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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제발 이대로만 나와줘…리듬 슈터 ‘메탈 헬싱어’ 데모 체험기

톤톤 (방승언 기자) | 2022-06-21 11:3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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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비움, 램 오브 갓, 아치 에너미, 시스템 오브 어 다운 등 대거 참여!”

 

대부분의 사람에게 ‘그게 뭔데’ 싶을 만한 문구입니다. 하지만 메탈 음악 마니아라면 무슨 락 페스티벌인지 당장 검색부터 해볼 겁니다. 그런데 사실 이건 음악 행사 라인업이 아닙니다. 9월 출시 예정인 리듬 슈터 게임 <메탈: 헬싱어>의 참여 아티스트 목록입니다. (*밴드 멤버 전원이 아닌 보컬들만 참여)

 

<메탈: 헬싱어>는 최근 ‘스팀 넥스트 페스트’ 행사에 출품해 주목받고 있습니다. ‘스팀 넥스트 페스트’는 조만간 스팀에 출시할 예정작 데모를 일주일간 즐길 수 있는 대형 온라인 쇼케이스 행사입니다. 이번에는 5백여 개 게임이 참가했는데, <메탈: 헬싱어>는 기간 내내 전체 인기순위 10위권 이내를 유지했습니다.

 

 

 

# 기대 모았던 이유

 

<메탈: 헬싱어>는 개발 소식이 공개된 이후부터 메탈 음악과 FPS를 함께 사랑하는 게이머 사이에서 특히 관심을 모아 왔습니다. 이유가 뭘까요?

 

우선 <메탈: 헬싱어>는 메탈 장르의 본산으로 여겨지는 스칸디나비아의 스웨덴에서 만들어지는 게임입니다. 더불어 ‘아치 에너미’ 등 스웨덴의 유력 밴드 보컬들과 그 외 인기 글로벌 밴드 보컬도 협력했습니다.

 

출연 아티스트뿐만 아니라 제작진 또한 쟁쟁합니다. <배틀필드> 시리즈를 만든 스웨덴 개발사 다이스(DICE) 출신의 데이비드 골드파브(David Goldfarb)가 주도하고 있습니다. 골드파브는 <배틀필드> 시리즈 중에서도 가장 호평받는 <배틀필드 3>, <배틀필드: 배드 컴퍼니 2>의 리드 디자이너를 맡았던 인물입니다.

 

<메탈: 헬싱어> 아티스트 목록

 

 

# <둠>이 떠오르는 호쾌함

 

‘리듬 슈터’ 장르 게임은 아직 많지 않아서 정형화된 틀이나 ‘장르 문법’이 아직 뚜렷하지 않은 편입니다. 그렇지만 모태가 된 두 장르의 장점을 적절히 조화시킨 역동적 디자인이 일반적입니다. 예를 들어 기존 리듬 슈터 <피스톨 휩>이나 <BPM> 등은 모두 리듬 게임의 지속적 박자 안에서 빠른 템포의 총격전을 벌이는 것을 골자로 합니다.

 

<메탈: 헬싱어>도 스피디한 게임플레이 위에 지옥, 악마, 무빙, 다양한 무기, 메탈 음악 등의 요소를 더해 차별화한 게임입니다. 그런데, 이런 키워드를 쭉 듣고 있으면 어떤 유명 슈터가 연상됩니다. 비록 리듬 요소는 없지만, 2016년 리부트 <둠>과 겹치는 부분이 많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실제로 <메탈: 헬싱어>는 <둠>과 비슷한 느낌으로 플레이되는 ‘올드스쿨’ 슈터로 볼 수 있습니다. <둠>을 직접적으로 참고한 시스템도 몇 가지 찾아볼 수 있습니다. 뒤에 천천히 얘기해 보겠습니다.

 

 

 

# 메탈 같은 게임플레이

 

파괴적 사운드 때문에 종종 오해받지만, 메탈 음악은 사실 ‘마구 갈기는’ 식으로는 잘 성립하지 않습니다. 화성학에 대한 깊은 이해와 섬세한 연주 테크닉이 없으면 좋은 메탈 음악은 만들어지기 어렵습니다.

 

<메탈: 헬싱어>는 게임플레이 면에서 메탈의 이런 특성을 답습합니다. 검, 리볼버, 샷건 등 강력한 무기로 몰려드는 적을 박살 내는 호방한 재미는 익숙한 것이지만, 이것을 박자에 맞춰 정확히 수행했을 때 진짜 파괴적 플레이가 가능해진다는 점에서 다른 슈터에 없는 독특한 재미를 줍니다.

 

<메탈: 헬싱어>에서 이처럼 ‘정확한’ 공격이 중요한 이유는 여러 가지입니다. 우선 <메탈: 헬싱어>의 모든 공격은 박자에 정확히 맞췄을 때 더 큰 대미지를 입히고, 무기별 궁극기 게이지도 더 빨리 채워주기 때문에, 빠른 적 처치 및 스테이지 돌파에는 필수입니다.


일종의 ‘콤보 미터’인 ‘분노 게이지’도 더 빨리 쌓아줍니다. 분노 게이지는 사실 전투보다는 ‘감성’을 책임지는 기능입니다. 우선 분노 게이지를 높게 유지해야 점수를 많이 벌 수 있습니다. 분노 게이지 최고 단계에서만 보컬 사운드가 출력되는 아이디어도 독창적이고 효과적입니다. 전투하면서 고조된 감정이 보컬 사운드와 함께 ‘터지는’ 쾌감은 게임플레이에 잘 어우러집니다.

 

그런데 이러한 ‘분노 게이지’는 적을 못 맞추거나 박자를 못 맞추면 조금씩 감소하고, 적에게 피격당하면 많이 감소합니다. 잘 나오던 보컬 사운드가 갑자기 끊어질 때의 불쾌함은 의외로 강하기 때문에 신경 쓰이는 부분입니다. 결국, 여러모로 유연함, 순발력, 정교함을 내내 유지했을 때만 ‘흥’이 유지되는 게임인 셈입니다. 마치 음악처럼요.

 

 

 

# 리듬게임 본분 잊지 않은 ‘즐거운’ 디자인

 

음악은 어긋남을 벌하기 위한 체계가 아니라 맞아떨어짐을 즐기기 위한 체계일 것입니다. 그래서 음학(音學)이 아닌 음악(音樂)으로 불리는 것이겠죠. 그러나 물론 제대로 즐기기 위해선 실력 함양이 먼저고, ‘틀리지 않기’ 역시 실력의 명백한 일부입니다. 그래서 많은 음악 교육이 ‘틀리지 않기’ 측면에서 혹독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면 리듬 게임은 어떨까요? 게임이라면 모름지기 룰과 도전이 있어야 하니 틀린 박자에 불이익을 주는 것은 당연지사입니다. 하지만 게임 전반적으로 박자를 맞췄을 때의 긍정적 피드백보다는 못 맞췄을 때의 부정적 피드백을 강조하는 구조라면 즐거움은 사라지고 답답함이 더 많이 남을 겁니다.

 

<메탈: 헬싱어>와 비슷한 방식을 선택한 리듬 슈터 <BPM>은 이 지점에서 다소 ‘설계 미스’가 드러나는 게임입니다. 사격이나 대시는 박자에 맞추지 않으면 아예 불가능했고, 반면 적들은 자유롭게 이동하고 투사체를 날리는 탓에 답답한 상황이 속출했죠. 박자에 맞을 때 보상하는 대신, 박자에 맞지 않는 플레이를 벌하는데 집중한 디자인이었습니다.

 

반면 <메탈: 헬싱어>는 ‘슈터’ 파트에서 도전 거리를 만들어내고, ‘리듬’ 파트는 이를 극복하는 데에 쓰이는 영리한 구조를 취하고 있습니다. 박자에 안 맞을 때의 불이익보다, 잘 맞았을 때의 보너스에 집중해 유저가 ‘리듬으로 상황을 격파한다’는 쾌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합니다.

 


 

# 흐르는 리듬 따라

 

‘정박’의 카타르시스를 극대화할 수 있는 부가적 장치도 많습니다. 우선 음악 측면에서는 게임 UI상 ‘정박’마다 BGM의 킥드럼 사운드가 맞아떨어지도록 작곡되어 있습니다. 킥드럼은 밴드의 리듬 파트 중에서도 가장 묵직하게 들어오는 소리여서, 본능적으로 박자감을 느끼기에 알맞습니다.

 

더 나아가 게임의 ‘리듬’이 끊어지지 않도록 곳곳에서 안배합니다. 먼저 <둠>에서 빌려온 근접 처치 액션은 박자에 맞추지 않으면 아예 발동하지 않는 대신, 체력을 크게 채우고, 원거리를 단숨에 이동하게 해줍니다. 이는 위기 모면에 효과적이며, 처치 이후엔 자동으로 탄환이 장전되기 때문에 이후의 플레이를 이어 나가기도 좋습니다.

 

원거리와 근거리 모두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다양한 무기들도 물 흐르는 듯한 게임 플레이를 돕습니다. 예를 들어 근거리의 약한 적들에게는 검을, 원거리에서 투사체를 쏘는 보스에게는 리볼버를 꺼내 즉각 대응할 수 있습니다. 무기별로 따로 축적되는 궁극기 역시 각자 역할과 위력이 상이해 아껴두었다가 적재적소에 사용하는 맛이 있습니다.

 

분노 게이지가 억울하게 줄어들어 흥이 식는 상황도 최대한 방지합니다. 먼저 필드에 홀로 남은 적 위치는 벽 너머로 윤곽이 표시돼 찾기 쉽습니다. 이동기(시프트)도 박자에 맞게 입력하면 분노 게이지를 채워주기 때문에 필드에서 다음 필드로 넘어가는 도중에도 게이지 유지가 어렵지 않습니다.

 


 

# 이대로만 나와다오, 다만…

 

<둠> 리부트의 두 번째 작품 <둠 이터널>에는 ‘퍼즐 슈터’라는 별명이 붙었던 바 있습니다. 모든 무기와 스킬을 사용해 필드에 펼쳐지는 복잡다단한 위기를 ‘풀어나가야’ 하는 게임 구조 때문이었는데요.

 

<메탈: 헬싱어> 역시 리듬 슈터라는 장르명에 부합하는 게임플레이를 제대로 구현하고 있습니다. 강렬한 리듬으로 쏟아지는 적을 격파하는 쾌감을 선사한다는 점에서 많은 기대를 모읍니다. 간만에 ‘이대로만 나와주길’ 기대하게 되는 타이틀입니다.

 

다만 데모버전에서는 확인이 어려운 중요한 요소들이 많아 아직은 두고 볼 일입니다. 적 종류, 중반 이후의 게임 난이도, 전체 게임분량과 BGM의 다양성 등 요소가 충분하지 않다면, 잘 만들어진 기본 게임 구조가 빛을 발하지 못하는 안타까운 상황이 펼쳐질 수 있습니다. 부디 데모 버전에서 보여준 재미를 본편에서도 만끽할 수 있기를 기원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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