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TIG 퍼스트룩] 머리를 얻어맞는 듯한 퍼즐, 조각조각 아픈 큐브 맞추기

우티 (김재석) | 2022-01-17 09:45:16

 

세상은 넓고 게임은 많습니다.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 15년 역사의 게임 전문지 디스이즈게임에서 어떤 게임이 맛있는지, 맛없는지 대신 찍어먹어드립니다. 밥먹고 게임만 하는 TIG 기자들이 짧고 굵고 쉽게 여러분께 전해드립니다. TIG 퍼스트룩!

 

<몬케이지>는 뉴욕대학교 학생인 동저우(Dong Zhou)와 이자첸(Yijia Chen)이 만든 어드벤처 퍼즐 게임이다. 중국 소재 게임사 XD가 퍼블리시를 맡았는데, 인텔 주관 대학 경연을 비롯한 인디케이드, 게임페스트 등 유수의 게임쇼에서 상을 받은 타이틀이다.

게임은 지난 11월 스팀에 론칭하여 '압도적으로 긍정적' 평가를 달리고 있다. 한국어 인터페이스를 지원하는 게임이지만, 게임 내 간단한 튜토리얼을 제외하고는 일체의 문장이나 대사가 등장하지 않기 때문에 그림책을 넘기듯 플레이할 수 있다. 문제는 그 그림책이 조각이 나있어 뒷 장을 넘기려면 골머리를 앓아야 한다는 것이다.

게임은 서로 다른 화면이 투영되는 정육면체를 이동해 각각의 면끼리 조합시켜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간단한 구조를 지니고 있다. 바닥면은 고정되어있으므로 총 5개 면을 마우스로 이동시키면서 게임을 플레이한다. 타이밍에 맞춰 셔터를 누르듯이 '맞는 그림'을 찾아서 고정된 이미지를 활동사진(motion picture)으로 만들어낸다는 기획이다.

 




 

 

# 틀린 그림 찾기 + 큐브 맞추기, 힌트 없이는 쉽지 않아

플레이어는 복잡하게 전시되는 사물 속에서 상호작용의 고리를 찾아내야 한다. 평면에서 돋보이는 부분을 찾아내어 또다른 평면의 틀린 그림과 조각을 맞추는 방식이다. 틀린 그림 찾기와 정육면체 큐브 맞추기의 조합이고, 여기에 면과 면 사이를 이어붙이면서 나오는 착시효과가 적용된다.

서로 다르게 보이는 사물을 연결해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은 여러 게임에서 시도한 바 있지만 <몬케이지>에서 자전거, 크레인, 과녁, 배, 등대, 사진 등등 쏟아지는 오브제들은 자못 당혹스럽다. 게임을 처음 실행하면, 거울처럼 보이는 정육면체 가운데에는 카메라 한 대가 덩그러니 놓여있고 화면을 전환함에 따라서 다른 화면이 비춰진다. 그리고 나서 바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사전 정보 없이 게임에 돌입한다면, 다른 장면들 사이에서 연결점을 찾아서 입체적인 연결점을 찾게 만드는 데 적잖은 애를 먹을 것이다. 한 화면에서 정답을 찾으면 또다른 국면이 시작되는데, 이것이 하나의 서사 구조를 갖추고 있다는 점을 눈치채기도 쉽지 않다. <몬케이지>에서 거의 유일한 인물 부자(父者)는 거의 끝까지 사진으로만 등장한다.

그래서 <몬케이지>에는 이러한 난해함을 극복하고자 몇가지 장치가 마련됐다. 퍼즐을 풀던 중 스페이스바를 누르면 서로 연관된 물건들이 빛나는 어시스턴트 기능이 있다. 퍼즐을 오래도록 풀지 못하고 있으면 도우미에 들어가 '배를 연결시켜야 합니다'와 같은 텍스트 힌트나 사실상 파훼법을 재생하는 영상 힌트도 존재한다.

화면 구석구석에는 게임의 배경을 설명하는 총 28장의 사진이 존재한다. '즐겨주셔서 감사하다' 수준 이상의 텍스트가 거의 제공되지 않기 때문에 사진과 사진 사이의 접점을 풀고 해석하는 것 또한 플레이어의 몫이다. 그리하여 <몬케이지>에 정육면체 착시효과 퍼즐과 주인공 부자의 일대기를 톺아보는 퍼즐 두 가지가 존재한다.

 



 

 



# 말하지 않고 보여주는, 술잔에 비친 세상

<몬케이지>는 카메라의 뷰파인더 속에서 유리 상자 안에서 훌륭한 연출적 성과를 거두었다.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선보이는, 마우스로 정육면체를 이동시키면서 모래시계가 흘러가거나 사계절이 지나는 연출은 전율을 일으킨다. 문장 사용을 극도로 절제하면서 적재적소에 퍼즐을 배치하여 무의식 공간을 헤매이며 기억 조각을 맞춰나간다는 인상을 준다.

게임은 전쟁의 참화를 겪고 PTSD를 겪는 아버지와 그 이야기를 추적하는 아들을 그리고 있는데, 말하지 않고 보여주는 기법은 흡사 고수의 내공을 보는 듯하다. 기자는 술집 퍼즐에서 술잔을 가득 채워서 다른 세계를 비춘다는 기획에서 모종의 울림을 느꼈다. 전쟁이 없어도 '정신 전쟁'을 겪는 참전용사의 고통이 다가온다. 

<발리언트 하츠>나  <마이 차일드 레벤스보른> 같은 게임에서도 전쟁의 아픔을 묘사해왔는데, 환상적인 퍼즐과 설명 없이 제공되는 <몬케이지>는 특별한 감각을 준다. 게임을 바라보는 공간이 정육면체로 한정된 것처럼 보이다가 진 엔딩에 들어서는 그 정육면체를 파괴하며 다른 양상으로 전개된다. <몬케이지>는 다회차 플레이가 권장되며, 수집할 것들을 놓치지 않고 모아야 볼 수 있다.

<몬케이지>는 게임적으로도 모자람이 없고, 연출과 서사도 준수하다. 어려움을 극복하고 이야기를 감상할 수 있도록, 여러 도움 요소를 넣어두었다. 3~4시간의 플레이타임이 짧게 느껴질 수 있지만, 개인적으로 15,500원이라는 정가가 전혀 아깝지 않았다.

게임은 2021년 스팀 어워드에서 '가장 혁신적인 게임'에 노미네이트됐다. 기자는 주저 않고 이 게임에 표를 던지겠다.

 








▶ 추천 포인트
1. 완성도 높은 퍼즐 
2. 말하지 않는 이야기가 주는 감동
3. 도움이 되는 어시스턴트 기능

▶ 비추 포인트
1. 해석을 동원하지 않으면 불투명한 이야기
2. 짧은 플레이타임

▶ 정보
장르: 퍼즐 어드벤처
개발: Optillusion
가격: 15,500원 (스팀 기준)
한국어 지원: O
플랫폼: 스팀, 모바일

▶ 한 줄 평
몽타주(montage)로 가득한 슬픈 기억의 창살(c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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