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와인딩, 의문의 보스... CBT로 돌아온 산나비, 더욱 굵고 강렬해졌다

텐더 (이형철) | 2022-01-21 15:5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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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더포션이 개발하고 네오위즈가 유통하는 <산나비>는 처음부터 많은 유저의 주목을 받았다. 2020 부산 인디 커넥트 페스티벌(이하 BIC)을 통해 사이버펑크 조선과 로프액션을 결합한 독특한 컨셉을 선보인 <산나비>는 텀블벅에서만 무려 7,000만 원 이상을 모금하며 목표 금액의 1,000%를 달성하는 이정표를 남기기도 했다. 게임을 향한 유저들의 기대를 짐작할 수 있는 요소다.


그리고 18일 원더포션이 <산나비> 2차 CBT에 돌입했다. 1차 CBT 이후 약 5개월 만에 진행된 새로운 테스트다. 과연 원더포션은 이번 CBT를 통해 <산나비>의 어떤 부분을 보여주고자 했을까. 직접 체험해본 <산나비> 2차 CBT에 대한 생각을 정리했다.  / 디스이즈게임 이형철 기자

  


   

# 떡밥 담긴 회상씬, 금마리... 산나비 2차 CBT에 추가된 '신규 요소'

 

지난해 진행된 <산나비> 1차 CBT는 그야말로 '대격변'에 가까운 변화를 자랑했다. 미지의 존재 산나비를 쫓는 퇴역 군인과 사라진 딸에 포커스를 맞춘 기본 구조는 BIC 버전과 동일했지만, 새로운 대사와 장면이 대거 추가됨에 따라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기 때문. 게임을 접한 유저들 역시 이에 대해 큰 만족감을 드러낸 바 있다. 

 

반면 2차 CBT에서는 큰 변화보다는 '완성도 높이기'에 집중한 느낌이 컸다. 3분기 출시를 앞둔 만큼, 대격변을 시도하기보다 소소한 부분에서의 업그레이드를 통해 퀄리티를 높이려 한 흔적이 다수 포착됐기 때문이다.

 

관련 기사: 조선 사이버펑크 '산나비' CBT의 키워드는 '업그레이드'

 

우선 연출 부분에서는 1차 CBT에 이어 또 한 번의 '업그레이드'가 진행됐다.

 

가장 눈에 띄는 건 게임 플레이 중 수시로 등장하는 딸과의 회상씬이다. 사라진 딸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주인공은 때때로 멍하니 서서 딸과의 단란했던 한때를 추억한다. 반면, "끝까지 가는 게 중요한 게 아니야"라고 외치는 딸이 등장하는 전혀 다른 분위기의 회상씬도 있다. 특히 해당 씬 말미에 딸의 텍스트가 깨지는 듯한 연출도 등장한 만큼, 정식 버전에서는 이 떡밥에 대한 이야기가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알 수 없는 말을 내뱉는 딸

 

또 다른 주인공 '금마리'의 존재도 흥미롭게 다가온다.

 

금마리는 모종의 거래를 통해 해커 신분으로 마고 신도시에 잠입한 인물로, 기계 로봇 머핀과 함께 활동하는 밝은 캐릭터다. 2차 CBT에서는 금마리와 주인공이 서로를 이해하지 못해 다투거나 금마리가 스스럼없이 농담을 건네는 등 가벼운 장면이 다수 등장한다. 다소 드라이하게 진행되는 <산나비>의 분위기를 누그러뜨릴 수 있는 캐릭터로 설계된 셈.

 

스토리와 미션 진행은 물론 대사를 주고받는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금마리가 부각된다는 점도 인상 깊다. 향후 <산나비>가 어떤 이야기를 풀어갈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주인공과 금마리가 서로에 대한 믿음을 쌓아가는 과정 역시 게임의 핵심 요소로 등장할 전망이다.

 

  

금마리는 산나비의 무거운 분위기를 중화시키는 캐릭터다

 

 

# 분량 줄인 첫 스테이지, 신규 요소 대거 추가된 두 번째 스테이지

  

인게임 플레이도 살펴보자. 

 

2차 CBT를 통해 첫 번째 스테이지에 찾아온 가장 큰 변화는 '분량 축소'다. 다소 복잡하고 길게 느껴졌던 스테이지 분량이 대폭 줄어든 것. 이에 따라 초심자에게 큰 진입장벽으로 다가왔던 로프액션 난이도 역시 자연스레 줄어들었다. 보스를 만나지도 못한 채 게임을 포기하는 이가 적지 않았던 1차 CBT의 상황을 적절히 피드백한 듯한 인상이다. 또한 새롭게 추가된 '크레인'은 로프를 걸고 반동을 활용해 먼 거리를 이동할 수 있는 장치로, 1차 CBT에서 추가된 화물드론과 함께 필드 이동에 다양성을 불어넣는다. 

 

1차 CBT 당시 공개되지 않았던 '보스전'도 주목할 만하다. <산나비> 첫 번째 스테이지의 보스는 일종의 거대 파쇄기 로봇으로, 주인공의 움직임을 인식해 땅에서 솟아오르는 공격을 퍼붓는다. 

 

따라서 유저들은 로프액션을 활용해 돌진하는 파쇄기를 피하고 꼭대기에 있는 코어를 노리는 형태로 전투를 풀어가야 한다. 다양한 방향에서 공격하는 패턴을 갖춘 만큼 상황에 맞는 로프액션이 필요하며, 클릭과 홀드 등 QTE 액션까지 등장한다는 점도 포인트다.

 


   

보스의 코어를 노려야 하는 만큼, 상황에 맞는 로프액션이 요구된다

  

맛보기로 플레이할 수 있는 두 번째 스테이지에는 한층 다양한 신규 요소가 추가됐다.

 

스테이지 2를 통해 처음 등장한 레일로드는 고리를 걸고 달릴 수 있는 오브젝트로, 좌우 방향 전환이 가능해 전투 상황에서도 유용하게 사용된다. 특히 일정 시간이 지나면 파괴되거나 맨몸으로 지나갈 수 없는 구간을 통과할 수 있게 해 주는 레일로드도 존재하는 만큼, 이는 <산나비>의 퍼즐 요소로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

 

최초 공개 버전에는 존재했지만, 1차 CBT에서 사라졌던 '와인딩'이 돌아왔다는 점도 눈에 띈다. 와인딩은 <산나비> 내에서 로프 길이를 조절할 수 있는 메커니즘으로, "초심자들이 시스템을 정확히 모르는 상황에서 와인딩부터 남용하는 상황이 발생한다"는 걸 이유로 지난 CBT에서는 제외된 바 있다. 

 

두 번째 스테이지부터 사용 가능한 와인딩은 로프 길이 조절을 통해 한층 다양한 액션을 가능케 한다. 로프를 길게 늘려 위험한 구간을 지나가는가 하면, 반동을 이용해 더 먼 거리를 도약하는 플레이도 펼칠 수 있다. 전투 상황에서도 와인딩을 활용하면 더욱 빠른 액션 전개가 가능하다.

 

이 외에도 두 번째 스테이지에는 방패를 들고 날아다니는 기계 병사나 특정 로봇을 먼저 잡아야 처리할 수 있는 로봇 등 적의 형태도 더욱 다양해졌다. 특히 스테이지 말미에 등장한 의문의 '한국풍 로봇'은 정식 버전에서도 큰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보인다.

  

레일로드에 매달려야만 통과할 수 있는 구간이 존재한다

 

스테이지 2 말미에 등장한 의문의 로봇

 

 

# 완성도 높이기에 주력한 산나비 2차 CBT, 차근차근 마침표 찍을 수 있길

 

<산나비> 2차 CBT를 통해 느낀 건 어느 정도 게임이 틀을 잡아가고 있다는 점이다.

 

1차 CBT에서는 정말 수많은 개선점이 추가됐던 반면, 이번에는 '소소한 변화'를 중심으로 완성도를 높이고자 한 부분이 고스란히 느껴졌기 때문. 맛보기로 등장한 스테이지 2 역시 향후 <산나비>가 선보일 색깔을 잘 담아낸 듯했다. 오랜 시간 게임을 기다려온 유저들 입장에서는 기대감이 커질 수밖에 없는 결과물이다.

 

실제로, 2차 CBT를 체험한 유저들의 반응은 사뭇 긍정적이다. 스테이지 2에 나온 기믹이 도전 욕구를 자극한다는 이야기부터 의문의 캐릭터와 새롭게 추가된 연출에 대한 호평도 적지 않다. 스팀에 플레이 후기를 남긴 모 유저는 "오랜만에 피를 끓게 하는 게임"이라는 찬사를 보내기도 했다.

  

원더포션은 서두르지 않고 차근차근 한 계단씩 전진하고 있다

 

개발사 원더포션은 <산나비>를 처음 선보인 순간부터 지금까지 한결같은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무리하게 가속 페달을 밟기보다 차근차근 한 계단씩 올라가겠다는 것. 실제로 원더포션은 지난해 11월 텀블벅 페이지를 통해 출시 일정을 올해 2분기에서 3분기로 연기한 바 있다. "더 멋진 결과물을 보답하려는 욕심이 출시 연기라는 결과로 이어졌다.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라는 게 개발사 측의 설명이다. 

 

과연 <산나비>는 한국 인디 게임계에 새로운 이정표를 남길 수 있을까. 원더포션과 <산나비>의 행보를 지켜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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