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고양이로 시작해 반딧불로 끝나는 힐링 여행, '고양이와 스프'

텐더 (이형철) | 2021-09-08 13:4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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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링. 학교나 직장 등 빡빡한 현실에 시달리고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되뇌었을 단어다. 실제로, 2010년에는 사회 전반에 '힐링 열풍'이 불면서 다양한 형태의 힐링이 등장할 정도였으니까. 하지만 현시대에서 힐링을 즐기기란 쉽지 않다. 코로나19로 인해 여행도, 식사도 마음 놓고 할 수 없어진 탓이다.


하지만 우리에겐 게임이라는 또 다른 옵션이 존재한다. 그중에서도 구글플레이 인디게임 페스티벌 2021 TOP 3 선정작 <고양이와 스프>는 아주 단순한 구조에도 불구하고 힐링이라는 단어가 자연스레 떠오를 만큼 따뜻했고 포근했다. 코로나19 시대의 또 다른 힐링 옵션이 될 <고양이와 스프>를 소개한다. / 디스이즈게임 이형철 기자

  



 

# 고양이로 시작해 반딧불로 끝나는 힐링 여행

 

이름에서 얼추 짐작했겠지만, <고양이와 스프>의 주인공은 당연히 '고양이'다. 

 

유저들은 여러 고양이와 함께 스프를 포함한 여러 식음료를 만들고 판매하며, 그 수익금으로 또 다른 오브젝트를 건설하는 식으로 영역을 넓히게 된다. 여기서 오브젝트란 식음료 재료를 손질하는 곳, 이를테면 양배추 썰기나 당근 썰기와 같은 일종의 '스팟'에 해당한다. 오브젝트별로 다른 고양이가 할당된다는 점 역시 게임의 포인트다.

 

게임 플레이 방법도 무척 간단하다. 고양이들이 오브젝트를 통해 만든 식음료를 클릭, 판매하는 게 전부다. 별도의 스토리 라인이나 경쟁 요소도 없기에 유저들이 해야 할 일은 판매와 관리 정도에 불과하다. 게다가 설령 유저가 화면을 누르지 않더라도 식음료는 '알아서' 판매된다. 특별한 조작 없이도 자동으로 재화가 증가하는 클리커 게임에 가깝다. 어찌 보면 굉장히 평범하면서도 익숙한 구조다.

  

특별한 조작이 필요 없을 뿐더러, '알아서' 진행되는 경우도 잦다

 

하지만 <고양이와 스프>가 흔한 장사 게임으로 느껴지지 않는 이유는 고양이에 있다. 과장 조금 보태자면, 게임에 등장하는 고양이들은 정말 미칠 듯이(?) 귀엽다. 이들은 마치 사람처럼 일어선 채로 양배추를 썰고 당근을 깎으며 라디오 옆에 누워 휴식을 취한다. 여기에 팔과 다리는 짧은데 머리는 큰, 게임 특유의 디자인이 더해지면서 <고양이와 스프>에 등장하는 고양이들의 귀여움도 배가 된다.

 

배경이나 연출 역시 귀엽고 따뜻한 방향으로 설계됐다.

 

고양이들이 양배추를 썰 때는 '사각', 당근을 벨 때는 '쿵'과 같은 효과음들이 귀여운 폰트와 함께 출력되며 수프가 끓는 '보글보글' 소리는 게임 내내 유저들의 귀를 간지럽힌다. 또한, 밤에는 반딧불들이 몽글몽글하게 떠다니며 낮에는 바람에 넘실대는 잔디의 움직임도 확인할 수 있다. 현실에서는 쉽게 보기 힘든, 그래서 더욱 힐링에 가까운 장면들이 게임 전반에 깔려있는 셈이다.

 

보글보글과 '반딧불'은 이 게임의 힐링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요소다

  

# 방치형 게임 '고양이와 스프'를 직접 플레이해야 하는 이유

 

그렇다고 해서 <고양이와 스프>가 마냥 힐링만을 내세운 건 아니다. 즐길 거리도 충분히 존재하기 때문. 앞서 말했듯 이 게임은 유저가 관여하지 않더라도 알아서 흘러간다. 고양이들이 만든 식음료는 자동으로 창고에 쌓이고 판매된다. 다만, 이 경우 해당 식음료는 정가의 50% 가격에 판매된다. 반면 유저들이 직접 터치하면 고스란히 정가를 유지할 수 있다.  

 

랜덤하게 등장하는 이벤트도 마찬가지다. 

 

필드에 등장하는 개구리 왕자는 진행에 필요한 재화를 채워주지만, 직접 클릭하지 않으면 효과를 얻을 수 없다. 각종 아이템을 획득할 수 있는 시간제 이벤트, '요술항아리'나 화면을 캡쳐하면 골드를 벌 수 있는 촬영 이벤트도 마찬가지다. 게임을 방치하지 않고 직접 조작할 경우 훨씬 더 큰 소득을 얻을 수 있는 구조다.

 

이렇게 얻은 돈은 다양한 경로에서 활용된다. 당근 썰기 오브젝트를 추가로 설치해 조금 더 빠르게 식음료를 수급할 수도 있으며 새로운 메뉴를 개발하는 것도 가능하다. 메뉴의 경우 처음엔 묽은 수프로 시작하지만, 이후 당근이나 양배추를 활용한 스프를 지나 바베큐까지 확장된다. 이벤트를 통해 획득한 다양한 코스튬을 고양이에 적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다만, 이는 어디까지나 유저가 직접 게임을 플레이해야만 즐길 수 있는 요소다. 아주 하드하거나 반드시 수행해야 하는 의무적 콘텐츠는 아니지만, 직접적인 플레이를 통해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요소가 어느 정도는 존재하는 셈이다.

  

신메뉴 개발이나 코스튬 장착 등 게임을 온전히 즐기려면 '수동 조작'은 필수다

 

게임의 수익 구조에도 눈길이 간다. <고양이와 스프>는 별도의 유료 재화를 구매하지 않아도 아무 문제 없이 즐길 수 있는 게임이다. '이론상 가능한' 게 아니라 정말로 게임 진행에 큰 불편함이 없다. 실제로, 기자는 게임을 방치한 뒤 생각날 때만 몇 번 눌러주며 플레이했음에도 불구하고 무리 없이 오브젝트를 건설하고 신메뉴를 개발할 수 있었다. 당연히 '현질' 요소에 대한 욕심이나 갈증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개발자는 인앱 광고를 통해 유료 아이템을 지급하는 쪽으로 수익 모델을 설계했다. 

 

인앱광고는 Daily Active User(일 사용자 수)를 ​기반으로 한 광고 노출 수익으로 매출을 발생시키는 것으로, 주로 광고를 클릭해 영상을 시청하거나 특정 앱을 설치하면 아이템을 지급하는 구조를 띤다. 게임을 가볍게 즐기는 유저를 타깃으로 한 캐주얼 장르에 어울리는 수익 모델이다.

 

​<고양이와 스프>는 '짧은 광고 시청'을 통해 다양한 보상을 지급하는 구조를 택했다. 게임 진행에 필요한 의상을 지급하거나, 게임을 종료한 사이 쌓인 재화를 두 배로 늘려주는 효과도 누릴 수 있다. 심지어 광고 시청을 통해 요리 속도를 두 배로 올리는 것도 가능하다. 느린 템포에 만족하지 못하는 유저들은 물론, 현질에 큰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유저들까지 자연스레 끌어들일 수 있는 구조를 설계한 것이다.

 

억지로 현질을 유도하기보다 광고 시청을 통해 자연스레 유료 재화를 얻게끔 설계했다

 

 

# 개발사 하이디어의 또 다른 항해를 기다리며

  

<던그리드>나 <스컬>은 한국 인디게임계에 이정표를 남긴 타이틀로 꼽힌다. 높은 판매량은 물론, 세간의 평가도 괜찮았기 때문. 지금도 수많은 한국 인디게임 개발자들이 제2의 <던그리드>, 혹은 제1의 누군가를 꿈꾸며 그들만의 항해를 이어가고 있을 것이다.

 

오늘 소개한 <고양이와 스프>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고양이와 스프>는 한국 게임 개발사 하이디어(HIDEA)의 타이틀로, 과거 <언데드 슬레이어>와 <인간 오브 뱀파이어> 등을 출시한 바 있는 김동규 대표의 최신작에 해당한다. 하이디어만의 또 다른 항해를 시작한 셈이다. 

 

김동규 대표에 따르면 하이디어는 안녕과 아이디어를 합친 것에서 비롯된 단어다. 개개인이 최대한 다양한 아이디어를 발휘해서 색다른 게임을 만들어보자는 의미다. 김동규 대표는 구글 인디게임 페스티벌 TOP3에 선정된 뒤 다음과 같은 소감을 전했다. 향후 하이디어가 다양한 아이디어를 통해 더욱 따뜻한 게임을 개발할 수 있기를, 이를 통해 현실에 지친 유저들에게 따뜻한 인사를 건넬 수 있길 바라본다.

 

HIDEA 김동규 대표


"목표가 TOP 20 안에만 들자였는데 정말 감사합니다. 인생의 반 이상을 거쳐온 시점에서 앞으로 몇 개의 게임을 만들 수 있을지 고민이 들었었어요. (메타버스 플랫폼) 채팅창을 보니 유저분들께서 제안해주신 별명 '냥찌개'를 부제로 적용시켜보고 싶은 마음도 듭니다. 게임 개발에 많은 아이디어를 준 아이들에게 아빠 상 탔다고 꼭 말해주고 싶네요."

 

하이디어의 또 다른 항해가 시작됐다 (출처: 경기콘텐츠진흥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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