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음주문화를 가리켜 너무 관대하다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어디서나 쉽게 술을 구할 수 있고 술에 취해 실수를 하더라도 쉽게 용서해주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기 때문일까요?
밤만 되면 시내 곳곳에서 술에 취한 사람들이 비틀거리며 추운날씨에 종종걸음이 아니라 좀비걸음을 걷곤 합니다. 필름이 끊기다라는 알콜중독 초기 증세가 농담거리로 쓰이고 오늘도 누군가의 가정에서는 술에 취한 누군가에 의해 평화가 깨어지는 소리가 들립니다.
사실 우리 사회에는 중독이라는 단어가 심심찮게 등장합니다. 알콜중독 뿐만 아니라 니코틴중독, 일중독, 게임중독에 이르기까지 '~중독'이라는 단어는 '~문화'라는 것 만큼이나 광범위하게 쓰입니다. 그만큼 우리 사회가 중독이라는 것에 대해 익숙하다고 생각한다면 지나친 비약일까요?
PC방에서 몇일씩 밤을 세면서 게임에 몰두하는 사람들을 보면 그저 폐인이라고 생각할 뿐 그가 가진 심각한 중독성향에 대해서 생각하는 이는 없습니다. 게다가 이 모든 것이 돈과 관련이 있으니 직접적인 수혜자로서는 방관해도 된다는 이해관계가 성립되어 있는 것도 같습니다.
어쩌면 우리 국민은 따로 특별한 중독 유전자를 가지고 있는 것인지 의심되기도 합니다. ATGC~ 문자열로 나열할 수 있을 지도 모릅니다. 이 중독 유전자가 가져다주는 상업적인 이익은 어마어마하여 국내의 쾌락산업 대부분이 여기에 의존하고 있다고 해도 거짓말이 아닐 것입니다.
문제는 누군가 이에 대해서 고민하고 사회적인 안전망을 구축해야 하는데 문화적인 특수성 탓인지 그것의 진보가 미미하다는 데에 있습니다. 게다가 일반 국민의 인식 또한 너무 너그러워 '그럴 수도 있지'라는 대응에 그칩니다.
통계적으로 알콜 중독자의 자녀가 알콜 중독이 될 확률은 일반인에 비해 의미상당한 수준으로 높다고 합니다. 알콜 중독과 게임중독을 비교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예를 들어 학교와 같은 통제된 공간에서 게임에 중독된 청소년들이 그렇지 않은 대조군에 끼치는 영향은 알콜 중독자의 가정과 그리 다르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이러한 영향에 대한 연구는 사회과학자들의 몫으로 남겨둡니다.
물론 업계측에서는 동시접속 몇 만에 연연하느라 이러한 중독에 대해서는 별다른 평가를 하지 않을 것입니다. 게다가 중독을 유발하는 컨텐츠라는 것이 없으면 재미있는 게임이라고 불릴 수도 없으니 말입니다. 그러나 게임중독이 유발하는 사회문제의 규모가 점점 커지고 있는 시점에서 각계에서 좀 더 심층적인 논의가 이루어져야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IT분야의 효자인 게임산업이 그로 인해 위축될 수도 있습니다만 사회적 비용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그들이 벌어들이는 돈보다 중독으로 인한 사회문제 해결에 들어가는 비용이 더 많을 것입니다. 또한 이것은 제로섬 게임도 아닙니다.
흔히 우리나라를 세계적인 IT 강국이라고 말합니다. 네티즌의 댓글이 정치판에 영향을 주고 블로거들이 여론을 형성하는 모습을 보고 세계의 수많은 나라들이 자국에서의 IT발달이 가져올 영향을 예견합니다. 우리가 먼저 내민 첫 발에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런 까닭에 우리 사회의 만연한 중독현상, 특히 게임과 관련한 문제에 대해서 어느 정도 논의가 되어야 할 시점이 되었다는 당위성이 느껴집니다. 우리가 먼저 시작했으니 올바른 전례도 남기는 것이 옳다고 봅니다.
지금도 수 많은 게임들이 수출기도에 있는데 만약 우리가 게임중독에 관한 안전장치를 마련하여 좋은 선례를 남긴다면 결국은 더 많은 이익으로 돌아올 것이라 생각합니다.
지금도 늦지 않았으니 올해에는 각계 각층에서 다양한 의견 수렴이 이루어졌으면 좋겠습니다.