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가 실험실'의 세 번째 실험은 추석특집입니다. 그런 관계로 이번에는 발문(跋文)을 과감하게 생략하고 바로 실험에 돌입하도록 하겠습니다.(전혀 관계 없지 않냐고 따지는 당신. 귀염둥이군요~ ^_^) /막가 실험실 실장 겸 DAUM 아고라 10만 히트의 사나이 깨쓰통(이하 깨실장)
■ 지난 두 번째 실험에 달린 댓글中 * 게임을 너무 못하면 "발로하냐" 라는 소리를 듣습니다. 실제로 발로게임을 하면 어떻게 되는지 궁금해지는군요. - BlackSun * 저도 발로 게임하면 어떻게 되나 궁금합니다. 실험해주세요! - hypnoss * 발로 컨트롤하는걸 보여주세요!!! - mi:too *
혀로도 컨트롤 한다는 소리가 있는데, 혀로 하면 어떻게 되는지 보여주… (기각!!)
여러분들의 열화와 같은 성원에 힘입어, 이번 실험의 주제는 너무나도 쉽게 결정할 수 있었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진심으로 감사의 말을 전하고자 합니다. (정의의 이름으로 기억하겠습니다. ^^)
오늘의 실험 주제!
발로 게임을 하면 하면, 정말로 ‘발컨’이 될까?
온라인 게임을 많이 해봤다면 ‘발컨’이라는 단어가 그렇게 낯설게만은 들리지 않을 것입니다. ‘발로 컨트롤 한다’. 말 그대로 ‘컨트롤 실력이 엄청나게 떨어진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과연 발로 게임을 하면 어떻게 될까요?
누구나 흔히 생각하는 것처럼 눈 뜨고 봐주지 못할 정도의 ‘발컨’이 될까요? 혹시 어쩌면, 임요환이나 홍진호의 마우스 액션에 버금가는 컨트롤 실력을 보여주게 되지는 않을까요?
이를 알아보기 위해 ‘실제로 발로 게임을 해봤습니다’.
1. 실험 준비
이제부터 밟힐 키보드와 마우스가 불쌍하니까 인간적으로 실험 전에 발은 깨끗하게 씻었습니다.
2. 최적의 자세를 찾아라!
[1] 책상 위로 발을 올려보자
추석특집이라고 한복까지 입었습니다. (ㅠㅠ)
- 한복협찬: 이터비아
의자를 최대한 높인 후, 발을 책상 위로 올리는 자세입니다. 보통 ‘발컨’이라고 한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 자세를 가장 먼저 떠올릴 것입니다.
얼핏 보면 정말로 ‘아늑하게’ 게임을 즐길 수 있을 것 같지 않습니까? 하지만 이 자세는 아쉽게도 몇 가지 크나큰 결함들이 있어서 '불합격 판정'을 내려야만 했습니다.
우선 첫 번째로 마우스를 조작할 방법이 없습니다. 키보드야 밑에 두꺼운 책 등을 깔아서 기울이면 문제가 없다지만, 마우스 같은 경우에는 정말 대책이 안 섭니다.
키보드 역시 문제입니다. 이 자세에서 키보드를 조작하려면 어쩔 수 없이 발가락을 아크로바틱하게(?) 꼬아야 하는데, 이 때문에 때문에 근육에 많은 무리를 주게됩니다. 다시 말해서 수시로 발가락에 쥐가 납니다. (어헝~ -_-;)
그리고 결정적으로, 이 자세는 ‘다리가 긴 사람에게는 절대적으로 불편하다’라는 단점이 있습니다. 이 때문에 상체에 비해 하체가 매우 긴 깨실장은 도저히 이 자세로 게임을 즐길 수 없었습니다. (사실 이 소리를 하고 싶었습니다. ^^.v)
[2] 여왕님 자세(?)로 게임을 즐겨보자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찾아낸 것이 바로 이 자세! 키보드와 마우스를 바닥에 깔고 조작하는 자세입니다. 이 자세는 발을 책상 위로 올리는 자세보다 훨씬 편하게 키보드를 조작할 수 있으며, 어느 정도 훈련(?)을 거친다면 마우스 조작도 큰 문제가 없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발꿈치를 축으로 해서, 발을 좌∙우로 움직이면 됩니다. 왼쪽 클릭은 엄지를, 오른쪽 클릭은 새끼 발가락을 씁니다.
솔직히 밟히는 마우스와 키보드가 쬐끔 불쌍하다는…
3. 이제 발로 게임을 즐겨보자!
[1] 카트라이더 (RAC)
* 목표: ‘루키 입문’ 채널, 8인 아이템전에서 리타이어 당하지 말고 코스를 완주하자
쉴 새 없는 리타이어의 행진… (-_-)
역시나 세상은 만만치 않았습니다. 키를 잘못 눌러서 시작과 함께 옆으로 돌진해 다른 게이머들의 주행을 방해하고, 본의 아니게 막자(다른 게이머들의 주행을 고의로 막는 행위)를 하는 것은 기본!
결국엔 근 30판을 넘게 했음에도 완주를 단 한 번도 해내지 못했습니다.
그나마 피나는 노력 끝에 ‘코스를 이탈하지 않는 수준’까지는 도달할 수 있었다는 것이 위안거리였다고 할까요?
싱글 플레이 타임어택, '사막 배거이 시장' 맵에서 먼저 손으로 게임을 한 후, 발로 해서 기록을 비교해보니 발이 약 20초 정도 뒤쳐졌습니다.
* 목표: 에피소드 1, Easy 던전 1개를 클리어해보자.
2번째 게임인 <나나이모>역시 조작체계가 매우 간단한 슈팅게임입니다. 하지만 <카트라이더>에서 워낙 호되게 당한 탓에 이번 목표는 쉬운 것으로 잡았습니다.
참고로 <나니이모>의 첫 스테이지인 에피소드 1, Easy 난이도의 던전은 '눈감도고 깰 수 있다!'라고 불릴 정도로 정말 쉽습니다. 그렇게 쉽다니, 발로도 클리어할 수 있겠죠?
확실히, 조작이 간단한 덕분에 보스 이전의 몬스터들을 잡는데는 별다른 문제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보스전! 발로 게임을 하면 세밀한 조작을 할 수 없기 때문에 한 번 공격에 휘말리면 정말 정신없이 두들겨 맞아 바로 '대기실행'이었던 것입니다.
결국 두 번은 보스에게 패배하고, 세 번째 도전에서야 겨우겨우 보스를 격침시킬 수 있었습니다. 세상에, 눈감고도 깬다는 이곳을 3번 만에 클리어하다니…. 상위 던전에 들어가면 어떤 사태가 벌어질지 안봐도 눈에 선합니다. (=_=)
[3] 서든어택 (FPS)
* 목표: 5라운드 동안 1 Kill 달성하기
왼쪽 발로는 키보드를, 오른쪽 발로는 마우스를 조작해야 합니다. 익숙해지기까지 정말 오랜 시간이 필요한데, 가장 큰 문제는 왼쪽 발로 ‘W’키를 누를 때 실수로 그 위에 있는 1~3번 키도 눌려 기관총에서 순식간에 칼로 바뀔 수도 있다는 점. 이 것 때문에 정말 고생 많이 했습니다.
뻔한 결과. 아무리 근접전이라고 해도 총을 제대로 쏴야 전투가 성립된다는 것을 절감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결국 일방적인 학살 속에 2경기 동안 기록한 전적은 ‘0 Kill, 12 Death’! 아름답습니다.
반쯤 포기한 상태에서 시작한 세 번째 경기. 그런데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코너를 돌아 나오는 상대방에게 아무 생각 없이 총을 난사했는데, 근거리였던 덕에 Kill에 성공한 것입니다! ‘발’에 죽은 당신, 삼가 명복을…
하지만 더 이상의 기적은 일어나지 않고, 결국 총 5게임을 진행하면서 최종 전적은 ‘1 Kill, 23 Death’로 끝났습니다. 목표였던 1 Kill 은 달성했지만… 이거 어째 게임을 하면 할수록 점점 암울해져만 갑니다?
[4] 넷마블 맞고 (보드)
… 소년은 울면서 게임을 껐습니다.(ㅠㅠ)
인벤토리에서 은행으로 물건 옮기는것 부터가 엄청난 고역.
<WOW>는 정상적인 방법으로 해도 조작하기가 정말 힘든 게임입니다. 양손을 쉴 새 없이 움직이면서 즐기는 게임이잖아요.
그런데 이런 게임을 발로하라?
결론부터 말하자면 '불가능'했습니다.
그나마 키보드는 손으로 조작하고, 마우스만 발로 조작하면 어느 정도 할수는 있었지만, 그것도 어디까지나 솔로잉에 한정된 이야기일뿐. 만약 이 상태에서 파티플레이를 시도한다면 '서버 비매너 순위' 블랙리스트 최상단에 올라 게임을 접어야 할 사태가 벌어질지도 모릅니다.
■ [정밀 분석] 왜 발로는 게임을 잘 할 수 없을까?
발가락으로는 두 개의 키를 동시에 조작하는게 정말로 힘듭니다. 사실 간단한 이치입니다. 발가락은 손가락에 비해 굵고 짧습니다. 또한 엄지를 제외하면 자신의 마음대로 굽혔다 폈다 할 수 있는 발가락도 없습니다. (간단한 예로, 새끼 발가락만 따로 굽혔다 폈다 해보세요. 그게 될 것 같나요? ^^) 이런 문제로 인해 발가락으로는 민첩하게 키를 누를 수 없습니다. 서둘러 키를 누르려고 하면 옆의 다른 키들까지 우르르 같이 눌려버리는 사태만 수시로 발생하게 됩니다. 따라서 발로 키보드와 마우스를 조작하는 것은 정말로 힘듭니다. 물론 불가능하다는 소리는 아니기에, 게임을 오래해서 조작감을 익힌다면 발로도 충분히 게임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글쎄요…. 저라면 차라리 그 노력을 손에 들여서 게임의 최고수 자리를 노려보겠습니다. (-_-) |
혹시나 해서 패드를 꺼내고 PS2 게임에 도전해봤지만, 결과는 비슷했습니다. 그나마 아날로그 스틱은 키보드에 비해 조작하기 쉬웠지만요.
-실험 총평-
발로 게임을하면… 정말로 ‘발컨’이 된다.
그러니 컨트롤 실력이 떨어지는 사람이 있다면 안심하고 ‘발컨’이라고 신나게 놀려주자.
■ 그럼 발로 게임을 하는 것은 쓸모가 전혀 없는 것일까?
* 'TIG 막나가는 실험실'에서는 재미있는 실험 소재를 공모합니다. 평소 게임이나 PC사용에 있어서 궁금했던 것이 있었다면 댓글을 통해 가열차게 의뢰해주세요.
* 단, 너무 현실성이 없는 소재나, 생명을 위태롭게 할 수 있는 위험한 소재 그리고 깨실장의 마음에 들지 않는 소재는 자동으로 '필터링'됩니다.
* 모두들 추석 즐겁게 보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