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TIG 퍼스트룩] 직구 하나만큼은 괜찮았다, '잿빛숲'

텐더 (이형철) | 2021-09-06 09:54:40

 

세상은 넓고 게임은 많습니다.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 15년 역사의 게임 전문지 디스이즈게임에서

어떤 게임이 맛있는지, 맛없는지 대신 찍어먹어드립니다. 밥먹고 게임만 하는 TIG 기자들이 짧고 굵고 쉽게 여러분께 전해드립니다. TIG 퍼스트룩!


<던그리드>나 <스컬>은 국산 인디 게임계에 이정표를 남긴 타이틀로 꼽힙니다. 높은 판매량은 물론, 세간의 평가도 좋았기 때문이죠. 얼마 전 소개한 <사라진 기념일>을 제작한 팀 아보카도나 <산나비>의 원더포션을 포함, 지금도 수많은 한국 인디게임 개발사들이 제2의 <던그리드>, 혹은 제1의 누군가를 꿈꾸며 그들만의 항해를 이어가고 있을 겁니다.

오늘 소개해드릴 <잿빛숲> 역시 국내 인디 개발자 '젠틀 레이븐'이 만든 1인 개발 게임으로, 인디판에서는 너무나 흔한 요소가 돼버린 '로그라이크'를 택한 게임입니다. 과연 <잿빛숲>은 규모의 한계를 딛고 임팩트를 남길 수 있었을까요?

 




 

 

<잿빛숲>의 이야기는 거대수의 숲에 악마가 떨어지면서 시작됩니다. 이로 인해 숲속에 살던 사람과 동물, 그리고 그들을 지켜왔던 거대수마저 괴물로 타락해버렸죠. 유저들은 후술할 세 캐릭터 중 하나를 골라 다양한 스테이지를 헤쳐가며 중간 보스를 격파하고 타락한 거대수를 정화해야 합니다. 사실 여기까지만 보면 그리 특별한 구성은 아닙니다.

 

다만, 플레이 중 만나는 중간보스들의 '전환 과정'은 흥미롭습니다. 이를테면 투구를 잘못 착용해 흑화되어 중간 보스로 등장하는 '대장장이'를 잡으면, 다음 회차 플레이에서는 그를 NPC로 만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돌아온 NPC는 유저들에게 이로운 아이템을 제공합니다. 단순히 스토리만 전환한 걸 넘어, 플레이에 직접적으로 도움 되는 효과를 제공하는 하나의 메리트로써 NPC를 활용한 셈입니다. 

 

게임은 꿈도 희망도 없는 분위기로 흘러간다

특정 중간보스는 클리어시 NPC로써 게임 진행을 돕는 역할을 수행한다

또한, 각 스테이지에는 유저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요소가 존재합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의문의 캐릭터가 자신의 사연을 풀어놓거나 '약속에 오기로 한 동료들이 보이지 않는다'와 같은 대사를 흘리죠. 또한, 후반부 마주칠 보스가 '지켜보고 있다'라는 메시지를 남기고 사라지기도 합니다.

이에 더해, 어떤 캐릭터를 플레이하더라도 오프닝과 엔딩에서 저마다의 스토리를 갖고 있다는 점도 만족스러웠습니다. 분기점이 있다거나 아주 드라마틱한 연출을 선보이는 건 아니지만, 최소한 기본적인 스토리 뼈대와 부가 요소는 어느 정도 갖추고 있었기 때문이죠.

 

플레이하다보면 정체모를 NPC를 만날 때가 많다

난이도에 따라, 이러한 NPC들이 갑자기 공격해올 때도 있다

다만, 게임 플레이에서는 특별한 요소를 찾기 어렵습니다. 원하는 지점을 선택하고 4~5개의 크고 작은 스테이지를 돌파한 뒤 해당 지역의 보스를 마주하는 형태는 그리 낯설지 않은 구조입니다. 2D로 진행되는 액션도 평범했습니다. 보스를 격파하거나, 상인을 통해 얻는 아이템의 종류는 제법 다양했지만 이는 로그라이크를 즐기는 유저들껜 너무나도 익숙한 부분에 해당합니다.

보통 로그라이크 게임은 단조로워질 수 있는 흐름을 깨기 위해 맵 디자인이나 몬스터에 변화를 줌으로써 플레이를 반복하더라도 계속해서 새로운 걸 만나는 듯한 느낌을 부여합니다. 반면, <잿빛숲>은 최종 보스를 잡은 뒤 다시 플레이를 진행하더라도 스테이지 배열에만 변화가 생길 뿐, 디자인이나 몬스터에는 큰 변화가 없습니다.

난이도를 올려도 상황은 비슷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체감상' 게임이 어려워지는 듯한 느낌을 받기도 쉽지 않습니다. 이미 그 정도 단계까지 온 이상, 지속적인 스펙 업을 통해 캐릭터도 상당히 강해졌기 때문이죠. 과감하게 스테이지 수를 늘리거나 보스 몬스터의 종류 또는 패턴을 다수 추가하는 방안은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드는 부분이었습니다.

 

난이도를 올리더라도 보스는 크게 달라지는 점이 없다

단, 직업별 개성이 뚜렷하다는 점은 만족스러웠습니다.

아가베는 흔히 볼 수 있는 기사 캐릭터로 공수 밸런스가 잘 잡혀있는 편이지만, 공격과 회피 시 기력 소모가 빠른 편이라 세심한 컨트롤이 필요합니다. 대신 평타에 약간의 넉백 효과가 있으며 특수 스킬 방패로 상대 대미지를 낮출 수도 있죠.

리코리스는 마법사 캐릭터로, 특정 횟수 이상 적을 히트하면 특수 공격을 통해 적을 마비시키고 흡수하며 대미지를 넣습니다. 나그네는 총과 근접 공격을 모두 사용하는 이로, 회피를 통해 강력한 총알을 모은 뒤 상대에게 적중시키면 강한 대미지를 넣을 수 있는 클래스입니다.

이처럼 <잿빛숲>의 클래스들은 제각기 뚜렷한 개성을 갖고 있습니다. 덕분에 로그라이크 액션 게임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손맛'도 확실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엔딩을 보고나면

가르고라는 신규 클래스를 해금할 수 있다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은 '임팩트'입니다. 

 

야구 선수를 예로 들어봅시다. 투수에 있어 가장 기본이 되는 구종은 '직구'입니다. 따라서 좋은 직구를 가진 투수는 좋은 투수가 될 확률도 높은 편입니다. 다만, 최고의 투수가 되기 위해서는 다양한 변화구나 독특한 투구폼 등 자신만의 확실한 '색깔'이 필요합니다. 

 

<잿빛숲> 역시 이러한 분기점에 와있는 듯했습니다. 로그라이크 게임으로써 갖춰야 할 기본 요소는 잘 준비한 만큼, 조금 더 나아가려면 확실한 한방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죠. 게임을 플레이한 뒤, 약간의 아쉬움이 남았던 이유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잿빛숲>은 꽤 괜찮은 게임입니다.

 

앞서 말씀드렸듯 <잿빛숲>은 화려하진 않지만, 기본적인 요소는 빠짐없이 갖추고 있는 로그라이크 게임입니다. 1인 개발이라는 한계를 딛고 액션의 매력을 잘 살렸을뿐더러, 꿈도 희망도 없는 세계관의 분위기까지 쏠쏠하게 잘 담아냈다는 점도 포인트입니다. 또한, 제각기 다른 공격 패턴을 갖고 있는 보스들은 돌파하는 재미가 확실했습니다. 여러모로 인상적인 포인트가 많은 게임입니다.

 

만약 당신이 만 원 이하의 저렴한 가격으로 액션의 손맛을 느끼고 싶다면, <잿빛숲>이야말로 좋은 선택지가 되어줄 겁니다.  

 


▶ 추천 포인트
1. 만 원 이하의 저렴한 가격
2. 액션의 맛은 제대로 살렸다

▶ 비추 포인트
1. 도트 그래픽이 취향이 아니라면... 버거울 수 있다
2. 부족한 콘텐츠

▶ 정보
장르: 로그라이크
개발: 젠틀레이븐(1인개발)
가격: 7,500원
한국어 지원: O
플랫폼: PC

▶ 한 줄 평
겉보기엔 소박하지만, 그 속은 생각보다 알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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