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TIG 퍼스트룩] 지금 이 마음은 반드시 죽어야 한다

우티 (김재석) | 2023-01-25 10:20:08

세상은 넓고 게임은 많습니다.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 18년 역사의 게임 전문지 디스이즈게임에서 어떤 게임이 맛있는지, 맛없는지 대신 찍어먹어드립니다. 밥먹고 게임만 하는 TIG 기자들이 짧고 굵고 쉽게 여러분께 전해드립니다. TIG 퍼스트룩!  

 

모두에게 '겜태기'(게임 권태기)는 온다.

 

분명 1인분 이상을 했는데 우리 팀 정글이 삽질해서 랭전에서 미끄러졌다. 비정상적인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핵' 유저에게 어처구니 없는 일격을 당했다. AAA급 게임의 엔딩을 보고 그 여운으로부터 쉽게 빠져나오지 못하겠다. 그간 나온 게임들은 얼추 해본 것 같다. 더 해보고 싶은 게임이 특별히 없다. 그것도 아니라면, 그냥 아무 이유 없이 잠시 게임을 내려놓고 싶다. 

 

이러한 겜태기 유저 중에서 '어떤 게임을 골라야 할지 모르겠다'는 사람을 위해 마련한 기획이 네이버 오리지널 시리즈 'TIG 퍼스트룩'이었다. 'TIG 퍼스트룩'은 2020년 6월 첫 연재를 시작해, 2년 넘게 달려오고 있다. 

 

기자는 으레 달력에 뒷 장이 더 없을 때 묘한 회한에 젖곤 하는데, 지금도 딱 그렇다. 일주일에 게임 하나를 플레이하고 그 핵심을 간명하게 전하기는 말이 쉽지, 2년 넘게 꾸준히 하기는 어렵다. 이따금씩 손이 적을 때는 1달에 두세 번씩 퍼스트룩을 쓸 때도 있었는데, 이 기획을 이렇게나 오래 유지하고 있다니. 감회가 묘하다.

 

이런 감회 와중에도, 2년 동안 재밌는 게임을 얼마나 많이 소개했는지 자문해보면 부끄러움이 앞선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보는 게임의 시대에서 이런 글을 쓰는 것은 얼마나 값어치가 있는 걸까? 독자들은 실제로 도움을 받고 있는 게 맞을까?

 

고백하건대 장기적인 겜태기를 겪고 있다. 직업적으로 패드를 잡아야 한다. 하기 싫은 게임도 억지로 참고 해야 한다. 중간에 원치 않는 결제를 해야 하는 순간도 있다. 플레이를 하고 끝나는 게 아니라, 그에 대해 몇 마디 얹어 콘텐츠로 만들어야 한다. 

 

그냥 얹으면 안 되고, 다른 게임과의 비교라든가, 개발의 역사 같은 내용들을 담아야 한다. 정보가 사실과 다르면 비판받는다. 안타깝게도 나보다 그 게임을 잘 아는 사람은 널렸다. 어쭙잖은 분석력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다. 그러니 '순수한 재미'의 희열은 사라진 지 오래다.

 

그러다가 <닌자 머스트 다이>를 만났다. 

 

 

늘 하던 대로 모바일 마켓을 돌아다니던 중 인기 리스트에 올랐기에 모니터링 차원에서 다운로드 받았다. 그리고 기자는 자투리 시간마다 이 게임에 푹 빠져있다. 어쩌면 '순수한 재미'를 게임은 단순하다. 횡스크롤 러닝 액션(런게임)이다. 

 

<남극대모험>, <템플런>이 종스크롤이라면, <쿠키런: 오븐브레이크>와 <닌자 머스트 다이>는 횡스크롤이다. 자동 이동에 점프와 장애물 피하기, 간단한 공격(장애 무효화)의 조합을 담아서 이 장르가 추구하는 재미의 기본에 충실하고 있다.

 

중국의 판다다게임즈는 <닌자 머스트 다이> 안에 동양적 룩앤필을 성공적으로 담아냈다. 수묵풍의 디자인 속에서 샤오샤오를 닮은 '스틱맨' 캐릭터를 조작하면서 느껴지는 감각은 대단히 세련되지는 않았지만 '동양의 무언가'고 느끼기에는 충분했다. 

 

탄막을 피하면서 보스를 잡기 위해 보라색 표창구를 먹기 위해 줄을 타는 플레이 속에서 일본 성우의 풀 더빙을 감상할 수 있다. 게임은 닌자와 사무라이의 갈등을 그리고 있는데, 닌자 시험을 통과한 주인공 쿠로가 여러 닌자들과 함께 음양사와 맞서는 이야기가 전개된다.

 

 

이 스토리와 스테이지와 맞물려 구성되어, 그냥 빈 스토리 보드 위에서 게임이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뭔가 이루어지고 있다' 감각이 강하게 전해진다. 이뿐 아니라 플레이어가 사용하는 무기가 고도화된다거나 소환수가 강력해지는 등의 레벨 디자인도 포함되어있어 있다. 

 

<닌자 머스트 다이>에도 유료 재화와 뽑기가 존재하는데, 이 게임의 '피지컬 스트레스'는 모바일게임 치고는 대단히 높은 편이다.<닌자 머스트 다이>라는 제목이 자꾸 머리에 남는다. <다크소울>의 '유다희'(YOU DIED)를 제목으로 만든 듯하다. 계속 죽어서 반사신경을 미리 일깨우지 않고는 깰 수 없는 부분들이 많다.

 

즉, 아무리 OP 캐릭터와 무기를 가지고 있어도 결국 플레이어의 실력으로 난구간을 돌파해야만 하는 것이다. 이런 설계는 무과금, 소과금 유저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올 만한다. 러닝 액션 게임에 대단히 많은 콘텐츠를 눌러담았고, 어느 것 하나 크게 튀거나 모자르지 않게 적절히 배치되었다. 

 

플레이어 간 점수 보드가 나타나는 무한 질주나 다른 유저와 함께 진행하는 현상 수배, 3 대 3 대결 등이 있어 취향에 따라 플레이할 수 있다. 과금 스트레스나 광고로 인한 짜증이 대단히 적은 편이다. 기자가 '순수한 재미'에 집중할 수 있었던 까닭이기도 한 듯하다. 

 

그리고 오랜만에, 그것도 모바일 기기에서 손맛을 느끼니 이것이야말로 '순수한 재미' 같다. 우리 솔직해지자. 러닝 액션은 대단히 전통적인 장르라서, <닌자 머스트 다이>에 대단한 혁신이나 엄청난 분석 요소는 없다. 그러나 러닝 액션에서 느낄 수 있는 거의 모든 재미가 들어있다. 잘 만든 게임이고, 부분유료화 게임이지만, 사실상 무료로 '뽕'을 뽑을 수 있다. 추천하지 않을 이유가 없는 것이다. 

 

게임을 더 사랑하기 위해서, 게임과 조금씩 거리를 두고 살아야 한다고 믿고 있다. 밤이나 낮이나 <리그 오브 레전드>나 <로스트아크>를 플레이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아도, 적당히 멀어져야 <닌자 머스트 다이> 같은 게임을 제대로 수용하고, 감동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 이 마음은 반드시 죽어야 한다. 다음주에는 다음주에 소개해야 할 게임이 있기 때문이다. 게임 기자의 슬픈 숙명이다.

 

 

▶ 추천 포인트

1. 밀도 있게 잘 구성된 러닝 액션 게임

2. 초호화 성우진 & 동양풍 룩앤필로 살려낸 '분위기'

3. 낮은 과금 스트레스

 

▶ 비추 포인트

1. 모바일 기기의 한계

2. 횡적으로는 넓지만 종적으로는 아쉬운 엔드 콘텐츠

3. 높은 피지컬 스트레스

 

▶ 정보

장르: 러닝 액션

가격: 부분유료

한국어 지원: O

플랫폼: 모바일

 

▶ 한 줄 평

러닝 액션 게임의 (거의) 모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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