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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지스타 2021] 오우삼의 '삼국지 전략판' 영화 '천류', 지스타의 깜짝 선물

우티 (김재석 기자) | 2021-11-17 16:5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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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쿠카게임즈가 <삼국지 전략판>의 특별 영화 <천류>를 공개했다.

<영웅본색>, <미션임파서블 2>, 그리고 <적벽대전>으로 유명한 홍콩 영화의 전설 오우삼이 직접 감독한 작품으로, 2021년 지스타를 통해 최초 공개됐다. 오우삼 감독은 <삼국지 전략판>의 자문 격에 해당하는 '전쟁 예술 총괄 PD'를 역임한바 있으므로 이번이 게임과의 두 번째 인연이다. 감독의 필모그래피 측면에서는 <맨헌트>​ 이후 4년 만의 복귀작이 된다.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지스타의 <천류> 상영은 여러모로 전무후무한 사건으로 평가된다. 지스타 현장에서 감상한 <천류>는 여러모로 즐거운 작품이었다.

 


 

# 병사 입장에서 조명한 삼국지

스포일러를 최대한 자제하면서 영화에 대해 서술하자면, <천류>는 30분 분량의 단편으로 조조군 소속 두 병사의 이야기를 다룬다. 강천과 강류 형제는 조조군의 별동대로 적벽에서 손권·유비 연합의 배를 90척 넘게 궤멸시켰다. 100척을 무너뜨리면 포상금을 받기로 약속됐기에 형제는 최선을 다하지만, 군영에는 역병이 돈다. 역병을 피하기 위해 형제는 탈영을 결심하고환자를 돌보는 군의(軍醫)는 역병의 진원지인 요새를 불태워야 한다고 주장한다.

<삼국지>에는 다양한 영웅들이 등장하고, 제갈량의 동남풍이나 주유의 화공 같은 활약상이 전면에 등장하며 대부분의 역사 창작도 최대 군주, 최소 장수 수준의 인물들에 천착한다. 영화의 주인공 강천은 후한말 가장 작은 군사 편제인 둔(屯)을 관리하는 둔장으로 조인, 서황 등 장수보다는 유능한 병사 입장에 가깝다. <천류>는 전쟁에 징발된 백성의 시선에서 <삼국지> 3대 대전 중 하나인 적벽대전을 바라본다.

<천류>의 설정은 <황산벌>에서 살아남기 위해 분투하는 '거시기'와 동생의 징집 해제를 위해 전쟁 영웅이 되려는 <태극기 휘날리며> 속 '진태'와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대의와 상관없이 생존을 추구하거나, 국가가 아닌 가족을 지키기 위해서 각성 전사가 된다는 부분은 전쟁 영화에서 일종의 클리셰와 같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 클리셰는 영웅 군상의 무용담인 <삼국지> 장르물에서는 비교적 자주 시도되지 않는 방식이기에 오히려 새롭게 다가온다. <천류>에는 조조와 정욱 등 조조군의 실존 인물들이 등장하지만, 그 비중이 크지 않고, 오히려 백성에게 빌런에 가까운 모습을 보여준다.




# 설마 코로나19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걸까?... 아무튼 볼거리는 충분

또 영화는 당시 강남 지방에 풍토병이 빈번했고, 적벽대전 당시 조조군이 역병으로 피해를 입었다는 역사 기록으로부터 상상력을 활용한다. 진수가 쓴 정사 <삼국지> 주유전에는 조조가 손권에게 편지를 보내 '역병이 돌아서 스스로 배를 태우고 퇴각했다'라는 대목이 등장한다. 피해 정도에 대한 견해만 다를 뿐, 역사가들은 당시 전장에서 전염병이 유행했다고 보고 있다. 영화는 이러한 요소를 차용하면서 색다른 해석을 가했다.

 

우연의 일치겠지만, 적벽대전의 배경지는 오늘날의 후베이성 일대로 성도는 코로나19의 진원지로 알려진 우한이다. 2020년 우리는 진실을 알리려고 했던 의사와, 판데믹 상황 속 통치술을 발휘하는 국가 권력과, 질병에 의해 고통받고 이용되는 시민의 모습을 보았다. 해석이 여기까지 다다르면 <천류>는 코로나19에 대한 강력한 은유로 읽을 수 있다. 기자의 주장이 과한 것인지 아닌지는 영화를 통해 확인하길 바란다.

<영웅본색>의 복도는 좁은 선실이, 쌍권총은 불화살이 됐다. 오우삼이 총감독했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데, 그 이유는 감독의 트레이드마크인 비둘기가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이 영화에 쌍권총을 등장시킬 순 없을 일이다) 모쪼록 <천류>는 영화 <적벽대전> 급은 아니지만, 적당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제작진은 하고 싶은 말이 많아 보였지만, 이런저런 해석을 늘어놓지 않더라도 충분히 30분을 투자할 만하다.



 

# <삼국지 전략판> 유저에게 선사하는 최고의 선물

 

<천류>는 <삼국지 전략판> 유저들에게 선물 같은 영화다. <천류>는 궁극적으로 바이럴 필름이라는 사실을 잊게 만들 정도로 잘 만들었다.

<천류>의 엔딩 크레딧은 시즌제로 진행되는 게임에서 활동했던 동맹과 그 맹주 이름으로 채워진다.​ 감독과 배우, 스태프의 이름을 올리는 대신 게임을 즐겼던 플레이어의 이름을 배치한 것이다. 오우삼을 제외한 제작진의 이름을 알 수 없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지만, 4시즌간 <삼국지 전략판>을 즐겼던 유저들에겐 분명 뿌듯한 사건일 것이다. 세계적인 감독의 힘을 빌려 유저들에게 감사를 표하지 않았나? 또 추측하건대 오우삼 감독의 팬과 <삼국지 전략판>의 주요 플레이 계층은 세대적으로 겹칠 확률이 높다.

쿠카게임즈와 오우삼의 <천류>는 ​몰맥락적이고 천편일률적인 게임 광고에 지쳤던 이들에게도 신선한 자극을 준다. 양복 차림의 유명 배우가 화려한 CG를 배경으로 스마트폰을 들고 (십중팔구 배우 핸드폰에 설치되지 않았을) 게임을 선전하는 모습은 이제 게임 생태계에서 공식처럼 자리 잡았다. 

이 일종의 '공식'에 적지 않은 피로감이 존재하고, 돌고래유괴단 같은 시도가 주목을 받았지만, 유머러스하고 스내커블(snackable)​한 콘텐츠와 다른 작품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천류>는 '하나의 전략이 어떻게 전황을 바꾸는가'를 주제로 만든 볼만한 단편영화고, 이 메시지는 <삼국지 전략판>과도 일맥상통한다.

<천류> 같은 시도가 이 업계에 더 자주, 다양하게 이루어지길 희망한다. 또 매 시즌 초기화되는 대륙에서 역사를 써가는 <삼국지 전략판> 유저들의 '즐겜'을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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