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1편의 단점을 개선했다는 <레드 솔스티스 2>를 직접 플레이해봤습니다. 긴 역사를 가진 시리즈인 만큼 파고드는 맛은 있지만, 그 깊이를 실제 체험하기 위한 '접근성’과 ‘몰입감’ 측면에서 아쉬운 점도 많은 게임입니다. 짧은 플레이를 통해 느낀 장단점을 살펴보겠습니다.

 

 



 

# ‘유즈맵 감성'의 스토리와 그래픽

 

일명 ‘유즈맵’이라고 불리는 RTS의 커스텀 맵은, 제작환경 상 별도 스토리와 게임아트가 존재하지 않거나, 빈약할 때가 많습니다. <레드 솔스티스 2>에는 이런 ‘유즈맵 시절’의 감수성이 어느 정도 남아있습니다.

 

게임은 인류가 화성으로 이주한 먼 미래를 다룹니다. ‘스트롤’이라는 이름의 바이러스가 화성에 확산하면서 인간과 기타 생물이 돌연변이 괴물로 변해 인류를 공격합니다. 플레이어는 ‘지휘관’으로서 병사들을 통솔, 괴물들을 막으며 바이러스 치료제를 찾기 위한 싸움을 벌여 나갑니다.

 

흔한 ‘좀비물’의 설정을 화성이라는 배경에 맞게 적당히 변주한, 특이하지 않은 스토리입니다. 건축물, 병사, 차량, 괴물의 디자인 역시 막연한 미래적 모습을 갖추고 있을 뿐, 독창성이 떨어져 깊은 인상을 주지 못한다는 점이 아쉽습니다.

 

 

 

# 강하게 느껴지는 <엑스컴>의 향기

 

게임 플레이는 ‘사전 준비’ 파트와 실제 ‘임무 수행’ 파트로 나뉩니다. 편의상 각각 ‘운영’과 ‘임무’로 구분하겠습니다. 게임의 핵심은 물론 ‘임무’ 쪽입니다. 하지만 운영 파트에서 강하게 드러나는 <엑스컴>의 흔적도 한 번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레드 솔스티스 2>의 운영은 턴제 전략 게임 <엑스컴>(2012년)의 시스템을 상당히 많이 참고했습니다. ‘세계 맵’에서 '스캔'을 실시하면, 인게임 시간이 경과하면서 임무를 탐색합니다. 출동 가능 임무를 찾아내고 나면, 해당 임무의 위험성과 보상을 확인한 뒤 작전에 돌입하거나 포기할 수 있습니다. 만약 임무에 실패하면 글로벌한 ‘감염도’가 상승하는데, 이는 <엑스컴>의 ‘위험도’(threat level)와 유사합니다.

 

다양한 연구가 가능한 '시설' 탭

 

‘본부’의 운영 방식도 거의 동일합니다. 병사, 무기, 기술 연구, 시설물 등을 관리하는 탭이 각각 준비되어 있습니다. 각 탭에서 신규 연구·건설 프로젝트를 명령하면 특정 시간이 흐른 뒤 프로젝트가 완료되고, 기능, 장비 등이 언락됩니다.

 

제작진은 ‘행성 전체에서 적 세력을 몰아낸다’는 스토리적 유사성에 착안해 <엑스컴>의 시스템을 모방한 듯합니다. 실제로 이 시스템은 <레드 솔스티스 2>의 이야기 구조에 잘 어울리기는 합니다. 하지만 '스캔' 아이콘의 모양 등 아주 디테일한 부분에서까지 비슷한 점이 많아 일부 유저는 다소 위화감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레드 솔스티스 2>의 '세계지도' 기능. <엑스컴>과 비슷한 UI가 눈에 띈다.

 

 

# ‘깊이’가 있는 RTS/RPG 시스템

 

<레드 솔스티스 2>의 임무는 탑다운 뷰의 실시간 전투로 진행됩니다. 임무마다 호위, 구출 등의 구체적 목표를 줍니다. 마우스로 주인공을 조작해 기본공격, 스킬, 아이템으로 몰려오는 적을 소탕하며 목표를 마치면 임무가 클리어됩니다.

 

전투에는 분명 ‘깊이’가 있습니다. 무기, 소모성 아이템, 스킬, 상성, 동료 AI, 지형지물, 군중제어 등 활용할 수 있는 전략적 변수가 많아, 각각의 전투를 원하는 방식으로 설계하고 운영해나가는 재미가 충분합니다.

 

레벨업, 연구 등의 ‘진척도’가 쌓이면 점점 더 선택지가 많아진다는 점도 매력적입니다. 후반부로 갈수록 분대와 주인공의 기본 능력이 강해지고, 더 많은 무기, 장비, 병과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추종자’로 불리는 동료 AI들 역시 각자의 병과와 스킬트리를 가지고 있어 다양하게 육성하는 재미가 있습니다.

 


 

# 풍성하지만, 접근과 몰입 어렵다

 

그런데 이처럼 다양한 콘텐츠가 마련돼있는데도, 게임에 금방 흥미를 잃었다는 사용자 평가가 꽤 많습니다. 이는 크게 ‘접근성’과 ‘몰입감’이라는 두 가지 문제 때문으로 보입니다.

 

먼저 '접근성'을 낮추는 주범은 엉성한 UI입니다. 마련된 전략 요소가 매우 많은 반면, 각각에 대한 인게임 튜토리얼과 툴팁 설명이 한 번에 이해하기 어렵거나 생략된 경우가 잦아 일일이 파악하기가 귀찮고 어려워집니다.

 

전투에서는 목표물을 안내하는 ‘지시 아이콘’의 의미가 모호하거나, 버그로 아예 잘못 출력되는 등의 문제가 있습니다. 전투 상황에서 상호작용 가능한 여러 지형지물에 대한 설명 역시, 전투 와중에 마우스 오버로 툴팁을 읽어야만 비로소 확인할 수 있습니다.

 

UI에 출력되는 정보량이 많은 반면, 설명은 적은 편이다.

 

더 큰 문제는 몰입감입니다. ‘보통’ 난이도를 기준으로 플레이해보면 초반 미션들이 지나치게 쉬워 쏟아지는 아이템과 각종 스킬을 사용할 필요가 전혀 없습니다. 유저가 자발적으로 나서서 여러 콘텐츠를 시도해보지 않는 한, 게임이 금방 지루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기본 공격을 ‘자동’과 ‘수동’으로 나누고, 수동공격의 대미지를 더 강하게 설정하는 등의 세심한 난이도 밸런싱도 눈에 띄긴 합니다. 그러나 자동공격만으로 대부분의 미션이 클리어돼 정작 별 의미가 없습니다. 

 

'보통' 난이도의 지루함을 피해 ‘어려움’으로 난도를 상향하면 앞서 말한 접근성 문제가 다시 대두됩니다. 어려움 난이도에서는 난도가 급격히 올라 웨이브, 동료 부활, 제압, 장비파괴 등 주요한 전투 시스템을 모두 숙지해야 원활한 레벨 클리어가 가능합니다. 그런데 이를 알려주는 튜토리얼은 미비되어 있어, '죽으면서 배우는' 시행착오가 필수적입니다. 일부 유저에겐 '취향'이겠지만, 전반적으론 호불호가 갈릴 게임 설계입니다.

 

전투 도중 마우스 오버로 툴팁을 봐야만 기능을 이해할 수 있는 오브젝트가 많다.

 

# 신규 유저 위한 '매력 과시' 필요해

 

제작진은 '보통'과 '어려움' 난이도를 각각 입문자와 숙달자 용으로 나눠 설계한 듯합니다. 보통 난이도에서 게임을 숙달하고, 어려움에서 더 어려운 도전에 임하라는 나름의 안배가 느껴집니다. 그러나 정작 보통 난이도는 입문자에게도 지나치게 쉽고, 어려움 난이도는 과하게 불친절해 어느 쪽에도 쉽게 '정'을 붙이기 힘든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현재 시리즈의 기존 유저들은 <레드 솔스티스 2>의 풍성한 콘텐츠, 다양한 개선점, 잘 짜인 코옵 플레이 등을 높이 평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전편과 원작을 모르는 유저 중 상당수가 정작 이런 매력을 체험하기도 전에 게임에서 이탈할 가능성이 보입니다. 체계적 난이도 설계와 튜토리얼 보완, UI 개선 등의 종합적 노력으로 '매력 과시'가 필요할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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