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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이것은 음악 게임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 '디 아트풀 이스케이프'

홀리스 (정혁진 기자) | 2021-09-14 11:4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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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한 번쯤 '내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라'는 말을 듣는다. 사람들이 바라보는(혹은 생각하는) 시선 보다 스스로의 생각이 중요하다는, 정답이지만 실행하기에 어렵기도 한 얘기다.

 

개발사 베토벤 앤 다이노소어는 <디 아트풀 이스케이프>에서 10대 기타 천재를 빌어, 모든 유저에게 이와 같은 메시지를 던진다. 게임은 외형적으로는 음악을 다루고 있지만, 동일 요소를 다룬 소위 '리듬 게임'과 다르게 음악을 보고 듣는 것에 집중했다는 점이 독특하다.

 

<디 아트풀 이스케이프>는 독특함으로 가득한 음악 게임으로, 누구나 보는 즐거움과 듣는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다. 음악 게임에 대해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을 제공하는 듯한 느낌도 든다.

 

게임은 10일 출시, 메타크리틱 84점, 스팀에서 '매우 긍정적' 평가를 받으며 좋은 분위기를 형성하고 있다. 정말 신선하다. <디 아트풀 이스케이프>를 체험한 소감을 정리했다. / 디스이즈게임 정혁진 기자

 



 

포크 분위기 물씬 풍기는 도입부, 힐링 게임인가?

<디 아트풀 이스케이프>는 유저를 잔잔한 포크 음악으로 맞이한다. 큰 고목에 붙어 있는 존슨 벤데티의 공연. 싱그러운 아침의 숲과 지저귀는 새소리. 뭔가 감성이 차오르는 그런 느낌이다.

 

게임의 서정적인 도입부를 계속 마주하고 있으니 심신이 안정되는 느낌이다. '잔잔한 힐링 게임인가...'는 생각이 든다. 분명 상상력을 기반으로 하는 우주에서 자신의 무대 페르소나를 위한 여행을 한다고 했는데. 도입부는 마치 게임 내내 포크송이 울려 퍼질 것 같은 분위기다.

 

'게임 시작'을 누르지 않고 머물고 싶을 정도로 화면이나, 노래나 잔잔하고 좋다. '힐링 게임'의 느낌이 물씬

 

그런데, 프란시스 벤데티가 주인공이라고 했는데, 왜 포스터 위에 조그맣게 붙어 있는 걸까? 아, 조연으로 등장하는 건가. 성이 같으니 형제인 모양인데. 전설의 포크 듀오가 되는 여정을 담은 걸까. 어떤 전개일 지 너무 궁금했다.

 

사전에 파악한 내용과 달라 조금 이상하긴 했지만 그래도 좋다. 포크 감성에 젖어들 준비를 하며 '게임 시작' 버튼을 누른다. 이 게임이 끝나고 나면 지친 심신이 치유 받을 것 같은 느낌이 벌써부터 든다.

 

버튼을 누름과 동시에 자연스럽게 인게임 화면으로 넘어간다. 이윽고 나무 벤치에서 다소 의기소침해 보이는 청년이 기타를 들고 수심에 젖은 듯한 모습을 보인다. 앞서 도입부에서 봤던 포스터 위 조그맣게 보였던 프란시스 벤데티다.

 

<디 아트풀 이스케이프>의 주인공, 프란시스 벤데티. 굉장히 내성적인 분위기를 풍긴다.

 

메아리 처럼 맴돌던 도입부 포크 음악이 점점 음소거되며 그의 연주가 시작된다. '광부의 고생에 대한 포크 발라드', '콜로라도 칼립소 녹지의 포크 축가'. 이름도 특이한 포크 음악 2곡. 시프트를 눌러 상호작용으로 프란시스의 연주를 도울 수 있다.

 

하지만, 프란시스의 태도를 보니 뭔가 내키지 않는 분위기를 보이며 연주를 멈춘다. 아티스트의 고뇌 같은 걸까. 이내 벤치에서 일어나 벼랑 끝으로 가는 프란시스. 옅은 미소를 짓더니 기타의 볼륨을 높인다.

 

그리고 이어지는 상호작용. '공상과학 기타 오디세이'라는 록 음악을 열정적으로 연주한다. 순간적으로 '이 게임은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 생각은 맞았다. 더 이상 프란시스의 기타에서 포크 음악이 연주되는 일은 없었기 때문이다.

 

볼륨을 높이는 연출은 마치 내면의 목소리를 더 크게 들으려는 듯한 느낌이다.

프란시스가 즐거움을 만끽하는 것이 느껴지는 모습.

 

 

음악 게임에 대한 새로운 시선을 제공하다

도입부부터 게임 모습까지 대략 서술했지만, <디 아트풀 이스케이프>는 흔한 음악 게임과는 궤를 달리 한다.

 

물론 엔딩 장면까지 모든 과정에서 음악이 함께 하고, 음악을 연주한다는 점은 같지만 리듬 게임 혹은 리듬 액션 게임과 같이 '연주'를 비중으로 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 게임이 음악 게임이 맞기는 한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

 

대신, <디 아트풀 이스케이프>는 음악을 게임에서 연주의 주요 수단으로 활용하기 보다 게임을 통해 유저에게 주고자 하는 '메시지의 촉매제' 같은 역할로 활용했다. 그렇다고 해서 음악을 즐길 수 없는 것은 아니니 안심해도 된다. 플레이 하는 내내 음악은 유저와 함께 하며, 충분히 만끽할 수 있다.

 

유저는 색다른 방법으로 음악을 즐길 수 있다.

 

 

따라서 기존 음악 게임과 같은 경험을 바란 유저라면 너무 다른 모습에 낯설거나 실망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렇다고 해서 <디 아트풀 이스케이프>가 재미 없는 게임은 전혀 아니다. 이 게임은 꽤 신선하고 자극적이며 즐길 가치가 충분하다고 본다.

 

과거 음악 게임을 즐겼던 점들은 내려놓고, 프란시스라는 캐릭터에 이입돼 플레이를 하면 또 다른 재미를 발견할 수 있다. 곳곳의 대화에서 주는 메시지에서 충분히 와닿는 점도 있다. 음악은 그런 유저들을 위한 매우 적절한 요소다. 다시 강조하지만 <디 아트풀 이스케이프>는 정말 색다른 게임이다.

 

 

 

진정한 나를 찾아가는 과정

<디 아트풀 이스케이프>는 프란시스 벤데티가 주인공으로, 마을에서 전설적인 포크 기타리스트인 존슨 벤데티의 사촌 동생이다.

 

앞서 서술한 초반 얘기가 끝나고 나면 프란시스는 자신의 마을로 돌아온다. 마을은 존슨 벤데티의 공연(축제)을 앞두고 들뜬 분위기. 곳곳에 붙여진 포스터에는 '만원' 표시도 보이는 등 공연에 대한 기대감도 상당해 보인다.

 

마을은 공연을 앞두고 축제 분위기다.
전설급 기타리스트로 여겨지는 존슨 벤데티.

 

이곳 마을에서 존슨 벤데티의 인기는 '포크의 걸작 혹은 대가', '아메리칸의 목소리'라 불리며 가히 전설적인 스타 수준이다. 게임을 이동하며 만난 NPC들은 프란시스 앞에서 존슨 벤데티를 추앙한다.

 

그들은 프란시스 자체의 음악 성향에 대해 묻기 보다 포크 음악으로 명성을 쌓은 존슨 벤데티의 업적을 중요시한다. 일부는 프란시스가 공연을 망치지 않고 데뷔 무대를 끝내기 바라기도 한다. 프란시스도 그런 마을 주민들에 당연하다는 듯한 반응을 보인다.

 

그를 존슨 벤데티의 아들로 착각할 정도로 무심하기까지 하다.

 

<디 아트풀 이스케이프>에서는 그 역시 기타에 천부적인 재능을 가지고 있는 것을 보인다. 하지만 도입부에서 보여준 '공상과학 기타 오디세이' 연주, 일부 주민의 대화에서 영감을 받는 지점은 오로지 '록'이다.

 

그는 어쩔 수 없이 존슨 벤데티의 길을 따르고 있지만, 자신이 추구하는 음악은 다르다고 얘기한다. 하지만 모두가 그렇게 생각하지 않기에 여전히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살아가고 있다. 축제 전날 밤이 오기 전까지는.

 

일부 그를 생각하는 이들은 프란시스를 두고 '너 답지 않다'는 얘기를 한다.

 

야심한 밤, 우주에서 커다란 무언가가 떨어지고 이내 프란시스의 집을 방문한다. 자신을 '최면의 좀므'라 불리는 외계 생명체, 수퍼스타 '라이트맨'은 투어의 찬조 출연자가 갑자기 나올 수 없게 됐다며 프란시스가 가야 한다고 재촉한다.

 

처음에 자신을 왜 찾는지, 포크 뮤지션인 본인은 공연에 맞지 않는다고 얘기하지만 그들은 프란시스가 특별한 아우라를 가지고 있다며 공연에 적임자라고 강조한다. 프란시스 역시 진정으로 자신이 하고 싶어 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기 위해 우주로 여행을 떠나게 된다. 

 

이들은 프란시스를 소위 '우주대스타'로 생각한 모양이다.
프란시스의 전자 기타가 울리자, 조명이 빛나며 반응한다.

 

이후 우주에서 그리는 여정은 프란시스 내면의 진정한 모습을 찾아가는 과정을 담고 있다. 스토리 중심의 게임이라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 자세하게 밝히기 어렵지만, 여러 행성을 누비고 게임을 플레이 하며 프란시스는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간다.

 

마을 주민과 다르게, 우주에서 만나는 모두는 프란시스가 전우주적인 실력을 가지고 있다고 칭찬한다. 스스로가 내는 내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라는듯, 모두는 '프란시스'라는 껍데기를 보지 않고 오로지 록 스타로서 프란시스를 바라본다. 이를 위함인듯 프란시스도 우주에서는 본인 이름을 벗고 예명으로 플레이를 하게 된다.

 

프란시스는 라이트맨 공연의 찬조 출연자로 뽑히게 된다.

기타리스트 컨셉인 만큼, 유명한 이름으로 활동해봤다.

 

 

상상력의 모든 것을 표현... 시각과 청각의 즐거움 모두 제공

우주에서의 모습은 <디 아트풀 이스케이프>가 보여주고자 하는 상상력의 모든 것을 담아냈다. 행성부터 여러 외계인의 모습은 시각과 연출적인 모습 모두 '독특하다'는 말이 저절로 나올 만큼 게임은 여정 내내 유저의 시각을 충분히 몰입시킨다.

 

게임은 스토리 중심으로 펼쳐지며 유저는 플랫포머 형태로 스테이지를 누빈다. 플랫포머라고 쓰기는 했지만 장애물이나 상대를 해야 하는 적과 같은 요소는 없다. 

 

플레이에 어려움은 전혀 없으며 유저가 스토리, 그리고 전체적인 연출과 음악에 흠뻑 취하는데 방해 되지 않는 수준이다. 기나긴 비탈길을 미끄러지며 행성에 퍼지는 음악에 맞춰 기타를 연주하는 것은 시그니처 요소 중 하나. 그만큼 플레이를 자유롭게 할 수 있다는 뜻이다.

 

비탈길에서 점프하며 연주하는 모습은 정말 최고다.

마을을 제외하고 플레이 화면 어디서나 시프트를 눌러 연주할 수 있다. 배경음과 전자 기타의 소리가 잘 어울러져, 시프트를 떼기 싫을 정도.

 

행여 타이밍을 맞추지 못해 바닥으로 떨어지더라도 괜찮다. 별도 게임 오버 없이 이전 시작 지점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앞서 음악을 '메시지의 촉매제' 같은 역할이라고 표현한 것은 음악의 연주 패턴이 꽤 단순하게 설계되어 있기 때문이다. 연주는 행성에 등장하는 주요 외계 생명체와 일종의 '잼(Jam, 즉흥적인 합주)' 형태로 벌이게 된다.

 

외계 생명체들의 몸에 표시된 버튼의 순서를 외워 Q,W,E,A,D 5개 버튼을 1개부터 3개까지 조합해 누르면 된다. 노래에 맞게 여러 개의 표시가 뜨며 실시간으로 따라해야 한다. 외우는 난이도는 전혀 어렵지 않다.

 


잼은 주요 이벤트마다 벌어지며, 이렇게 누가 봐도 연주가 진행됨을 쉽게 인지할 수 있다.

 

게임은 기존 음악을 다루는 게임들에 비해 다루는 비중이나 강도가 낮다. 그렇다고 해서 <디 아트풀 이스케이프>가 게임성이 낮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앞서 밝혔듯 게임은 음악을 하나의 부가적인 요소로 활용하고 있어 유저가 스토리와 연출, 시각적인 요소를 보고 듣는데 집중하도록 설계했기 때문이다.

 

<디 아트풀 이스케이프>는 음악을 다루는 게임이 즐길 수 있는 관점을 새롭게 제공했다는 생각이다. 어떠한 경쟁도 없고 점수를 내기 위한 목적성도 없다. 따라서 진입 장벽도 거의 없다. 유저는 오로지 음악을 '즐기기만' 하면 된다. 

 

실제 공연이 아니지만 그정도의 전율이 느껴질 정도.

 

만족스러웠던 2시간의 플레이 타임

개인적으로 <디 아트풀 이스케이프>의 전반적인 구성이나 연출, 개발의도는 매우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모든 여정이 끝난 뒤 성장한 프란시스의 모습은 마치 '주변의 기대나 시선에 개의치 말고 네 내면의 목소리에 집중해라'고 말을 해주는 듯 했다.

 

게임에서는 프란시스가 음악적으로 추구하는 모습을 찾아가는 여정을 다루지만, 이를 우리 스스로가 하고자 하는 바와 치환하면 게임을 즐기는 유저 모두에게도 주는 메시지가 될 수 있다.

 


 

게다가 상상력을 자극하는 독특한 연출, 그리고 그런 행성을 수놓는 멋진 록 음악은 <디 아트풀 이스케이프>을 꼭 즐겨야 하는 이유다. 독특함으로 시작해서 독특함으로 끝나는 게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게임성에 비해 일부 번역되지 않은 텍스트나 지나친 직역으로 인한 어색한 표현, 문장이 흠이긴 하지만, 다행히 유저에게 주고자 하는 메시지는 무리 없이 받아들여지는 수준이다.

 

과거 음악을 다루는 게임이 연주의 패턴, 모드와 난이도 등 플레이를 중점으로 다뤘다면, <디 아트풀 이스케이프>는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음악이라는 소재로 훌륭히 담아냈다. 2시간이 조금 넘는 플레이 타임이 제법 만족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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