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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옵: 뱅가드 '캠페인', 아쉬움 없지 않으나 충분히 괜찮다

텐더 (이형철) | 2021-11-10 17:4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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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리자드의 기대작 <콜 오브 듀티: 뱅가드>(이해 뱅가드)가 출시된 지도 5일이 지났다. 일단, 지금까지의 분위기는 나쁘지 않다. 멀티 플레이는 물론 좀비 모드에 대한 긍정적 평가가 적지 않기 때문. 이에 게임은 오늘(10일) 기준, 메타크리틱에서 '전반적으로 호평받은' 등급을 유지하고 있다. 최근 출시된 신작 대부분이 혹평 세례에 시달리는 걸 감안하면 나쁘지 않은 성적표다.


다만 캠페인 모드에 대한 의견은 다소 갈리는 모양새다. 그래픽과 스토리가 인상 깊다는 평도 있지만, 플레이 타임이 짧을뿐더러 캐릭터에 몰입하기 힘들다는 지적도 적지 않은 탓이다. 과연 <뱅가드> 캠페인에는 어떤 내용이 담겨있을까. 색다른 경험을 심어주고 싶다던 개발진의 포부는 어떤 결과물로 이어졌을까. 직접 플레이한 <뱅가드> 캠페인 모드에 대한 솔직한 생각을 정리했다. / 디스이즈게임 이형철 기자

   



  
 
# 강렬하게 출발한 뱅가드 캠페인, 각 인물의 이야기를 충실히 담았다

 

<뱅가드> 캠페인 모드의 출발은 강렬하다.

 

캠페인은 눈 앞의 사물마저 제대로 보이지 않을 만큼 거세게 쏟아지는 빗속에서 빠른 속도로 철길을 달리는 기차에 올라탄 채 시작된다. 이 과정에서 유저들은 사격이나 보급품 파밍, 기어오르기 등 <뱅가드>의 기본적인 조작법을 배운다. 실질적인 튜토리얼 구간인 셈이다.

 

여기서 <뱅가드>는 최대한 직접적 개입 없이 튜토리얼을 풀어간다. 특정 구역으로 이동하라거나 A를 제거해야 한다와 같은 미션을 텍스트로 출력하는 대신, NPC의 목소리를 통해 게임 진행을 알려주는 방식을 택한 것. 이는 튜토리얼 이후 진행되는 일반 시나리오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덕분에 <뱅가드> 캠페인은 게임을 플레이한다기보다 전장을 누빈 '영웅'들과 함께 임무를 수행하는 듯한 현장감을 제공한다.

  

각 미션의 목표는 잠시 노출됐다가 사라진다

주인공이나 NPC의 대사만으로도 미션 진행이 가능하다

 

이후 캠페인은 나치 독일이 준비한 '프로젝트 피닉스'를 저지하려 하는 '뱅가드' 요원들의 이야기에 집중한다. 아서 킹슬리, 폴리나 페트로바, 웨이드 잭슨, 루카스 릭스 등 캠페인을 끌고 가는 인물들의 과거와 현재를 통해 그들에 얽힌 사연과 특수 능력을 경험하는 구간이다. <어벤져스> 시리즈 등에서 봐왔던 것과 그리 다르지 않은 형태다.

 

단, 각 캠페인의 색깔에는 다소 차이가 있다.

 

가장 먼저 등장하는 아서 킹슬리의 이야기는 백병전에 버금가는 복잡한 전장을 배경으로 전개된다. 다수의 병사와 전장을 뛰어다니는가 하면 쏟아지는 총알을 피해 벙커에 난입하는 상황도 펼쳐진다. 어둠을 틈타 상대를 암살하고 위험 지역을 돌파하는 미션도 있다.

 

반면, 폴리나 페트로바의 캠페인은 지붕 위를 뛰어다니거나 벽을 타는 등 지상전보다는 파쿠르 액션을 활용한 전개에 집중한다. 제시되는 미션 역시 앞서 언급한 아서 킹슬리와 달리 '저격'을 통해 적을 요격하는 플레이가 주를 이룬다. 이 외에 웨이드 잭슨은 적 위치를 파악할 수 있는 '집중'으로 공중전을 펼치며 루카스 릭스는 수류탄과 폭탄을 정확히 투척할 수 있는 능력으로 캠페인을 풀어간다.

  

백병전을 중심으로 흘러가는 캠페인이 있는가 하면

파쿠르 액션과 저격을 테마로 한 에피소드도 있다

 

 

# 뱅가드가 선보이는 '전쟁의 참혹함', 건조해서 더욱 와닿는다

 

<뱅가드> 캠페인 모드의 또 다른 포인트는 '메시지'다. 게임은 다소 노골적이다 싶을 정도로 그들이 설정한 정의와 메시지를 끝없이 전달한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전쟁의 참혹함이다.

 

<뱅가드>는 캠페인 구조는 물론이고 배경과 인물들의 서사를 통해 자신에게 소중한 걸 잃는 것이 얼마나 가슴 아픈 일인지를 지속적으로 보여준다. 함께 생사를 넘나든 동료의 머리가 눈앞에서 터지는가 하면 미션 완수를 앞둔 상황에서 죽어가는 동료를 바라볼 수밖에 없는 상황도 허다하다. 이 외에 적에게 둘러싸여 죽어가는 가족을 구하지 못하는 에피소드도 있다. 감정적 파동이 클 수밖에 없는 구조다.

 

다만, 이러한 과정이 '신파'로 얼룩진 건 결코 아니다. 오히려 <뱅가드>는 소중한 것이 희생되고 이를 지켜봐야 하는 상황과 과정을 담담히 보여줄 뿐, 눈물이나 감정 이입을 강요하진 않는다. 전쟁의 참혹함을 직접적으로 보여주되 이를 지나치게 늘리거나 감정적으로 연출하지는 않은 셈이다. 

 

덕분에 아주 역설적이게도 <뱅가드>가 전하려는 메시지는 유저들에게 한층 다이렉트하게 전달된다. 슬픈 장면임은 분명하지만, 게임은 이를 느낄 새도 없이 빠른 템포로 다른 이야기를 풀어간다. 마치 살아남으려면 소중한 걸 잃은 슬픔을 뒤로하고 바쁘게 움직여야하는 실제 전쟁처럼.

 

함께한 동료의 죽음을 바라보기만 해야 할 때도 있다

  

감정적인 신이 등장하지만, 결코 과하지 않다는 점도 포인트

  

이러한 요소는 게임이 준비한 조명 및 사운드와 맞물려 또 다른 시너지를 낸다.

 

<뱅가드>가 보여주는 낮과 밤은 단순히 밝고 어두운 걸 넘어 비명과 고성이 오가는 전장의 분위기를 그대로 담아낸다. 특히 어두운 밤, 적이 터뜨린 조명탄으로 시작되는 아서 킹슬리의 캠페인 시나리오는 기자로 하여금 감탄을 자아냈다. 적절한 순간 깔리는 배경 음악이나 캐릭터의 거친 숨소리까지 느낄 수 있었던 사운드 역시 긍정적인 포인트다.

 

성우들의 연기와 적절한 번역도 몰입감을 더해준다. 서구권 캐릭터의 입에서 한국어가 나와 어색함을 자아냈던 몇몇 게임과 달리, <뱅가드> 캠페인 더빙은 과장된 단어나 톤 없이 비교적 현실적으로 구현됐다. 덕분에 플레이 중 특별히 어색함을 느낀 구간은 거의 없었다. 특히 한국 군대에서 자주 사용되는 '~했슴다'와 같은 말투까지 등장한 만큼, 현지화에 상당한 공을 들인 인상도 짙다. 

 

<뱅가드> 캠페인 플레이 중 몰입의 끈을 놓지 않을 수 있었던 이유다.

  

 

  

# 아쉬움 없지 않지만... 그것만으로 '뱅가드'를 건너뛰기엔 아쉽다

 

이제 아쉬운 부분에 대한 이야기도 해보자.

 

먼저 <뱅가드> 캠페인은 '매우' 짧다. FPS에 익숙하지 않은 유저가 플레이하더라도 일곱 시간 정도면 충분히 클리어할 수 있을 정도다. 실제로, 특정 게임의 클리어 타임을 알려주는 '하우롱투빗'에 따르면 <뱅가드> 캠페인 클리어에 소요된 평균 시간은 여섯 시간이다. 멀티가 아닌 싱글 콘텐츠를 플레이하기 위해 게임을 구매하기엔 확실히 짧은 분량이다.

 

이에 더해 캠페인 스토리 구조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프로젝트 피닉스의 정체를 알아내고자 뱅가드를 심문하는 나치 측에 공감하기 어려우며, 메인 빌런으로 등장하는 헤르만 프레징거가 다소 밋밋하게 느껴진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캠페인 분량과 구조가 다소 빈약하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는 이유다. 

 

헤르만 프레징거는 메인 빌런치고는 매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럼에도 <뱅가드>는 썩 괜찮은 게임이다. 소재나 연출은 물론, 담아내고자 했던 메시지도 제법 준수했으니까. 극한의 FPS 멀미를 겪는 기자의 DNA가 원망스러울 정도로 <뱅가드> 캠페인은 꽤 흡입력 있게 다가왔다. 따라서 앞서 언급한 몇 가지 단점으로 <뱅가드>라는 게임 자체를 건너뛰자고 하는 건 무리가 있다. 단점을 상쇄할 만한 확실한 장점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개발사 슬래지해머 게임즈의 알렉사 디자이너는 <뱅가드> 출시를 앞두고 인터뷰를 통해 다음과 같은 포부를 전한 바 있다. 그간 멀티플레이 부가 요소 정도로 꼽혔던 <콜 오브 듀티> 시리즈의 캠페인이 <뱅가드>를 통해 한 걸음 전진할 수 있을지,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할 수 있을지 관심을 갖고 지켜보도록 하자.

  

슬래지해머 알렉사 디자이너


"<뱅가드>를 통해 역사와 시간 속에 잊힌 사람들의 이야기를 꺼낼 수 있어 기쁘다"라며 "캠페인이 유저분들께 감정적으로 큰 울림을 줄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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