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TIG 퍼스트룩] 아름답고 신비롭고 으스스한 SF 메트로바니아

톤톤 (방승언) | 2022-12-19 10:08:57

세상은 넓고 게임은 많습니다.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 15년 역사의 게임 전문지 디스이즈게임에서 어떤 게임이 맛있는지, 맛없는지 대신 찍어먹어드립니다. 밥먹고 게임만 하는 TIG 기자들이 짧고 굵고 쉽게 여러분께 전해드립니다. TIG 퍼스트룩! 

 

메트로바니아는 로그라이트와 더불어 인디계에서 가장 사랑 받는 장르 중 하나입니다. 제작 난도, 기본적 재미, 게임 볼륨 등 다양한 측면을 고루 챙기기에 좋고, 다양한 테마와 게임 메카닉을 얹어 변주하기에도 용이한, 자유도 높은 포맷이기 때문일 겁니다.

 

다만 비슷한 형태의 작품이 쏟아지다 보니 유저들에게 쉽게 어필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관련 신작이 나오면 ‘또트로베니아’ 라며 일단 삐딱하게 바라보는 유저들이 생겼을 정도로요. 어느 측면에서든 돋보이는 매력이 없다면 호평받기 어려운 장르가 되었다는 얘기입니다.

 

4일 출시한 신작 메트로바니아 <고스트 송>은 스팀 기준 87%의 평가자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동일 장르 유수의 명작들이 출시해오면서 시장의 기준이 매우 높아져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괜찮은 성적입니다. 어떤 매력이 있는지 알아보고자 한 번 찍먹해봤습니다.

 

 

 

# 메트로바니아로 펼쳐지는 SF와 미스터리

 

주인공은 행성 ‘로리안’의 위성 지하에서 눈을 뜬 인공지능 로봇(으로 강력히 추정되는 존재)입니다. ‘데드슈트’(Deadsuit)라는 이름에서 짐작해보건대, 사람이 입을 수도 있고, 자체적으로도 움직일 수도 있는 형태의 ‘외골격 수트(슈트) 겸 로봇’으로 보입니다.

 

데드슈트는 기억이 삭제된 상태지만, 어떤 필요 혹은 염원에 자연스레 이끌려 모험을 시작합니다. 유저는 데드슈트의 모험을 통해 자아의 발견, 고대의 미스터리, 우주의 공포 등 여러 테마를 만나보게 됩니다.

 

새 기술을 습득해 이전에 가지 못했던 루트를 개척하는 메트로바니아의 전통적 문법에 따라 탐험 영역은 확장됩니다. 이름 모를 이 위성의 지하 공간에는 스토리와 세계관 모두에 호기심을 느끼게 할 만한 여러 흥미로운 단서들이 흩뿌려져 있습니다.

 

지하를 배회하는 여러 괴물, 한때 인간이었던 것 같은 괴이한 보스들, 지하에 감춰진 연구소 등이 서로 연결돼 일정한 형태감을 갖추면서, 전체 이야기를 확인하고픈 욕구를 자극합니다. 전투 병기라는 정체성에 어울리지 않는 데드슈트의 여린 목소리와 서정적 자아 역시 그 궁금증을 유발하는 요소입니다.

 


 

 

# 업그레이드와 모듈로 강화하는 ‘데드슈트’

 

데드슈트의 한쪽 팔은 ‘블라스터’라는 이름의 원거리 무기입니다. 블라스터를 오래 사용하면 과열되면서 위력과 연사력이 많이 감소하지만, 대신 근접 공격이 강화됩니다. 따라서 원거리 공격과 근거리 공격을 번갈아 사용하도록 강제되는 구조입니다.

 

‘블라스터 모듈’을 장착하면 기본공격과는 별개로 추가적 원거리 공격을 가할 수 있게 됩니다. 강력한 소형 미사일에서부터 샷건, 슬라임 소환 무기까지 그 종류가 다양합니다. 기본 무기가 과열되어도 블라스터 모듈은 그 위력이 항상 동일하지만, ‘에너지’라는 자원을 사용하고 에너지의 회복이 느린 편이기 때문에 사용에 신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죽은 적에게서 나오는 기본자원 ‘바이오젤’을 모으면 특정 장소에서 기력, 의지력, 화력 등 세 종류의 스탯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습니다. ‘기력’은 근접 공격력 및 체력, ‘의지력’은 에너지·스태미나·체력, ‘화력’은 원거리 공격력을 올립니다. 어느 항목에 투자하느냐에 상관없이 매번 필요 비용이 일괄적으로 점차 상승하고, 슈트 레벨도 함께 올라갑니다.

 

‘근접 공격력 향상’나 ‘과열 속도 감소’ 등 다양한 효과를 지닌 ‘슈트 모듈’도 존재합니다. 슈트 모듈과 블라스터 모듈은 장착 시 일정량의 ‘파워’를 점유합니다. 슈트의 전체 파워 용량은 슈트 레벨과 일치합니다. 즉 슈트 레벨이 올라갈수록 더 많은 모듈을 장착해 강해질 수 있습니다.

 


 

 

# 다양성 챙긴 전투 시스템

 

메트로바니아도 소울라이크의 영향을 받아 패링, 막기, 회피, 반격 등 다양한 전투 메카닉을 다양하게 구현하는 추세이지만, <고스트 송>의 전투는 대시(회피)와 점프, 원거리/근거리 공격으로 구성되어 비교적 심플한 편입니다.

 

하지만 장착할 수 있는 모듈의 가짓수가 늘어나면서 점차 시도해볼 전략이 많아진다는 사실은 전투를 다채롭게 해주는 장점이며, SF 테마와도 잘 어우러집니다. 또한 흔치 않은 외형과 패턴을 지닌 적이 다수 나오면서 다양한 전투 시나리오가 펼쳐지게 합니다.

 

다만 원거리/근거리 공격 사이클을 되풀이하는 전투 시스템은 호불호가 갈릴 만합니다. 블라스터 모듈의 가짓수는 여러 개이고 장착된 모듈의 실시간 교체도 가능하지만, 근접 무기는 한 번에 한 가지씩만 장착할 수 있는 데다 전체 종류도 비교적 적어 두 방식의 상호 밸런스가 다소 맞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근접 무기 사용은 그만큼의 ‘추가된 재미’로 느껴지기보다는 난도 상승과 게임 차별화를 위한 작위적 요소처럼 느껴지는 측면이 있습니다. 대신 근접 무기에 더 강한 위력이나 CC 능력 등을 부여해 활용도를 높이면서 이런 단점은 얼마간 보완됩니다.

 


 

 

# ‘진짜’는 탐험과 분위기

 

<고스트 송>의 진짜 매력은 장르 문법에 충실한 탐험 콘텐츠 구현, 그리고 이야기를 관통하는 독특한 분위기입니다.

 

먼저 새로운 적, 장비, 아이템이 적절한 간격으로 발견될 수 있도록 잘 안배하고 있습니다. 길 찾기가 다소 까다롭고 일부 구간에서 (장르 특성을 감안하더라도) 다소 동선이 꼬여 있지만, 유저가 미처 지루함을 느끼기 전 새로운 요소가 발견될 수 있도록 레벨 설계에 공을 들인 모양새입니다.

 

SF 스릴러 스타일의 스토리텔링은 <고스트 송>의 백미입니다. 예상치 못하게 나타나는 이종족 NPC, 그 유래를 궁금하게 만드는 과학기술의 잔해와 끔찍한 괴물들, 주인공을 ‘우주선’이라 부르는 다른 우주선 AI의 존재 등, 이야기 뒤에 숨은 존재(혹은 현상)를 계속 상상하게끔 유도하고 스토리에 탄력을 부여하는 힌트가 다양하게 마련돼 있습니다.

 

‘다른 세상’을 탐험하는 몰입감을 한껏 강화하는 이질적이고도 아름다운 아트 스타일, 그리고 별도 판매까지 기대하게 되는 신비로운 정서의 BGM, 2만 원 대의 가격으로 길게는 9시간 이상 플레이할 수 있는 가성비 또한 게임의 매력 포인트입니다.

 


 

▶ 추천 포인트

1. 궁금증 자아내는 SF 스토리텔링

2. 아름다운 아트와 BGM

3. 탄탄한 장르적 기본기

4. 좋은 가성비

 

▶ 비추 포인트

1. 반강제되는 원거리→근거리 공격 패턴

2. 키보드/마우스로는 조금 어색한 조작

 

▶ 정보

장르: 메트로바니아, 액션, 플랫포머

가격: 20,500원

한국어 지원: O

플랫폼: PC

 

▶ 한줄평

 

호러도 아닌데 은근히 무서운 게 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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