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워헤이븐은 어떻게 ‘캐리’의 재미를 극대화했나

톤톤 (방승언 기자) | 2022-11-01 13:4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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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VP 게임에서 압도적 기량으로 팀을 승리로 이끄는 행위를 흔히 ‘캐리’라고 말한다. 캐리는 ‘짊어진다’는 의미의 영어 표현에서 유래했다. 팀원의 인정이라는 다분히 사회적인 보상이 뒤따르는 캐리는 강력한 게임플레이 동기가 된다.

 

심지어는 캐리의 재미를 게임에 어떻게 구현하는지에 따라 전체 게임 경험이 달라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 <오버워치> 1편의 예시가 대표적이다. <오버워치>는 캐리에 가장 적합했던 ‘딜러’ 포지션의 유저 수가 타 포지션보다 압도적으로 많아 원활한 매칭이 어려웠다. 상황이 해소된 것은 2편에서 탱커의 ‘캐리력’이 만만치 않게 높아지면서다.

 

11월 2일까지 스팀에서 베타 테스트를 진행하는 넥슨의 백병전 PvP 게임 <워헤이븐>은, 한 사람의 활약으로 게임을 뒤집는 ‘캐리’가 절대 쉽지는 않은 타이틀이다. 그러나 전장 곳곳에 그 재미를 작은 단위로 나누어 배치하면서, 유저 각자가 계속 성공과 성취를 맛볼 수 있도록 안배하고 있다. 그 방식을 알아봤다.

 



# ‘한 방’이 중요한 1대1 전투

 

유저는 6개 병과를 바꿔 가며 진격전, 점령전, 호송전 등 여러 게임 모드를 플레이한다. 모드별로 승리 조건은 다르지만, 주요 거점 내 적 병력을 일소함으로써 승리에 필요한 포인트를 더 먼저, 많이 획득하는(혹은 적 포인트를 소진시키는) 기본 골자는 동일하다.

 

캐릭터 조작 반응은 의도적으로 느리게 디자인됐다. 애니메이션이 길어 커맨드 입력 후 실제 공격 동작을 완수하기까지는 일정한 텀이 발생한다. 동작을 중도 포기하고 다른 동작을 취하는 이른바 ‘캔슬’도 불가하다. 무기 판정은 엄격해 장애물에 가로막히기 쉬우며, 간발의 차로 적을 빗맞히는 일도 쉽게 일어난다.

 

기본 공격 외 캐릭터들은 적 방어를 무력화하거나 빠르게 회피하는 등의 유용한 스킬셋을 몇 개씩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들 스킬 역시 몇 초에 달하는 재사용 대기 시간이 존재한다. 방어 동작만큼은 즉각적이다. 우클릭 입력 시 발동하며 방향이 크게 어긋나지만 않으면 대부분의 공격을 막아낼 수 있다.

 

공격을 막아내는 적. 방어는 범위가 넓고 유용하다.

 

그러나 방어를 무력화하는 기술들이 존재하고, 모든 각도를 막아낼 수는 없으며, 연속으로 맞으면 방어가 해제되기 때문에 사용에 신중해야 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여기까지의 설명에서 짐작할 수 있듯 <워헤이븐>의 기본 전투는 번개 같은 반응속도 보다는 심리전에 기반한 수 싸움 쪽에 더 중점을 둔다.

 

자신의 캐릭터와 상대 캐릭터 모두의 무기 특성과 보유 스킬, 동작 애니메이션, 그리고 주변 환경 등을 고려해 다음 동작을 잘 결정해야 상황을 유리하게 풀어나갈 수 있다. 잘못된 선택은 바로 공격 기회 허용, 그리고 죽음으로 연결된다.

 

한편 이처럼 신중한 호흡의 전투 시스템에도 불구하고 실제 승패는 빠르게 결정된다. 이는 짧은 TTK(캐릭터 사망까지의 평균적 속도) 때문이다. 캐릭터는 보통 2~3번의 피격만으로 사망하며, 일부 강력한 기술은 적을 한 번에 처치하기도 한다. 이 때문에 1대1 전투를 가정할 때 보통 5~6합 이내에 짧게 승부가 난다.

 

근거리에서 무기를 맞대고도 서로 못 맞추는 일이 빈번하다.

 

 

# 밀고 밀리는 전선

 

전투는 대부분의 경우 집단 전투 양상을 띤다. 병사들의 부활 딜레이가 길지 않고, 거점 간 거리가 짧아 전장에 빈틈없이 병력이 계속 투입되기 때문. 한 팀의 인원은 16명뿐이지만, ‘방금 해치웠는데도 계속 쏟아지는’ 적들은 그보다 훨씬 더 많은 인원을 상대하는 인상을 자아낸다.

 

한쪽이 절대적인 수적 열세에 있다면 상황은 상당히 빠르게 결판이 난다. 전투 시스템상 공방의 호흡을 공유하고 있지 않은 제삼자가 갑자기 측·후방에서 ‘다른 리듬’으로 난입해 들어올 경우 대응하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 이것은 방어해야 할 면적이 더 많은 소수 쪽이 더 빨리 무너지는 이유가 된다.

 

역으로 말하면 난전에서는 난입의 각도와 타이밍을 잘 가늠하는 것만으로 대치를 아군에게 유리한 쪽으로 풀어나갈 수 있다는 의미가 되기도 한다.

 

다른 게임에서 ‘한타’라고 불릴 만한 접전은 끊임없이 발생한다. 그 영향은 전황에 실시간으로 반영되면서 전선의 확대, 이동, 와해가 빈번히 이뤄지고, 이는 결국 해당 경기의 승부까지 이어지게 된다.

 

 

한편 <워헤이븐>은 현대전 시리즈인 <배틀필드>의 UI 및 시스템을 많은 부분 벤치마킹했다. 그 중에서도 전술적 행동, 팀원 간 협력을 강화하는 요소를 집중적으로 참고한 모습이다.

 

예를 들어 분대원에게 다음 목표를 제안하는 핑 UI, 분대원 간 소생 시스템 등은 모두 분대 단위의 단합된 게임플레이를 유도하고 있다. 이는 물론 (<배틀필드>에서와 마찬가지로) 그 의도만큼 분대원을 잘 단합시키지는 못하지만, 개인플레이를 얼마간 억제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는 있다.

 

거점 점령, 거점 방어, 아군 치료 등 ‘전략적 행동’에 많은 점수를 부여함으로써 눈앞의 전투뿐만 아니라 전체 전황에 신경 쓰도록 유도하는 전략적 인센티브도 동일하다. 그 결과 <배틀필드>와 유사하게 ‘킬 카운트’가 높은 유저임에도 매치 순위상 중위권에 머물거나, 반대로 적을 많이 해치우지 못한 유저가 높은 순위에 오르는 등의 상황도 자주 펼쳐진다.

 

분대 목표 제안 시스템 등 UI가 <배틀필드> 시리즈를 연상시킨다.

 

이처럼 전략·협동 시스템을 적극적으로 빌려온 데서 알 수 있듯, 제작진은 <워헤이븐>의 승패가 개인의 전투력(피지컬) 보다는 집단적 전황에 조금 더 좌우되도록 유도한 것으로 보인다.

 

일차적으로 전장 크기가 좁아 적과 아군 모두 자연스럽게 특정 지점에 뭉치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시스템 특성상 여기에 적은 숫자로 싸움을 걸어봐야 무익하게 병력을 잃을 가능성이 크다. 더 나아가 적 처치가 전장 목표 완수에 도움을 줄 순 있어도 그 영향이 절대적이지 않아, 킬 카운트가 높은 개인이 많아도 정작 팀은 패배하는 경우도 충분히 발생할 수 있다.

 

 

 

# <워헤이븐>이 ‘캐리’를 구현하는 법

 

그러나 다시 말하지만 <워헤이븐>이 개인의 ‘캐리’를 제약하거나 억제하고 있지는 않다. 오히려 캐리의 가능성을 곳곳에서 높여 그 만족감을 최대한 여러 플레이어에게 경험시키려는 의도가 엿보이며, 이는 유저들이 숙련도를 떠나 게임을 계속 다시 플레이하고 싶어지는 동기로 작용한다.

 

언급했듯 시스템상 소수 병력이 다수를 상대로 활약하기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뒤집어 이야기하면 피아간 힘의 균형이 애매한 지점을 포착, 개입하는 판단 능력만으로 영웅적 활약이 가능하다는 의미. 실제로 매치 마지막에 나오는 ‘하이라이트’ 영상에는, 난전에 개입해 적을 ‘쓸어 담는’ 게임플레이 장면이 심심치 않게 선정된다.

 

한편 유저 간 실력 격차를 완전히 드러내는 심도 있는 전투 시스템은 고수 유저들에게 분명한 보상이 된다. 각 병과는 방어 무력화, 경직 무시, 긴급회피 등 판도를 순간적으로 뒤집을 수 있는 치명적 스킬이 한두개는 존재한다. 격투 장르와 유사하게 탁월한 캐릭터 이해도와 프레임 분석 능력을 갖춘 유저라면, 일부 불리한 상황을 역전해내는 일 또한 가능하다.

 

이런 상황에서는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다.

지그재그로 지어진 방책, 고지를 내려다보는 감시탑, 주요 길목의 통로 및 계단, 탁 트인 거점 등 다양하게 마련된 지형은 각 병과가 칼, 창, 화살, 방패 등 병기 특성을 최대로 이용할 무대가 되어준다. 이는 단일 병과에만 익숙한 유저가 적절히 팀에 기여할 기회를 제공하며, 만약 다양한 병과에 숙달한 유저라면 바뀌는 전황에 맞춰 항상 최대로 활약할 수 있게 한다.

 

‘캐리’의 쾌감을 가장 분명하게 노린 시스템은 바로 ‘영웅 변신’이다. 6종의 병사들은 활약상에 따라 게이지를 모아 일정 시간 영웅으로 변할 수 있다. 영웅은 빠른 공격과 반격으로 난전에 유리한 ‘마터’, 기병 돌격으로 평지의 적들을 처치하는 ‘먹바람’, 아군 보호 및 소생에 특화한 ‘호에트’, 유일하게 원거리 범위 공격이 가능한 ‘레이븐’ 등으로 나뉜다.

 

기본적으로 탈것이나 중화기가 없는 <워헤이븐>의 세계관에서(맵 기믹으로는 존재한다) 네 영웅은 마치 첨단 병기와 같은 기세로 원래라면 불가능했을 방어/공격 임무를 완수할 수 있다. 그러나 변신 기회는 적에게도 동일하게 돌아가는 데다 영웅들의 체력이 월등히 높은 것 또한 아니어서, 실력과 무관하게 모든 상황을 돌파할 수 있는 ‘치트키’로 작용하지는 않는다.

 

영웅 '마터'

 

 

# 나만의 전쟁 안식처

 

‘샌드박스 적 전투’를 캐치프레이즈로 내세우며 전장 규모를 대대적으로 확대했던 <배틀필드 2042>는 시리즈 최악의 성적을 맞았다. 넓어진 전장 탓에 기존 시리즈의 특징이었던 거점 간의 유기적 상호작용이 사라졌고, 유저들은 맥락 없이 파편적으로 진행되는 전투에서 어떤 감흥을 느끼지 못했다.

 

백병전에 적합한 인원과 규모로 전개되는 <워헤이븐>의 게임플레이는 <배틀필드 2042>를 직접적 반면교사 삼은 듯 정확히 반대되는 장점을 지닌다. 당면한 전략 목표와 전황을 다양한 UI로 피드백하고,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 밸런싱을 시도하면서 개인의 활약과 전투의 승패를 더욱 직접적으로 연결 짓는다.

 

반복되는 접전, 변화하는 전황, 짧은 TTK는 숙련되지 못한 유저에게도 한 번씩 결정적인 기여, 혹은 결정적 타격을 달성할 기회를 제공한다. 매치가 끝날 때마다 ▲전투 ▲화신 ▲전략 ▲성향 등 네 개 항목으로 세분해 유저의 장점과 성향을 분석해주는 결과창 시스템 역시, 반복되는 전투 속에서 개인마다의 성취와 만족감을 찾을 수 있는 전체 게임 디자인에 맞닿아 있다.

 

유저를 다양한 항목에서 칭찬·분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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